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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힘의 논리로 억압하지 않는 생명의 순환을 이어가고자 세계의 지성들을 만난 것으로 2013년 책 <하나의 생각이 세상을 바꾼다>를 펴냈다. 4년이란 시간이 지난 오늘날 더욱 다가오는 석학의 조언이다. 내일은 좀 더 나은 세상이 되길 희망하기에 당시 공개되지 않은 영상을 공개하며 독자들과 소통하고자 글을 쓴다. [편집자말]
문제는 결국 경제가 아니라 정치였다.

정부는 분식회계를 알면서도 대우조선에 4조 원이나 혈세를 지원했다. 이 돈이면, 맘졸이며 출근하는 부모들의 불안을 잠재울 액수이다. 저출산으로 암담해진 대한민국에서 대여섯 살 아이들이 안전하게 공교육을 받을 수 있는 누리과정 1년 예산과 같기 때문이다. 국정의 우선 순위가 바뀌어야 한다.

기회는 어김없이 선거를 통해 찾아왔다. 그런데, 왜 우리는 최저임금 6030원의 현실을 바꾸지 못할까? 변화로 출렁이던 2012년, 대중 다수가 현실을 논하고 서로의 이익을 추구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놈 촘스키를 찾았고, 답을 전했다. 하지만 오늘 우리의 현실은 '헬조선'이라는 말이 물릴 정도로 가혹하다. 내일의 기회를 만들 소통을 바라기에 영상을 공개한다.

놈 촘스키
 놈 촘스키
ⓒ 김아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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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3월 9일 MIT에서 만난 놈 촘스키에게 물었다. 현대의 민주주의는 과연 대중의 안녕을 위해 있는지. 미디어와 자금을 흔드는 소수의 권력을 다수 대중이 인정해 줌으로써 오히려 강해지도록 하는 것 아니냐고 말이다.


- 신자유주의 시대, 민주주의는 과연 다수를 위해 작동하는가?
"민주주의는 대중 다수의 뜻이 그들의 대리인에 의해 실행되는 구조입니다. 그러나 그 작동 속에 민주주의는 없습니다. 미국을 보면, 18C 세계에서 가장 민주적인 사회가 되었죠. 현대 민주주의의 모델입니다. 하지만 헌정 질서가 잡힘으로써 다수가 통치하지 않게 됩니다.

미국 수정헌법 5조를 보면, 어떤 사람도 정당한 법 절차 없이 권리를 빼앗기지 않는다고 나옵니다. 그런데, 여기서 사람의 의미란 무얼까요? 인류를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아메리카 원주민들에겐 권리라 불릴 것이 없습니다. 그들은 쫓겨났고, 몰살당했으니까요.

노예들도 권리가 없고 여성도 없었죠. 그들은 국가 구성원이 아니라 남편 혹은 아버지의 재산이었습니다. 이는 지난 세기까지 이어진 사실입니다. 가난한 사람도 거의 권리가 없었어요. 참여하는 데도 장애물이 많았죠.

헌정 시스템이 수립된 방식은 권력이 부자의 손아귀로 가도록 세워졌습니다. 주요 창안자인 제임스 매디슨은 말합니다. '힘은 재산가들의 손아귀에, 재산권을 존중하는 사람들에게 있을 것이며 그리고, 그 풍요와 부는 다수로부터 지켜질 것이다'. 미국 헌법 제정 회의 참가자들의 토론을 읽어 보면, 알게 되는 사실이 있습니다. '만약 진정한 민주주의를 만든다면, 그 속에서 대중의 다수는 그들의 의지를 표현하려고 투표할 것이다. 이는 다수를 이루는 가난한 사람들이 토지개혁처럼 부자의 재산을 없애는데 쓰일 것이다'.

흥미롭게도 역사를 보면 같은 질문이 주요 정치 역사의 첫 단계에도 나옵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죠. 그는 자유인들의 민주정치 아테네에서 고민합니다. 노예도 여성도 아닌 자유 남성들의 정치입니다. 18세기 미국처럼요. 아리스토텔레스도 같은 질문을 고려합니다. '다수가 지배한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 그들은 부자의 재산을 가져오는 데 힘을 쓸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그건 옳지 않다고도 하죠. 아리스토텔레스와 매디슨은 같은 질문에 반대의 답을 내립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불평등을 줄여야 한다고 결론 짓습니다. 그리고, 모든 사람이 기본적으로 중간층이 되는 정책을 제안해요. 그럼 아무 문제도 일어나지 않을 거라는 거죠. 반면에 매디슨은 민주주의를 감소하는 답을 냅니다. 제도가 안착할수록 대중은 갈라지고 파편화되어 부자의 손에 권력이 집중되도록 합니다.

그러면 문제가 못 생길 거라고요. 하지만, 그 후로 미국의 정치 역사는 늘 이를 놓고 겨루는 (부자의 권리 옹호와 약자의 분투가 이어지는) 투쟁이 돼 왔습니다. 신자유주의 시대는 부자의 손아귀로 권력이 집중되는 극단적인 형태로 치닫는 퇴보입니다. 수년 동안 역사는 후퇴되어 부자에게 더 많은 자유를 주었고 지금은 고도로 집중됐습니다. 이것이 신자유주의입니다. 매우 반민주적이죠."

- 마지막 질문은 청년들을 위해 답해주기 바랍니다. 매우 비관적이며 우울합니다. 무엇을 해야 하죠?
"오래 전 일이 아니죠. 1980년대 한국인들은 잘 조직되었고, 함께 모였고, 열심히 싸웠어요. 매우 용감하게, 효율적으로 미국의 지지를 받고 있던 잔혹한 독재정권을 타도하고자 일어났습니다. 마침내 무너뜨렸죠. 대단히 중요한 민주적 혁명이 있었어요. 세계 대부분의 나라에 영향을 주었습니다.

그때 한국인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다른 누구에게도 묻지 않았습니다. 그냥 해냈어요. 기회는 지금이 훨씬 많아요. 한국에 많은 문제가 있지만, 전과 같은 독재는 아니잖습니까. 할 수 있는 일은 많아요. 당신들의 역사를 들여다보고 거기서 길을 찾읍시다."

2016년 오늘 우리의 처지는 더욱 아슬아슬하다. 선거에 쏟아지는 자금의 판은 커졌고, 대중의 주머니는 홀쭉해졌다. 언론과 시장은 돈의 힘으로 움직인다. 무엇이 민주적 혁명일까? 연일 부조리한 대형 부패 사건들이 쏟아지고 있다. 새로운 비리가 지난 비리를 덮으며 일상의 안전을 무너뜨리고 내일의 지속 가능성을 안갯속으로 끌고 간다.

롯데 비자금, 법조비리, 관피아 등등의 권력과 돈의 카르텔이 공공의 재산과 안전을 무너뜨리며 질주한다. 상시적인 대량 구조조정 속에서 우리는 벼랑 끝 억새를 잡고 있는 건 아닌지. 촘스키의 조언, '민주적 혁명'을 생각하며, 빈자와 부자 모두의 우울을 거둬내는 사회의 우선순위를 자신에게 물어보면 좋겠다.

놈 촘스키
 놈 촘스키
ⓒ 김아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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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마무리 할 무렵, 한반도가 뒤숭숭하다. 정부가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를 배치키로 한 것. 한국의 사드배치는 오바마 행정부가 추진해온 중국을 향한 적대적 압박 구조의 일부다.

중국 동남바다에서 경제 군사적인 팽창을 추구해 온 중국을 향해 미국은 2012년부터 호주 일본 오키나와 괌을 연결하는 대중국 공세지형을 만들어왔다. 한국의 강정해군기지 역시 그 속에서 중국과의 갈등을 불러일으키는 논란이 되었고 이제 사드 배치를 통해 한반도는 열강의 힘겨루기 대치 최전선에 놓이게 됨으로써 그 위기가 더해지고 있다.

사드 배치를 북한에 대한 남한의 안보라고 여기기엔 큰 그림 속 세력의 움직임이 너무나도 뚜렷하다. 참으로 중대한 의제가 동시다발로 교차하는 한반도이다. 놈 촘스키와 2012년과 2014년 지속적으로 이 문제에 대해 심도 깊은 이야기를 나눈 바 있다(그 내용은 각각 책 <하나의 생각이 세상을 바꾼다>(세계의 지성들이 말하는 한국 그리고 희망의 연대) , <문명, 그 길을 묻다>(우리는 어떤 미래를 선택할 것인가?에 자세히 실렸다). 

그 중 2014년 1월 31일 촘스키 선생과 나눈 대화의 일부를 올린다. 오늘 미국의 행보, 중국의 행보가 이어지는 과정을 볼 수 있겠다 싶기에.

놈 촘스키는 북한과의 관계를 고려할 때 부시 정권에서는 나타나지 않던 큰 이슈가 오바마 정권에서 주요한 배경으로 떠올랐다고 말했는데, 그것은 바로 중국의 부상이다. 미국과 중국의 복잡한 관계로 인해 태평양을 포괄하는 주도권 문제로까지 발전하게 된 것이다. 중국이 영향력을 키움으로써 인도 태평양 지역이 세계 정세에서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고, 한국의 문제 역시 바로 그 속에 자리 잡는 변화를 맞게 됐다. 그에게 세계 평화에 있어 지정학적인 요충지인 한반도를 둘러싼 중국과 미국의 힘의 관계에 대해 물었다.
"중국은 그들의 국경지대에 미군이 주둔하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방식으로 한반도가 통일되는 것도 원하지 않는 거죠. … (중략) … 한국은 겉으로 보기에는 열강들의 작용으로부터 분리되어 있고, 한쪽으로 치우치기보다는 중립적입니다. 하지만 그 배경에 있는 미국과 중국이 복잡한 관계 속에서 어떻게 조정하고 발전할지는 의문입니다.

중국과 미국의 관계는 경제적으로 매우 긴밀합니다, 반면에 두 나라는 갈등구조 속에 놓여 있습니다. 중국 동해를 놓고 입장이 다르기 때문에 생기는 갈등이에요. 중국은 그들의 영향력을 해상으로 확대하려고 하고, 주변국으로 넓혀 해상 활동력을 강화하려고 합니다. 이런 일련의 움직임 속에는 일본과 오래도록 이어져온 해묵은 갈등도 들어 있습니다. 일본이 태평양의 상당 지역에 걸쳐 지배하고 제재를 가했던 제국주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이를 결코 수긍하지 않는 중국의 태도가 센카쿠 열도상에서 아주 심각하게 불거져 나오고 있습니다."

 …(중략)…

"중국 동해상의 그 곳을 미국은 전략 언어로 '대표적 안보 딜레마'라고 묘사해요. 미국과 중국 양쪽이 서로 다른 주장을 하는데, 미국이 주장하는 바는 '차단할 자유'로, 본질적으로 미국이 군대를 운영할 자유를 가져야 한다는 의미죠. 이에 반해서 중국은 자국의 영역은 자기들이 통제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는 겁니다. 중국 동해상의 갈등은 형평성이 어긋난 갈등이에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경제적·군사적 불균형 관계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그 바다는 중국의 동해입니다.

하지만 미국은 오래도록 유지해온 제국주의 위치를 고수하려 하고, 중국은 미국의 제국주의 힘이 미치는 지배로부터 자신의 지위를 회복해 나가려고 기지개를 켜고 있습니다. 중국은 미국이 조지 워싱턴호 같은 핵 추진 항공모함을 캘리포니아 해안에서 중국 동해로 보내는 일을 정말 참기 힘들 거예요. 하지만 미국은 또 달라요. 미국이니까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중국 사람들의 눈으로 보면, 한국에 새로 만들어지는 해군기지도 자기네를 포위하는 아치로 여겨질 수 있어요. 그렇게 되면 중국을 향한 적대적 압박구조를 이루는 일본 오키나와, 괌, 호주로 이어지는 군사적 봉쇄 아치가 모양을 갖추게 되는 겁니다."

– 책, <문명, 그 길을 묻다 –우리는 어떤 미래를 선택할 것인가?>p.11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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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놈 촘스키, #안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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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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