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여행

광주전라

포토뉴스

물이 넘치는 화도 노두길을 건너는 사람들. ⓒ 서종규
일출을 맞으며 화도 노두길을 건너고 있는 경운기. ⓒ 서종규
화도는 면적이 0.15㎢ 밖에 되지 않는 아주 조그마한 섬이다. 언젠가 전라남도에서 가장 유명한 리조트가 있는 신안군 증도를 다녀오면서 둘러보았던 섬인데, 증도에서 화도로 들어가는 노두길이 너무 인상적이다. 이 길은 갯벌 위에 시멘트로 낸 길인데 밀물이 되어 바닷물이 가득 차면 길이 물에 묻힌다는 것이다. 그래서 길 끝에 위치한 펜션이 너무 인상적이었다. 그 후 늘 그곳에서 하룻밤을 지내고 싶은 욕구가 마음 구석에 주리를 틀고 있었다.

5월 7일 토요일 오후 3시경 우리가 도착했을 때, 사방은 바닷물로 출렁대는데, 바다 가운데로 흔적만 보이는 길이 뻗어 있다. 바다를 가로지는 길이 바닷물 표면 위에 뻗어 있는 것이다. 바로 신안군 증도와 화도를 잇는 1.2km의 노두길이다. 

시간이 지나자 물이 빠지기 시작한다. 바다를 가로질러 갯벌위에 낸 노두길에 찰랑찰랑 넘치던 바닷물이 빠지고 있다. 노두길에 넘치던 물은 눈에 보이듯 금방금방 빠지기 시작하더니, 기다리던 승용차 한 대가 길 위 물살을 헤치고 지나가기 시작한다.

조금 더 기다렸더니 물이 더 빠진다. 우리들도 신발을 벗고 노두길을 건너기 시작했다. 사방이 바닷물로 출렁거린다. 우리는 넓은 바다 위를 걷고 있다.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바다 위에서의 산책은 꿈을 꾸는 것 같다. 마음이 벅차다. 바다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노두길을 건너는 것은 무협지의 주인공 같다. 길 위에 흐르던 물이 발에 넘친다. 무서움보다는 신기함이 가득하다.
밀물이 몰려와 바닷물이 가득한 갯벌 위에 있는 화도 노두길. ⓒ 서종규
썰물로 바닷물이 다 빠져 광활하게 드러난 갯벌과 화도 노두길. ⓒ 서종규
밀물이 가득 차오르면 노두길이 바닷물에 잠겼다가, 썰물이 되어 물이 빠지면 바닷물은 보이지 않고 갯벌만 펼쳐진다. 하루 중 두 번 밀물이 들 때 갯벌은 보이지 않지만 바닷물이 빠지면 섬 주위는 온통 광활한 갯벌이다. 바닷물이 차 있는 시간보다 갯벌로 있는 시간이 더 많다.

우리들이 노두길 끝에 위치한 펜션에 도착했을 때 벌써 길 위의 물은 거의 빠져 있다. 그만큼 빨리 물이 빠져 나가는가 보다. 그리고 한 시간 정도 지나니 바닷물이 빠져 나가더니 갯벌이 보이기 시작한다. 또 한 시간 정도 지나니 사방은 온통 갯벌로 변했다.

갯벌엔 미세한 움직임들이 보인다. 게들이 구멍에서 나오다가 사람들이 지나가는 기척을 느끼자 다시 굴속으로 숨는다. 갯벌에서 가장 유명한 짱뚱어도 갯벌 위를 기어 다니다가 사람들의 기척을 느끼면 조그맣게 고인 물속으로 숨어버린다.

가득 차올랐던 물이 서서히 빠져서 광활한 갯벌로 변하는 모습을 시시각각 바라보니 바다의 새로운 모습을 보는 것 같다. 항상 깊은 바다라는 생각에서 아주 얕은 바다가 있다는 생각의 변화, 물이 빠진 갯벌에 새로운 생명의 세계가 존재한다는 생각들이 새롭다.

증도와 화도, 병풍도 일대의 갯벌은 유네스코생물권보존지역으로 지정되어 있으며, 람사르습지 보존지역으로 지정되어 있다. 또 국가습지보존지역이며, 갯벌도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다. 그만큼 갯벌의 소중한 가치를 잘 드러내고 있는 곳이다.
 
화도 노두길 주변 갯벌에 사는 게와 짱뚱어. ⓒ 서종규
펜션 옆에 쌓인 모래톱을 걷는 사람. ⓒ 서종규
펜션의 양 창문으로 동쪽과 서쪽이 동시에 보인다. 노두길 입구에 주차해 놓았던 차를 펜션으로 가져왔다. 서쪽으로 지는 해는 앞에 보이는 증도의 섬 위로 넘어가면서 하늘과 갯벌을 붉게 물들인다. 검붉은 구름은 어쩐지 쓸쓸함을 자아내는데 갯벌에 묶여 있는 조그마한 배 한 척이 더욱 외롭다. 갯벌에서 움직이는 조그마한 게나 짱뚱어는 어둠으로 보이지 않지만 가끔 들리는 알 수 없는 새 울음소리가 밤하늘의 별들을 불러들인다.

잠을 자다가 문득 깨어 보니 오전 3시 정도다. 밤하늘은 아주 캄캄한데 바다를 보니 갯벌은 어느새 바닷물로 가득 차 있다. 노두길도 바닷물이 넘쳐흐르고 있다. 지나갈 수는 없지만  노두길을 넘쳐흐르는 바닷물의 소리가 밤의 고요를 헤치고 크게 들린다.

미세먼지 주의가 내려진 밤하늘엔 수많은 별들이 보이지는 않지만 북두칠성 등 큰 별들은 가까이 내려온다. 그래도 도심에서는 거의 볼 수 없는 별들이 조금이라도 보인다는 것이 큰 즐거움이다. 미세먼지가 없었다면 더 많은 별들이 밤하늘을 수놓았을 것이다.
   
잠깐 잠이 들었던 새벽인데 직감적으로 잠에서 깼다. 동쪽 창문이 붉게 물들었다. 카메라를 들고 밖으로 나왔다. 해가 산등선 위로 솟아오르기 시작한다. 어제 보았던 석양의 쓸쓸함은 간데없고 활기찬 햇살이 가득하다. 아주 다른 세상이 펼쳐진 것 같은 햇살이다. 한밤중에 가득했던 바닷물은 어느새 모두 물러가고 갯벌만 햇살에 충만하다.

솟아오르는 해를 바라보며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몇 명 보인다. 새벽을 가르는 경운기 소리가 들리고, 일찍 일어난 사람들은 펜션 옆에 쌓인 모래톱으로 나간다. 모래톱엔 도요새들도 있고, 게며, 짱뚱어며, 고동들도 살아서 움직인다.

화도가 외가라는 김아무개씨는 화도 노두길이 그리운 곳이기는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고 한다. 갯벌은 그대로 보존해야 하는데, 노두길을 막아 놓아서 아무래도 물의 흐름이 끊어진다는 것이다. 

"어떤 사람들이 말하기를 바다를 막으면 주변의 갯벌들이 생기를 잃어 간다고 하는데, 노두길을 막아 놓으니 물의 흐름이 끊어져 갯벌의 생기가 줄어들까봐 걱정이에요. 물이 잘 소통되면 갯벌의 환경이 훨씬 좋아서 더 많은 생물들이 살아 숨쉴 것인데, 앞으로 어떻게 될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노두길을 놓을 때 바닥에 수많은 토관을 묻어 바닷물이 흐를 수 있도록 했으면 더 좋았을 것인데." 

펜션 주인의 말에 의하면 신안군 증도에서 화도로 들어가는 길이 원래는 없었다고 한다. 화도에 사는 사람들인 약 50여 명 정도인데 옛날에는 물 빠진 갯벌을 바지를 걷고 건너다녔다고 한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징검다리를 놓기 시작하여 징검다리를 건너다니기 시작했다고 한다.

"옛날에는 모두 발 벗고 바지 걷고 건넜어요. 오래 전부터 징검다리가 놓여 있었고, 그 위로 다녔지만 온전하지 못하여 갯벌에 빠지고 그랬어요. 그런데 한 10여 년 전에 저렇게 갯벌에 바윗돌을 쌓고, 그 위에 시멘트로 길을 내었지요. 보통 때에는 저 길이 물에 잠기지 않지만 밀물이 가장 많이 밀려오는 사리 때에 물이 넘쳐요." 

노두길은 대략 보아서 갯벌 바닥에서 길까지의 높이는 1m 정도로 보인다. 길 양 옆에 돌무더기들이 쌓여 있고, 가운데 투박한 시멘트포장으로 되어 있다. 폭은 그리 넓지 않아서 차가 한 대만 다닐 수 있다. 중간 중간에 차와 차가 비켜갈 수 있는 공간이 세 군데 있다.
경운기를 타고 화도 노두길을 건너는 사람. ⓒ 서종규
모 방송국에서 방영한 <고맙습니다> 드라마 촬영장. ⓒ 서종규
화도는 신안군 증도에 붙어 있는 조그마한 섬이다. 안내표지판에 의하면 '화도(花島)'는 백제 무왕의 왕비 선화공주가 이 섬에 꽃을 가꾸어 꽃이 만발하였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또 섬에 해당화꽃이 많이 피어 꽃섬이라고 부르기도 하였다고 하고, 하늘에서 본 섬의 모양이 꽃봉오리처럼 아름답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도 한다.

간척을 하여 조금 넓어지기 했지만 관광하기에 볼거리는 거의 없다. 얼마 전 모방송국에서 <고맙습니다>라는 드라마를 찍었다는 집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데, 유일한 볼거리일 것 같다. 낮은 산이 하나 있는데 그 기슭에 교회가 하나 있고, 그 옆에 펜션 몇 채도 보인다. 요즈음은 증도를 일주할 수 있는 '모실길' 40여 km가 연결되어 있어서 일부러 찾는 사람들이 있다.  

화도에 가는 길은 무안공항 옆을 지나 바닷길을 달려가다 보면 신안군 지도라는 곳이 나온다. 이 지도는 원래 섬이었는데 육지와 아주 가까워 둑을 쌓듯 다리를 놓아 육지화 되었다. 지도에서 바다를 건너 사옥도를 지나야 하는데, 지금은 지도대교를 지나 사옥도로 갈 수 있고, 사옥도에서 다시 증도대교를 지나면 증도가 나타난다. 이 증도대교는 2010년에 개통되었는데, 그 전에는 배로 다녀야만 했다. 증도 덕정마을을 지나면 화도로 들어가는 노두길이 놓여 있다.

신안군 증도는 국내 최대크기의 태평염전을 비롯한 많은 염전들에서 천일염을 생산하여 '신안천일염'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그리고 우리나라 최초 슬로시티로 지정이 되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늘어나면서 연간 100만 명이 넘는 관광객들이 찾는다고 한다. 그리고 천혜의 절경에 지어진 리조트는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고 한다. 
신안군 증도에서 천일염을 생산하는 염전과 소금창고. ⓒ 서종규
갯벌 위에 지는 석양. ⓒ 서종규
태그:#화도노두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인간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다름을 서로 공유하는 것입니다.

독자의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