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엔터테인먼트


프랑스 파리에 사는 미국인 마이클(리차드 매슨 분)은 천재 소매치기다. 그는 어느 날 자신이 훔친 가방이 도심 한복판에서 폭발하면서 테러범으로 몰려 CIA(미국 중앙정보국)와 프랑스 경찰의 추적을 받는다. 마이클을 쫓던 CIA 요원 브라이어(이드리스 엘바 분)는 베일에 싸인 범죄조직이 테러의 배후에 있음을 알게 되고, 마이클과 함께 가방의 주인 조이(샬롯 르 본)를 만나 단서를 찾는다. 이로 인해 세 사람은 경찰과 테러범들에게 동시에 쫓기게 되고, 이 과정에서 테러 위협으로 시민들을 조종하는 세력의 정체와 맞닥뜨린다.

영화 <바스티유 데이>는 미국과 프랑스, 그리고 테러범과 경찰의 복합적 관계를 소재로 한 액션 스릴러물이다. 비밀리에 파리 시내를 감시하는 CIA 요원과 프랑스에서 범죄를 저지른 미국인의 연대가 중심에 있고, 프랑스 테러 조직과 경찰은 이들의 반대편에 위치한다. 테러에 대한 불안감이 공권력에 대한 불신으로, 또 반정부 운동으로 이어지는 과정. 그 와중에 숨겨진 악의 진실을 찾아가는 전개가 영화의 얼개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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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를 중심에 둔 이 영화의 전개는 나름 특별한 시사점을 남긴다. 미국이 CIA 요원들을 파견해 비밀리에 파리를 감시한다는 설정, 그리고 억지로 무슬림을 테러 용의자로 지목하는 미디어의 폭력성은 9.11 테러로 촉발된 강박적인 안티테러리즘을 떠올리게 한다. 여기에 SNS와 언론을 이용해 테러에 대한 대중의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경찰 내부에까지 세력을 뻗쳐 이들을 조종하는 악당들은 정보 과잉이 독이 될 수 있는 현실을 반영한다.

브라이어 일행과 테러조직 사이에서 이어지는 액션 신들은 <바스티유 데이>의 주된 동력이다. 공간을 효과적으로 활용한 이들 장면은 날 것 그대로의 둔탁한 무게감과 더불어 경쾌한 리듬감까지 느껴진다. 낡은 아파트 구석구석을 휘젓는 브라이어와 마이클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은 그렇게 파리 주택가 특유의 분위기와 어우러져 독특한 청량감을 자아낸다. 영화 중반부 밀폐된 호송 차량 안에서 세 주인공이 벌이는 격투 신은 특히 돋보인다. 피할 곳 없이 네모난 좁은 공간에서 예닐곱 명이 뒹굴며 총질을 해대는 이 장면은 '할리우드 액션'의 정점을 보는 듯하다. 브라이어 역을 맡은 이드리스 엘바의 몸을 던지는 연기는 본 시리즈의 맷 데이먼이나 <테이큰>의 리암 니슨과 견주어도 손색없을 정도다.

이런 소규모(?) 액션의 완성도에 반해, 스펙터클 측면에서만큼은 이 영화에 높은 점수를 주기 어렵다. 사크레쾨르 대성당을 배경으로 한 첫 장면을 시작으로 영화 곳곳에 파리 시가지가 등장하지만 그뿐이다. 파리의 아름다움을 대표하는 주요 건축물들은 그저 스쳐 지나갈 뿐, 대부분의 액션 신이 주택가나 도로에서 이루어져 '바스티유 데이'란 거창한 제목이 무색할 정도다. 특히 극 중 파리 국립은행을 향하는 대규모 군중과 진압 경찰이 대치하는 클라이맥스 장면은 이 영화의 패착이라 할 만하다. 시위대를 막는 조악한 경찰력은 영 현실감이 빈약해 보이고, 관객을 압도할 '비상시국'의 분위기는 거의 느껴지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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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줄곧 브라이어와 마이클만을 중심에 둔 채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방식 또한 아쉽다. 투톱 주인공 각각의 캐릭터를 부각하고 이들의 케미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당연한 선택일지 몰라도 주변 인물들의 역할을 지나치게 축소, 외면하는 과정에서 적지 않은 물음표가 남는다. "마이클을 프랑스 측에 인계하라"거나 "관할 지역을 벗어났다"며 지원을 거부하는 케런 등 CIA의 입장이 빈약해 보이는 건 그래서다. '베일에 싸인 거대 악'으로 그려지던 테러 조직이 정작 후반부에 이르러 속절없이 무너지는 용두사미의 전개 또한 맥이 빠진다. <바스티유 데이>는 오는 10월 13일 개봉한다.

바스티유데이 프랑스혁명 테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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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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