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비온뒤무지개재단은 2014년 창립 이후 사단법인 등록과 관련하여 법무부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총 4회로 성적소수자 단체와 사단법인 등록의 의미를 국내외적 사례 등을 통해 살펴보고자 합니다. 1회에서는 2차 변론기일의 스케치, 2회에서는 아프리카 보츠와나 성적소수자 단체인 레가비보의 단체 등록 과정을 통해 보는 해외 사례, 3회에는 재단 사단법인의 법적 의미 그리고 4회에서는 사단법인 등록과 관련된 국제적 의견을 다뤘습니다... 기자말

한국 최초의 성소수자 인권 재단 '비온뒤무지개재단'의 행보는 첫걸음부터 순탄치 않았다. 서울시와 국가인권위원회의 거부에 이어, 2015년 4월 법무부 또한 법인설립 신청 불허를 통보했기 때문이다. 성소수자 인권 보호를 위한 비온뒤무지개재단은 사단법인 등록 거부로 인해 기부에 대한 세금공제조차 적용받을 수 없게 됐다. 국제인권기구 휴먼라이츠워치(Human Rights Watch)는 이를 두고 "비온뒤무지개재단이 온전한 법의 테두리 안에서 기능할 수도 없게 만드는 조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휴먼라이츠워치는 전 세계 90개국 이상의 인권상황을 감시하는 국제인권기구다. 시민적, 정치적 권리뿐 아니라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권리 전반을 파악하고, 표현의 자유, 집회결사 및 이동의 자유 제한, 차별, 여성과 아동 학대, 노동권 침해, 공정한 재판절차의 부재, 자의적 체포와 처벌 등 기본적 인권 침해에 관해 폭로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그런 휴먼라이츠워치가 이번에는 한국의 비온뒤무지개재단 사단법인 등록 거부 사태에 시선을 돌렸다. 가장 기본적 인권 중 하나인 결사의 자유가 짓밟힌 이번 사태는, 유엔 평화적 집회 및 결사의 자유 특별보고관의 이목 또한 집중시켰다.

법무부는 성소수자 인권과 관련된 단체 설립의 주무 관청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법무부 입장에 대해 유엔 평화적 집회 및 결사의 자유 특별보고관은 지난 2016년 1월 방한 일정 중 단도직입적인 질문을 던졌다. "그럼 어디에 등록 신청을 하란 말인가?" 한국정부는 이 질문에 대한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오로지, 법무부의 법인 설립 허가 대상은 인권 증진 전반을 다루는 단체여야 하기 때문에 특정 영역이나 대상의 인권을 다루는 단체는 그 소관이 아니라는 억지스런 주장뿐이다.

휴먼라이츠워치는 법무부가 국가 인권정책 총괄 기관이되 특정 소수자 인권에 대한 주무관청이 아니라는 주장이 기만적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법무부에 등록된 비영리법인 현황을 보면, 이미 청소년, 이주민, 다문화, 사회적 취약 계층 등 다양한 인권단체들이 법무부 소관 비영리법인으로 등록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성소수자 인권에 대해서만 불허 결정을 내리고 있는 것이다. 유엔 평화적 집회 및 결사의 자유 특별보고관 또한 한국의 법인 인가 제도가 정부에 광범위한 재량권을 부여함으로써 불확실성을 야기하고 있으며, 한국 정부가 모든 시민들의 결사의 자유를 촉진할 수 있는 적극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일각에서는 성소수자 인권이 너무 정치화된 이슈라서 다루기 조심스럽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4월 13일 총선에서 보수 종교단체를 의식한 일부 한국 정치인들은 동성애 혐오적인 발언을 일삼기도 했다. 그러나 사회적 소수 인권 보호는 정치와 타협의 대상이 아니라, 국제적 인권 기준을 적용시켜 접근해야 할 사안이다. 즉, 한국의 정치인들은 어느 이해집단의 목소리가 더 강력한지가 아닌, 어느 사회적 소수집단이 인권보호 조치를 필요로 하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하고 행동해야 한다.

국내외에서 한국 정부는 인권 이슈에 대한 일관성을 결여해왔다. 곧 국제무대에서는 인권 증진에 매우 모범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국내 문제에 있어서는 정반대로 소극적인 자세를 견지해 왔다. 가령, 휴먼라이츠워치에 따르면,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한국 정부는 2011년과 2014년 성적지향 및 성정체성 관련 폭력 근절을 촉구하는 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지는 등 LGBT 인권 보호에 앞장서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 국내에서 성소수자 인권상황은 2015년 전반에 걸쳐 꾸준히 악화되어 왔다. 비온뒤무지개재단 등록 불허에 이어 한국 정부는 새로운 성교육 지침을 배포함으로써 교육과정에서 동성애 언급을 배제시켰다. 휴먼라이츠워치는 이에 대해 청소년 교육권 및 정보권을 공공연히 부인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한국 정부 스스로 찬성표를 던진 유엔 인권이사회 결의안은 모든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동등한 존엄성과 권리가 있다는 원칙에 기반하고 있다. 모든 국민이 법 앞에 평등하다는 원칙은 대한민국 헌법 제11조에도 마찬가지로 명시되어 있다. 휴먼라이츠워치의 지적대로, 집회와 결사의 자유 보호를 위한 헌법적 기반을 보유한 한국과 같은 국가에서 성소수자 인권재단이 등록조차 할 수 없다는 건 상식 밖의 일이다.

아시아에서 문화적 리더로 부상하고 있는 힌국이 역내 인권문제에 대해서도 모범을 보일 수 있을지 국제사회가 주목하고 있다. 6월 중에는 비온뒤무지개재단 사단법인 등록을 둘러싼 최종 선고가 내려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정부가 자국 내 소수자 인권 보호에 대해서도 일관성을 보여줄 수 있을까.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문연진님은 국제관계 석사 학위를 가진 인권 전문 통번역사입니다.



태그:#비온뒤무지개재단, #행정소송, #휴먼라이츠워치, #유엔 집회 및 결사의 자유 특별보, #사단법인
댓글

비온뒤무지개재단은 한국 최초의 성적소수자들(LGBTAIQ)을 위한 재단입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