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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 소주는 스스로를 "최초의 미국 수제 전통 쌀 소주"라고 정의한다. ⓒ 브랜 힐
2011년 11월, 영국의 <이코노미스트>가 '한국 맥주는 북한 맥주보다 맛없다'는 기사를 실어 화제가 된 바 있습니다. 그렇다면 한국 소주는 어떨까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술에 이름을 올리고 대표적 '국민주'로 불리지만, '희석식 화학 소주'에 대한 아쉬움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런 탓인지 지난 5월 6일 미국의 경제 전문지 <블룸버그>에 실린 한 소주 기사에 애주가들의 관심이 쏠렸습니다. "옛날 방식으로 만들어 맛있는 소량 생산 소주"라는 제목의 이 기사는 미국인이 한국 전통 방식으로 개발했다는 '토끼 소주'(TOKKI soju)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호기심이 일었습니다. 애주가인 선배(이한기)는 "이거 맛보고 싶다고 공구하자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며 술에 관심을 보였고, 술을 안 마시는 저(조명신)는 우리네 전통방식을 고수하는 이 미국 사람이 궁금했습니다. 페이스북 메시지를 이용해 토끼 소주 개발자에게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시차 탓에 하루 늦게 성사되었습니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이야기입니다.

"소주는 질 좋은 성분으로 만들면 매우 훌륭"

뉴욕에 있는 브랜 힐의 양조장 '밴 브런트 스틸하우스'에서 토끼 소주가 만들어진다. ⓒ 브랜 힐
- 우선 본인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제 이름은 브랜 힐(Bran Hill)이고 서른 두 살입니다. 맥주와 증류주 제조 경력이 있습니다. 새로운 문화를 경험하고 여행하는 것을 좋아해 한국 술에 빠지게 된 것 같네요. 2010년 말부터 2012년까지 한국에 있으면서 경기대학교 수수보리 아카데미에서 막걸리, 소주, 청주, 동동주 등의 전통주 만드는 방법을 배웠습니다. 또한, 한국 전역을 다니며 많은 양조장도 방문했었지요."

- 토끼 소주는 어떻게 만듭니까?
"전통적인 방식으로 손으로 누룩을 빚어 뜨거운 상자에 넣어 배양합니다. 그러고 나서 쌀을 갈아 전통적인 발효를 시키는 방식인데 비법을 다 공개하고 싶지는 않네요.(하하)"

- 이렇게 전통 방식을 고집하는 이유가 있나요?
"낮은 품질의 소주는 이미 많이 있으니까요. 제가 조선식의 맛과 역사를 선호하기도 하구요. 소주는 질 좋은 성분으로 만들면 매우 훌륭한데 더이상 그렇게 하지 않지요. 지금은 쌀로 만든 소주가 드물고 보통은 강한 화학물질과 설탕으로 만들잖아요. 토끼 소주는 완전 천연성분으로 첨가물이나 화학물질이 전혀 없습니다. 오로지 쌀과 효모 그리고 물로 이루어졌지요. 그래야 자신이 뭘 먹는지 알 수 있지 않겠습니까."

- 토끼 소주를 만들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었습니까?
"미국에서 대규모로 소주를 만들면서 풍미와 기법을 완벽하게 지키는 일이었습니다. 한국에서 배울 때는 더 좋은 장비들이 있었지요. 막걸리를 예로 들면, 한국에서는 10ℓ를 만들었는데 여기서는 1500ℓ를 만듭니다. 대규모가 되면 기술과 개념이 많이 다릅니다."

"소주를 사케처럼 대중화시켜보고 싶다"

브랜 힐은 토끼 소주 주조 방식을 설명하며 이 사진을 보여주었다. 전통적인 방식으로 누룩을 띄우는 모습인데 '달 모양'이라고 했다. ⓒ 브랜 힐
- '토끼'라는 이름은 어떻게 해서 짓게 되었나요?
"제가 한국에 있을 때가 2011년 토끼해였는데 거기서 착안했습니다. 옥토끼 이야기를 늘 좋아하기도 했구요."

- 토끼 소주는 얼마에 판매되나요?
"식당과 상점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23달러(27000원)입니다. 최고의 재료만을 사용해 제대로 만드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요. 한국인들에게 익숙한 가격이 아니라는 건 압니다."

- 지금까지 얼마나 팔렸습니까?
"음력 새해인 지난 2월부터 판매를 시작했으니 몇 달 지난 셈입니다. 분기 보고서를 작성 중이기는 한데 아직 말하기는 이르네요. 이제 겨우 15곳에서 판매 중이거든요."

- 주 고객층은 누구입니까?
"마셔보길 원하는 사람은 누구라도 고객이지요. 어떤 인구통계학적인 제한은 없습니다만, 어쩌면 로스앤젤레스와 뉴욕만 대상일 수도 있겠네요. 한국 음식이 여기에선 매우 대중적입니다. 하지만 막걸리와 소주는 아직 잘 알려지지 않았는데 사케처럼 대중화시켜보고 싶습니다. 노래방에서 취하려고 마시는 그런 것 말구요."

- 미국인들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솔직히 말해 매우 좋아합니다. 녹색병 소주는 좋아하지 않고 안 마시려 하지만요."

"한국에선 함께 마시는 동지애가 좋아"

미국에서 처음으로 한국식 '토끼 소주'를 개발한 브랜 힐 ⓒ 브랜 힐
- 본인은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화학(희석식) 소주만 마셔본 한국인이라면 이게 소주인지 믿기 어려울 겁니다. 도수는 23도이지만 매우 부드럽지요. 또한, 성분의 맛까지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흙 맛인데 거슬리거나 과하지 않습니다."

- 한국 술의 어떤 점이 좋았나요?
"한국 술 자체가 좋습니다. 음주 문화도 좋고 함께 마시는 동지애도 좋구요."

- 원래 한국에 관심이 있었습니까?
"대학 시절 기숙사 룸메이트가 한국인이었는데 좋은 친구가 되었습니다. 그로 인해 한국에 대한 흥미가 생겼지요."

- 한국에서도 토끼 소주를 구할 수 있나요?
"아니요. 저희가 신생 회사라서 아직은 한국에서 구매하실 수 없습니다. 머지않아 가능해지면 좋겠네요."

- 마지막으로 <오마이뉴스> 독자들에게 한 마디 해주세요.
"한국 술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사람들이 알았으면 합니다. 저는 그저 강한 화학물질과 설탕이 들어간 대형 기업의 소주가 아니라 순수한 소주를 미국에서 대변하고 싶습니다. 전통 방식을 경험하고 배워 제가 운 좋게 경험할 수 있었던 것들을 다른 미국인들도 경험하도록 하고 싶었을 따름입니다."
태그:#토끼 소주, #브랜 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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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 대한 기사에 관심이 많습니다. 사람보다 더 흥미진진한 탐구 대상을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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