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시즌 서른 번째 패배 지난 24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6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 가 2-1 넥센의 승리로 끝났다. 경기를 마친 한화 선수들이 아쉬운 표정으로 더그 아웃으로 들어오고 있다.

▲ 한화, 시즌 서른 번째 패배 지난 24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6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 가 2-1 넥센의 승리로 끝났다. 경기를 마친 한화 선수들이 아쉬운 표정으로 더그 아웃으로 들어오고 있다. ⓒ 연합뉴스


같은 하늘 아래, 똑같은 야구를 하고 있는데도 천당과 지옥, 금수저와 흙수저의 빈부 격차는 엄연히 존재한다.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와 한화 이글스가 같은 날, 각각 대조적인 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선두 두산은 올 시즌 최소 경기 30승 고지에 등극했지만, 꼴찌 한화는 최소 경기 30패의 불명예 기록을 세웠다.

최소 경기 30승, 두산 베어스의 질주

환호하는 두산 지난 19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두산과 기아의 경기에서 승리한 두산 선수들이 경기 후 환호하고 있다.

▲ 환호하는 두산 지난 19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두산과 기아의 경기에서 승리한 두산 선수들이 경기 후 환호하고 있다. ⓒ 연합뉴스


두산은 24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6 타이어뱅크 KBO리그 홈 경기에서 케이티 위즈를 8-5로 제압했다.

두산은 올 시즌 그야말로 어떤 팀, 어떤 위기상황을 맞이해도 좀처럼 쉽게 지지 않을 것 같은 위용을 자랑한다. 이날은 리그 평균자책점 1위인 선발 마이클 보우덴이 5.2이닝 5실점(5자책)으로 다소 부진했음에도 타선이 폭발하며 2번이나 역전을 끌어내는 뒷심을 선보였다.

두산 타선은 장단 9안타와 볼넷 6개를 뺏어냈고 특히 3-5로 끌려가던 7회에만 5점을 몰아치는 집중력을 선보였다. 하위타선인 8번 허경민의 안타에서부터 비롯된 무사 만루 찬스가 오재원, 민병헌, 오재일의 3연속 적시타로 이어졌다. 상·하위 순번 구분 없이 쉬어갈 곳이 없는 두산 타선의 막강함을 또 한 번 보여준 장면이다. 에반스와 오재원, 민병헌이 2타점씩을 고르게 기록하며 공격을 이끌었다.

리드를 잡은 경기종반에는 정재훈(8회)과 이현승(9회)의 필승조가 1이닝씩을 깔끔하게 책임지며 불펜의 안정감 역시 두드러졌다.

이날 승리로 두산은 올 시즌 10구단 중 가장 먼저 30승(1무 12패. 승률 .714) 고지를 밟고 단독 선두 자리를 더욱 확고히 다졌다. 이날 우천으로 경기가 취소된 2위 NC와는 6.5게임 차.

두산은 프로 원년인 지난 1982년 30승 11패 승률 0.732를 기록한 이후 팀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승률을 달성하며 30승 고지에 올라섰다. 두산은 역대 30승 고지를 선점했던 82년과 95년에도 한국시리즈를 모두 우승한 바 있다.

단일리그제로 치러진 역대 KBO리그에서 시즌 30승 고지를 선점한 팀의 정규리그 우승 확률은 51.9%, 한국시리즈 우승 확률은 48.1%로 모두 절반에 가까운 높은 확률을 자랑한다. 역대 최고승률 30승 기록은 1992년 빙그레(현 한화)가 기록한 30승 1무 7패 승률 .803이었다. 빙그레는 당시 정규리그 최종순위도 1위를 차지했으나 정작 한국시리즈에서는 3위 롯데에 덜미를 잡혀 통합우승은 달성하지 못했다.

또한, 30승 선점은 최소한 가을야구 보증수표다. 역대 프로야구에서 30승을 선점한 팀들은 단 한 번을 제외하면 모두 최소 4강 이상을 기록하며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유일한 예외는 오직 지난 2011년 LG 트윈스(당시 59승 2무 72패. 승률 .450, 최종순위 6위) 뿐이다.

여기에 두산은 올 시즌 팀 순위만이 아니라 각종 기록 면에서도 역대급 페이스를 보여주고 있다. 유일한 팀타율 3할대(.311)를 비롯하여 홈런-타점-득점-출루율-장타율-퀄리티스타트 등 공수 주요 부문에서 모두 선두권이다. 팀 평균자책점(3.99)도 이날 NC(3.98)에 근소한 역전을 허용했지만, 고작 0.01 차이로 뒤진 2위다.

두산에서 비교적 좋지 못한 기록은 최다 병살 1위(43개)와 저조한 도루(24개. 8위) 정도인데 대신 타선의 파괴력과 몰아치기가 워낙 뛰어나서 크게 약점으로 느껴지지도 않는다. 현재 두산의 페이스라면 90승에서 최대 100승까지도 가능하다는 기대가 나올 정도다.

30패 달성 한화, 끝을 알 수 없는 바닥

찬스 놓친 김태균 지난 24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6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 5회 초 1사 주자 1·2루 때 한화 김태균이 삼진을 당한 뒤 아쉬워 하고 있다.

▲ 찬스 놓친 김태균 지난 24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6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 5회 초 1사 주자 1·2루 때 한화 김태균이 삼진을 당한 뒤 아쉬워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선두 두산이 30승을 기록하던 날, 공교롭게도 꼴찌 한화는 30패로 빈부 격차의 수미쌍관을 이뤘다. 구로구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넥센 히어로즈와 원정 경기에서 한화는 에이스 에스밀 로저스를 투입하고도 1-2로 석패했다.

로저스가 7.1이닝 2실점(1자책)으로 자신이 세운 올 시즌 한화 선발투수 한 경기 최다 이닝 기록을 또 경신했지만 5안타 1득점에 그친 타선의 침묵 속에 고개를 숙였다. 로저스 본인도 승부에 대한 부담이 컸던지 평소 같지 않은 실수가 잦았다.

2회 말 1사 2·3루에서 넥센 박동원의 땅볼 타구를 직접 잡아 홈으로 뛰던 3루 주자 대니 돈을 태그하려다가 넘어지는가 하면, 오른손에 공을 쥔 채 빈 글러브로 태그하면서 실점을 내줬다. 본인의 실수로 인한 실점이니 어디 하소연도 못 하는 상황. 로저스는 3회에도 1루 주자를 견제를 시도하려다 그만 공을 뒤로 빠뜨리는 보크로 2루 진루를 허용하는 등. 이날 호투 이상의 다양한 '몸개그'를 선보였다.

양 팀 모두 팽팽한 투수전 양상이었지만 득점찬스에서의 집중력과 팀플레이에서 넥센이 근소하게 앞섰다. 넥센은 이날 고작 4안타를 때려내는 데 그치며 한화보다 오히려 안타가 더 적었다. 하지만 넥센은 1-1은 5회 김하성의 도루와 임병욱의 보내기 번트, 서건창의 결승타가 이어지며 안타 1개로 결승점을 뽑아내는 효율성을 선보였다.

반면 한화는 1회 3안타로 선취점을 뽑아낸 이후에는 내내 침묵했다. 2회 상대실책으로 인한 추가득점 기회에서 무사 2루에서 조인성의 보내기 번트가 3루 주자의 아웃으로 이어지며 득점기회가 무산되는 등, 벤치의 작전구사와 선수들의 수행능력에서 넥센과 대조를 이뤘다.

또한, 한화는 이로써 42경기 만에 올 시즌 최단기간 30패 고지에 등극하는 불명예를 안았다. 지난 2015년(65경기. 6월 18일)과 비교하면 무려 23경기, 기간으로는 약 한 달이나 이른 시점이다. 김성근 감독 부임 첫해였던 지난 시즌에는 30패에 도달하기 전에 이미 35승을 거둔 상태로 승수가 더 많았고 팀 순위도 당시 5위였다. 반면 올 시즌 최하위인 한화가 거둔 승수는 고작 11승(.268)으로 승률이 2할대에 불과하다.

심지어 종전까지 한화 팬들에게서 '최악의 암흑기'로 불리던 전임 김응용 감독 시절도 2013년 45경기(당시 14승 1무 30패), 2014년 48경기(17승 1무 30패)로 패배를 적립하는 속도가 올해만큼 빠르지는 않았다. 당시에도 김응용의 한화는 시즌 끝까지 2년 연속 최하위(9위)에 그쳤다.

올해 야심 차게 포스트시즌 진출을 노렸던 이글스는, 이제는 반등의 문제가 아니라 역대 최악의 꼴찌 탄생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헬조선보다 더 참혹한 김성근표 '헬한화'의 현주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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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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