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의 유일한 본분으로 일컬어지는 공부. 하지만 "공부만 하라"는 어른들의 질책에서 벗어나, 우리 사회에 드러나거나 숨겨진 여러 곳에서 두각을 보이는 청소년들이 있고, 그리고 청소년에게 힘이 되어주는 어른들이 있습니다. 이런 분들을 같은 고민에 속해 있는, 청소년인 필자가 직접 인터뷰합니다. 또, 청소년들이 모이고, 주최했던 행사나 모임을 취재합니다. 청소년 시민기자가 직접 발로 뛰고 집필하는 연재기획, <옆동네 1318>입니다.

7월부터 10월까지, 청소년들이 만들고 직접 꾸며낸 연극과 영화를 뽐낼 수 있는 기회가 있습니다. 같은 학교 연극 동아리의 친구들끼리 전국의 고등학생들과 경쟁하는 '전국청소년연극제'의 예선전부터 본선까지의 장이 7월부터 8월까지 있었고, 대한민국 뿐만 아니라 전세계의 청소년들끼리 서로가 만든 영화를 출품하는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는 9월부터 10월까지 개최됩니다.

그래서, 옆동네 1318 안의 작은 기획 [연&영 1318]을 준비했습니다. 전국청소년연극제와 그 예선전에 출전한 학교 동아리, 그리고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에 출품한 청소년 중 제가 '찜한' 청소년 감독과 배우를 인터뷰 하는 시간을 가져보고, 이러한 청소년 문화축제에 대해 다시 되돌아보는 별도의 섹션을 마련해보려고 합니다. 두 번째 순서는, 지난 해 전국청소년연극제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영동고등학교 연극반 '극단 끼' 단원들을 인터뷰했습니다. [편집자말]
 '극단 끼'가 지난 7월 21일 선보인 <반항아들>의 한 장면.

'극단 끼'가 지난 7월 21일 선보인 <반항아들>의 한 장면. ⓒ 박장식


개그맨 김대희, 배우 오만석, 배우 현빈의 공통점을 아시는가. 바로 서울 강남구에 있는 영동고등학교의 연극반 '극단 끼' 출신이라는 것이다. 끼가 넘쳐서 극단 끼. 김대희가 지어서 준 정식 명칭이라고 한다. 1978년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온 역사가 있는 만큼, 고유의 인사법도 있다. '극!단!끼!'라고 외치는 모습에, 이상하게 보는 사람마저 열정이 생기는 것 같다.

대학교 동아리 중에서도 1970년대부터 지금까지 계속 이어져 온 공동체는 그렇게 많지 않다. 그만큼 이들이 동아리에 임하는 마음도 다르다. 인터뷰를 섭외하면서 처음 받았던 요청이 '우리 극단을 연극'부'보다는 연극'반' 내지는 극단으로 불러 달라'는 것이었다. 몇 학년 몇 반처럼, 연극반도 하나의 반으로 봐달라고, 그리고 하나의 전문적인 극단처럼 봐달라는 의중이었다.

극단 끼는 작년에 있었던 전국청소년연극제에서 최우수상을 받았을 정도의 실력파들이다. 필자가 공연을 보고 뒤통수를 맞은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강한 인상을 받았을 정도였으니, 그 정도 요청은 받아줘야 하지 않나 싶었다. 청소년 연극 행사들이 어느 정도 마무리된 지난 6일, 영동고 '극단 끼'를 위해 마련된 영동고 6층의 소극장에서 이들을 만났다.

다음은 이들과 나눈 대화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한 것이다.

평범하지 않은 공동체, 극단 끼

 '극단 끼'가 지난 7월 21일 선보인 <반항아들>의 한 장면.

'극단 끼'가 지난 7월 21일 선보인 <반항아들>의 한 장면. ⓒ 박장식


- 만나서 반갑다.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남궁문수 "영동고등학교 2학년이다. '극단 끼'의 배우이다. 올해에 '극단 끼'에 들어와서 두 번의 공연에 배우로 나왔다."

정병하 "영동고등학교 2학년이다. 1학년부터 지금까지 '극단 끼'에서 네 편의 연극을 연기했다. 물론 '쭈구리 전문 배우'라 이번 <반항아들>에서 큰 역할 한 번 맡아본 것 빼고는 주목받을만한 연극이 없었다."

박승규 "영동고 2학년이고, '극단 끼'의 2학년 부장이다. 지금까지 '극단 끼'에서 배우로는 세 작품에, 조명 담당으로 한 작품에 참여했었다. 이번 <반항아들>에서는 중간에 자살하는 학생 역할로 나왔다."

김영범 "3년째 '극단 끼'에서 활동하고 있고, 연극반 전체 반장을 맡은 영동고 3학년 김영범이다. 지금까지 '극단 끼'의 모든 연극에 빠짐없이 참여한, 자기공인 '카리스마 반장'이다. 다섯 번은 배우로, 한 번은 연출로 참여했었다."

- 이번에 서울청소년연극축제, 그리고 '서울예술대학교 동랑제'에서 선보였던 연극, <반항아들>에 대한 내용과 줄거리가 궁금하다. 그리고 '극단 끼'에 대한 자세한 소개를 부탁드린다.
박승규 "<죽은 시인의 사회>를 한국 학교, 그중에서도 우리 학교의 '극단 끼'에 대입하여 각색한 작품이다. 작년 졸업한 선배가 졸업하고 나서 각색해주셨다. 기존의 '죽은 시인의 사회'와 내용이 거의 같은데,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는 '시 낭송 동아리'의 이야기였다면, 연극반에서는 '해체된 연극반을 몰래 살린 친구들'의 이야기라는 것이 다른 점이다.

선생님이 알려주신 빈 교실 안으로 몰래 들어가 수 년 전 선배들이 연기했던 대본을 찾아 연기해보는 것이라, 극 중 극 형태를 띠고 있다. 극 중 극 안에서는 '김영범 선생님'으로 인해 학생들이 삶을 찾아가고, 꿈을 어떻게 만들어 나가는 과정을 알 수 있게끔 했다."

김영범 "'극단 끼'는 우리나라에 있는 고등학교 동아리 중에서 제일 역사가 깊은 축에 속하고, 체계적으로도 잘 잡혀있는 모임이라고 생각한다. 1978년 만들어져서 2000년대 초반에 불미스러운 일로 해체되었다. 그러다가 2012년에 극단 끼 출신의 선배들이 학교에 방문해서 부탁도 하고, 재학생들도 다시 극단을 만들자는 의지가 높아서 부활했다. 지금은 1학년이 30기 '극단 끼' 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 '극단 끼'의 1년 시계는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다. 3월부터 12월까지, 대회 준비라든가, 연극 연습을 언제, 어떻게 하고, 대회가 없을 때는 어떤 일들을 하는가.
김영범 "3월 초에는 신입생을 대상으로 오디션을 한다.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1학년 학생들에게는 선생님의 도움 없이 연기에 필요한 자세를 알려준다. 3학년이 1·2학년에게 호흡·발성·동작을 가르쳐 주면 다시 1·2학년 학생들이 3학년이 되어 후배들에게 가르쳐주는 식이다. 처음 동아리가 다시 만들어졌을 때는 연극반 출신 선배들이 가르쳐주었는데, 지금도 도움을 많이 주고 있다.

일 년에 두 개의 연극을 공연하는데, 하나는 학교 축제 때 하는 공연, 하나는 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하는 공연이다. 보통 앞 공연은 우리와 관객들이 즐기기 위해 우리의 취향에 맞는, 즉 하고 싶은 것으로 한다. 뒤 공연은 우리가 하고 싶은 말, 즉 메시지가 담긴 공연을 선택한다. 4~5월부터 8월까지 공연 연습을 하고, 대회가 끝난 다음에는 3학년 선배들은 입시 준비에 매진하고, 1·2학년 후배들은 내년 공연을 준비하기 위해 대본이나 책을 구해 읽어보기도 하고, 서로 토의를 하기도 한다."

- 고등학생들인데, '극단 끼' 활동을 하면서 부모님이나 학교 선생님들, 학원 선생님들과 갈등이 있었을 것 같다. 어떻게 극복했는가.
남궁문수 "부모님에게 '나는 연극이 길이다!'라고 확실히 말씀을 드렸다. 부모님이 '연극도 제대로 하고, 그러면서 공부도 소홀히 하지 말라'고 당부를 드렸다. 부모님이 연극반 활동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게 해 드리기 위해서 공부도 열심히 했고, 결과적으로 연극반 활동하는 것을 굉장히 좋아하신다."

정병하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이 하고 싶은 것을 하게 해 주시겠다고 입버릇처럼 말씀하셨는데, 정작 극단 끼에 들어가니까 '진짜 할 거니?'라는 말을 하면서 표정이 굳어지셨다. 걱정을 많이 하신 거다. 하다 보니까 공부에 소홀해지기도 하고, 그래서 반대를 많이 하신 것 같다. 그래도 좋은 결과와 더불어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드리니까 그래도 이해를 해 주시더라. 선생님들은 오히려 밀어주시는 편이다. 1학년 담임 선생님은 꽤 극단 끼 활동을 도와주셨다."

박승규 "아버지가 사진작가라, 반대는 하지 않으시되 책임은 확실히 지라는 마인드셨다. 그래서 '극단 끼' 활동도 '책임만 지면 괜찮다'라는 주의셨다. 사실 중학교 때는 성적이 9등급대여서 고등학교 입학이 어려울 정도였는데, 다행히도 고등학교 올라와서 '극단 끼' 활동을 하게 되면서, 선배들이 '연기를 제대로 배우고 싶으면 하기 싫은 공부라도 해서 대학을 갈 수 있게 하라'고 충고를 해 주셔서 3등급대로 오르게 되었다."

김영범 "부모님이 반대를 처음에는 많이 하셨다. 재밌게, 그리고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상도 타고, 표정도 점점 밝아지니까 부모님이 '별 취미 없이 있던 녀석이 꿈 찾고 하니 잘 하는구나!' 싶으셔서 반대를 접고 응원해주셨다. 선생님의 경우에는 갈등이 있다기보다는 도와주신 선생님이 많다."

- '극단 끼' 활동을 하면서, 재미있는 혹은 '눈물 젖은' 에피소드가 많지 않을까 싶다. 극단 끼 활동하면서 생긴 에피소드가 있는가.
박승규 "축제 기간에 한 달 동안 연습을 하는데, 축제 기간이라 학교에서도 공부를 적당히 시키고, 웬만하면 다 축제준비를 시킨다. 다만 연극이 보통 석 달 정도 준비해야 높은 완성도를 이룰 수 있는데, 한 달 안에 만들기 위해 연습을 하다 보니까 밤까지 학교에 남기도 한다. 논현동의 선배가 운영하는 연습실에서 밤을 새우기도 했다. 더욱이 올해에는 일곱 번이나 기획 내용이 바뀌어서 결국 2주 전에 새로운 연극, 안톤 체호프의 단막극 모음을 찾아내서 미친 듯이 연습을 해야 했다.

다행히도 연극을 선보인 학교 축제 당일에는, 같은 학교 학생들을 위해 리허설 겸 1차시를 하고, 그 뒤에 연극을 선보였다. 그때는 '여학생 외 출입금지'를 선언했는데도 만석이었고, 관객들이 '무한도전 방청객' 급 호응을 보여줬다."

정병하 "올해는 승규가 연극에서 사회자 역할로 나왔기 때문에 다음 연극을 소개해줘야 하는데, 2분짜리 독백을 통째로 잊어먹었었다. 대처한답시고 '설명 듣기 귀찮죠? 됐고요, 연극 시작할게요!'라고 한 다음에 다음 연극 하는 친구의 멱살을 잡고 그대로 무대 위에 내동댕이치고 들어갔다. 워낙 완벽하게 대처를 해서, 아직도 애드리브라고 아는 친구가 있다.

여기가 꼭대기 층인 데다가 암실로 만든다고 검은 천을 도배해놔서 온도가 미친 듯이 올라간다. 작년에는 공연 당일에 두 친구가 너무 긴장해서 토를 했었다. 다행히도 비닐에다 대고 했는데, 냄새를 지운답시고 방향제를 뿌렸다가 기분이 이상해서 보니까 헤어스프레이였다. 그 날 미끌미끌해서 무대 뒤에서 앉지도 못하고, 초여름에 동복을 입었던지라 겨드랑이에 '겨터파크'가 열려서 다들 에어컨 위에서 만세하고 있었다. 엄청나게 체력소모가 심했던 덕분에 무대 위에서 실수도 잦았다."

남궁문수 "병하는 진짜 '극한 직업'급으로 연기를 해야 했다. 뺨 맞아서 담도 오고, 뽀뽀 장면이 있는데 우리 학교는 남고라 여자 배역을 맡은 남자애와 뽀뽀도 해봤다. 문제는 그게 첫 뽀뽀였다. 압권인 건 생양파와 레몬을 먹는 장면이 있는데, 레몬은 먹고 나니까 입이 안 벌어져서 포기했고, 생양파는 먹고 속이 뒤집힌 데다가, 씻은 양파를 못 구해서 먹던 거 또 먹고 했다. 결국, 양파 알레르기에 준하는 '양파 공포증'이 생겼다."

각자가 꾸는 꿈에 대하여

 '극단 끼'가 사용하는 소극장의 모습. 예전에는 음악실로 쓰던 곳이라고 한다.

'극단 끼'가 사용하는 소극장의 모습. 예전에는 음악실로 쓰던 곳이라고 한다. ⓒ 박장식


- '극단 끼' 활동을 쉬는 12월부터 2월까지, 그리고 막간의 한가한 시간에는 어떤 취미를 즐기는가. '이불 밖은 위험해서 갇혀 있다'도 괜찮다.
김영범 "온종일 친구 만나서 당구장에 가는 게 제일 많이 하는 '취미'다. 입시 철 되기 전까지는 300 가까이 쳤었는데, 요새는 입시 때문에 당구봉에서 손을 놓은 지 6개월이 되어서, 얼마나 치는지 알 수가 없다. 친구들 만나서 공연도 보고, 영화도 자주 본다."

정병하 "잃어버렸던 나 자신을 다시 찾는다. 중학교 때 친구들도 다시 만나고, 부모님과 외식도 하고 그런다. 겨울에 가족행사가 꽤 있어서 거기에 참여한다. 노래방도 친구들과 자주 간다. 요즘은 피시방에서 <오버워치>를 하고 있는데, 입시 때문에 계정을 잠시 봉인해야 할 위기이다."

박승규 "'취미 세포'가 죽어버렸다. 2년 동안 연극반 활동을 하면서 워낙 구르다 보니까, 다른 활동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게 된다. 영화는 원체 좋아해서 가끔 보는데, 게임은 친구들이 피시방으로 끌고 가야만 겨우 한다. 작년 겨울에 편도선 수술을 하고 6개월간 미각을 잃어서 정말 의욕 없이 살았던 것 같다."

남궁문수 "올해 극단에 들어와서, 아직 휴식기에 뭘 할지 정하지 못했다. 여행도 가고 싶고, 친구들과 노래방도 가고 영화도 보고, 라면 대신 맛있는 음식점에서 '먹방'도 찍고 싶다. 내년에 입시를 준비해야 한다. 입시 연기는 독백이다 보니까 꽤 어렵다."

- 앞으로 맡아서 해 보고 싶은 연극이나 배역이 있지 않나. 장르를 집어도 좋고, 특정한 연극을 골라도, 배역이나 역할을 골라도 좋다.
박승규 "영화 <동주>에 나오는 윤동주 역할을 연극으로 재해석해서 연기해보고 싶다. 연극으로 재해석하기에는 최적의 연극이 <동주>라고 생각하기도 하고, 내가 윤동주 시인을 좋아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막심 고리키의 <밑바닥에서>에 나오는 '페페르'라는 사람의 연기도 해보고 싶다. 작품에 나오는 인물들이 대부분 공격적인 성향을 띄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페페르 혼자 순진한 모습을 유지하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기 때문이었다."

정병하 "안톤 체호프의 <갈매기>, 그 안에서도 '뜨레플레프' 역을 해 보고 싶다. 남들과 달리 <갈매기>를 정말 재밌게 읽었다. 읽으면서 '뜨레플레프'에게 감정이입이 되었는데, 연극상에서 안 좋게 죽기는 했지만, 애착이 가서 꼭 한 번 그 역할을 해보고 싶다. 그리고 나중에 꼭 전쟁 영화에 나와 보고 싶다. 스케일 큰 블록버스터 영화에 나와도 좋다."

남궁문수 "<시체가 돌아왔다>를 보고 너무 충격을 받았다. 류승범이 익살스러우면서도 능청맞고 욕심을 내는 것처럼 보이면서 숨기는, 사실상 사기꾼과 같은 연기를 했기 때문이다. 학교 축제 연극 때 사기를 치고 다니다가 물에 빠져 죽는 건달 배역을 맡았었는데, 그게 잘 맞는 것 같아서 한번 정극에서도 도전해보고 싶다."

김영범 "남고에서 연극반을 하다 보니까, 여자 배우와 같이 연극을 해 본 적이 없다. 그래서 여자 배우와 호흡을 한번 맞춰보고 싶다. 로맨스물이 제일 해 보고 싶은데, <로미오와 줄리엣>의 로미오와 같은 그런 연기 말이다."

- 나중에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또는 어떤 것을 배우고 싶은지 알려달라. '극단 끼'가 어떤 방향으로 커나갔으면 좋겠는지 알고 싶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을 해 주어도 좋다.
정병하 "연기를 배우고 싶다. 나중에는 바뀔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연기를 배우고 싶다. 극단 끼를 마치 서울대 밴드 '샌드페블즈'처럼 모두가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졸업한 선배가 동아리방에 찾아오기도 하는, 그런 알아주는 보금자리 말이다."

남궁문수 "연극영화과를 졸업해서 영화배우로 활동하고 싶다. 그곳에서 멈추지 않고 '예능계의 샛별'이 되어보고 싶다. 연극계에서 유명한 대학교를 꼽으라고 하면 '중앙대'나 '서울예술대학교'를 꼽듯이, 연극으로 유명한 고등학교를 꼽으라고 하면 영동고를 꼽았으면 좋겠다."

박승규 "연극영화과로 진학하고 싶다. 건축도 한번 어떻게든 배워보고 싶다. 연기를 계속하고는 싶지만, 나중에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 연극이 싫어진다면 과감하게 포기하고 다른 일을 하고 있을 것이다. 평생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살고 싶다.

연극반이 꿈을 심어주고, 추억을 심어주는 곳으로 남아줬으면 좋겠다. 내가 30년 뒤에 돌아왔는데, 후배들이 지금과 다를 바 없이 동아리방에서 편하게 무엇인가 하고 있으면 좋겠다. 후배들이 합숙한다고 이불 펴고 있는데, 뜬금없이 들어와서 '나 여기서 자고 가도 되니?'라고 해보고 싶은 것이 나름의 '꿈'이다.

마지막으로 나현민 선생님, 송승혁 선생님, 조경환 선배이자 작가님, 안성열 선배, 이창민 선배, 전변현 선배, 한필립 선배 등…. 지금의 극단 끼가 있게끔 해 주신 분들께 감사드리고 싶다. 앞의 선생님 두 분은 극단 끼가 다시 살아나게끔 해 주신 분이다."

김영범 "유명한 영화배우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 그런데 요즈음에는 연극영화과 교수가 되어보고 싶다. 공부를 많이 하면 할수록 연극을 하는 친구들에게 알려 줄 수 있는 것도 많아지고, 도움 줄 부분도 늘어나는 것을 느껴서이다. 물론 연극도 하고 영화도 찍어보고 싶다. 평생 연극은 삶에서 놓지 않고 싶다.

 극단 끼 특유의 인사법으로 포즈를 잡았다. 왼쪽부터 단원 박승규, 정병하, 김영범, 남궁문수.

극단 끼 특유의 인사법으로 포즈를 잡았다. 왼쪽부터 단원 박승규, 정병하, 김영범, 남궁문수. ⓒ 박장식


극단 끼는 '항상 작년보다 무엇인가가 나아져 있는' 연극반이 되고 싶다. 단순히 연기력이, 연출력이 작년보다 늘어난 것보다, 연극반에 있으면서 꿈을 찾는 친구들이 더 많아지고, 매년 연극반 자체가 나아지는 모습을 보이고 싶다. 5년 전에 부활했을 때는 체계가 잘 잡히지 않았는데, 5년 전과 지금을 비교해보면 훨씬 나아진 모습이다.

나중에, 연극반 출신끼리 다 같이 모일 수 있다면 사회인으로서의 '공동체'를 만들어보고 싶다. 뭐…. '극단 끼 동창 공연'같은? 그런 멋진 공연도 만들었으면 좋겠다."

인터뷰 내내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이들의 긍정 에너지가 자칫 딱딱할 수 있는 인터뷰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하지만 진중한 부분에서는 진중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포즈 사진도 역시 '웃기게, 그리고 멋있게' 찍었다. 소화기로 트럼펫을 불고 망치로 기타를 치는 모습을 먼저 찍었고, 그다음으로 인사법 중 '끼!' 소리를 치는 부분의 포즈를 찍었으니 말이다.

인터뷰 중에 이런 이야기를 꺼냈다. 아마 20년 후에 이 기사를 본다면 어떨까 하는 이야기였다. 다시 기사를 마무리 지으면서 생각하게 된다. 졸업 후에서 이들은 어떤 상황에서 이 기사를 열어보게 될까. 물론 나는 '점쟁이'가 아니니까 정확한 예지는 어렵지 싶다.

물론 확실한 '예지'라면, 이들이 '극단 끼'의 동아리방에서 포스를 뿜으며 앉아 후배들의 연극을 관람하는 모습을 그려본다. 살짝 들어와서 보고 있다가 다 끝나면 '브라보!'를 외치는 모습 말이다. 아, 이건 '예언'이다. 내가 작두를 제대로 탔기를 바란다.

 포즈를 잡아달라고 부탁했더니, 이런 '디오니소스'스러운 '짤방'을 만들어주셨다. 왼쪽부터 (위)박승규, (아래)정병하, 김영범, 남궁문수.

포즈를 잡아달라고 부탁했더니, 이런 '디오니소스'스러운 '짤방'을 만들어주셨다. 왼쪽부터 (위)박승규, (아래)정병하, 김영범, 남궁문수. ⓒ 박장식



덧붙이는 글 옆동네 1318은 우리 사회의 '멋진 청소년'이라면 누구라도 인터뷰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이야기를 기다립니다. 제보는 trainholic@naver.com으로 부탁드립니다. 특히 국내 연극대회에 참여했던 고등학교 동아리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청소년 연극 고등학생 청소년 동아리 교내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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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컬링 같은 종목의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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