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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에서 힐러리와 트럼프 중 누가 당선되든 한반도에 관한 미국의 선택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하나는 '선제공격'(Preemptive Strike)이고, 둘은 '북미간의 대화와 협상'이다. 2회에 걸쳐서 두 선택지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볼까 한다. - 기자 말

지금까지 한국과 미국이 유지해온 '북한에 대한 군사적 압박과 경제 제재를 보다 더 강화하자'는 정책은 실패했다고 보여진다.

기자의 견해로는 힐러리가 대통령에 당선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본다. 그렇게 되면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선제공격'이나 '제2의 한국전쟁'이 아닌, '대화와 협상' 정책을 취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한반도 문제의 군사적 해결은 실행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역사가 이것을 증명해왔다. 6.25 한국전쟁이 그랬고,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1994년 북한 영변 핵시설을 선제공격하려고 했으나 포기한 사실이 그렇다. 한국전쟁 중에도 미국은 핵을 사용하겠다고 다섯 번씩이나 위협한 적이 있으나 실행에 옮기진 못했다.

20년도 넘은 상황이 이렇다. 지금 북미 관계의 현실을 보면 군사적 해결책인 '선제공격'이나 '제2의 한국전쟁'이 무모하다는 걸 더욱 명확히 알 수 있다. 더군다나 미국은 현재 중동과 우크라이나에서 발이 빠져있고, 전쟁으로 인해 홍역을 치르고 있는 중이다. 한반도에서의 전쟁은 어불성설이다. 설령 한반도에서 전쟁을 일으킨다고 해도 중국과의 전쟁이 불가피하다. 이 시점에서 미국이 무력에 의한 해결책을 택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북한 선제공격'을 주장하는 사람들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힐러리 클린턴의 최측근 외교·안보 브레인인 미셸 플루노이 전 미국 국방차관이 19일 오전 홍용표 통일부 장관과 면담을 하기 위해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대회의실로 들어가고 있다.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힐러리 클린턴의 최측근 외교·안보 브레인인 미셸 플루노이 전 미국 국방차관이 19일 오전 홍용표 통일부 장관과 면담을 하기 위해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대회의실로 들어가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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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선제공격'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상당수 미국에 있다. 힐러리가 당선하면 오바마보다 훨씬 더 강경한 군사정책과 외교정책을 구사할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지난 10월 19일 힐러리의 친 군사적 정책의 싱크탱크라 할 수 있는 '신 미국안보센터'(Center for a New American Security)에서 연설한 역사학자 앤드류 베이스비취(Andrew Bacevich)와 이 연구소의 소장 미셸 플루노이(Michele Flournoy), 부소장 쿠트 캠벨(Kurt Campbell) 등이 바로 그들이다. 하지만 이들의 영향력은 제한적이라고 본다.

이들은 "선제공격을 할 것이냐?"라는 질문을 받으면 "모든 선택이 책상 위에 놓여있다"(All options are on the table)이라는 답변을 반복해왔다. 이 인사들 중에 플루노이가 언론의 주목을 받는데, 그녀는 전 미 국방부 차관보였으며 힐러리 정부 탄생 시 국방장관으로 유력시되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플루노이는 지난 10월 16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북한과의 대화는 시간낭비"라고 말했다. 그는 김정은과 관련해 "모든 선택이 책상 위에 놓여있다", 즉 군사행동도 불사한다는 내용의 언급을 내놓은 바 있다.

또다른 한 사람도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그는 힐러리의 고위 고문인 제임스 스타브리디스(James Stavridis) 전 제독. 그는 유럽연합(EU)군 사령관이었다. 그는 기간 언론에 "북한을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국가다, 선제공격도 불사할 것"이라고 말하면서 "한반도에서 짧고, 예리한 전쟁이 될 것이며 수천 명이 죽을 것이지만 한국과 미국은 북한을 쉽게 이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팀 셔록(Tim Sharrock)은 "과거 한국전쟁에서 400만 명 이상이 사망한 한국 사람들에게, 새로운 한국전쟁이 '쉽다'고 말하는 것은 모욕적"이라고 비판했다(<네이션> 10월 28일).

북한 선제공격론과 관련한 발언 중에 가장 주목할만한 것은 힐러리 자신의 말이다. 지난 2013년 그녀가 골드만 삭스(Goldman Sachs)에서 한 3개 강연 중 하나는 북한에 관련한 것이었다. 힐러리는 당시 "북한의 핵 개발을 중단하기 위하여, 우리는 중국을 미사일 방어로 둘러쌀 것"이라면서 "우리의 함정들을 그 지역에 더 많이 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 미국은 대통령 선거철이다. 정치인들은 유권자의 입맛에 맞는 말을 하기 마련이다. 특히 트럼프를 의식한 힐러리의 참모들은 선거철이기에 발언들을 쏟아놓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나는 힐러리가 당선하면 과거 빌 클린턴 정부에서 복무한 페리 장관이나 현 국방장관 카터, 갈루치 북한 핵 협상대표, 위트 <38 노스> 경영자 등의 협상론에 귀 기울일 것으로 본다.

미국 내 북한 강경론자들에 대해선 이 정도로 설명을 마무리하고, 본론으로 들어가보자.

미국의 '북한 선제공격'은 불가능하다

지난 1994년 6월 18일, 북한 핵문제와 관련해 3박 4일의 평양 방문을 마친 지미 카터 전 미 대통령 내외가 판문점을 통해 입국하고 있는 모습.
 지난 1994년 6월 18일, 북한 핵문제와 관련해 3박 4일의 평양 방문을 마친 지미 카터 전 미 대통령 내외가 판문점을 통해 입국하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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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빌 클린턴 대통령이 1994년 북한 영변 핵시설의 외과의적 파괴(Surgical Strike)를 왜 실현하지 못했는가 살펴보자.

당시 국방장관 윌리엄 페리와 현 국방장관 에쉬튼 카트(당시 국방부 차관)의 인터뷰에 따르면 미국은 1994년에 영변 핵시설(플로토늄 재처리 시설 포함)을 파괴해 도려낼 자신이 있었다고 말했다. 영변 핵 시설 파괴에만 국한된 이야기다.

공중에서, 바다에서, 육지에서 영변을 공격해 완전히 파괴하고 방사선의 오염이나 낙진의 유출 없이 파괴할 자신이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동시에 영변 공격에 수반되는 필수사항으로 북한에 경고해야 하는 요건이 있다고 했다. 그것은 "만약에 북한이 영변에 대한 보복으로 남한이나 일본, 미국을 공격한다면, 그때는 북한에 종말이 오고, 정권도 날아갈 것이라고 북한에 알려주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그것이 미국의 선제공격 정책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영변 파괴로만 그치지 않는다. 북한의 입장에서는 명백한 선전포고이자 개전인 것. 북한은 "영변 파괴에 대한 보복과 반격을 할 것"이라고 미국에 밝혔다고 한다. 이것은 제2의 한국전쟁을 의미했다. 미국은 이러한 전쟁의 위협을 감수하면서 영변을 파괴할 수 있는 지는 미지수였다.

이 미국에 의한 선제공격이 이뤄질 경우, 중국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하면 중국이 전쟁에 개입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미국의 판단이다.

이 경우 가장 심각하게 우려되는 게 대한민국의 피해다. 북한이 100만 명가량의 군사를 DMZ에 배치시켜놓고 있었고, 낡은 무기지만 장사포 1만1000문과 스커드 미사일을 서울과 남한을 향해 겨눠놨기 때문에 남한 군대와 민간인 피해는 극심할 것으로 예상됐다. 또한 대한민국의 고속도로는 피난민으로 가득 찰 것이라는 게 페리와 카터의 1994년 당시 회고 내용이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터지면... '세계 전쟁'이 된다

힐러리 클린턴 미 민주당 대선후보(자료사진)
 힐러리 클린턴 미 민주당 대선후보(자료사진)
ⓒ 연합뉴스·E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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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클린턴 정부가 겪었던 경험이 향후 북한 선제공격론을 논함에 있어서 참고가 될 것으로 보여진다.

당시 페리 국방장관, 샬리카쉬빌리(John M. Shalikashvili) 합참의장 등 미 군부는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미국이 영변 핵시설을 공격하여 전쟁이 발발할 경우, 한·미 연합군이 승리하겠지만 여러 자료를 종합했을 때 미군 3만(혹은 5만) 명과 한국군 45만~49만 명(한국군의 거의 모두)의 인명피해를 예상했다. 당시 위기는 이미 알려져 있다시피 카터 전 대통령의 중재로 협상 국면으로 전환됐고 '제네바 합의'를 통해 해소됐다.

그러나 2016년의 현재 상황은 그때와 현격하게 다르다. 미국이 선제공격을 한다면 영변뿐만 아니라 북한 서북부, 북중 국경 근처도 타격해야 한다. 이때 중국으로의 방사능 누출은 장담할 수 없다. 제2의 한국전쟁이 불 보듯 뻔하다.

이 전쟁은 이라크, 시리아 등으로 대표되는 중동 전쟁과는 성격이 다른, 한국전쟁 이후 세계에서 가장 치열하고 강렬한 전쟁이 될 것이다. 이를 통해 미국이 얻을 이익 따위란 애초에 없다. 이것이 기자가 '한반도 문제는 군사적 해결이 불가능하다'라고 주장하는 이유이고, 힐러리가 당선했을 경우 북한과 대화 및 협상을 하는 정책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예단하는 이유다. 이미 미국은 북한과의 '대화 모드'로 세팅이 돼 있다.

미국의 16개 정보기관을 총괄하는 국가정보국장(DNI)이며, 북한을 방문한 바 있는 제임스 클레퍼는 지난 10월 25일 미국 외교협회(CFR)에서 "북한은 핵이 생존 티켓이라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대안은 그것을 동결하거나 뚜껑(Cap)을 덮는 것"이라고 언급했다(10월 26일 <로이터> 보도). 이 언급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미 국무부는 계속해 '미국 정부의 정책은 검증 가능한 북한의 비핵화'라고 강변한다.기자는 이를 미국의 전형적인 이중적 전략 전술이라고 생각한다. 이미 월터 샤프 전 UN군 사령관도 "북한은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힐러리의 싱크탱크인 신 미국안보 센타의 미셸 플루노이 소장 등이 북한 선제공격론을 운운하고 있으나 힐러리는 빌 클린턴 대통령 재임 당시 국방장관 페리와 현 국방장관 카터의 경험을 더 우선시 할 것이라고 본다. 미국은 지금까지 이런 이중적인 상대 교란 정책을 써왔다.

* 다음 글에서는 힐러리가 대통령이 될 경우 북한과 대화를 할 것이라는 근거를 제시해보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정대화님은 부산대학교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로 전 UN 관리였습니다.



태그:#힐러리, #북한, #미국, #미국 대선, #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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