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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우울증을 겪고 있거나 겪은 사람들의 글과 인터뷰를 비롯한 특별한 테마의 콘텐츠로 이루어진 책입니다. 이 책을 기획하는 이유는 우울증을 겪는 사람들의 주변 사람들이 그들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기를, 우울증을 겪고 있는 사람들은 조금이라도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을 할 수 있길 바라기 때문입니다. 또, 이 책을 통해 전문가의 상담이 필요하신 분들은 용기 내어 찾아가실 수 있으셨으면 좋겠습니다. - 우울증 수기집 <아무것도 할 수 있는> 서문 중

스물다섯 살의 디자이너 김현경은 미혼모 관련 재단에서 디자이너 봉사를 하는 중에 우울증과 공황장애를 앓기 시작했다. 미혼모의 현실을 알게 되면서 디자인을 더 잘해야 된다는 것이 부담으로 와 닿았다. 상담과 치료를 받았지만 가족과 의사는 그의 슬픔을 이해하지 못 했다. 속마음을 솔직하게 털어놓지 못한 까닭이다. 그때 그는 우울한 감정을 글로 표현하기 시작했다.

"일기를 쓰다가 주변 사람들이 나에 대해서 안다면 좀 더 나를 이해해주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어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감정과 생각들을 책에 담기로 했다. 혼자만의 이야기가 아닌 자신과 같은 우울증을 앓는 이들의 이야기를 모으고, 그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들의 글과 인터뷰를 함께 싣기로 했다. 많은 사람이 더 공감할 수 있게 콘텐츠를 정리했다. 20대 학교 선후배 디자이너와 지인 총 6명이 기획, 인터뷰, 디자인 작업을 분담했다.

테마는 위로의 예술, 인터뷰, 편지로 구성했다. 힘이 들 때 많이 듣던 노래를 부른 싱어송라이터 홍재목을 비롯하여 <안녕 엄마 안녕 유럽> 저자 김인숙, 애플리케이션 '씀: 일상적 글쓰기' 디자이너 이윤재, 일러스트작가 전인범, 생명의 전화 봉사자, 모바일 심리상담 스타트업 '소울링'이 참여했다.

텀블벅 크라우드 펀딩(tumblbug.com/anythingcan)을 통해 후원을 받았다. 보름 만에 후원 목표액 200만 원을 달성했고, 300명 이상이 후원했다. 10월 27일까지 후원에 참여할 수 있으며 수기집은 11월 초에 출간 예정이다. 지난 10일 익선동에서 우울증 수기집 기획자 김현경을 만났다.

디자이너 김현경
 디자이너 김현경
ⓒ 강영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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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제목을 <아무것도 할 수 있는>으로 지은 이유가 있을까요?
"아무도 할 수 없었던 이야기지만서도 희망적인 부분이 있다는 것을 이야기 하고 싶었어요."

- 보름 만에 209명의 후원자가 참여하여 목표 후원액 200만 원 160% 초과 달성했어요.
"사실 그 이야기를 친구들에게도 많이 들었어요. 부담스러우면서도 기획만을 보고 후원을 해주시는 분들이 '왜 이렇게 후원을 해주셨는지' 궁금하기도 해요."

- 테마가 '위로의 예술', '인터뷰', '편지'로 구성이 되었는데 어떤 내용들이 담기나요?
"'위로의 예술'에는 책, 영화, 음악 글을 써주신 분들에게 추천을 받았어요. '어떤 음악이 위로가 되었냐?', '어떤 책이 좋냐?' 이런 부분이 있고요. 뒤에는 인터뷰가 실리는데 '창작자로서 자신의 음악이 어떻게 위로가 될 수 있을까?', '음악을 하는 사람으로서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등에 대해서 물었어요. '편지'는 처음부터 하자고 생각했던 건 아닌데, 주변 분들이 '나도 편지를 쓰고 싶다' 한 사람들이 있어요. 저를 주변에서 봐왔던 선배들도 있고, 다른 친구를 봐왔던 분들도 있고요. 우울증을 겪었던 친구들이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 쓴 편지도 있죠. 고마웠던 사람들에게 쓴 편지도 있고 자신에게 쓴 편지도 있고요."

- 어떤 내용인가요?
"이윤재씨와 전인범씨는 우울증을 겪고 힘든 일이 있었는데 글을 쓰거나 책을 읽거나 그림을 그리는 것을 통해서 나아졌다는 이야기를 해주었어요. 변화된 이야기도 있어요."

- 원고 투고도 받았는데, 주로 어떤 이야기를 보내오던가요?
"저와 비슷한 '아무것도 못하고 집에만 있었다' 이런 이야기일 줄 알았는데 심각하게 우울한 이야기들이 많더라고요. 자해를 한 이야기도 있고요. 병원을 다녀왔는데 어떻게 나아지고 있다 등 치료 일기도 있어요."

- 글을 쓰기 힘든 분은 직접 만나서 사연을 들었는데요?
"사실 글을 읽고 인터뷰를 하면서 저 자신이 너무 우울해져서 며칠 동안 이 작업을 하지 못 했어요. 인터뷰를 직접 한 사람들은 제가 아는 분들인데 제가 전혀 모르는 이야기들이 있었어요. 위로라고 생각하고 그 친구에게 했던 말이 알고 보니 굉장히 듣고 싶지 않았던 말들이었던 것을 알아서 미안하기도 했어요."

우울증 수기집  『아무것도 할 수 있는』
 우울증 수기집 『아무것도 할 수 있는』
ⓒ 김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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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을 쓰고 인터뷰를 한 뒤에 이 작업을 통해 위로가 되었다는 분들이 있나요?
"네. 저한테 고맙다는 말을 되게 많이 하시는데 저는 사실 제가 고마워야 되는 사람인지 모르겠어요. 그것도 되게 부담스럽죠. 다들 어디에도 이야기를 못 했는데, 정리하고 이야기할 기회가 되어서 고맙다고요 해요."

- 우울증을 겪는 이들에게 어떤 도움이 필요하다고 느꼈나요?
"사실 그런 내용이 책에 있으면 좋을 텐데 어려운 것 같아요. 제가 그런 점에 대해서 자문을 받았지만 각각의 분들이 다 다른 상황에 놓여 있고, 다 다른 증상이거든요. 전문가와의 상담이 필요하고 주변 분들이 많이 도와주시는 게 필요할 것 같아요."

- 김현경씨는 우울증을 극복해나가는 중인가요?
"네, 저는 지금 많이 나아졌어요."

- 수익금은 '생명의 전화'에 기부한다고 했는데요?
"사실 생명의 전화가 무엇을 하는 곳인지 잘 몰랐어요. 저희 집 앞 정류장 이름이 '생명의 전화'라서 알아보니까 자살 예방을 위한 복지재단이더라고요. 자살을 하는 원인 중 우울증이 굉장히 높고, 십대에서 삼십대의 사망 원인 중에 자살도 있어서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면 좋겠다 싶었어요."

- 우울증 수기집이 우울장애를 겪는 분들에게 어떤 도움이 되길 바라나요?
"이 책은 오히려 우울증 겪는 분들은 안 읽으셨으면 좋겠어요. 왜냐면 저도 읽으면서 너무 우울해졌어요. 오히려 주변 분들이 많이 읽고 '내 친구도 많이 힘들었구나', '이런 말들을 듣고 싶었구나', '어떤 말들은 듣고 싶지 않았구나'를 알고 많이 이해해주고 위로해주셨으면 좋겠어요."

- 책 속으로
'항상 나에게 중요한 순간일 때, 도움을 요청하라고 하지만 이렇게 평생 살아온 이상 나는 그게 더 불편해요. 내가 혼자 감내한다고 해서 그것에 대해 속상해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불편하면 다시 말할게요.'

'파도에서 수영은 힘들어도, 물결의 흐름에 따라 서핑은 할 수 있는 것처럼. 내 맘 같지 않은 감정을 통제할 수는 없겠지만 그 흐름에 따라 계속 살아갈 수 있기를, 우리 각자가 갖고 있는 우물에서 언젠가는 꼭 나오게 되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우리, 사라지지 말자구요.'

'이 글을 읽는 모두가 스스로를 너무나도 안타깝고 가여운 사람으로 여기고, 하찮게 여기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너무나도 아프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으로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아무것도 할 수 있는, 여러분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월간 <세상사는 아름다운 이야기> 11월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크라우드펀딩 사이트 텀블벅(tumblbug.com/anythingcan)에서 ‘우울증 수기집 『아무것도 할 수 있는』 독립출판’ 후원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마감은 10월 27일입니다.



태그:#우울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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