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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소에 있다가 4월에 입양되었다
▲ 용인 보호소에 있던 호박이 보호소에 있다가 4월에 입양되었다
ⓒ 용인캣맘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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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반려동물을 펫숍에서 분양받는 것보다 유기동물을 입양하는 것이 비용 면에서 이점이 있고, 절차도 간단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유기동물을 입양하는 일은 생각보다 까다롭다. 주인 없는 동물이라고 생각해 쉽게 학대하거나 방치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보호소와 관계자들은 믿을 수 있는 가족을 만날 수 있게 최대한 자세한 인증 절차를 거치곤 한다. 하지만 이렇게 노력해도 동물의 기본적인 생존권을 완벽히 보장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용인시캣맘협의회 커뮤니티에 지난 6월경 게시물 하나가 올라왔다. 용인시 보호소를 통해 4월에 입양한 치즈색 고양이 '호박이'를 잃어버렸다는 것이었다. 호박이를 기억하고 있는 협회의 많은 회원이 안타까워하며 실제로 수색을 돕기 위해 발벗고 나서기도 했다. 그중 한 회원의 후원으로 잃어버린 고양이를 찾아주는 고양이 탐정까지 고용했다.

수상한 입양자... 거짓말을 거짓말로 덮는 진술

입양자는 지난 6월경 용인시캣맘협의회 커뮤니티에 '호박이'를 잃어버렸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그런데 수색 과정에서 이상한 점들이 발견됐다. 진위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입장이 불리해지자 입양자는 결국 자신이 호박이를 죽였다고 자백했다.
 입양자는 지난 6월경 용인시캣맘협의회 커뮤니티에 '호박이'를 잃어버렸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그런데 수색 과정에서 이상한 점들이 발견됐다. 진위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입장이 불리해지자 입양자는 결국 자신이 호박이를 죽였다고 자백했다.
ⓒ 용인시캣맘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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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수색 과정에서 이상한 점들이 발견됐다. 여러 봉사자들이 호박이의 수색에 나섰으나 정작 입양자는 점점 '머리가 아프다', '출장이 있다'는 등의 핑계를 대며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또한 호박이를 잃어버린 경위에 대해서 "치킨 배달을 받던 중 문이 열려 있는 사이에 호박이가 빠져나갔다"고 설명했다가 이내 햄버거 배달이라고 번복했다. 햄버거 업체에 확인한 결과 애초에 그런 사실이 없다는 점을 확인했고, 진위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입장이 불리해지자 입양자는 결국 자신이 호박이를 죽였다고 자백했다.

'친구의 5살짜리 딸과 호박이가 놀던 중 호박이의 다리가 부러져 병원에 데려가 치료했는데 그 과정에서 화가 났고, 호박이가 달려들기에 한 대 때렸는데 다음날 보니 죽어있었다'는 설명이었다. 유기동물 보호소에서 가족처럼 키우겠다고 입양한 고양이를, 하악질(고양이가 하는 위협의 표현)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머리를 때려죽인 것도 모자라 잃어버렸다는 허위 게시물을 올렸다는 점은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지난 7월 16일, 용인시캣맘협의회 관계자들이 직접 입양자를 만나 호박이의 죽음과 사체의 행방에 대해 물었다. 그러자 호박이 살해에 대한 입양자의 설명은 또다시 번복되었다. '약을 먹이려는데 하악질을 하기에 무거운 장난감으로 머리를 서너 대 내리쳤다', '금요일 저녁인데 야근을 하고 와 화가 나 있는 상태였다' 등 호박이를 죽인 경위에 대한 설명은 여러 번 바뀌었다.

이에 용인시캣맘협의회에서는 사체라도 찾도록 호박이를 버린 장소를 알려달라고 요구했고, 입양자는 '구리 휴게소에 버렸다'고 답했다. '하이패스를 쓰지 않아 구리 휴게소에 간 증거는 없다'고 주장했으나, 실제로 관계자들과 함께 휴게소에 가자 '사실은 동네 개천에 버렸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개천에서 버려진 비닐봉지를 모두 헤집고 수색해도 끝내 사체를 찾을 수 없었다.

카드 내역 등을 확인해본 결과 심지어 호박이의 사체를 유기한 것으로 추정되는 5월 14일 당일, 이미 예약해놓은 미용실을 가는 등 평소와 다름없는 생활 패턴을 이어간 것으로 밝혀져 또다시 관계자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입양인이 주장하는 호박이를 살해한 날짜 역시 동물병원 방문 기록을 통해 거짓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그러자 입양자는 호박이 사망 사건은 5월 14일이 아니라 6월 5일에 일어난 일이라고 진술을 번복했다. 사건을 주목하고 있는 이들 사이에서는 사체 유기 장소를 밝히지 않는 것이 혹여 학대나 살해 방법 등과 관련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도 일고 있다.

입양자는 거짓말의 꼬리가 잡힐 때마다 '착각했다'며 새로운 진술을 번복했다. 그 탓에 여전히 호박이 사체 유기 장소 등 사건의 진위는 밝혀지지 않고 있다.

명백한 동물학대, 하지만 처벌은 어려워

보호소에 있던 당시 호박이의 모습. 모든 유기묘가 좋은 가족을 만나 반려동물로서 행복한 삶을 살길 바라며 보살피고 입양 보내는 보호소 측에서는, 가족으로 키우겠다며 데려간 입양자가 살해 사건을 벌였다는 사실에 대해 충격을 금치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보호소에 있던 당시 호박이의 모습. 모든 유기묘가 좋은 가족을 만나 반려동물로서 행복한 삶을 살길 바라며 보살피고 입양 보내는 보호소 측에서는, 가족으로 키우겠다며 데려간 입양자가 살해 사건을 벌였다는 사실에 대해 충격을 금치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 용인시캣맘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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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이 사건의 전말을 제대로 파악하고 정당한 처벌을 요구하기 위해 다음 아고라에서 1만 명 이상의 서명이 이루어졌다. 또한 동물보호법 위반의 학대 행위에 준하여 고발 접수를 광주경찰서에 진행 중이나, 현 법규상 큰 처벌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제2의 호박이가 생기지 않기 위해서는 동물보호법에 있어 보다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

용인캣맘협의회의 관계자는 지난 8일 기자와 인터뷰에서 "동물학대는 있을 수 없는 행위이며, 그에 대해 위법으로 판결받을 수 있음을 이번 고발을 통해 피고발자 당사자는 물론 이유 없는 학대를 행하는 사람들에게 분명한 경고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모든 유기묘가 좋은 가족을 만나 반려동물로서 행복한 삶을 살길 바라며 보살피고 입양 보내는 보호소 측에서는, 가족으로 키우겠다며 데려간 입양자가 살해 사건을 벌였다는 사실에 대해 충격을 금치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해당 사건에 자문한 한 변호사는 "앞으로 유사 사건이 발생하지 않기 위해 첫째, 추후 유사사례 발생대비 협의회 차원에서는 계약서 검토(소유권유보조항포함 등) 둘째, 경기, 용인시차원에서는 예산확보 셋째, 국회차원에서 동물보호법개정(형량조정, 조건부기소유예등신설) 논의 등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현재 해당 사건에 대한 고발은 오로지 협회 회원들의 협력과 변호사들의 도움으로 진행되고 있다. 많은 애묘인들이 이 사건에 주목하며 온당한 처벌을 바라고 있는 만큼, 동물 학대에 대한 확실한 경각심을 주는 결말이 있기를 바란다.


태그:#고양이, #호박이, #유기동물, #동물학대, #동물보호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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