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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림축산검역본부의 '2015년 동물보호에 대한 국민의식조사 결과보고'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5가구 중 1가구는 반려동물을 기르고 있으며, 반려동물 사육 두수는 약 700만 마리로 추산된다. 농림축산검역본부는 1인 가구 증가·고령화 심화 등에 따라 반려동물 사육이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관련 산업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개·고양이를 판매하는 펫숍은 대형마트까지 진출했다. 동물에 관심이 없던 사람도 마트에 장을 보러 갈 때마다 판매용으로 전시된 개·고양이를 보며 '한번 키워볼까?'하는 충동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보다 많은 잠재적 소비자에게 상품을 반복적으로 노출해 구매를 부추길 수 있다는 이점, 이것은 펫숍이 대형마트에 진출한 가장 큰 이유인지도 모른다. 

펫숍에서 사고 팔리는 어린 개들은 대체 어디서 오는 걸까? 지난 15일, SBS <TV 동물농장>(765회)에서 펫숍 쇼윈도에 진열된 강아지들의 불편한 진실이 방송됐다.

개들의 지옥, '강아지 공장'의 참혹한 실태

반려동물 번식장의 어미 개들이 살아가는 환경. 'TV 동물농장'의 한 장면.
 반려동물 번식장의 어미 개들이 살아가는 환경. 'TV 동물농장'의 한 장면.
ⓒ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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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지'는 김현주씨가 지난 1월 어느 개 농장에서 구조한 암컷 개다. 수지의 몸에는 많은 수술 자국이 있다. 왼쪽 뒷다리는 접혀 있어서 제대로 걷지도 못한다. 다 빠지고 얼마 남지 않은 치아마저도 썩어들어 가고 있는 데다가, 입 안에는 커다란 종양이 있다.

수지는 몸이 성치 않은 암컷 개들을 모아놓은 농장에서 구조됐다. 만약 구조되지 않았더라면 건강원이나 식당에 식용으로 팔려갈 운명이었다. 구조 후 엉겨 붙어 있는 털을 밀어내자 참혹한 상처들이 드러났다. 그동안 얼마나 핥았는지 구멍이 뚫려버린 배에는 수없이 많은 수술자국이 남아 있었다.

현주씨는 유선종양·탈장·자궁축농증을 앓고 있던 수지를 동물병원에 데려갔다. 자궁축농증과 탈장 수술을 위해 절개를 한 수지의 뱃속은 참혹할 정도로 엉망이었다. 수술을 맡은 수의사에 따르면, 수지의 자궁과 소장이 꽈배기처럼 유착된 상태였기 때문에 수술하는 동안 하나하나 혈관을 지혈해가며 다 떼어냈다고 한다. 수의사는 비전문가가 수술을 위해 수지의 내부 장기를 밖으로 꺼냈다가 정리하지 않은 채 그대로 밀어 넣은 것 같다고 했다.

수지의 배에 수많은 상처를 남긴 수술은 대체 누가 한 걸까? 답을 찾기 위해 제작진은 지난겨울 수지를 구조해온 개 농장을 찾아갔다. 이 농장 관계자는 수지처럼 나이가 들거나 병든 암컷 개들을 번식장에서 헐값에 사왔다고 했다.

번식장은 개들을 번식시켜 펫숍에 파는 업체를 말한다. 펫숍 쇼윈도에 전시된 어린 개들의 '고향'인 것이다. 번식장은 마치 공장에서 강아지 인형을 찍어내듯이 새끼 개를 만들어내기 때문에 '퍼피밀(강아지 공장)'이라고도 불린다. 펫숍 뿐만이 아니라 대형마트·인터넷·동물병원에서 판매되는 강아지들은 대부분 번식장에서 태어난 개들이다.

제작진은 번식장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으로 가장해서 전라남도에 있는 어느 번식장에 접촉을 시도했고, 방문해도 좋다는 주인의 답변을 받았다. 번식업에 종사한 지 올해로 19년째라는 주인은 업계에서 베테랑으로 통한다고 했다.

주인을 따라 들어간 번식장 건물에는 펫숍에서 흔히 팔리는 품종견들이 사육되고 있었다. 수백 마리의 개들이 최소한의 관리조차 받지 못했는지 누더기 같은 상태로 좁디좁은 철창에 갇혀 있었다. 건물 안에는 악취가 진동했고, 켜켜이 쌓인 채 썩어가는 개들의 배설물에는 구더기가 들끓었다. 개들은 하나같이 온전한 모습이 아니었고, 참혹한 상처를 입은 개들도 많았다.

햇볕을 쬐지도 못하고 부드러운 흙을 밟지도 못한 채, 바닥이 철장으로 뚫려있는 뜬 장에서 임신과 출산을 반복하는 것이 번식장 어미 개들의 삶이었다. 이런 환경에서 태어난 새끼 개들이 건강할 수 있을까? 펫숍에서 구입한 개가 폐사해서 판매자와 소비자 간의 분쟁이 빈번한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일 것이다.

'번식기계'로 착취당한 후에도 편히 눈 감지 못한다

번식장 주인이 암컷의 생식기에 주사기 바늘을 찔러 넣어 '인공수정' 시술을 하고 있다. 'TV 동물농장'의 한 장면.
 번식장 주인이 암컷의 생식기에 주사기 바늘을 찔러 넣어 '인공수정' 시술을 하고 있다. 'TV 동물농장'의 한 장면.
ⓒ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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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충격적인 것은 번식장의 불결한 환경만이 아니었다. 발정이 끝나가는 데도 임신이 되지 않았다며, 번식장 주인이 암컷 시추 한 마리를 수컷과 강제로 교배시키기 시작했다. 그러나 교배가 뜻대로 되지 않자 주인은 종이컵과 주사기를 가져왔다. 그리고는 수컷에게서 억지로 정액을 빼내어 주사기에 담은 다음, 비명을 지르는 암컷의 생식기에 주사기 바늘을 찔러 넣었다.

번식장 주인은 이런 폭력적인 과정을 가리켜 '인공수정'이라고 했다. 개들의 종류와 크기에 따라 도구를 마련해두고 인공수정을 한다고 했다. 그래야 새끼 개를 더 자주 더 많이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제작진이 인터뷰한 전직 번식장 직원의 증언에 따르면, 번식장에서 자연적인 교배라는 건 이뤄지지 않는다고 한다. 강제로 교배를 시키거나 발정유도제를 주사해서 어미 개에게 많으면 일 년에 세 번씩 임신을 시킨다고 했다. 번식장에서 어미 개들은 평생 50여 마리의 새끼를 낳는다고 한다.

이처럼 어미 개들은 고장이 나기 전에는 스스로 멈출 수 없는 공장의 기계처럼 평생 임신과 출산을 반복한다. 그러나 이들이 죽는 순간까지도 사람들의 배려는 없다. 새끼를 낳지 못할 정도로 몸이 망가지면 식용으로 팔려가기 때문이다. 

방송에서 어느 번식장 관계자는 '밥값을 못하는' 개들을 나무 밑에 판 구덩이에 묻은 다음 돌로 눌러둔다고 했다. 돈 몇 푼을 벌자고 고깃덩어리로 팔 수가 없어 손수 '안락사'를 시켜줬다는 건데, 이런 죽음을 과연 안락한 죽음이라고 할 수 있을까?

젖을 미처 떼지도 못한 채 팔려나가는 강아지들

번식장 주인이 동물병원에서 곁눈질로 익힌 방법으로 제왕절개 수술을 직접 했다며 으스대고 있다. 'TV 동물농장'의 한 장면.
 번식장 주인이 동물병원에서 곁눈질로 익힌 방법으로 제왕절개 수술을 직접 했다며 으스대고 있다. 'TV 동물농장'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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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식장의 충격적인 현실은 이뿐만이 아니다. 어미 개들은 반복된 출산으로 몸이 성할 리가 없다. 그 결과 난산이 많아지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새로 태어나는 새끼는 번식장에서 가장 중요한 '돈벌이 수단'이다. 그래서 번식장에서는 새끼가 난산을 겪는 어미의 뱃속에서 죽지 않도록 어미의 배를 가른다. 번식장에서는 이것을 '제왕절개'라고 부른다. 물론 이런 수술을 시행하는 사람에게 수의사 면허 같은 건 없다.

번식장 주인은 어미의 배를 가르고, 새끼를 꺼낸 다음 봉합을 마치는 과정을 동물병원에서 곁눈질로 익힌 방법으로 본인이 직접 했다며 자랑스러워했다. 이 과정에서 케타민을 비롯하여 일반인이 소지할 수 없는 향정신성 의약품이 마취제로 사용하는 불법이 발생한다. "다른 농장에서도 다 그렇게 한다"는 주인의 말은 이러한 행위가 특정 농장의 문제가 아닌 번식업계의 일반적인 관행임을 암시한다.

수술 도중 마취가 깨는 바람에 개의 창자가 튀어버리기도 하고, 어설픈 수술로 개들이 죽기도 한다. 이런 일이 벌어지는 이유는 순전히 돈 때문이다. 개를 동물병원에 데려가서 수술하면 당연히 비용이 드는데 손해 볼 일을 누가 하겠냐는 것이다. 심지어 자연분만이 가능한 어미 개들까지도 산고를 치르는 동안 새끼가 죽을까 봐 멀쩡한 배를 가르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수의사들은 면역력을 비롯한 문제 때문에 개들이 생후 두 달 정도는 어미젖을 먹어야 한다고 권고한다. 생후 만 60일을 넘기지 않은 개를 사고파는 건 동물보호법상 위법행위다. 그러나 번식장에서 태어난 강아지들은 생후 60일을 넘기기도 전에 팔려나간다. 작고 어릴수록 비싼 값에 팔리기 때문이다. 귀엽고 어린 강아지를 선호하는 풍조가 만들어낸 현상이다. 

'사지 말고 입양하라'는 캠페인만으로는 부족하다

반려동물 번식장의 어미 개들이 살아가는 환경. 'TV 동물농장'의 한 장면.
 반려동물 번식장의 어미 개들이 살아가는 환경. 'TV 동물농장'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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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림축산검역본부의 '2015년 동물보호 복지 실태조사'에 따르면, 작년에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유기동물은 8만2천 마리이며, 이 중에서 개가 72.7%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그리고 유기동물 가운데 원래 소유주에게 반환된 동물은 14.6%에 불과하며, 32%는 개인 분양, 22.7%는 자연사, 20%는 안락사 처리됐다. 지자체가 이러한 처리에 지출한 비용은 128억8000만 원에 달했다.

유기동물의 절반에 육박하는 비율이 자연사·안락사로 본래의 수명을 채우지 못한다. 국민은 유기동물을 처리하는 작업에 세금을 지불한다. 이 모든 문제의 중심에는 개를 끝도 없이 번식시키는 번식장과 그렇게 태어난 개들을 사고파는 펫숍이 있다. 번식장들은 개를 무한정 방출하여 돈을 벌고, 국민은 그렇게 넘쳐난 동물을 구조·입양·안락사하는 비용을 치르는 것이다.

이제는 "사지 말고 입양하라"는 캠페인만으로는 부족하다. 해로운 물질을 배출하는 업체들을 국가가 단속·규제하듯이, 동물의 과잉 공급·소비를 양산하는 업체들에 대한 제재가 필요하다. 게다가 이러한 번식장들은 대부분 국가에 신고도 하지 않은 채 불법으로 운영되고 있다. 정부는 이런 업체들을 단속하기는커녕 실태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날 방송 후, 동물보호단체 '동물을 위한 행동'은 반려동물 번식장과 펫숍에 대한 엄격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동물에 대한 전문지식과 복지조건을 갖춘 전문 브리더들이 국가에서 발급하는 면허를 취득한 후에 종사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했다. 또한 동물학대적인 대형 번식장은 사라져야 한다고 했다.

한편 <TV 동물농장> 제작진과 함께 전남의 번식장을 조사한 '동물자유연대'는 강아지 공장 철폐를 위한 동물보호법 개정을 요구하는 서명운동에 돌입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조세형 기자는 ‘동물을 위한 행동’의 활동가입니다.



태그:#강아지 공장, #번식장, #펫숍, #애견샵, #동물학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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