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후 6시경 가수 이승환이 소속된 서울 강동구 성내동 소재 '드림팩토리' 건물에 "박근혜는 하야하라"는 현수막이 붙었다. 시사인 주진우 기자는 사진을 개인 페이스북에 게시하며 '드림팩토리 건물주 '정의가수' 이승환의 위엄!'이라고 덧붙였다.
 오후 6시경 가수 이승환이 소속된 서울 강동구 성내동 소재 '드림팩토리' 건물에 "박근혜는 하야하라"는 현수막이 붙었다. 시사인 주진우 기자는 사진을 개인 페이스북에 게시하며 '드림팩토리 건물주 '정의가수' 이승환의 위엄!'이라고 덧붙였다.
ⓒ 주진우 페이스북

관련사진보기


가수 이승환이 소속사 건물에 '박근혜 하야' 현수막을 내걸어 화제가 됐다. 경찰도 다녀갔단다. 항의 신고가 들어왔다나. 이승환은 '본인 건물에 거치하는 것이라도 불법일 수 있다'는 말을 듣고 현수막을 '일단' 철거했다(구청에 확인 후 다시 걸 예정). 이런 해프닝을 보며 고 김대중 전 대통령(아래 김대중)의 일갈이 떠올랐다.

"문화예술인은 간섭하면 죽습니다."

<기적은 기적처럼 오지 않는다>
 <기적은 기적처럼 오지 않는다>
ⓒ 메디치미디어

관련사진보기

김대중은 왜 이런 말을 했을까. '시대의 어른'이 부재한 시기 '다시 김대중'을 생각하며 쓴 <기적은 기적처럼 오지 않는다>(김택근 지음, 2016년 3월 15일 발간)에 그 이유가 나온다.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정책은 앙드레 말로가 프랑스 문화부 장관에 취임하며 제시한 정책'이라고 설명한 저자는 '국민의 정부'가 이 문화정책 기조를 흔들림 없이 유지했다고 썼다. 그 결과 '지원하기' 위해 영화진흥위원회를 설립했고, '간섭하지 않기 위해' 영화사전 검열을 폐지했다는 것.

지난달 더불어민주당 도종환 의원이 '현 정부가 지원하지 않기로 한 예술인들의 블랙리스트가 존재한다'며 공개한 명단과는 사뭇 대비되는 모습이다. 물론 정부는 이런 의혹을 부인했지만.

당시 이 사실을 접한 이승환은 '이거 참 송구스러울 따름입니다, 나도 넣어라, 이놈들아'라고 말해 화제가 되었다. 그는 '최순실.박근혜 게이트'가 터진 후에도 예술인 시국선언에 함께 해줄 것을 제안했다. '블랙리스트 예술인이 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면서. '문화예술인은 간섭하면 죽는다'고 했던 김대중은 이 모습을 보고 뭐라 하실까.

저자는 용기, 도전, 지혜, 인내, 성찰, 평화, 감사 순으로 써낸 책에서 김대중을 '아무 복선없이' 불러낸다. 그가 남긴 말을 옮겨 적으면서 '김대중이 언제, 어디서, 무엇 때문에 그 말들을 했는지' 찬찬히 알려준다. '김대중의 글과 말에는 시대정신과 삶의 지혜가 들어 있다'는 저자의 말이 허언이 아님을 알 수 있는, 지금 읽어서 그 뜻이 더 분명하게 전달되는 몇 대목을 추려봤다.

"옳지 않은 언론에 대해서는 결코 굴복하지 않는다"

'최순실-박근혜 게이트' 이후 좌우 언론 가리지 않고, 진실 밝히기에 나서는가 싶었다. 조선TV가 <한겨레>와 JTBC를 인용하고 역으로 그들도 종편 등 보수언론을 이용하는 역대 보기 힘든 진풍경을 응원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런데 최근 돌아가는 형국을 보면 그도 아닌 듯하다. <미디어 오늘>의 화제작 프레임 전쟁 4편을 보면 소름이 돋을 지경이다.


이 같은 조짐은 '전여옥 내세운 조선일보, "형광등 100개 아우라" 꺼버린 다음은?, 박근혜가 무릎 꿇었다? 순진한 생각인 이유 등의 칼럼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최순실 게이트를 주도하는 진짜 세력은 <조선>과 '친이계'라는 거다. 그들의 목적은 하나. 기득권을 뺏기기 싫다는 거다.

김대중은 생각했다. '우리의 정치, 아니 나라 일을 망친 가장 큰 책임자는 언론이다. 그러나 그들은 막강의 힘이 있다. 바꿔볼 길도, 고쳐볼 길도 없다(1993년 2월 육필 메모)'고. 저자는 '김대중은 일생 왜곡, 편파 보도에 시달렸다'며 '기자들은 권력에, 특정 정파에 기대어 김대중을 공격했다'고 썼다. 김대중의 육필 메모는 상처난 심경의 표현이리라.

그러나 김대중은 포기하지 않고 행동했다. 국민의 정부 시절 과거 어떤 정부도 하지 않았던, 중앙 신문·방송·통신사 등 언론사 23개사에 대한 세무조사를 벌인 것이다. '바른 언론은 목숨을 걸고서라도 지키고 존중합니다. 그러나 옳지 않은 언론에 대해서는 결코 굴복하지 않습니다. 이것이 내 신념'이라면서. 저자는 그후 김대중은 언론의 공격으로 곤욕을 치렀다고 썼다. 이럴 줄 뻔히 알면서도 왜 그랬을까. 저자의 물음에 김대중은 답한다.

"그들의 힘이 막강해서 보복이 예상됐고, 사실 주눅이 들기도 했지요. 하지만 언론만이 성역일 수는 없지요. 이 문제를 적당히 넘기면 죽을 때까지 후회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나 자신에게 떳떳하지 못했으니 역사도 겁쟁이라 했을 것이고요. 훗날 후회하는 대통령으로 살고 싶지 않았어요."

"국민의 뜻으로 지도자 추방할 수 있어야 한다"

김대중은 연설문에 대해서도 자신의 의견을 자서전에 남겼다. '연설문은 진실해야 했다. 말의 유희나 문장의 기교에 빠지면 나의 가치와 철학, 그리고 의지가 없어지고 만다. 나는 연설문을 역사에 남긴다는 생각으로 썼다'고. 저자는 김대중의 연설문에 대해 '쉽고 명료하다'면서도 '중요한 내용은 되풀이해서 전달했다'고 썼다. 그래서 늘 진지했다면서.

또 2009년에 쓴 '이원집정부제나 내각책임제'를 긍정하는 글도 눈에 띈다. 

'나는 오랫동안 대통령 중심제를 지지해왔으나 요즘 생각이 많이 달라졌다. 대통령제의 이승만, 윤보선, 최규하,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이명박 등 10명 중 8명이 독재자이거나 그 아류다. 나와 노무현이 10년 동안 민주화를 적극 추진해와서 안심이다 생각했는데, 이명박 대통령을 보니 역시 제도를 바꾸어야겠다. 이원집정부제나 내각책임제로.'

저자는 김대중이 '폭주하는 대통령을 보며 가슴을 쳤다'고 밝혔다. 이명박이 역주행하는 모습을 보며 '지도자의 면모를 국민이 미처 몰랐다면 다시 검증할 기회를 갖자고 했다. 국민을 속였거나 무능한 자라면 또 폭군이라면 곧바로 국민의 뜻으로 지도자를 추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저자는 전했다.

저자는 '박근혜 정부의 2016년 종군위안부 협상'에 대해서도 일갈했다. 김대중이 살아서 보았다면 '게도 잃고 구럭도 잃었다. 할말이 없다'고 했을 거라면서. "뒤에 오는 이들이 내가 왜 4대국 정상외교에 심혈을 기울였는지 제발 살펴봤으면 좋겠다"라는 김대중의 일침에는 이유가 있었다. '국내 정치는 실수하더라고 고치면 되지만, 외교의 실패는 돌이킬 수 없'기 때문이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동의없이,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화해·치유재단' 설립에 반대하는 대학생 20여 명이 28일 오전 서울 중구 순화동 재단 사무실 인근에 마련된 김태현 이사장의 기자간담회 장소를 점거한 채 농성을 벌이고 있다.
▲ 우리 정부 향한 대학생들의 '절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동의없이,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화해·치유재단' 설립에 반대하는 대학생 20여 명이 28일 오전 서울 중구 순화동 재단 사무실 인근에 마련된 김태현 이사장의 기자간담회 장소를 점거한 채 농성을 벌이고 있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행동하는 양심'이 되자고 외친 마지막 연설

'민주주의는 떼를 쓰고 악을 써서 쟁취하는 것이다. 하지만 민주주의는 가느다란 바람에도 흔들린다.'

과오없는 대통령이 어디 있겠냐마는, 김대중이 민주주의, 정의, 평화를 위해 살려고 노력했다는 데 이견을 달리할 사람 많지 않을 거다. '스스로 살아온 길에 미흡한 점은 있으나 후회는 없다'고 했던 김대중. 저자는 '김대중과 함께 두 손을 모으고 때로는 주먹을 쥐었던 그 시대의 역동성이 새삼 그립다'고 말했다.

삶의 마지막까지 '인생은 생각할수록 아름답고, 역사는 앞으로 발전한다'고, '나는 마지막까지 역사와 국민을 믿었다(묘비명)'고 한 김대중. 그의 말들에서 오늘, 한줌 영혼의 위로를 받는다.

'무엇이 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사느냐'에 가치 기준을 두었다는 그가 먼 길을 떠나기 두 달 전, '행동하는 양심'이 되자고 외친 마지막 연설에 새삼 목이 멘다. 2009년 6.15 남북공동선언 9주년 기념행사, 생애 마지막 연설의 일부를 싣는다.

'여러분께 간곡히 피맺힌 마음으로 말씀드립니다. '행동하는 양심'이 됩시다.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입니다. 독재 정권이 과거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죽였습니까. 그분들의 죽음에 보답하기 위해, 우리 국민이 피땀으로 이룬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우리가 할 일을 다해야 합니다.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누구든지 양심이 있습니다. 그것이 옳은 일인 줄을 알면서도 행동하면 무서우니까, 시끄러우니까, 손해 보니까 회피하는 일도 많습니다. 그런 국민의 태도 때문에 의롭게 싸운 사람들이 죄 없이 세상을 뜨고 여러 가지 수난을 받아야 합니다. 그러면서 의롭게 싸운 사람들이 이룩한 민주주의를 우리는 누리고 있습니다. 이것이 과연 양심에 합당한 일입니까.'

 ‘비선실세’ 최순실 국정농단에 분노한 수만명의 시민들이 29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박근혜 하야”를 촉구하는 촛불집회를 마친 뒤 청와대를 향해 행진하다 광화문광장에서 경찰과 밤샘 대치했다.
▲ "#하야하라_박근혜" 분노한 시민들 ‘비선실세’ 최순실 국정농단에 분노한 수만명의 시민들이 29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박근혜 하야”를 촉구하는 촛불집회를 마친 뒤 청와대를 향해 행진하다 광화문광장에서 경찰과 밤샘 대치했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기적은 기적처럼 오지 않는다 - 김대중이 남긴 불멸의 유산

김택근 지음, 메디치미디어(2016)

이 책의 다른 기사

"이 책과 함께 DJ가 왔다"

태그:#김대중, #최순실 게이트, #박근혜
댓글15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행복의 무지개가 가득한 세상을 그립니다. 오마이뉴스 박혜경입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