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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드북보다 부드럽고, 여행 에세이보다는 간결한 '묻고 답하는 여행기'. 남의 여행에서 가장 궁금한 가격 정보를 기본으로, 여행 가기 전 후루룩 읽을 수 있는 베트남 여행기를 몇 편에 걸쳐 작성합니다. - 기자말
사파 풍경 ⓒ 박혜경
안개의 도시 사파. 인도 맥그로드 간즈와 분위기가 비슷하다. ⓒ 박혜경
Q1. 사파(sapa) 가는 길은 어땠어? 괜찮았어?
편안했다. '사파 익스프레스 버스' 타길 정말 잘했다. 우리나라로 치면 우등버스같은 건데 자리도 널찍해서 편히 누워 갔다. 28명 가량 앉는 것 같더라. 하노이에서 사파까지 6시간 정도 걸리는데, 2시간에 한 번씩은 휴게소에 들러 화장실 문제도 겪지 않았다.

내가 탄 버스는 옆면에 '현대캐피탈 배구단'이라고 써 있었다. 버스 자체를 한국에서 수입하는 모양이다. 암튼, 일반 슬리핑 버스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편안하다(베트남 올 때 탔던 비행기 이코노미석보다도 안락했다).

근데 가격은 좀 나가는 편이다. 편도 38만 동, 한화로 2만 원 가량 하는 셈이다. 서울 남부터미널에서 통영까지 가는 우등 버스가 2만4600원(4시간 30분 소요)이니 큰 차이가 없다. 베트남 물가를 생각하면 더 비싸다고 할 수 있다.
사파 익스프레스 버스. 아주 쾌적했다. ⓒ 박혜경
Q2. 숙소 잡는데 우여곡절이 많았다며?
눈여겨 본 사파 숙소가 몇 군데 있었다. 그중 중심가에서 조금 떨어져 있긴 하지만 가격도 괜찮고 무엇보다 '뷰가 장난 아니라'는 데까지 걸어갔다. 그때가 오후 1시 정도였던 것 같은데 이미 방이 꽉 차 있었다. 이른 시간이었지만 예약을 다 받아서 남는 방이 없다는 거다. 숙소 예약 어플을 이용하지 않은 걸 후회했다. 배낭을 메고 그 긴 길을 다시 걸어 중심가로 돌아왔다.

결국 사파에서 머물게 된 숙소는 내가 후보에 올려놓은 또 다른 숙소였는데, 여기는 그냥 지나칠 뻔했다. 내가 알고 있던 이름과 간판에 있는 이름이 달랐던 것. 나처럼 이래 저래 여러 일들이 생길 수 있으니, '웬만하면' 숙소 예약 어플로 미리 예약하고 가는 게 속 편할 것 같다.

더불어 한 가지 귀띔하자면, 사파가 인기를 끌면서 공사 중인 곳이 많다. 운이 나쁘면 하루 종일 땅 파는 소리가 울려퍼지는 공사장 바로 옆에 머물 수도 있다.

Q3. 사파 분위기는 어때? 물가는?
사파를 두고 인도의 맥그로드 간즈와 비교하는데 실제로 가보니 비슷했다. 각각 해발 1600미터와 해발 1800미터에 위치한 고산지대라 환경적으로 비슷한 부분이 있는 것 같다.

두 곳 다 '안개의 도시'이다. 맥그로드 간즈의 경우 날씨가 맑았다가도 갑자기 안개가 눈 오듯 내리 깔리는데, 사파 역시 비슷하다. 또, 사파는 20세기 베트남을 지배했던 프랑스가 휴양지로 개발한 곳이고, 맥그로드 간즈는 인도를 지배했던 영국이 휴양지로 개발한 곳이라는 역사적인 공통점도 있다.

물가의 경우, 네팔 여행자들이 포카라를 두고 '숙소 빼고 다 비싼 도시'라고 일컫는데, 사파도 비슷하다. 숙소는 하노이 대비, 같은 가격에 더 나은 방을 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식당이나 카페는 하노이보다 약간 비싼 느낌이다. 아무래도 운송비 등의 이유가 있지 않을까 싶다.
안개와 구름. 사파의 날씨는 변화무쌍했다. ⓒ 박혜경
'사파 뷰'는 어디로 갔다 말인가. ⓒ 박혜경
Q4. 날씨는 어땠어?
한마디로 '배신'이었다. 베트남 관광청에선 '사파의 매력을 제대로 느끼려면 4월~5월이 적기'라고 알려줬지만, 사파에 있는 3일 동안 안개가 걷힌 날이 하루도 없었다. '안개의 도시'라는 명성 그대로였다.

다행히(?) '사파에선 하루에 사계절을 경험할 수 있다'는 설명은 들어맞았다. 아침엔 봄, 가을처럼 무난한 날씨였다가 오후엔 여름처럼 햇볕이 쏟아졌고, 저녁은 쌀쌀하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이렇게 변화무쌍하게 날씨가 변하는 곳은 처음이다. 내가 다녀본 도시 중 가장 변덕스러웠다. 정말 하루에 열두 번은 날씨가 바뀌는 기분이다.

밤엔 하늘에 구멍이 뚫린 듯 비가 퍼붓기도 했다. 바람도 어마어마하게 불어서 밖에 있는 물건이 굴러다니는 소리가 요란하게 났다. 심지어 우박이 떨어진 날도 있었다.

Q5. 그럼 도대체 언제가 여행 적기라는 거야?
사파에 가면 숙소마다 노랗게 물든 계단식 논 사진을 멋지게 걸어놨다. 심지어 그 사진 속 사파는 하늘도 맑다. 숙소 직원에게 물어봤다.

"도대체 사파 여행의 적기는 언제야?"
"9~10월. 그때가 피크야."
"그럼 저 사진 속 계절도 그때 쯤인 거야?"
"응."

안개 내린 사파도 운치있지만, 사파 하면 떠올리는 그 이미지를 보고 싶다면. 9~10월에 가길 추천한다(단 그때가 피크인 만큼 숙박료는 좀 더 비싸다).
깟깟마을 트레킹의 포인트인 폭포. 근데 이게 다다. ⓒ 박혜경
Q6. 그럼 옷은 어떻게 가져가야 해?
날씨가 수시로 바뀌다보니 '사파 패션'은 희한하다. 현지인들은 패딩을 입고 있는데 난 반팔, 반바지 차림. "넌 더운 거지?" 이런 질문을 받게 된다. 그래도 가볍게 걸칠 건 꼭 챙기자. 해가 지면 갑자기 기온이 훅 떨어진다. 몸에 열이 많은 나도 쌀쌀하다고 느낄 정도.

Q7. 사파 소수민족들은 만났어?
사파에 도착해 버스에서 내리면 소수민족 아주머니들이 몰려온다.

"어디서 왔어요?"
"트레킹 갈 건가요?"
"나를 위해 이 팔찌 좀 사주세요."

아이를 등에 업은 경우도 있고, 나이가 많은 아주머니도 있다. 이들을 두고 '예전같지 않다', '때가 탔다'는 식으로 말하는 이들이 있는데, 이미 관광지화 돼 버린 곳에서 '예전처럼' 살기를 바랄 수 있을까. 그들에게 더욱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 비판하는 건 맞지 않아 보인다.

그래도 그들에겐 '진심'이 남아있다. 자신이 파는 고작 천 원짜리 팔찌를 한 푼도 깎지 않고 산 여행자에게 미안한 눈빛을 보내는 아이의 진심, 지갑에 있던 잔돈을 털어 팔찌를 산 여행자의 두 손을 꼭 잡고 고맙다고 연신 인사하는 흐몽족 할머니의 진심. 그거면 되지 않을까.

여행자도 그들에게 진심을 보이면 좋겠다. 사파에서 한 서양 여행자가 동의도 없이 소수민족 사진을 찍었다. 앉아 있던 아주머니는 불같이 화를 내며 소리를 질렀다. 만약 장소가 유럽이었다면, 혹은 미국이었다면 어땠을까? 그때에도 똑같이 동의없이 사람들의 얼굴에 카메라를 들이밀었을까?

Q8. 한국 사람은 만났어?
트레킹 갔다 돌아오는데, 한 여행자가 가방을 멘 채 열심히 스마트폰을 들여다 보고 있더라. 숙소를 찾는 것 같았다. 손에는 한글로 된 가이드북이 들려 있었다. 혼자 다니는 게 너무 외로웠던 나는 숙소 찾는 것도 도와주고 이런 저런 얘기도 나누고 싶었는데, 그녀는 나와 짧게 인사를 나누고 홀연히 떠났다.(ㅠㅠ) '저녁 같이 하실래요?' 할 틈도 없었다.

트레킹 내내 땀 흘린 나의 꾀죄죄한(?) 몰골 때문이었을 수도, 그녀의 가방이 너무 무거워서였을 수도 있지만, 한편으론 바뀐 여행 문화를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확실히 예전처럼 길에서 사람을 만나 서로의 여행 정보를 나눌 기회는 많이 사라진 느낌이다. '만능' 스마트폰 때문이다. 그날 저녁, 그녀를 또 다시 길거리에서 만났지만, 그녀는 스마트폰만 보고 가느라 나를 발견하지 못했다.
깟깟마을 트레킹에서 만난 귀여운 개들. ⓒ 박혜경
사파에는 아름다운 자연 풍경을 볼 수 있는 카페와 식당들이 많다. ⓒ 박혜경
Q9. 사파에서 하고 오지 않은 것 중 후회하는 게 있다면? 또 해보라고 추천하고 싶은 건?
해보라고 추천하고 싶은 건 트레킹 그리고 카페에서의 여유로운 시간 갖기. 사파는 트레킹으로 유명한 도시이다. 계단식 논이 끝도 없이 펼쳐진 모습이 장관이다. 긴 코스이든, 짧은 코스이든 상관없다. 잠깐이라도 걸어보길 추천한다.

카페에 앉아 사파 풍경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진다. 카페들도 테라스 자리를 많이 만들어놨다. 커피 한 잔 하며 여유로움을 꼭 만끽해보자.

안 하고 온 게 약간 후회되는 건 오토바이 렌트와 그룹 투어. 사파가 '오토바이를 빌려서 다니기 좋은 도시'라는 얘기는 많이 들었지만, '혹시나 사고 나면 어쩌나' 싶어 빌리지 않았다. 물론 다시 간다해도 같은 선택을 내릴 가능성이 크지만, 그래도 약간 아쉽다. 먼 마을을 돌아보는 트레킹 코스는 여행사나 호텔에 프로그램이 많다. 혼자 걷는 맛도 있지만, 그룹 투어로 다녀오는 게 체력적으론 덜 부담스럽다. 일정이 짧은 사람의 경우 시간도 절약할 수 있다.

Q10. 그래서 얼마 썼어?
오늘의 가계부 공개.

- 사파 가는 길 휴게소에서 소고기 쌀국수 3만 5000동(한화 1750원)
- 사파 굿모닝 베트남 레스토랑 점심 7만 5000동(3750원)
- 깟깟마을 입장료 5만 동(2500원)
- 깟깟마을 아이 팔찌 2만 동(1000원)
- Phuong Nam Hotel 35만 동(1만 7500원)
- 리틀 사파 저녁 14만 2000동(7100원)
- 물 1만 2000동(600원)
∴ 총 68만 4000동(3만 4200원)
사파 굿모닝 베트남 식당. 영어 잘하는 주인의 장사 수완이 뛰어나다. 음식맛도 괜찮은 편. ⓒ 박혜경
사파에서는 하노이와 비슷한 가격으로 더 좋은 방에서 머물 수 있다. 하룻밤에 1만 7500원인 Phuong Nam Hotel. ⓒ 박혜경
태그:#베트남 여행, #베트남, #사파, #사파 여행, #하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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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무지개가 가득한 세상을 그립니다. 오마이뉴스 박혜경입니다.

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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