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든싱어-태진아편' 준우승자 김영남의 두번째 싱글앨범 '눈물잔'

'히든싱어-태진아편' 준우승자 김영남의 두번째 싱글앨범 '눈물잔' ⓒ 구영식


육자배기가 흘렀을 호남평야의 끝자락에서 태어난 김영남(47)씨는 원래 코미디언을 꿈꾸었다. 어렸을 적 아버지를 따라 천막극장을 다녔고, 군민의 날 행사 때에는 곱사춤을 추었다. 배호, 나훈아, 남진, 현철, 태진아, 주현미, 김연자 등 트로트 가수들의 노래도 곧잘 불렀다. 그런 '끼' 때문에 학교에서 오락부장은 따논 당상이었다.

하지만 꿈꾼다고 꿈이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어려운 집안 사정 때문에 그는 고등학교도 진학하지 못했다. 중학교를 졸업한 직후인 1986년 봄 서울에 올라왔다. 목욕탕 때밀이 등을 전전하며 견뎌야 했다. 힘들 때면 손님들이 다 빠져 나간 목욕탕에서 홀로 나훈아의 '고향역' 등을 불러제꼈다. 1995년에는 전국노래자랑 본선에도 진출했다.

그런 그를 눈여겨본 손님이 있었다. CD 케이스를 레코드사에 납품하던 분이었다. 그 분이 "내가 아는 레코드사에 한번 가보라"라고 권유했고, 노래방에서 '고향역', '가지 마오', '울긴 왜 울어' 등 나훈아의 노래들을 녹음해서 레코드사에 찾아갔다.

그의 노래를 들은 레코드사 사장은 "목소리가 좋다"라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그때부터 레코드사에서 엠알테이프(MR, 반주테이프)만 틀어놓고 연습했다. 일종의 '트로트 연습생'이었다. 7-8개월 동안 땀을 뻘뻘 흘리며 연습했지만 고된 삶을 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배호가요제' 모창상에 이어 <히든싱어> 준우승 

이것이 가수 김영남씨의 전반부 인생이었다. 지난 14일 오전 만난 김씨는 "먹고 살아야 해서 본의 아니게 노래를 포기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트로트 연습생'을 포기하고 목욕탕과 마사지샾에서 일하며 생계를 이어갔다. 살 만큼 돈도 벌었지만 여전히 노래에 미련이 남았다.

결국 배호가요제에 도전했다. 14회 배호가요제에서는 보기 좋게 미끄러졌지만, 2년 뒤 16회 배호가요제에서는 '모창상'을 수상했다. 이것이 후반부 인생을 이어갈 힘이 됐다. 배호가요제 수상 뒤에는 서울시에서 진행하던 재능나눔봉사에도 참여했다. 길거리와 공원 등에서 노래봉사를 펼쳤다.

그리고 2014년에는 첫 번째 싱글앨범을 발표했다. 빠른 템포의 싱글곡 '내 손을 잡아'(작사 유정-작곡 노영준)는 '내 손을 잡아 내 맘을 잡아 / 사랑을 사랑을 느낄 수 있게'라는 후렴구가 귀를 잡아끈다. 특히 '내 손을 잡아'는 국민동요 '아빠 힘내세요'의 작사가 유정 한국동요보급회장이 노랫말을 써서 눈길을 끌었다. 싱글앨범에는 '고향으로 가는 배'(나훈아), '안개 낀 장충단 공원'(배호), '어머니'(남진), '똑똑한 여자'(박진도) 등도 리메이크해 실었다.

하지만 노래를 알릴 길이 많지 않았다. 무명가수나 다름없던 터라 지역축제 등 '행사'와 '업소'를 뛰는 일도 많지 않았다. 그러던 차에 JTBC <히든싱어>(시즌3)의 태진아편에 참여해 마지막 라운드까지 진출했다. "원조 태진아를 넘어섰다"라는 극찬까지 나왔지만 아쉽게도 준우승에 머물렀다. 김씨는 "태진아 선배를 좋아하기도 했지만 나와 내 노래를 알리려고 <히든싱어>에 참여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두번째 싱글앨범 '눈물잔' 발표한 가수 김영남.

두번째 싱글앨범 '눈물잔' 발표한 가수 김영남. ⓒ 구영식


"태진아 모창가수로 고착될까 걱정됐다"

<히든싱어>는 '가수 김영남'을 알리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 지역 축제와 방송출연 등이 적지 않게 들어왔다. 김씨는 "행사를 가도 태진아와 비슷하게 안 부르면 말이 나온다"라며 "태진아와 비슷하게 부르기 위해 지난 2년 간 태진아를 엄청나게 연구했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대중들에게 김씨는 '태진아 모창가수'로만 인식됐다. 자기 노래를 알리기 위해 <히든싱어>에 참여한 것뿐인데 준우승 타이틀을 거머쥐자 '가수 김영남'은 어디론가 가버리고 '태진아 모창가수'만 남은 것이다. 김씨는 "<히든싱어> 준우승자라는 유명세에 묻어서 행사에 다니는 바람에 '태진아 모창가수'로 고착되는 것 같아 걱정되더라"라고 토로했다.

고민한 끝에 김씨는 지난해 4월 전업가수의 길을 걷기로 결심했다. 생계를 이어주던 마사지사도 포기했다. 하지만 업소나 행사로만 사는 삶이 편할 리 없었다. 김씨는 "카바레가 거의 전멸해서 우리 같은 트로트 가수가 설 자리가 많이 줄었다"라고 전했다. 그래도 하루 8~9시간 노래 연습하는 것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최근 두 번째 싱글앨범 '눈물잔'이 나왔다. '눈물잔'(작사 김영남.김태규.한동엽-작곡 김태규)은 첫 번째 싱글앨범 '내 손을 잡아'와는 상당히 다른 노래다. '내 손을 잡아'가 빠르고 경쾌한 리듬이었다면, '눈물잔'은 애잔한 락발라드에 가깝다. 떠난 여인을 잊지 못하는 남자의 애달픈 마음을 노래했고, 목소리가 허스키하고 끈적끈적해서 '부르스 추기'에 제격이다.

김씨는 "사람들이 저를 태진아 아류로 보니까 내 노래는 태진아와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눈물잔'의 의미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전라도 사투리가 얹어진 촌철살인 답변을 내놓았다.

"헤어진 여인을 잊지 못해 눈물로 잔을 채울 정도면 허벌나게 운 거지."

"죽을 때까지 노래 불러야지"

김씨는 자신의 노래 멘토로 나훈아와 배호를 꼽는다. 특히 그는 "노래로만 들었을 때 나훈아가 제일 맛있게 부른다"라며 "요즘 젊은 가수들은 노래도 잘하고 노래도 좋은데 맛으로 따질 때 나훈아가 저한테는 제일 와 닿는다"라고 말했다.

김씨는 "트로트 가수들이 아주 많아졌는데 이들이 출연할 만한 곳이 많지 않다"라며 "KBS '가요무대'나 여수MBC '가요베스트', 성인가요 전문채털 iNET 정도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요즘은 노래가 디지털화돼서 음반 판매도 어렵다"라며 "결국 트로트 가수는 행사나 업소를 뛰면서 먹고살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김씨는 "노래를 만든 뒤에 노래를 홍보하는 것이 제일 힘들다"라며 "K-POP이라며 아이돌 음악 위주로만 방송하는데 음악의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공중파에서 트로트를 전문적으로 틀어주는 방송이 있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김씨는 "저는 희로애락이 담긴 노래를 부르고 싶다"라며 "그 노래를 들으며 사람들이 울기도, 웃기도, 기뻐하기도, 슬퍼하기도, 서로 사랑할 수 있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향후 계획을 묻는 질문에 그는 머뭇거리지 않았다.

"죽을 때까지 노래 불러야지."

김영남 눈물잔 히든싱어 태진아 내 손을 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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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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