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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호 인양선 감시를 나선 세월호 유가족들이 16일 째인 지난 2015년 9월 17일 오후 세월호가 침몰 해역 인근 진도 동거차도 산 꼭대기에 천막을 치고 상하이샐비지 컨소시엄 인양준비과정을 감시하고 있다.
 세월호 인양선 감시를 나선 세월호 유가족들이 16일 째인 지난 2015년 9월 17일 오후 세월호가 침몰 해역 인근 진도 동거차도 산 꼭대기에 천막을 치고 상하이샐비지 컨소시엄 인양준비과정을 감시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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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 팽목항에서 여객선으로 세 시간을 달려가야 닿을 수 있는 작은 섬, 동거차도. 416 가족협의회에서는 이름도 생소한 진도 앞바다의 자그마한 섬인 동거차도에서 지난해 9월부터 하루도 빠지지 않고 세월호 인양 감시활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난 9일과 10일, 416 가족협의회, 416 대학생연대와 70여 명의 대학생이 그곳을 찾았습니다.

동거차도로 향하는 세시간동안, 세월호에 대한 자료를 읽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대학생들.
▲ 대학생들로 가득 찬 여객선 선실 동거차도로 향하는 세시간동안, 세월호에 대한 자료를 읽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대학생들.
ⓒ 박영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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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는 한가했을 여객선도 노란 옷을 입은 대학생들로 꽉꽉 들어찼습니다. 대학생들과 동행한 동수 아버지가 한 승객에게 이야기를 건넵니다.

"아까 팽목항에서 봤는데... 그 손수건 어디서 나셨어요? 그거 몇 년 전에 저희가 나누어주던 건데... 요즘은 안 만들거든요."
"예전에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받았어요."
"그렇게 몇 년째 늘 가지고 다니세요?"

그러자 머쓱하게 "아, 네... 뭐 늘 가지고 다녀요"라고 답합니다. 옆에 계시던 남편분도 한마디 거들며 2년 전 그날의 기억을 쏟아냅니다. '우리는 이 근처 섬에 산다, 그날 뉴스에서 세월호 참사를 보고 너무 놀랐는데 승객들이 모두 구조되었다고 해서 참 다행이라 생각했었다'고. '너무 마음이 아프다'고. 

아버지들은 오늘은 해무가 좀 껴서 그리 잘 보이진 않는다고 하셨지만, 동거차도로 향하는 여객선 안에서도 인양 현장을 볼 수 있었습니다. 어느덧 세월호에 관한 일이라면 전문가가 다 된 한 아버지가 한마디 덧붙입니다.

"날 맑으면 제주도까지 보여요. 이쪽은 워낙 남쪽이라 우리나라 예보보다 일본 일기예보가 더 잘 맞아서 엄마아빠들 핸드폰에는 다 일본 날씨 어플을 깔았어요. 물때며 뭐며 아주 꿰고들 있어요."

세월호가 잘 보이는 곳에 터 잡은 가족들

가족들의 천막이 있는 언덕을 오르는 길에 내려다 보이는 동거차도 마을 전경.
▲ 동거차도 마을 전경 가족들의 천막이 있는 언덕을 오르는 길에 내려다 보이는 동거차도 마을 전경.
ⓒ 박영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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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유가족 부모님들의 염원이 적힌 리본이 이곳저곳 매달려 있다.
▲ 동거차도 천막에서 바라 본 인양 현장 세월호 유가족 부모님들의 염원이 적힌 리본이 이곳저곳 매달려 있다.
ⓒ 박영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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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거차도는 자그마하고 조용한 섬입니다. 티브이 속 <삼시세끼>에서 보던 만재도처럼 작은 구멍가게가 하나 있고, 몇 가구가 옹기종기 돌미역을 따고 거북손을 주우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대학생들이 도착한 날에도 한편에서는 거북손을 손질하고 있었습니다.

마을 뒤쪽 언덕배기에는 돔형 텐트 두 개가 있습니다. 가족들이 인양 현장을 감시하고 있는 곳입니다. 마을 분들의 이야기에 따르면 세월호 참사 당시 한 방송국에서 그 언덕 위에 처음 자리를 잡았다고 했습니다. 그곳에서 침몰하고 있는 모든 과정을 취재하고 촬영했지만, 당시 우리가 봤던 화면엔 그저 망망대해만 있었습니다.

국회에서, 청와대에서, 또 광화문에서. 치열한 하루하루를 보내다 인양 논의가 본격화되던 때 가족들은 그 언덕배기에 다시 자리를 잡았습니다. 인양 작업을 감시하고 녹화할 수 있는 카메라, 망원경 등의 장비도 설치했습니다.

세월호 인양선 감시를 나선 세월호 유가족들이 16일 째인 17일 오후 세월호가 침몰 해역 인근 진도 동거차도 산 꼭대기에 천막을 치고 상하이샐비지 컨소시엄 인양준비과정을 감시하고 있다.
 세월호 인양선 감시를 나선 세월호 유가족들이 16일 째인 17일 오후 세월호가 침몰 해역 인근 진도 동거차도 산 꼭대기에 천막을 치고 상하이샐비지 컨소시엄 인양준비과정을 감시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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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와 동백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찬 숲길도 정리하고, 전기도 끌어왔습니다. 직접 땅을 파 간이화장실도 만들어야 했습니다. 이제는 쓰지 않던 우물도 정돈했습니다. 불편한 텐트에서 지내던 가족들을 위해 대안학교를 다니는 고등학생들이 직접 돔형 텐트 두 동을 설치했습니다.

그 언덕을 70여 명의 대학생들과 함께 올랐습니다. 야생 그대로의 대나무 숲과 동백숲이 너무 아름다워 더 답답합니다. 겨울이면 빨간 동백꽃이 이곳을 뒤덮을 텐데, 툭툭 떨어진 동백꽃이 얼마나 마음을 후벼 팔까 싶습니다.

아이들을 위한 제사상, 떠난 이와 함께 만든 노란 리본

동백나무와 대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선 언덕을 오르고 있다.
▲ 동거차도 언덕을 오르며 동백나무와 대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선 언덕을 오르고 있다.
ⓒ 박영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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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덕을 오르고 보니 탁 트인 풍경 속에서 당황스러울 정도로 가까이 사고 해역이 보입니다. 창문을 깨고 배 밖으로 탈출만 했었더라면, 구명 조끼를 입은 채 24시간까지는 물 위에 떠 있을 수 있다던데, 인근 주민들의 어선들만 왔다 갔다 했더라도 충분히 다 구했을 텐데, 체력이 좋은 사람이라면 헤엄쳐 올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하는 생각들이 거센 바람과 함께 어지럽게 지나갑니다.

사고 해역이 보다 가깝게 보이는 언덕 아래쪽 절벽 앞으로도 가보았습니다. 한 아버님은 흘리듯 "우리는 저 아래 내려가면 더 힘들어. 저기는 더 절박하거든"이라며 언덕 위에 남으셨습니다.

가는 길 곳곳, 이곳에 왔던 세월호 엄마들의 글귀 리본이 흩날리고 있습니다. 텐트 주변에는 고 김관홍 잠수사님과 함께 만들었다던 노란리본 조형물도 있었고, 8반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는 소박한 제사상도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그곳을 찾았던 우리들의 마음도 그 섬 언덕배기 한편에 세월호 가족들과 함께 자리 잡았을 겁니다. (2편에 계속)

반별로 돌아가면서 희생자들을 기리는 소박한 상을 차린다. 이번에는 8반 희생자들을 기리는 기간이었다.
▲ 아이들의 제사상 반별로 돌아가면서 희생자들을 기리는 소박한 상을 차린다. 이번에는 8반 희생자들을 기리는 기간이었다.
ⓒ 박영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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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대학탐구생활 홈페이지(daetamgu.com) 에도 게재할 예정입니다.



태그:#대학생, #동거차도, #세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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