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내부자들> 이강희(백윤식 분)와 영화 <베테랑> 조태오(유아인 분).

영화 <내부자들> 속 이강희(백윤식 분)와 영화 <베테랑> 조태오(유아인 분)의 모습. 영화는 각각 정경유착과 재별권력을 비판한 통쾌한 오락극의 성격을 지닌다. ⓒ 쇼박스/CJ엔터테인먼트


매년 이맘때가 되면 영화계는 한해를 정리함과 동시에 내년을 채울 또 다른 영화들의 하마평이 나오곤 한다. 언제 어떤 영화가 개봉을 준비할 것인지 대략적인 정보들이 돌고 도는 건데 각 투자배급사들이 준비하는 작품 목록을 보면 그 해 어떤 성향의 영화가 주류인지 짐작할 수 있는 단서가 된다.

일종의 흐름이 있다. 나홍진 감독의 <추격자>(2008) 이후 스릴러 장르의 붐이 일었고, 그보다 훨씬 전 한국 멜로 영화의 시대가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물론 최근 몇 년 들어 특정 장르 독식 현상은 거의 사라졌지만 흥행하는 영화들의 면면을 보면 일견 공통점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이 관점에서 2015년과 2016년을 돌아보면 단연 사회고발성 상업영화의 약진이 눈에 띈다. <베테랑> <내부자들>이 각각 재벌권력과 사회 상부 권력의 유착관계를 소재로 해 관객들의 사랑을 받았다. 올해는 <검사외전> <부산행> 등이 직간접적으로 우리 사회에 만연한 이기주의 및 보신주의를 비판했고, 상업영화는 아니지만 간첩조작사건을 다룬 다큐멘터리 <자백> 역시 10만 관객을 동원하며 관객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내년엔? 현재 알려진 작품만 봐도 우리 사회 곳곳의 어두운 면을 고발하는 작품이 줄줄이 대기 중이다. <오마이스타>가 이를 정리해보았다.

[하나] <택시운전사>
 배우 송강호, 유해진, 류준열이 한 영화로 만난다.

배우 송강호, 유해진, 류준열이 한 영화로 만난다. ⓒ 이정민


영화 <고지전>의 장훈 감독이 송강호, 유해진, 류준열 등과 만났다. 광주 민주화 항쟁을 다룬 시대극으로 택시운전사의 시각에서 당시 비극을 드라마로 풀어낼 작품. 그간 <오 꿈의 나라>(1989), <꽃잎>(2996), <화려한 휴가>(2007) 등 광주 항쟁을 배경으로 했거나 소재로 다룬 몇 편의 작품이 있었다. <택시운전사>는 당시 참상을 취재한 독일 기자와 그와 동행한 택시 운전사가 등장한다는 점에서 보다 직접적인 당대 묘사가 담길 것으로 보인다.

불과 30여 년 전 권력이 민주화를 외치던 시민들의 목숨을 앗아갔다는 사실을 되새기면서 권력 감시와 정당한 민주 정권의 필요성을 절감할 작품. 특히나 국민들의 바람은 무시한 채 자기들만의 리그를 구축해 버린 최근 청와대와 대통령의 움직임을 떠올리면 여러 감회가 들 법하다. 쇼박스가 투자배급을 맡았다.

[둘] <V.I.P.>

영화 <신세계>로 두터운 팬 층을 갖고 있는 박훈정 감독의 신작이다. 장동건, 김명민, 박희순, 이종석, 오대환 등 신구 톱스타들이 만나 주목을 받고 있는데 더욱 흥미로운 건 그 내용이다. 지난 22일 첫 촬영을 시작한 <V.I.P.>는 북한에서 온 VIP가 연쇄살인사건 용의자로 지목을 받고, 그를 쫓는 자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미국 CIA와 대한민국 특별수사 팀, 그리고 국정원 등이 주체로 등장하는데 영웅적 묘사는 아니다. 선거 당시 댓글 알바 동원 등 현실 사회에서 본분을 잊은 채 특정 권력에 힘을 싣는 모양새를 보인 국정원 등에 대한 비판도 일부 담겨있다. <밀정>을 통해 한국시장에서 성공을 맛 본 할리우드 영화사 워너브러더스가 투자배급을 맡았다.

[셋] <특별시민>  

배우 최민식이 3선에 도전하는 서울시장 역을 맡았다. 그의 연기 인생 사상 처음으로 정치인을 하는 셈인데 송강호와 함께 국내 톱 배우인 만큼 관객들의 구미를 당길 만하다. 단순한 캐릭터가 아닌 정치인들의 이면을 보이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클 작품. 권력을 쥐려는 정치인들의 암투가 전면에 드러난다. 곽도원, 심은경, 라미란 등이 최민식의 조력자 내지는 경쟁자로 등장한다. 쇼박스가 투자배급을 맡았다.

[넷] <제5열>

정치인과 검경을 넘어 이번엔 군 문제다. 영화 <제5열>은 미궁에 빠진 한 사건을 맡은 군 수사관이 그것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거대한 음모를 알게 된다는 설정이다. 송강호, 류승룡, 정우 등이 출연을 확정했으며 신예 박소담 역시 여군으로 활약한다. 쇼박스가 투자배급을 맡았고, <구타유발자들>(2006), <용의자>(2013) 등으로 잘 알려진 원신연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다섯] <일급기밀>

 배우 김상경과 김옥빈이 영화 <일급기밀>로 만난다.

배우 김상경과 김옥빈이 영화 <일급기밀>로 만난다. ⓒ 이정민


<일급기밀> 역시 군 비리를 파헤친 작품이다. 1급 군사 기밀을 취재하는 열혈 기자와 이를 막으려는 군 조직의 대결을 담을 예정. 김옥빈과 김상경이 영화 전면에 나섰다. <이태원 살인사건>(2009) 등을 연출한 홍기선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리틀빅픽쳐스가 투자배급을 맡았다. 해당 작품은 영화진흥위원회가 민간에 위탁한 모태펀드 심사에서 떨어지는 등 제작비 마련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여섯] <재심>

'익산 약촌 오거리 택시운전사 살인 사건'을 소재로 사법권력과 검경의 안일함을 비판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억울하게 옥살이를 해야 했던 사람들과 이들의 사연을 듣고 끈질기게 재심을 청구한 변호사의 활약이 백미다. 최근 당시 사건의 실제 주역인 박준영 변호사 관련 기사가 이어지며 시민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이 작품 역시 모태펀드 심사에서 떨어지며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제작비 일부를 마련했다. 정우와 강하늘이 주연을 맡았고, 현재 모든 촬영이 끝난 상태다.

이밖에도 남북관계를 소재로 한 <공작>(황정민, 이성민, 주지훈 출연, CJ 엔터테인먼트 투자배급)과 세월호 사건이 일부 모티브가 된 <악질경찰>(이선균 출연, 워너브러더스 투자배급) 등이 출격 대기 중이다. 2017년 사회고발성 영화들의 전성시대가 열리는 것일까. 다만 이런 작품들의 완성도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음을 기억하자. 비판 혹은 환기의 기능을 하려면 제대로 좋은 작품으로 했으면 좋겠다는 영화계 일부 관계자들의 바람도 덧붙여 본다.

택시운전사 청와대 송강호 최민식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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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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