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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진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15년 9월 11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합동참모본부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김광진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15년 9월 11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합동참모본부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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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대 국회가 종료된 지 한 달이 조금 지났다. 19대 국회에서 인상적인 의정활동을 펼친 의원을 뽑으라면 아마 김광진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민주통합당(현 더불어민주당) 청년비례로 19대 국회에 입성한 그는 국방위와 정보위 등의 상임위에서 돋보이는 의정활동을 했다.

하지만 20대 총선 지역구 당내 경선에서 탈락해 20대에 등원하지 못했다. 어떻게 한 달을 지냈는지 궁금했다. 지난 4일 국회 근처에 있는 김 전 의원의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그의 생활과 여러 정치 현안에 대해 물었다. 다음은 김 전 의원과 나눈 일문일답.

- 자연인으로 돌아오신 지 한 달이 되어 갑니다. 비유가 적절할지는 모르지만, 기독교에서 '신인 예수가 사람의 몸으로 오셨다'고 말하는데 국회의원에서 자연인이 되는 것도 그와 같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어떠세요?
"제가 예전에 국회 정보위에서 '여기는 교회다'라는 말을 한마디 해서 난리 났어요. 그런데 제가 예수와 비교해서 얘기하면 또 난리 날 거예요. (웃음) 실제로도 다른 것 같아요. 예수는 처음부터 하나님의 아들이잖아요. 그러나 저는 원래 시민이었고 한때 국회의원을 직업으로 가졌다가 지금은 다시 시민이죠.

하지만 온전한 시민은 될 수 없죠. 정치인이라는 굴레도 저에게 그대로 존재하고, 국회의원 배지는 뺐지만 사람들이 (국회의원으로) 인식하기도 해서 그에 상응하는 역할을 해야 하니 여러 가지 고민스러운 지점이 있어요. 역할을 해야 하기는 하지만, 의원으로 받았던 여러 가지 지원이나 서포트는 없는 상태에서 일해야 하니 쉽지 않죠."

- 그런 마음이 어떤 때 가장 느껴지나요?
"사실 법적으로는 임기를 마친지 한 달이에요. 한달 백수 생활 하는데도 일이 쌓여요. 제가 의원이 아니라고 해서 일이 줄어들지 않는다는 거예요. 낙선한 다른 의원들에 비하면 활동량이 큰 편이어서 일은 그대로 다 하는데 지원해줄 사람이 없어요.

예를 들어 오늘 인터뷰만 해도, 사전에 인터뷰 질문지를 누군가 한번 봐서 제가 잘 모르는 부분이 있으면 답변서도 마련해주고 이메일도 확인해야 하는데 그런 걸 혼자 다 해야하잖아요. 그래서 일들이 적체되고, 아직 약속이 펑크나진 않는데 계속 지연되죠."

- 19대 국회에 청년 비례로 들어가서 4년 동안 국방위에 계셨잖아요. 물론 국방위가 현역인 20대 초중반 남자 청년들의 문제를 다루긴 하지만, 비정규직이나 등록금 혹은 주거 문제 등 청년 이슈를 다루지 못해 아쉬움이 있을 것 같아요.
"아쉽죠. 제가 비판받는 부분이 '청년 비례를 뽑아 놓았더니 좋은 국방위원 하나만 얻었다'는 거예요. 물론 개인적으로는 다른 상임위로 옮기고 싶었어요. 국방위가 정말 좋아서 있었던 게 아닌 건 솔직한 사실이에요. 항상 상임위 지망할 때는 교문위를 했죠. 청년비례가 교육문제를 한 번도 다루질 못해서 하반기엔 교문위를 가고 싶었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죠.

국회 상임위에서 활동하는 건 다양한 분야에 대해 공부할 기회를 얻는 거예요. 하지만 한 분야에 너무 집중해서 제가 잘할 수 있는 부분들을 국민에게 보여드리지 못한 거 아닌가, 더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찾아내지 못한 건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어요. 그리고 더 아쉬운 것은 청년비례 2기를 배출하지 못한 것과 청년의 정치참여를 위한 다양한 포석들에 대해서 남들의 기대나 제가 갈망하는 것만큼 성과를 이뤄내지 못한 것이 아쉬워요."

- 청년 비례 2기를 배출하지 못한 것과 청년의 정치참여를 위한 표석을 기대만큼 이뤄내지 못해 아쉽다고 하셨는데 이유는 뭘까요?
"가장 첫 번째는 청년비례 1기를 당의 외연 확장이 중요하다고 해서 당 활동 중심이 아니라 외부 선거인단을 통해 뽑은 거예요. 그러다 보니 청년국 안에 가진 네트워크가 없고 인적 인프라가 갖춰져 있지 않은 상태로 당의 청년 대표가 된 거죠. 더 원칙적으로는 대한민국의 청년 대표였지만 우리 당의 청년 대표가 아니었던 거죠. 거기서 발생되는 괴리가 생긴 거죠. 그래서 사실 2기 때는 당에서 뽑자는 것으로 제도를 바꾼 것이에요. 어찌 보면 제 실패를 인정한 것이라 자기 부정을 한 거죠.

제도개선은 꽤 많이 됐어요. 제도의 문제이기 때문에 제도를 잘 갖추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제가 정치를 너무 순진하게 생각한 거죠, 제도가 갖춰지고 당헌·당규에 못 박혀 있더라도 지도자가 그것을 원하지 않고 선거 시기 더 힘센 누군가가 나타나면 그게 무력화된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어요."

"친인척 가족채용 논란? 막을 수 없다면 신고제 해야"

중앙선관위가 국민의당 김수민 의원을 지난 20대 총선에서 선거 홍보업체 2곳의 대표로부터 총 2억3820만원의 불법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검찰에 고발하고, 박선숙 전 사무총장과 왕주현 전 사무부총장을 사전 논의·지시한 혐의 등으로 함께 고발한 가운데, 6월 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총에 박선숙 의원과 김수민 의원(사진 앞)이 참석하고 있다.
▲ 의총 참석한 박선숙, 김수민 의원 중앙선관위가 국민의당 김수민 의원을 지난 20대 총선에서 선거 홍보업체 2곳의 대표로부터 총 2억3820만원의 불법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검찰에 고발하고, 박선숙 전 사무총장과 왕주현 전 사무부총장을 사전 논의·지시한 혐의 등으로 함께 고발한 가운데, 6월 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총에 박선숙 의원과 김수민 의원(사진 앞)이 참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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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수민 국민의당 의원 리베이트 의혹이 있잖아요. 김수민 의원은 국민의당 청년비례예요. 이상돈 국민의당 최고위원은 지난 6월 14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인생은 긴 과정인데 30대가 되면 자기 분야에서 일하는 게 옳다고 본다, 청년 비례가 유행인데 개인적으론 좋은 현상이 아니라고 본다"고 주장했는데 김 전 의원께서 페이스북에 "청년들 걱정마시고 의원님이나 잘하세요"라는 글로 맞받아치셨어요. 많이 불편하셨나 봐요?
"김수민 의원을 청년비례라고 하는데 개념을 조금 더 명확히 하면 좋겠어요. 우리가 말하는 청년 비례는 청년 문제를 고민하기 위해 당선된 사람, 그리고 청년들이 직접 선출한 사람을 지칭하는 신조어거든요. 또 청년비례는 저희처럼 자체 선출을 통해서 청년 분야에 대한 대표권과 발언권을 주기 위해 뽑은 거예요.

하지만 김 의원은 일단 직접 선출 제도로 뽑힌 게 아닐뿐더러 비례대표를 신청한 적이 없다잖아요. 그리고 사람들이 김 의원에게 청년 문제를 해결하라고 요구해서 비례대표가 된 것도 아니고요. 그래서 젊은 의원과 청년비례라는 것을 조금 더 명확히 구분해서 쓰시면 좋겠어요. 즉 김 의원을 청년 비례로 쓰는 건 온당치 않아요.

이상돈 의원은 그렇게 말했죠. 그런데 그게 대한민국 정치의 가장 큰 문제예요. 정치한다고 하면 사람들이 선물로 주는 책이 막스 베버의 <직업으로의 정치>입니다. 물론 그 책은 직업으로 정치를 가지라고 말하지는 않지만 제목에서 주는 의미와 상징성이 있죠. 이 책을 원어로 번역하면 소명으로의 정치라고 합니다. 정치라는 것은 하나의 직업으로 인정받아야 한다는 것이고 그렇게 성장해 나가야 한다는 것인데 이 의원은 그걸 인정하지 않는 거예요.

유럽의 정치 혁신을 얘기할 때 30대 총리나 40대 당수를 얘기하잖아요. 또 20대부터 정당 활동해서 아주 좋은 제도라고 하죠. 그러나 우린 그런 제도를 갖추지 않고 그렇게 성장해 나가는 사람들에게 정치에 대해 뭘 아느냐고 해요. 정치는 인맥을 통해 해결하거나 연줄로 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다양한 사람들의 고민을 시대에 맞춰서 함께 연대하고 힘 맞춰서 하는 것이죠.

행정 행위는 현재 문제를 고민하는 것이지만 정치는 10년, 20년 후의 미래를 고민하는 것이에요. 전문성을 끊임없이 얘기하는데 이상돈 의원도 연세가 60세가 넘어요. 그 정도 경력의 교수면 그 분야의 전문가예요. 그런데도 (일정 나이가 차면 일을 그만둬야 하는) 정년 제도가 있습니다.

정치하러 와서 본인이 전공하지 않은 이야기를 하면서 미래를 말해요. 이게 문제죠. 이 의원 발언 자체가 불편하냐 아니냐를 떠나서 정치인들이 정치를 폄훼하는 것, 정치 혐오를 조장해서 이익을 얻으려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 서영교 의원 때문에 가족을 보좌진으로 채용하는 게 논란이에요.
"이 사건이 벌어지고 나서 보좌진 40명 정도 해임됐어요. 가족형이라는 게 두 가지가 있죠. 첫 번째는 허위 등록해서 일은 안 하고 급여를 돌려쓰거나 자기 가족이 좋은 경력을 쌓게 하려고 일과 상관없이 쓰는 것. 이건 명백하게 불법행위입니다. 가족 아니라 어떤 사람이라도 범죄행위로, 처벌 대상입니다. 그러나 정치를 하다보면 믿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할 때도 있습니다. 친척이긴 하지만 역량을 갖춘 사람도 있고요.

친인척 채용이 지금까지는 불법이 아니었잖아요. 물론 아들·딸, 아버지, 어머니를 등록하는 건 상식의 범위를 벗어나죠. 하지만 정상적인 근무를 했는데 여론이 몰아친다고 당장 같이 일하던 사람을 해임하는 정말 나쁜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들이 다른 일을 알아볼 수 있도록 한두 달 정도는 화살을 맞더라도 감내해야죠. 그렇게 쫓아내면 그들이 어디 가서 직장을 잡겠어요. 너무 이렇게 하는 건 잘못됐다고 생각하고, 범죄행위는 사과하고 적발해서 문제 삼아야죠.

그러나 단순하게 친척이라는 자체로 범죄 집단처럼 말하고, 결국 정치인 스스로는 아무런 책임도 안 진 것이거든요. 서영교 의원 외에 (친인척을 보좌진으로 채용한) 다른 의원들이 윤리위에 회부되나요? 안 그럴뿐더러 이름도 거론 안 돼요. 정치적 동지라고 선거 때 도와줬을 텐데 바로 내치는 게 어떻게 정치인가요? 온당하지 않다고 봅니다.

가족이냐 아니냐는 지엽적인 문제예요. 법적으로 임면의 권한을 의원에게 줬어요. 정치인은 결국 의정활동으로 평가받는 거예요. 누차 말하지만 범죄행위를 저지르는 건 다른 문제입니다. 국회의원이 의정활동으로 평가받는 것에 민감하기 때문에 일 잘하는 사람을 뽑고 싶어요. 물론 일 중에 친인척이어서만 할 수 있는 일은 없죠. 그러나 예민한 속 사정까지 얘기해도 되는 사람을 찾게 되는 것도 의원에게 부여된 권한 중 하나예요.

예를 들어 저는 대학교 때 4년 동안 같이 유학 간 친구가 행정 비서였어요. 가까운 사람이고 일할 수 있어서 뽑은 거예요. 이 경우는 친척이 아니라 괜찮나요? 친척 문제를 벗어난다 할지라도 시험을 보고 뽑지 않은 이상 결국 똑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친척이라는 이유만으로 마녀사냥 하듯이 비난하는 것은 문제죠.

몇 촌까지 채용을 허용할지 문제지만 그런 건 신고제로 하면 좋겠어요. 쓰는 것 자체를 불법화하지 말고 국민에게 이 사람을 쓴다고 고지할 의무를 주고 공개로 떳떳하게 채용하면 되는 거죠."

7일 오전 여의도 새누리당사에서 당 대표 출마선언을 한 이정현 의원이 양복을 벗고 평상복으로 갈아입은 뒤 배낭을 메고 민생현장을 둘러보겠다며 떠나고 있다.
▲ 이정현, 배낭 메고 민생현장으로 7일 오전 여의도 새누리당사에서 당 대표 출마선언을 한 이정현 의원이 양복을 벗고 평상복으로 갈아입은 뒤 배낭을 메고 민생현장을 둘러보겠다며 떠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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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현 새누리당 의원과 김시곤 KBS 전 보도국장의 녹음 파일이 공개되어 충격을 주었는데.
"이정현 의원은 이벤트나 정치쇼를 잘하는 분이거든요. 이게 선거에 먹혀드는 건 사실이죠. '쇼'로 정치하는 것은 결국은 정치인이나 유권자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와요. 안타깝죠. 결국, 지역민의 대변자가 아니라 청와대의 대변자로서 사는 것이죠. 물론 홍보수석 때의 일이긴 하지만 그 이후에도 마찬가지잖아요.

순천을 지역구로 둔 국회의원 시절에도 많은 지역구민들이 국정교과서를 반대하는 데 '국정교과서를 반대하는 사람은 국민도 아니다'는 발언을 서슴없이 했어요. 호남을 지역구로 둔 의원이 대통령에게만 충성하는 거죠. 이분 항상 주장하는 게 '서번트 리더십'이에요. 하인처럼 살겠다고 했는데 정치인이 자신을 뽑아준 사람의 서번트(하인)로 살아야지 대통령의 서번트로 국회의원이 있는 건 정상이 아니죠."

- 국민TV에서 <김광진의 톡쇼>를 시작해서 4회 방송을 하셨는데 반응이 어떤가요?
"반응이 별로 좋지 않아요. (웃음) 일단 제가 재밌는 사람이 아니잖아요. 하지만 팟캐스트는 기본적으로 재미가 있어야 하잖아요. 저는 정통 시사처럼 하고 싶은 생각이 있다 보니 잘 안 되더라고요. 저는 그게 괜찮은데, 순위에 안 올라요.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는 거죠.

그래도 그럭저럭 재밌고 즐겁게 해나가고 있어요. 일주일에 한 번씩 하니 적은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어요. 또 너무 정치인들만 출연해서 다른 팟캐스트와 별 차이 없는 것 같아요. 다른 구도를 잡으면 어떨까 생각해요."

- 20대 때는 경선 탈락해서 자연인이 되었지만, 아직 젊잖아요. 물론 정치라는 게 어떻게 변화지 예측할 수 없어서 계획을 세운다는 게 무의미할 수 있지만, 무엇을 준비하고 계신가요?
"딱히 계획을 세우진 않았어요.  한 달째 느낌이 다르고 두 달째 느낌이 달라서 고민하고 있습니다."

- 마지막으로 <오마이뉴스> 독자들에게 한마디 해주세요.
"<오마이뉴스>를 통해서 저의 이야기를 많이 들려 드리고 싶은데 못하고 있을 때가 많아요. 원외로 나가 있으니까 질책만 하지 마시고 사랑도 많이 보내주세요. '함께하는 미래'란 단체를 만들어서 운영할 테니 많은 후원 부탁드립니다."



태그:#김광진, #청년비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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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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