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마피아>의 한 장면

<핵마피아>의 한 장면 ⓒ DMZdocs


경주 지진으로 인해 원자력발전소(아래 원전)의 안전에 대한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지만 그들에게는 그저 남의 일에 불과하다. 여전히 원전은 막대한 이익을 안겨주는 노다지이기 때문이다. 국가 권력까지 등에 업고 원전 건설을 독려하는 것도 다 그런 이유다.

원전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는 것 역시 불만이다. 그래서 전문가들 외에 일반 국민이 굳이 세세하게 다 알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원전 의구심이 커지는 것도 못마땅하다. 간혹 자기들끼리 모여 이야기할 때는 원전을 찬성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막상 반대여론 앞에서는 나서는 사람이 없다는 불평도 늘어놓는다.

이들을 지칭하는 이름은 핵마피아(또는 원전마피아). 하지만 이들 중 어느 누구도 자신이 핵마피아라고 인정하지 않는다. 그게 이들의 가장 큰 특징이기도 하다. 미국이나 일본의 핵마피아들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원전이 이들에게 크나큰 이익을 안겨주고 있기에 원전의 위험성은 어떻게든 부인하고 원전 안전을 외친다는 게 이들의 공통점이다.

원전으로 이익 보고, 원전 불안은 나몰라라

 <핵마피아>의 한 장면. 핵마피아를 찾아 나서는 시민탐정단

<핵마피아>의 한 장면. 핵마피아를 찾아 나서는 시민탐정단 ⓒ DMZdocs


8회 DMZ국제다큐멘터리에서 상영된 김환태 감독의 다큐멘터리 <핵마피아>는 이들의 실체를 드러내는 탐정, 스릴러 영화다. 다큐멘터리가 탐정영화가 된 것은 환경운동가, 배우, 인디밴드, 학생, 가정주부 등이 뭉쳐 시민탐정단을 꾸렸기 때문이다.

그들은 원전공포가 허구라고 말하는 원전옹호론자들을 논리적으로 반박하고 핵마피아가 누군지 찾아나서 이들의 면면을 공개한다. 그 과정에서 좌충우돌하며 적극적인 행동도 서슴지 않는다. 원전 증설에 책임이 있는 전직 대통령을 찾아가 대화를 시도하고 그의 답변을 듣기 위해 종횡무진 누비는 모습은 영화의 활력소다. 다큐를 통해서 보이는 이들의 활약은 통쾌함을 느끼게 한다.

흥미로운 탐정 다큐는 불안전한 원전 문제를 확인하는 순간에 이르러서는 스릴러 이상의 느낌을 준다. 원전 밀집도가 세계 최고인 한국에서 원전 사고가 날 경우 지역을 넘어 국가적인 대재앙이 될 수밖에 없고, 막연한 공포가 아닌 현실로 다가오고 있어서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을 머리에 이고 있는 격이다. 그럼에도 핵마피아들은 근거 없는 자신감만을 나타낸다. 이웃 일본의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아직도 해결 난망 상태인데도, 여전히 남의 일이고 다른 환경으로만 치부하며 우리는 괜찮다는 식으로 일관하는 모습은 경악스럽다.

원전 문제의 근원에는 세월호 참사가 보여주듯 국민의 안전은 뒷전인 사람들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을 <핵마피아>는 확인시켜 준다. 대국민사기는 기본이고 원전에서 일어난 각종 사고를 숨기고 감추면서 국민 생명과 직결된 문제에 아무런 대책도 없다. 그저 태평스런 얼굴로 안전하다는 말만 반복하며 원전 늘리기에만 혈안이 돼 있을 뿐이다.

이들이 천연덕스럽게 말하는 원전 안전을 반박하는 것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한 3.11 대지진 당시 일본 총리였던 간 나오토의 발언이다. "일본의 기술력과 안전신화를 믿었기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 생각했었는데, 그게 잘못된 것"이었음을 고백하는 모습에서 '안전한 원전'이라는 말이 얼마나 허구적인 수사인지를 드러내 준다.

영화를 통해 삼척과 울진에 강행되는 추가 원전과, 밀양 주민들의 반대에도 송전탑 건설을 강행하는 바탕에 핵마피아들의 이익이 깔려 있음을 유추하기는 어렵지 않다. 국가전력계획의 문제점과 국민 안전에 대한 고민이 없어 보이는 원자력위원회의 행태도 <핵마피아>는 시민탐정단의 활동을 통해 고발한다.   

발전비용은 싸지만 폐기비용은 더 커

 <핵마피아>의 한 장면

<핵마피아>의 한 장면 ⓒ DMZdocs


원자력 발전비용은 싸다고 홍보하지만 다 쓴 시설물의 위험성과 폐기비용은 발전비용을 넘어설 만큼 사회적으로 부담해야 할 비용이 크다는 것을 원전은 말하지 않는다. 원전에 활용된 핵연료봉의 방사능이 완전히 없어지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10만년. 5천 년 전 단군조선이 개국을 했을 때 폐연료봉을 묻었다고 가정한다고 해도 아직도 방사능이 사라지려면 까마득하다. 이런 원전을 우리는 유지해야 하는 것일까? <핵마피아>는 그런 의문을 던진다.

2014년부터 제작에 들어갔던 <핵마피아>는 무겁고 딱딱한 이야기 보다는 원전에 반대하는 시민들의 활동에 중심을 두면서 가볍고 대중적인 면에 초점을 맞췄다. 김환태 감독도 "핵문제를 쉽고 재밌게 만들고 싶었다"고 밝히고 있다.

지난 5월 13회 서울환경영화제에서 공개돼 한국환경영화경선 우수상을  수상했고, 7월 부산반핵영화제 개막작이었던 영화는 최근 경주 지진으로 인해 8회 DMZ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 관심이 높아졌다. 원전 불안감이 커진 때문인지 관객들도 많은 관심을 나타냈다. 핵마피아가 구체적으로 어떤 인물들인지 확인할 수 있게 해 주는 것은 이 영화가 갖고 있는 힘이다. 정점에 있는 인물이 누구인지, 그들이 어떤 이익을 누리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은 다큐 <핵마피아>가 주는 씁쓸함이기도 하다.

핵마피아 원전 지진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김환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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