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미개봉 작품 중에 극장에서 상영되지 못해 잘 알려지지 않았으나, 정식으로 수입된 영화중에 홈 무비로는 손색없는 영화들을 독자들에게 소개하고자 한다. [편집자말]

2010년 10월에 북미에서 개봉한 <플립>은 10대 로맨스 소설의 대가 웬델린 밴 대러낸의 <Flipped>(국내명: <두근두근 첫사랑>)을 원작으로 만든 영화이다. 감독은  <미저리> <어퓨굿맨>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해리가 셀리를 만났을 때> 등으로 유명한 로브 라이너(Rob Reiner)다. 제작비는 총 1400만 달러가 투여되었으나, 북미 흥행성적은 불과 175만 달러에 그치며 흥행에 참패했다.

국내엔 DVD로만 정식 출시되었는데, DVD엔 3분짜리 짧은 부가 영상이 하나 수록되어 있다. 참고로 2015년에 개봉한 동명의 영화하곤 무관하다.

이 소년 그리고 이 소녀

ⓒ 워너브라더스픽처스


에너지 넘치는 7살 소녀 줄리(매들린 캐롤) 는 건너편에 이사 온 푸른 눈의 소년 브라이스(캘런 맥오리피)를 보고 첫눈에 사랑에 빠지게 된다. 줄리는 브라이스에게 끊임없이 자신의 마음을 전하지만, 브라이스는 밀어내기 바쁘다.

그렇게 6년이란 시간이 흐르고, 소년 소녀는 사춘기 접어든다. 감수성 예민한 둘 사이에는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사건들이 발생하고, 브라이스에 화가 난 줄리는 차갑기만 하다. 그런 줄리에 모습에 브라이스는 신경 쓰이다 못해, 줄리 생각이 떠나질 않게 되면서 전세가 역전되어 버린다.

<플립>은 사춘기 소년·소녀의 성장담과 귀여운 첫사랑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줄리는 자신이 사랑하는 마을 나무가 잘리는 걸 막기 위해 시위를 불사하고 지역신문에까지 실리게 된다. 사람들로부터 괴짜 취급받지만 자기가 사랑하는 것들을 아낄 줄 알고, 가난하지만 화목한 가정환경 속에서 예쁘게 자라고 있다. 반면 브라이스는 잘생긴 외모에 부유한 가정환경을 지녔지만, 싸움이 끊이질 않는 가정 속에서 남의 눈을 의식하며 소심하게 자랐다.

감독은 이렇게 상반된 두 캐릭터의 틈을 에피소드에 활용하며, 귀엽고도 사랑스러운 로맨스로 이끌어 간다. 여기에 남녀 캐릭터의 1인칭 시점을 전환해가며 소년·소녀의 예민한 감성에 동화시키는 데 성공한다.

따뜻한 감성, 주인공만 보지 마라

ⓒ 워너브라더스픽처스


그리고 <플립>은 단순히 두 소년, 소녀의 로맨스만을 다루고 있는 작품이 아니다. 두 남녀 주인공만큼이나 그들의 아버지는 판이한 데 가정에서 아버지의 영향이 얼마나 큰지를 깨우쳐 준다.

우선 줄리의 아버지는 많은 돈을 벌지는 못하지만, 아내의 반대에도 지적장애 장애가 있는 하나뿐인 동생을 사설요양기관에 맡기기 위해 많은 돈을 쓰고 있다. 그리고 줄리의 좋은 카운셀러가 되어주기도 하며, 시간이 날 때면 좋아하는 그림을 그리며 자신만의 삶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이다.

이런 아버지의 영향으로 줄리는 소중한 것들을 사랑하는 아이로 성장해 가고 있으며, 줄리의 쌍둥이 오빠들도 음악가로서 자신들만의 꿈을 키워가고 있다. 가난하지만 화목한 줄리네 집을 비하하기 바쁜 브라이스의 아버지는 어린 시절 음악을 하고 싶었지만, 일찌감치 꿈을 포기하고 돈이 될만한 일에 뛰어들어 부유한 가정 경제에 기여한 인물이다.

브라이스의 아버지는 그런 자신의 모습을 가족들로부터 존경받아 보상을 받고 싶어 한다. 하지만, 권위적이고 남을 비하하여 자신을 더 높이고 싶어 하는 모습을 보이며, 존경은커녕 불화만 일으킬 뿐이다.

그런 연유로 경제적으로 더 잘살면서도 앞집에 사는 줄리 아버지에게 열등감을 느낄 수 밖에 없는 안쓰러운 인물이다. 이런 극명한 대비를 통해 아버지들에게 어떤 가장이 되어야 할지 작은 깨달음 전달하고 있기도 하다.

이런 분들에게 추천: <플립>은 영화의 포스터처럼 사랑하는 사람과 나무 위에 올라 함께 석양을 보는 기분이 드는 따스한 영화이다. <마이걸> 같이 어린 시절의 첫사랑 이야기를 재밌게 본 사람이나, 가족영화를 찾는 이들에게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 워너브라더스픽처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구건우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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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이의 아빠이자 영화 좋아하는 네이버 파워지식iN이며, 2018년에 중소기업 혁신대전에서 대통령상을 받은 보안쟁이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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