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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후 안산 단원고 본관 앞에서 전명선 416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이 단원고의 세월호 희생학생 전원 제적 처리와 관련해 향후 대응 방향에 대해 보고하고 있다. 전 위원장의 보고 후 진행된 질의응답에서 유가족들은 격분한 목소리를 쏟아냈다.
 9일 오후 안산 단원고 본관 앞에서 전명선 416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이 단원고의 세월호 희생학생 전원 제적 처리와 관련해 향후 대응 방향에 대해 보고하고 있다. 전 위원장의 보고 후 진행된 질의응답에서 유가족들은 격분한 목소리를 쏟아냈다.
ⓒ 박호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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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 단원고등학교가 세월호 참사로 희생당한 학생들을 전원 제적 처리한 사태가 일파만파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단원고는 희생학생 246명 전원을 제적하고 실종학생 4명을 유급 처리한 것으로 확인됐다.

[첫 기사] 단원고, 세월호 희생학생 전원 제적... 유가족 반발

일괄 제적 처리는 9일 오후 세월호 정부합동분향소에서 '4·16 안전교육 시설 건립을 위한 협약식'이 열리기 전 어느 세월호 유가족이 단원고에서 아이의 생활기록부를 떼려다 제적된 사실을 학교 쪽으로부터 확인하면서 불거졌다.

현재 시점에서 확인된 사실은 이렇다. 단원고는 지난 1월 21일 '세월호 참사 희생(실종) 학생 학적처리 협조 요청' 제목의 공문을 경기도교육감 앞으로 보낸다. 이 공문은 유가족이 단원고에서 입수한 것이다.

이 문서의 학적 처리 지침사유를 보면 '2016학년도 신입생 입학 및 재학생 진급으로 희생(실종) 학생의 학적을 현 상태로 유지하기 어렵다'며, '2016학년도 개학 이전에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학생의 학적을 처리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러나 세월호 참사의 특수한 상황으로 제적 처리가 어렵기 때문에 관련 법령 등을 검토하여 학적 처리지침을 빠른 시일 내에 시달하여 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이에 대해 경기도교육청은 나흘 뒤인 같은 달 25일에 '세월호 참사 희생(실종) 학생 학적처리 협조 요청에 대한 회신'을 통해 이재정 교육감 명의로 "학생이 사망하였을 경우 이를 확인할 수 있는 공적인 서류를 받아 내부결재를 통해 제적처리 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그와 함께 사망자 및 실종자 학적처리 관련 법령 및 지침 1부를 첨부했다.

제적 처리 소식을 들은 희생학생의 학부모들은 단원고로 몰려가 생활기록부를 떼려고 했다. 하지만 '제적 상태에서 학생의 경우 생활기록부를 발급할 수 없음'이라는 문구가 뜨면서 생활기록부를 발급받지 못했다.

이에 대해 '동수 아빠'라고 자신을 밝힌 한 유족은 단원고 본관 앞에서 기자와 만나 "학교가 아이들을 완전히 없애버린 거나 마찬가지"라며 "제적이 됐다고 생활기록부를 뗄 수 없다는 것은 아이들의 흔적을 지우겠다는 것"이라고 분개했다.

제적이 될 경우 생활기록부를 뗄 수 없는 게 교육부의 행정지침이다. 제적이 됐을 경우 제적증명서를 발급받아야 한다. 유가족들은 그 사실을 몰랐다. 하지만 문제는 그게 아니다. 단원고가 희생학생 전원을 제적 처리한 사실 자체를 밝히지 않았다는 점이다. 단원고는 생활기록부를 떼려는 학부모들에게 제적증명서를 발급받아야 한다는 사실조차 알려주지 않았다.

'동수 아빠'는 "단원고 교감으로부터 학적부 등을 받아 보니 아이들이 2월 29일부로 제적 처리된 사실을 확인했다"며 "추교영 전 교장이 학교를 떠나기 전 처리한 것인데 실제 제적을 준비한 것은 더 오래됐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동수 아빠'는 "대부분의 부모들이 아이들 사망신고를 하지 않았다. 그런데 학교에서 무슨 근거로 제적 처리를 했는지 모르겠다"며 "오늘 협약식을 하기까지 일언반구 없다가 완전히 뒤통수 맞은 심정이다. 학교도 정부가 한 것과 똑같은 짓을 하고 있다. 두 번 다시는 가족들을 우롱하지 말아 달라"고 말했다.  

'동혁 엄마'는 "부모들은 아픈 마음 다스려가며 협약식까지 양보했는데 오늘 제적 처리된 게 밝혀진 걸 보면 아이들이 하늘에서 도와준 게 아닌가 싶다"며 "부모들은 협약식을 전면 부인하고 싶은 심정이다. 학교 쪽에서 공식적으로 해명하고, 제적 상태를 원상회복할 때까지는 교실을 존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명선 위원장 "법적 대응 통해 아이들 제적, 바로 잡겠다"

세월호 유가족 등이 단원고 본관 앞에서 학교 쪽의 세월호 희생학생 전원 제적 처리에 항의하며 밤샘농성에 들어갔다. 유가족들은 당분가 416교실을 지키는 농성을 계속할 예정이다.
 세월호 유가족 등이 단원고 본관 앞에서 학교 쪽의 세월호 희생학생 전원 제적 처리에 항의하며 밤샘농성에 들어갔다. 유가족들은 당분가 416교실을 지키는 농성을 계속할 예정이다.
ⓒ 박호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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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식사를 김밥으로 때운 유가족 등 100여 명은 오후 8시경 단원고 본관 앞에서 임시 회의를 가졌다. 전명선 416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단원고의 제적 처리와 관련 향후 대응 방향 등을 보고했다.

전 위원장은 "제적 처리 소식을 듣고 학교 쪽에 학칙과 학적부를 요구했고, 가족협의회 자문 변호사들에게 법률적 대응을 준비시켰다"며 "대부분 아이들 사망신고를 하지 않은 상태여서 소송을 통해 제적 처리를 무효화시킬 가능성은 큰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전 위원장은 "이재정 교육감이 전화통화에서 '미안하고 죄송하다'고 말했으나 말로 그칠 사안이 아니라 법적 대응에 필요한 서류를 받기로 했다"며 "이 교육감이 본보기 삼아 바로 잡아야 할 뿐 아니라 법률적으로도 바로 잡기 위해 박주민 변호사(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당선자)를 통해 교육감에게 연락을 드리도록 하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어 "제적을 결정한 추 전 교장에 대해서는 내일(10일)이라도 세월호 특조위가 소환 조사하기로 했다"며 "소환에 불응할 경우 법적으로 대응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전 위원장은 "416교실 이전과 관련한 협약식 이행은 오늘 쓰러진 정광윤 단원고 교장이 쾌유되는 대로 협의를 통해 온전하게 이전하고 복원될 수 있도록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전 위원장의 보고가 끝나자 여기저기서 유가족들의 거센 항의가 터져 나왔다. 한동안 전 위원장과 유가족 간에 설왕설래가 오고 갔다.

어느 학부모는 "가족들 모르게 학교가 아이들을 제적한 상태에서 협약식 이행이 제대로 될지 의문"이라며 "도교육청을 비롯해 학교마저 아이들과 부모들을 속이고 기만한 마당에 오늘 체결한 협약식은 무효화하고 416교실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른 학부모는 "아이들이 제적 처리된 마당에 416교실을 이전해야 할 이유를 모르겠다"며 "반 밴드 SNS를 통해 존치교실 문제부터 협약식 이행 여부까지 다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투표를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다른 학부모는 "416교실 정리 기한을 달라고 했는데 그것조차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며 "많은 부모들이 협약식을 하자고 해 인정을 했으나 지금 뒤통수 맞은 상황에서 어느 부모가 협약식을 인정하겠냐"고 반문했다.

임시 회의가 끝난 후 유가족들은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다 깔개와 담요 등을 본관 현관 앞에 깔고 밤샘 농성을 준비하며 반별 밴드를 통해 제적 처리 이후 대응 방향에 대해 투표에 들어갔다. 유가족들은 일단 내일로 예정된 재학생 학부모회의가 열릴 때까지 416교실을 지키기로 했다.

한편 제적 사태와 관련,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학교생활기록부 제적 처리가 유가족과의 사전 협의 과정 없이 진행된 점에 대해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유가족에게 정중히 사과 드린다"며 "앞으로 학교 쪽과 긴밀히 협의해 원만히 처리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태그:#단원고 세월호 희생학생 제적처리, #416기억교실, #세월호 유가족 단원고 밤샘농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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