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인자의 시대는 갔다. 최근 예능 흐름을 보면 특별한 개인의 능력보다는 멤버 간의 호흡이나 시너지 효과가 더 중요해지는 추세다. 개인의 카리스마를 앞세워 혼자서 프로그램을 이끌어 가는 방식은 시대착오적으로 느껴진다. 그래서일까. 요즘 뜨는 예능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2MC의 활약이 눈에 띈다는 점이다.

<슈가맨>에서 설탕 호흡을 자랑하는 유재석-유희열부터 <삼시세끼>의 '차줌마-참바다(c차승원-유해진)' 커플까지. 남-남 케미가 돋보이는 예능계 2 MC 가운데 '꿀조합' 남남 커플을 꼽아봤다.

[하나] '하우두유둘' 유재석-유희열


2013년 MBC <무한도전> 자유로 가요제에서 처음 호흡을 보여 준 유재석-유희열은 서로에게 깐족거리고 아옹다옹하는 모습으로 시청자에게 큰 웃음을 안겼다. 두 사람이 보여준 호흡은 JTBC <슈가맨>을 통해 더욱 업그레이드됐다. 이제는 유재석의 짝꿍으로 <무한도전> 박명수, <런닝맨> 하하보다 <슈가맨> 유희열이 먼저 떠오를 정도다.

그간 '배려의 아이콘'으로 각인돼온 유재석은 유희열을 만나 훨씬 더 자유롭고 공격적인 개그를 선보인다. 유희열 또한 유재석의 진행능력을 빠르게 흡수하면서 안정적인 예능 MC로 안착하고 있다.

JTBC에서 <슈가맨> 종영 이후 두 사람을 내세운 새로운 '투유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있는 것 역시 두 사람이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두 사람의 두 번째 '투유 프로젝트'가 벌써 기다려진다.

[둘] <1박 2일> 전성기가 보인다, 강호동-이수근


최근 몇 년간 출연하는 프로그램마다 시청률 부진의 늪에 빠졌던 강호동, 그리고 복귀 이후 좀처럼 제자리를 못 찾았던 이수근. 두 사람 모두 전성기가 지난 것 아니냐는 평가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런데 웬걸. 세간의 평가를 비웃기라도 하듯, 두 사람이 만나니 이야기가 달라졌다.

최근 JTBC <아는 형님>과 tvN <신서유기2>에서 보여주고 있는 두 사람의 호흡은 마치 KBS <1박2일>의 전성기를 보는 듯하다. "코미디언 아이가"를 외치며 분위기를 주도하던 강호동은 이제야 자신감을 되찾은 듯 보이고, 콩트와 몸개그에 능했던 이수근 역시 강호동이라는 '물'을 만나 제대로 뛰어놀고 있다.

두 사람은 예전과는 달라진 제작환경에 당황하고, 동생 캐릭터들에게 당하는 모습도 많이 보이지만, 둘 모두 정겨운 '아재' 매력을 뽐내며 새로운 전성기를 시작하고 있다.

[셋] '김느~안느~' 김성주-안정환


정형돈의 갑작스러운 하차로 빨간불이 켜졌던 JTBC <냉장고를 부탁해>. 누구도 대체할 수 없을 것만 같았던 정형돈의 자리엔 현재 축구 스타 안정환이 앉아 있다. 여러 명의 개그맨과 MC들이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김성주와의 호흡이 가장 돋보였던 건 바로 '안느' 안정환이었다.

일찍이 MBC <일밤-아빠 어디가>를 통해 호흡을 맞춘 바 있는 두 사람은 축구 중계와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 '김느안느' 방송을 거치며 최고의 입담 커플로 급부상했다.

강호동과 3MC 체제로 구성된 JTBC <셰프 원정대 - 쿡가대표>를 보더라도 김성주와 안정환의 호흡은 단연 빛난다. 천하의 강호동이 "할 게 없다"고 말할 만큼 두 사람이 만나면 뭐가 터져도 터지는 요즘이다.

[넷] '차줌마와 참바다' 차승원-유해진


최근 유해진의 극적 합류가 결정된 <삼시세끼-어촌 편> 시즌3는 당초 차승원, 손호준의 출연이 확정됐지만, 유해진은 일정 문제로 합류가 어렵다고 알려졌다. 시청자들은 유해진 합류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차줌마(차승원 분)'와 '참바다(유해진 분)'가 서로 티격태격하는 모습에 재미를 느꼈던 팬들은 예전 <삼시세끼-어촌 편>의 재미를 느낄 수 있을지, 두 사람 중 한 명이라도 빠진 <삼시세끼-어촌 편>를 상상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서로 다른 성격만큼이나 차별화된 매력으로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튀려고 애쓰지 않으면서도 자연스러운 웃음을 만들어내고, 서로에게 짓궂은 장난을 일삼으면서도 따뜻한 배려를 잊지 않는 모습이 <삼시세끼-어촌 편>의 가장 큰 매력이었다.

하지만 <삼시세끼>로 '대박'을 터트렸음에도 불구하고 연기라는 본래의 영역에서 최선을 다는 모습도 대중에겐 호감으로 다가온다. 두 사람의 우정만큼 <삼시세끼> '차줌마'와 '참바다' 캐릭터도 오래오래 남을 수 있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