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와 드래곤>의 한장면

<피터와 드래곤>의 한장면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인간 소년과 드래곤의 우정을 다룬 영화들은 이제 퍽 익숙하다. 바이킹 섬에 사는 주인공 히컵과 전설의 드래곤 투슬리스 <드래곤 길들이기>는 두 번째 시리즈까지 선보였고, 오는 2018년 3편이 개봉될 정도로 흥행에도 성공했다. 드래곤 이야기는 아니지만, 소년과 공룡의 우정을 그린 디즈니 애니메이션 <굿 다이노>(2015)도 들 수 있겠다. 그런 의미에서 영화 <피터와 드래곤>은 보지 않고도 대충 그림이 그려지는 작품일 수밖에 없다.

영화는 6년 전 교통 사고로 부모를 잃은 열 살 소년 피터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그는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는 숲 속에서 전설 속의 초록 드래곤 엘리엇과 함께 살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피터는 숲에 나타난 산림 보호관 그레이스와 그의 딸 나탈리를 만나고, 이들은 피터를 마을로 데려간다. 피터는 자신을 위해 새로운 가족을 만들어 주려는 그레이스에게서 벗어나 엘리엇에게 돌아가지만, 벌목꾼 개빈이 엘리엇의 존재를 발견하고 그를 잡아 돈벌이에 이용하려 하면서 둘은 다시 헤어질 위기에 처한다.

 <피터와 드래곤>의 한장면

<피터와 드래곤>의 한장면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애니메이션이 아닌 실사 영화란 점에서 <피터와 드래곤>은 비슷한 부류의 다른 작품들과 어느 정도 결을 달리한다. 특히 드래곤 엘리엇을 그리는 방식에서 그렇다. 미끈한 피부와 날카로운 눈매 대신 수북한 털과 순박해 보이는 눈을 가진 엘리엇. 그 '자태'는 드래곤이라기보단 차라리 소나 곰 같은 포유류에 가까워 보인다. 그 뿐만이 아니다. 한껏 움츠린 날개는 큰 덩치에 비하면 너무나도 왜소해 보이고, 그 때문인지 하늘을 날다가 땅 위에 내려앉는 엘리엇의 엉거주춤한 자세는 웃음이 새어나올 정도다. 새로운 드래곤 친구가 다소 어설프게 여겨질지 몰라도, 카리스마가 아닌 친근감 측면에서 보면 나름 성공적인 셈이다.

자신을 인간 세계로 이끄는 그레이스 가족과 엘리엇을 사냥하려는 개빈. 이들 사이에 선 피터가 엘리엇을 지키면서도 새로운 가족을 만들어가는 과정은 영화 전체를 관통하며 감동과 시사점을 동시에 남긴다. 숲을 경외시하는 그레이스와 그저 자원으로만 여기는 개빈의 입장은 문명의 발전과 더불어 자연 앞에 교만해진 인간의 이중적 태도를 보여주는 듯하다. 여기에 드래곤의 존재를 믿지 않던 그레이스가 딸 나탈리를 통해 엘리엇과 마주하는 장면. 나아가 어린 시절 자신에게 드래곤의 전설을 가르쳐 준 아버지 미챔에게 엘리엇을 보여주는 전개는 세대를 넘어 공유되는 '이야기'의 힘을 대변한다.

 <피터와 드래곤>의 한 장면

<피터와 드래곤>의 한 장면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뉴질랜드에서 촬영된 <피터와 드래곤>의 숲속 장면은 판타지 장르 특유의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주요 동력이다. 곧고 길게 뻗은 삼나무들이 빽빽하게 들어선 숲은 대낮에도 햇빛이 잘 들지 않을 정도로 울창해 신비감을 극대화 한다. 이는 바로 근처에 위치한 인간들의 마을 '밀헤이븐'과 극명하게 대조되는데, 재미있는 건 이러한 이질성이 오히려 시너지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숲 속 동굴을 안식처로 살아온 피터와 엘리엇이 병원과 그레이스의 집을 오가는 장면들은 그렇게 현실과 환상이 공존하는 어디에도 없던 세계로 버무려진다. 우리 가까이에 실제로 숨어 있을 법한 신비의 공간과 비밀 친구. <피터와 드래곤>이 펼치는 디즈니의 또 다른 판타지의 세계다. 오는 28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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