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현지시각) 제69회 칸영화제 개막식이 열린 뤼미에르 대극장의 모습.

11일(현지시각) 제69회 칸영화제 개막식이 열린 뤼미에르 대극장의 모습. ⓒ FDC


제69회 칸영화제가 끝난 지도 어언 2주가 지났다. 5편의 한국영화들도 여러 부문에 진출해 세계 관객들과 만났고, 이 중 경쟁부문에 진출한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와 비경쟁 부문에 진출한 나홍진 감독의 <곡성>이 국내에서 개봉해 호응을 얻고 있다.

이미 647만 관객(6월 8일 기준)을 동원하며 크게 흥행한 <곡성>과 지난 1일 개봉 직후 흥행 조짐을 보이는 <아가씨>도 좋지만 여전히 관객들은 배고프다. 세계 관객을 열광시켰던 칸영화제의 경쟁 부문 진출작들은 과연 언제 국내 관객들과 만날 수 있을까. <오마이스타>가 영화제 폐막 이후 경쟁 부문 진출작 21편의 국내 수입 현황을 파악해보았다. 누가, 무엇을, 왜! 수입했을까. 해외 평단 반응과 영미권 영화 전문지인 <스크린데일리>의 평점 순으로 정리했다.

그 전에 잠깐!

많은 국내 영화수입사들이 올해 칸영화제 마켓을 두고 "살 작품이 많지 않았다"고 평했다. 작품 수가 적었다는 의미가 아니다. "예술-독립 영화들의 가격이 두 배 이상 올랐"거나 "이미 다른 곳에 의해 선점된 작품들이 많았"다는 뜻이다. (관련 기사 : 칸영화제, 너넨 영화 보니? 우린 산다!) 이번 경쟁작 중 절반 정도가 '프리바잉'(완성된 영화를 보지 않고 제작 단계에서 구매한)이라는 사실이 그 증거다.

또한 최근 들어 멀티플렉스와 몇몇 중소수입사 간 독점 계약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예술영화마저 대기업이 독식한다는 우려 또한 나오고 있다. 국내 영화 시장에서 예술 영화의 성공 여부에 대기업 멀티플렉스 극장이 깊이 관여하고 있는 셈이다. 소위 '아트버스터'(예술 영화임에도 상업 영화 못지않게 흥행하는 작품을 뜻하는 신조어)의 어두운 단면이다. 상대적으로 국내 독립예술영화 전용관이 영화를 수급하기 더 어려워지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관련 기사 : 예술영화도 독점하는 멀티플렉스, 웃는 자와 우는 자) .

  영미권 영화 잡지 <스크린 데일리>가 부여한 69회 칸영화제 경쟁작 21편의 평점. 1편에서 다룰 작품을 서로 다른 색깔로 박스 처리했다. 붉은색은 최고 평점, 푸른색은 상위권, 노란색은 중위권이다.

영미권 영화 잡지 <스크린 데일리>가 부여한 69회 칸영화제 경쟁작 21편의 평점. 1편에서 다룰 작품을 서로 다른 색깔로 박스 처리했다. 붉은색은 최고 평점, 푸른색은 상위권, 노란색은 중위권이다. ⓒ screendaily


[전문가 최고 평점] <패터슨> 그리고 <토니 어드만>

비록 상은 못 받았지만 이번 칸영화제에서 단연 화제작은 전문가들의 최고 평점(3.7/4)을 받은 마렌 아데 감독의 <토니 어드만>과 2위에 해당하는 평점(3.5/4)을 받은 짐 자무쉬 감독의 <패터슨>이었다. 이 두 작품을 그린나래미디어가 수입했다. 나름의 실리를 챙긴 셈.

<토니 어드만>은 부녀 관계를 코믹하게 묘사한 작품으로 현지에서 반응이 매우 좋았다. 시인을 꿈꾸는 버스 운전사의 이야기를 다룬 <패터슨>도 국내 관객 감성에 잘 맞을 것으로 보인다. <토니 어드만>은 소니 픽쳐스의 예술 영화 배급 라인인 소니 클래식이 맡은 만큼 미국 개봉과 함께 국내 개봉 일정이 잡힐 예정이다. 또한 세계 최대 쇼핑몰인 아마존이 제작한 <패터슨> 역시 미국 개봉이 우선이 될 수도 있다. 그린나래미디어 측은 "칸에서 평이 좋았던 만큼 아카데미 시상식도 현지에서 노리고 있는 것 같다"며 "국내 개봉은 빠르면 연말, 늦으면 내년초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아울러 그린나래미디어는 CGV아트하우스와 함께 토드 헤인즈 감독의 신작 <원더스트럭>을 계약했다. 헤인즈 감독의 전작 <캐롤>이 국내에서 크게 흥행한 만큼 올해 칸영화제 마켓에서 수입사 간 경쟁이 치열했던 작품 중 하나다. 미국에서 베스트셀러 작가로 꼽히는 브라이언 셀즈닉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 혹시 내용이 궁금하다면 국내에도 책이 출판되어 있으니 참고하면 된다.

 영화 <패터슨>의 한 장면.

영화 <패터슨>의 한 장면. ⓒ 그린나래미디어


[상위권] <졸업>과 <엘르>, 그리고 <시에라네바다>

폴 버호벤 감독의 <엘르>(3.1/4)와 크리스티안 문주 감독의 <졸업>(3.0/4)도 전문가들 사이에선 호평 일색이었다. <엘르>는 홍상수 감독 영화에 출연하며 한국과도 인연을 맺은 이자벨 위페르가 주연을 맡았다. 강간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의 권력 관계를 비틀며 일종의 통쾌함을 던지는 등 여성 중심의 세계관이 돋보이는 작품. 소니 클래식이 직접 전 세계 배급을 맡을 예정이다.

<졸업>은 영화사 진진이 수입한 걸로 알려졌다. 해당 작품이 감독상을 받으면서 작품에 대한 프리미엄 또한 붙었다. 진진 측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밝힐 단계는 아니"라면서도 해당 작품의 수입을 부정하진 않았다. 이 영화 역시 강간 피해자가 문제를 헤쳐 나가는 과정을 묵직하게 그려냈다. 다만 남성적 시각이 불편하다는 평 또한 있었기에 국내 개봉 후 여러 갈래의 비평이 예상된다.

루마니아 출신 크리스티 푸이유 감독의 <시에라네바다>(3.0/4) 역시 아직 국내수입사가 확정되지 않거나 공식화 하지 않은 상황이다. 영화는 테러리스트에게 아버지를 잃은 한 가족이 그 아픔을 치유해가는 과정을 그렸다. 작품성을 인정받았다지만 국내엔 생소한 동유럽 쪽 영화기에 수입 고지가 다소 늦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중위권①] <아쿠아리우스> <러빙> <언노운 걸> <줄리에타> 등

 영화 <아쿠아리우스>의 클레버 멘돈사 필로 감독, 배우 소니아 브라가도, 이란디르 산토스 등은 칸영화제 레드카펫 행사에서 "브라질은 쿠데타 중이다", "브라질 민주주의는 죽었다"는 글귀를 담은 카드를 펼쳐 들었다.

영화 <아쿠아리우스>의 클레버 멘돈사 필로 감독, 배우 소니아 브라가도, 이란디르 산토스 등은 칸영화제 레드카펫 행사에서 "브라질은 쿠데타 중이다", "브라질 민주주의는 죽었다"는 글귀를 담은 카드를 펼쳐 들었다. ⓒ 칸영화제공식채널


브라질이 낳은 스타 배우 소니아 브라가가 출연한 <아쿠아리우스>(2.9/4)도 아직 수입사가 정해지진 않았다. 아파트 재건축 문제를 두고 입주자와 건축업자 사이 힘겨루기를 그린 작품. 칸영화제 레드카펫 당시 클레베르 멘도사 필류 감독 이하 배우들이 브라질 쿠데타에 반대하는 피켓을 들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제프 니콜스 감독의 <러빙>(2.5/4)은 할리우드 투자 배급사 유니버셜의 예술영화 배급 라인인 유니버셜 포커스에서 직접 수입 및 배급을 맡는다. 또한 피에르 다르덴, 뤽 다르덴 감독의 <언노운 걸>(2.5/4)은 오드에서 지난해 프리바잉으로 수입을 결정했다. 오드 측은 "다르덴 형제 작품이 다양성 영화들 중에서 믿고 볼 수 있는 축이고, 주제 의식 또한 보편적인 공감이 가능하기에 들여왔다"고 말했다. 해당 작품은 평범한 한 여성의 일상적 투쟁기를 다뤘다. 앞서 언급한 <엘르>와 <졸업>과 비교될 여지가 크다. 

영예의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켄 로치 감독의 <나, 다니엘 블레이크>(2.4/4)는 영화사 진진이 수입했다. 진진은 그간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 <자유로운 세계> 등 켄 로치 감독 작품을 전담 수입하다시피 했다. 스스로 사회주의자로 칭하며 매번 강하게 영국 시스템을 비판해왔던 켄 로치 감독의 작품이 부담이진 않았을까. 이번 작품 역시 노인복지제도를 특유의 유머를 섞어 비판 어린 시선으로 바라봤다는 게 특징이다. 진진 측 담당자는 "어려운 시기에 희망을 주는 작품이라 생각했다"고 수입 이유를 전했다.

 영화 <언노운 걸>의 한 장면.

영화 <언노운 걸>의 한 장면. ⓒ 오드


스페인 출신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줄리에타>(2.4/4)는 콘텐츠 게이트가 이미 지난해에 수입했다. 빠르면 이번 가을 중 개봉할 예정. 그간 기이한 성적 묘사로 논란의 대상이 되곤 했기에 국내 마니아들의 관심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작품은 엄마가 주인공으로 뒤틀린 모성에 대한 탐구가 돋보인다. 콘텐츠 게이트의 관계자는 "아무래도 여성에 대한 이야기를 잘 담아온 감독인 만큼 여성이 이해하기 쉬운 코드와 감성들이 이 작품의 장점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남우주연상과 각본상에 빛나는 <더 세일즈맨>(2.4/4)은 영화사 찬란이 들여왔다. 성폭행 위협에 놓인 아내를 둔 남편의 분투기를 설득력 있게 그려냈다. 이란의 명장 아스가르 파르하디의 작품으로 찬란 측은 "감독의 전작인 <아무도 머물지 않았다>의 연장선이 될 것"이라며 "감독 특유의 도덕적인 장점이 이 영화의 힘"이라 설명했다.

* 2편으로 이어집니다.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아가씨 패터슨 영화수입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오마이뉴스 23년차 직원. 시민기자들과 일 벌이는 걸 좋아합니다.

이 기자의 최신기사 은솔아, 돌잔치 다시 할까?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