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 스캔들에 연루된 태준(유지태 분)이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선 아내인 혜경(전도연 분)의 'YES'가 무엇보다 중요했다. 그 약점을 파고들고자 했던 상일(김태우 분)에게 혜경은 완벽한 사이다를 날렸다.

섹스 스캔들에 연루된 태준(유지태 분)이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선 아내인 혜경(전도연 분)의 'YES'가 무엇보다 중요했다. 그 약점을 파고들고자 했던 상일(김태우 분)에게 혜경은 완벽한 사이다를 날렸다. ⓒ tvN


"사람의 감정을 그렇게 딱 잘라 설명할 수 있습니까? 저는 이태준 씨를 사랑하고, 또한 증오합니다. 매일 매일 바뀝니다. 제 감정의 향방이 검사님께 그렇게 중요합니까? 그렇게 궁금하십니까? 그래서 저는 검사님께 상관없는 질문은 그만하시라고 말씀드리는 겁니다. 지금 저한테 뭘 원하시는 겁니까? 제가 남편을 증오하고, 머지않아 이혼할 거라고 말하길 바라는 겁니까? 남편이 감옥에서 나오지 않길 바란다고 말하길 바라십니까? 저를 감정적으로 자극해서, 남편을 대놓고 깎아내리길 바라십니까?

제가 이 법정에서 들어야 할 질문은, 남편이 집에 오길 바라느냐인데, 저는 진실만을 말할 것을 선서하고 말했습니다. 그러길 바란다고. 제 감정은 불확실합니다. 하지만 확실한 것 하나는 남편이 집에 돌아와 아이들과 그리고 저와 함께 있길 바란다는 겁니다."

배우 전도연의 진가를 재확인할 수 있었던 3분의 법정신이었다. tvN <굿 와이프> 4화에서 혜경(전도연 분)은 남편 태준(유지태 분)의 보석 심리에 증인 신분으로 출석했다. 섹스 스캔들에 연루된 태준이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선 아내인 혜경의 'YES'가 무엇보다 중요했기 때문이다. 그 약점을 파고들고자 했던 상일(김태우 분)에게 혜경은 완벽한 사이다를 날렸다. 넋을 잃고 바라볼 만큼 멋진 장면이었다.

남편이 돌아오길 바란다는 혜경의 대답 덕분에 태준은 법원으로부터 보석 허가를 받아낼 수 있었다. 그런데 과연 태준이 보석을 통해 진짜 얻고 싶었던 바는 무엇일까? 집으로 돌아와 아내와 그리고 아이들과 함께 오순도순 지내는 것이었을까? 아니면 교도소 밖으로 나가 피고인으로서의 방어권을 보다 수월하게 행사하는 것이었을까? 아무래도 후자였을 것이다.

태준이 호소하는 억울함은 무엇일까? 

 태준은 입으로는 아내와 아이들을 금지옥엽처럼 여기는 듯하지만, 정작 그가 집중하는 것은 자기 자신이다.

태준은 입으로는 아내와 아이들을 금지옥엽처럼 여기는 듯하지만, 정작 그가 집중하는 것은 자기 자신이다. ⓒ tvN



태준은 시종일관 억울함을 호소하며 결백하다고 주장한다. 자신은 '정치 스캔들'에 휘말린 탓에 희생됐다는 것이다. 태준은 입으로는 아내와 아이들을 금지옥엽처럼 여기는 듯하지만, 정작 그가 집중하는 것은 자기 자신이다. 자신의 누명을 벗기면 모든 것이 원상태로 돌아갈 것이라 생각한다. 지극히 자기중심적인 생각이다. 이는 태준이 어떤 인물인지 잘 보여준다.

자신의 섹스 동영상으로 인해 가족들이 얼마나 큰 고통을 겪었는지에 대해선 무감각하다. 집으로 배달된 사진들을 보여주며 "그거 아빠 맞아?"라고 묻는 아들에게 "이거 아빠 아냐, 맹세코 이런 적 없어, 누가 우리 가족 흔들려고 사진에 장난친 거야"라고 애써 믿음을 주려 한다. 하지만 이미 동영상까지 퍼진 마당에 '눈 가리고 아웅'하는 꼴 아닌가. 태준이 '깨끗하고 정의로운 검사'가 아니었다는 건 여러 정황이 증명한다.

성 상납 상대였던 앰버(레이양)을 대하는 태도는 소름이 돋을 정도였는데, 그의 내면 속 악랄함을 잘 보여준다. 또, 김단(나나)은 태준이 덮었던 사건을 조사하다가 잘렸다며 혜경에게 '빨리 헤어지라'고 조언하고, 도광건설 조국현 회장은 "요즘 같은 세상에 우리 정도 비즈니스면 클리어한 거 아닙니까?"라며 태준을 압박한다. 결정적으로 15년 전 교통사고의 책임을 혜경에게 떠넘긴 선택은 오로지 자신의 미래를 위한 것이었다.

실수로 고통받는 가족들

 태준은 아내 혜경을 곁에 세우고 기자회견을 연다. 그리고 "언론에 공개된 제 동영상은 제 사생활의 실수로 가족들에게 속죄하는 마음입니다"라고 말한다. 이 또한 아내 혜경과 아이들의 상처는 고려하지 않은, 자신만을 위한 퍼포먼스였다.

태준은 아내 혜경을 곁에 세우고 기자회견을 연다. 그리고 "언론에 공개된 제 동영상은 제 사생활의 실수로 가족들에게 속죄하는 마음입니다"라고 말한다. 이 또한 아내 혜경과 아이들의 상처는 고려하지 않은, 자신만을 위한 퍼포먼스였다. ⓒ tvN


"언론에 공개된 제 동영상은 제 사생활의 실수로 가족들에게 속죄하는 마음입니다."

유지태가 태준이라는 캐릭터를 워낙 멋들어지게 연기하고 있어 시청자들은 혼란을 경험하고 있지만, 태준은 선한 캐릭터가 결코 아니다. 공개된 섹스 동영상 하나만으로 설명은 끝난 것 아닐까? 만약 그 동영상마저 조작된 것이라고 한다면 모르겠지만, 이미 태준은 '제 사생활의 실수'라고 고백한 바 있다. 그 태연한 변명을 듣고도 여전히 태준을 신뢰할 수 있는 가족이 있을까?

지난 22일 방송된 5화는 이전 화들과 마찬가지로 이야기의 큰 줄기를 조금씩 드러내는 에피소드로 채워졌는데, 태준이 스캔들로 무너지기 전에 그들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를 보여줬다. 소위 상류층에 속해 있던 시절의 인간관계가 얼마나 피상적으로 맺어져 있었는지 알려주었고, 무엇보다 그 과거를 떠올리며 태준과 혜경이 나누는 대화는 두 사람의 시선 혹은 지향점이 얼마나 멀어졌는지 잘 드러냈다.

달라진 지향점, 그들은 다시 함께 행복할 수 있을까? 

 태준의 스캔들 이후, 두 사람은 너무 많이 달라졌다.

태준의 스캔들 이후, 두 사람은 너무 많이 달라졌다. ⓒ tvN




"못 배우고 욕심 많은 작자들이었어. 그 사람들 이사 왔을 때, 당신 얼마나 열심히 잘 챙겨줬어. 근데 당신 그렇게 되고 연락 딱 끊었다면서? 딱 거기까지인 인간들이야. 일로만 생각해. 우리완 어울리지 않는 작자들이니까."

"그래서 우린 누구랑 어울리는데? 당신 그렇게 되고 다른 사람들도 다 발 끊고 등 돌렸어. 불륜 검사 아내, 아이들이야. 누가 우릴 반겨주냐고."

"그러니까 내가 이렇게 악착같이 싸우고 있는 거 아냐. 내 결백 증명하려고. 그래서 당신이랑 우리 애들 원래 인생 살게 해주려고. 혜경아, 정치권에서도 우리 주목하고 있어. 이번 일만 잘 풀리면 전보다 더 높이 더 높이 올라갈 수 있다고. 옛날에 알던 사람들까지 지금 신경 쓸 때가 아니야. 당신도 날 도와줘야 돼. 서로 믿고 힘을 합쳐야 한다고."

여전히 태준은 자신의 결백만 증명되면 가족들이 원래 인생을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상류층들이 사는 비싼 집에서 그들과 다과를 즐기며 '하하 호호'하고, 소위 8학군에 속하는 학교에 자녀들을 보내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고 믿는 것이다. 어쩌면 태준이 바라는 건 외부의 시선으로 바라봤을 때 '번듯한 가정'인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그는 탐욕스러운 눈으로 "이번 일만 잘 풀리면 더 높이 더 높이 올라갈 수 있다"고 말한다. 정치적이고 권력 지향적인 태준이 결코 혜경과 그 가족들을 행복하게 해줄 수 없을 것이란 확신이 든다.

반면 혜경은 태준이 말하는 '원래 인생'에 미련이 없다. 그리고 '더 높이' 올라갈 생각도 없어 보인다. 그는 사람들의 편에 서고자 한다. 또 태준의 아내로 살아왔던 지난 세월에서 조금씩, 그렇지만 뚜렷이 벗어나고 있다. 변호사 김혜경으로 살아가고자 한다. 그가 마주하는 사건들은 공교롭게도 '변호사 김혜경'의 정체성을 조금씩 일깨운다. 더불어 이제 '진실'과 마주하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다. 자신의 인생을 옥좼던 15년 전 교통사고의 '거짓말'과 맞서 싸우려 한다.

이와 같은 각성으로 인해서 혜경은 훨씬 더 어려운 싸움과 맞닥뜨릴 것이다. 태준을 위기로 몰아넣은 알 수 없는 적들뿐만 아니라, 그들과 싸우느라 '괴물'이 돼버린 태준과도 정면으로 부딪쳐야 할지 모른다. 그것은 누군가의 아내와 같은 그림자가 아니라 '혜경'이라는 이름으로 오롯이 살아가기 위해 겪어야 할 숙명 같은 것이리라. 그것이 아무리 유지태가 멋지다고 해도, 혜경을 응원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굿 와이프 유지태 윤계상 전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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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스타팀에서 방송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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