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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오마이뉴스>는 27일 오후 1시 30분쯤 <오마이뉴스>에서 지난 3월 17일 만든 '국회의원 정치자금 사용총액 상위 20위'라는 웹문서(031702.html)을 파일명만 바꿔(031702_0527.html) 바꿔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공유했다. 그러자 약 1시간 뒤인 오후 2시 30분쯤 다음 검색에 이 웹문서가 검색됐다.
 <오마이뉴스>는 27일 오후 1시 30분쯤 <오마이뉴스>에서 지난 3월 17일 만든 '국회의원 정치자금 사용총액 상위 20위'라는 웹문서(031702.html)을 파일명만 바꿔(031702_0527.html) 바꿔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공유했다. 그러자 약 1시간 뒤인 오후 2시 30분쯤 다음 검색에 이 웹문서가 검색됐다.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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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정보 유출이냐, 프라이버시(사생활) 침해냐.'

지난 2일 카카오가 사과했지만 카카오톡 URL(웹주소) 무단 수집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다음 검색 연동은 중단했지만 '미리보기'를 위한 URL 수집은 지금도 계속되기 때문이죠. 이용자들은 누군가(사람이 아닌 기계라도) 자신의 대화방을 훔쳐보고 있을 거란 불안감에서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이번 일을 보며 지난 2014년 10월 세상을 발칵 뒤집었던 '사이버 검열'과 카카오톡 감청 사태를 떠올리는 이용자들이 적지 않습니다. 카카오가 적어도 이용자들의 프라이버시만큼은 지키고 보호해줄 거라는 '믿음'이 결국 '착각'으로 드러난 상징적인 사건들이기 때문입니다.

카카오가 이용자 프라이버시를 지켜줄 거라는 '착각'

지난달 27일 <오마이뉴스> 첫 보도 때만 해도 카카오 대응은 빨랐습니다. 이날 오후 9시 카카오톡 이용자들이 대화방에 공유한 URL 링크를 수집해 다음 검색에 노출하고 있다는 기사가 나간 지 2시간도 안 돼 카카오는 사실을 인정하고 다음 검색 연동을 바로 중단한다고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카카오는 그렇게 심각한 문제로 여기진 않은 듯합니다. "공개된 URL이지만 걱정하시는 분들이 있다는 의견을 존중"한다는 취지였을 뿐 '프라이버시 침해'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지는 않았습니다.

<오마이뉴스> 보도에 이어 지난 28일 한 트위터 이용자(@pigori)가 단톡방(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 URL을 공유한 마이크로소프트 '원드라이브' 사진들이 다음 검색에 노출됐다고 증언햇지만, 정작 다른 언론은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다만 IT 전문 미디어인 '블로터닷넷'은 지난달 30일 '공개된 URL이어서 괜찮다'는 카카오쪽 해명을 조목조목 비판했습니다.

급기야 시민단체까지 나섰습니다. 소비자단체인 녹색소비자연대는 지난 1일 "카카오가 소비자 프라이버시권을 침해했다"며 정부 조사를 촉구했습니다. 카카오는 시민단체 성명이 나온 다음날(2일) 자사 블로그에 공식 사과문을 발표하기에 이릅니다. 검색 결과 품질을 높이려고 카카오톡에서 수집한 URL을 다음 검색과 연동했지만, 잘못된 결정이었음을 뒤늦게 깨달았다는 것이죠.

뒤이어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에서도 카카오 관계자를 불러 정보통신망법이나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여부 조사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를 계기로 주류 언론에서도 이 문제에 큰 관심을 갖고 관련 보도를 쏟아내기 시작했습니다.

카카오의 발 빠른 대응에도 사태가 이처럼 커진 이유는 제도와 기술에 대한 맹신 탓에 이용자의 마음(불안감)을 제대로 읽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앞서 카카오가 말한 '공개된 URL'이란 'robots.txt'라는 '웹문서 수집 로봇 규약'에 따라 검색로봇 접근을 차단하지 않은 웹문서를 뜻합니다. 하지만 검색로봇을 차단하지 않았더라도 외부 링크 없이 내부적으로 공유한 '미공개 웹문서'의 경우 검색 엔진에 노출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검색로봇이 이를 찾아내려면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데 카톡 링크 덕분에 검색에 더 빨리 노출시킬 수 있었죠.

이 가운데는 '원드라이브'처럼 검색엔진 공개를 원하지 않는 사적 문서도 상당수 포함돼 있습니다. 그런데 카카오는 자신들은 '규약'을 지켰을 뿐이고, 이런 '규약'조차 몰라 검색에 노출된 이용자 탓이라고 책임을 전가한 셈입니다.

하지만 이번 사태의 본질은 이처럼 기술적으로 '공개된 URL'이냐 아니냐가 아닙니다. 카카오든 누구든 감시해서는 안 될 대화방에서 개인적으로 주고받은 웹주소를 당사자들 몰래 수집해 자사 이익(다음 검색 품질)을 위해 사용한 게 본질입니다.

2년 전 카카오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당시 이용자들은 '사이버 검열'을 우려했지만 카카오는 기술적으로 실시간 감시가 불가능하다는 말만 반복했습니다. 하지만 수사기관의 '정당한 법집행'이란 이유로 감청을 허용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습니다.

법제도-기술 맹신이 카카오톡 프라이버시 침해 사태 불러

지난 2014년 10월 1일 오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열린 '카카오톡 압수수색 규탄 기자회견'에서 만민공동회 제안자인 정진우 노동당 부대표가 사례발표를 하고 있다.
 지난 2014년 10월 1일 오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열린 '카카오톡 압수수색 규탄 기자회견'에서 만민공동회 제안자인 정진우 노동당 부대표가 사례발표를 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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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4년 9월 박근혜 대통령의 '대통령 모독' 발언에 이어 검찰이 주최한 '사이버상 허위사실유포 대책회의'에 카카오와 네이버 관계자가 참석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카카오톡은 이른바 '가카(각하)오톡'으로 불릴 정도로 불신을 받았고 '텔레그램 망명' 열풍으로 이어졌습니다.(관련기사: 카카오톡 검열 한달의 기록 )

급기야 다음카카오 합병 법인이 공식 출범한 10월 1일 정진우 노동당 대표와 용혜인씨가 카카오톡 압수수색으로 단톡방에 참여한 3천여 명의 개인정보가 수사기관에 제공됐다고 폭로했지만, 카카오는 "정당한 법집행을 따랐을 뿐"이라고 해명해 공분을 샀습니다. 마치 '공개된 URL'이어서 문제가 없다는 지금 카카오 입장과 비슷합니다.

카카오는 당시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수사기관에 제공하는 '감청(통신제한조치)'은 불가능하다고 밝혔지만, <오마이뉴스> 보도로 국정원 감청 영장 문건이 세상에 드러납니다. 결국 카카오는 감청 사태에 공식 사과했고 당시 이석우 대표가 그해 10월 13일 감청 영장 집행 거부를 선언하기에 이릅니다. 하지만 카카오는 지난해 10월 새로 취임한 임지훈 카카오 대표 체제에서 1년 만에 다시 감청 영장에 응합니다.(관련기사: "카카오톡 감청 응하겠다"... 1년 만에 '백기')

이석우 전 대표 수사와 카카오톡 '음란물 공유' 감시 

지난 2014년 10월 13일 당시 이석우 다음카카오 공동대표가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최근 발생한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에 대한 수사당국의 검열 논란에 대해 공식 사과하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이날 이 공동대표는 카카오톡 검열 논란과 관련해 "감청 영장에 대해 지난 7일부터 집행에 응하지 않고 있으며, 앞으로도 응하지 않을 계획이다"고 밝혔다.
 지난 2014년 10월 13일 당시 이석우 다음카카오 공동대표가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최근 발생한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에 대한 수사당국의 검열 논란에 대해 공식 사과하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이날 이 공동대표는 카카오톡 검열 논란과 관련해 "감청 영장에 대해 지난 7일부터 집행에 응하지 않고 있으며, 앞으로도 응하지 않을 계획이다"고 밝혔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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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롭게 감청 거부 선언을 했던 이석우 전 대표는 당시 '아동 음란물 방치'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었습니다. 카카오 SNS 서비스인 '카카오그룹'에 아동과 청소년이 나오는 음란물을 전송하는 걸 막지 않았다는 것이죠. 카카오톡 감청 거부에 대한 정부와 수사기관의 압박으로 해석됐지만, 만약 이 전 대표가 유죄라면 카카오톡 대화방을 통한 음란물이나 불법 URL 공유를 방치하는 것도 법적 문제가 될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카카오에서 지난해 6월 도입한 'URL 미리보기' 기능도 음란물 감시 기능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카카오는 지난 2일 사과문과 함께 발표한 '기술리포트'에서 "스팸/ 불법/ 악성 URL 데이터베이스로 2차 필터링을 수행, 해당할 경우에는 경고 이미지를 노출"하고 "이용자가 이 링크를 클릭했을 때는 '주의가 필요하다'는 경고 팝업을 띄우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카카오 스스로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오가는 URL을 단순 미리보기만 하는 게 아니라 감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한 셈입니다. 카카오 관계자는 지난 1일 "카카오톡 URL 미리보기는 이용자 편의 제공 기능도 있지만 KISA에 등록된 불법, 유해 URL을 공유할 때 경고하는 기능도 있다"면서 "아동과 청소년 보호를 위한 불법, 유해물 차단은 인터넷 사업자의 의무"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이 관계자는 "불법 URL 감시는 이용자 신고나, 사람이 아닌 컴퓨터 알고리즘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카카오톡 대화방 감시 논란을 의식한 것이지만 사람이 아닌 기계가 했더라도 이용자는 프라이버시 침해로 느낄 수 있습니다.

한 발 더 나아가 카카오는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수집한 URL을 다음 검색과 연동하면 네이버와 구글에 상대적으로 뒤진 '검색 품질(URL 수집 속도와 양)'을 높일 수 있다는 유혹을 느꼈고, 지난 1월 검색 연동을 시작하면서 프라이버시 침해 우려 때문에 이용자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조차 간과했습니다.

카카오는 지난 2014년 10월 감청 거부 선언 이후 1년 만에 감청 영장 집행을 재개했고, 수사기관의 '아동 음란물' 수사 압박에 스스로 카카오톡 URL 감시에 나섰습니다. 카카오는 검찰 수사와 URL 감시 사이에 연관성은 없다고 부인하고 있지만, 공교롭게 2년 전 카카오톡 감청 후폭풍이 URL 무단 수집과 다음 검색 유출 파문으로 이어진 셈이죠.

[카카오톡 URL 수집 및 다음 검색 노출 파문 관련 기사]
[첫 보도] "카톡에 링크했을 뿐인데", 1시간만에 다음검색 노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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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소비자연대 성명] 카카오톡 URL 무단수집 파문 확산 "프라이버시 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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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카카오톡, #카카오톡 감청, #프라이버시 침해, #카카오톡 URL 무단 수집, #다음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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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 장지혜 기자 입니다. 세상의 바람에 흔들리기보다는 세상으로 바람을 날려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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