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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2일 밤 11시 50분 울산 동구 화암초등학교 운동장에 이날 발생한 지진으로 불안해 하는 시민들이 모여 있다
 9월 12일 밤 11시 50분 울산 동구 화암초등학교 운동장에 이날 발생한 지진으로 불안해 하는 시민들이 모여 있다
ⓒ 박석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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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저녁 울산 중구 반구동 한 식당, 언론계 선배들과 함께 식사를 하던 도중 갑자기 실내가 심하게  흔들렸다. 식당안 선반에 있던 박스가 떨어졌다. 벽에 걸린 시계는 오후 7시 44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순간 기자는 "지진이다"라고 돌연 외쳤다.

이처럼 지진을 외친 이유는 지난 7월 6일 울산 동구 앞바다에서 발생한 5.0의 지진을 처음으로 몸소 체험한 경험이 갑자기 되살아났기 때문이다(관련기사 : 난생 처음 지진 경험, 울산이 불안하다 ).

다시 찾아온 지진, 울산시민들은 불안에 떨어

이날 7시 44분쯤 2~3초간 건물이 흔들리자 식당에 있던 손님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대부분 손님들은 밖으로 뛰어나갔고, 이미 거리에는 많은 시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웅성거리고 있었다.

첫 지진이 감지된 후 2분 뒤인 7시 46분, 중학생인 막내에게서 전화가 왔다. 아파트가 흔들려 어머니는 물론 동네 사람들이 불안해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내가 무사한지 물었다. 다시 몇 분이 지난 7시 54분 기자의 휴대전화에는 국민안전처로부터 지진발생 사실을 알리는 문자가 도착했다. 문자 말미에 "여진 등 안전에 주의바랍니다"고 적었다.

급히 울산 동구 방어동의 아파트로 돌아온 지 얼마 지나지 않은 8시 32분쯤, 4층인 기자의 아파트가 심하게 흔들렸다. 국민안전처의 우려대로 여진이 발생한 것이다. 하지만 앞서의 것과 달리 강도가 더 셌고 시간도 몇초 더 길었다. 아내와 아이가 비명을 질렀다.

잠시후 밖에서는 주민들의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기자가 사는 300가구 아파트 주민들이 거의 나온 듯 아파트 앞은 꽉 찼다. 곧이어 주민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아파트 바로 앞에 있는 화암초등학교 운동장으로 몰려갔다. 이때 40대의 한 남성은 "아이가 학교로 가자고 했다. 학교에서 지진이 나면 그렇게 하라고 배웠다고 했다"고 말했다.

학교 운동장에 모인 상당수 주민들은 불안감을 호소했다. 인근 아파트 16층에 사는 한 주민은 "서랍이 열리고 벽시계와 형광등도 흔들렸다"고 말했다. 한 주부는 "집에 아무도 없어 밖으로 나가야 할 지 집에 있어야 할 지 분간할 수 없어 더 불안했다"고 말했다. 주민들 상당수는 밤 12시가 넘어서도 학교운동장에서 떠날 줄 몰랐다.

9월 12일 저녁 10시쯤 울산 남구 신정동 울산대공원 입구에 있는 공영주차장에 갑자기 차량들이 몰려오자 경찰이 교통정리를 하고 있다
 9월 12일 저녁 10시쯤 울산 남구 신정동 울산대공원 입구에 있는 공영주차장에 갑자기 차량들이 몰려오자 경찰이 교통정리를 하고 있다
ⓒ 김정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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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10시쯤 <시사울산> 김정배 시민기자에게 급한 전화가 왔다. 울산 남구 신정동에 있는 울산대공원 동문 앞 공영주차장에 갑자기 차량들이 몰려들기 시작해 경찰이 출동하기까지 했다는 것이다.

울산대공원 동문 앞은 평소 시민단체나 노동계의 집회가 잦은 곳으로 울산 소녀상이 있는 곳이다. 사태를 파악해보니, 이날 지진으로 불안에 떨던 인근 고층 아파트에 사는 주민들이 차를 몰고 주차장으로 쏟아져 나온 것이었다. 이처럼 시민들은 또다시 찾아올지 모를 지진 걱정에 불안한 밤을 보냈다. 특히 지난 6월 23일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울산에 신고리 5·6호기 건설 허가를 하면서 불안감은 더 가중되는 모양새다.

학교운동장에 모여 있는 주민들 중 한 명은 이런 말을 했다.

"원전 때문에 더 불안하다. 울산에 원전을 자꾸 만들도록 한 울주군수 집 앞에 가서 항의해야 하는 것 아닌가."


태그:#울산 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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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오마이뉴스 장지혜 기자 입니다. 세상의 바람에 흔들리기보다는 세상으로 바람을 날려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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