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 쪼개듣기'는 한국 대중음악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내는 코너입니다. 화제작 리뷰, 업계 동향 등 다채로운 내용을 전하겠습니다. [편집자말]
음반 작업과 공연 활동에서 빼놓을 수 없는 사람들이 바로 전문 연주인, 이른바 '세션맨'들이다. 다양한 악기를 녹음하고 콘서트 무대에서 이를 재현하려면 이들 연주인들의 도움은 절대적일 수밖에 없다.

비록 힙합, EDM, 댄스 등 프로그래밍 기반의 전자 사운드 중심으로 대중음악계가 흘러가면서 예전 대비 세션 연주인들의 일감이 많이 줄어든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기계가 아닌, 사람이 만드는 사운드가 필요한 현장에선 여전히 이들의 존재감은 절대적인 탓에 여전히 유명 세션맨들은 다양한 음반/공연 속에서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기타의 경우, 지금도 현업에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함춘호(서울신학대 실용음악과 교수)를 비롯해, 샘 리, 이성렬, 이근형, 유태준 등의 기타리스트들이 1990년대~2000년대의 어지간한 가요 음반의 기타 연주를 도맡아 진행해왔다.

세월은 흘러 선배 연주인들이 대학교 강단, 개인 연주 활동 등으로 하나 둘씩 세션 쪽 일을 줄이게 되자 1980년대 이후 태어난 젊은 기타리스트들이 그 자리를 메우면서 점차 세대 교체 분위기로 이어지는 게 요즘의 모습이다. 화려하진 않지만 숨은 뒤편에서 묵묵히 활약 중인 신예 세션 기타리스트들을 한번 살펴보자.

[정수완] 현재 가장 바쁜 세션 연주인

 지난 2011년 MBC `나는 가수다`의 하우스 밴드 일원으로 활동했던 정수완 (방송 화면 캡쳐)

지난 2011년 MBC `나는 가수다`의 하우스 밴드 일원으로 활동했던 정수완 (방송 화면 캡쳐) ⓒ MBC


[2016년 주요 참여곡] 임창정 '내가 저지른 사랑', 정은지 '하늘바라기', 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 OST (거미 '구르미 그린 달빛', 박보검 '내사람', 백지영 'Love Is Over'), 엠씨더맥스 '어디에도', 우주소녀 '비밀이야', 에이프릴 '팅커벨', 아이비아이 '몰래몰래', 구구단 'Maybe Tomorrow', 레드벨벳 'My Dear', 빅스 '다이너마이트', 나인뮤지스A '입술에 입술(Lip 2 Lip)', 엑소 '꿈 (She's Dreaming)', 레이디스 코드 'Galaxy', 장윤정&서병순 '초혼'(SBS 판타스틱 듀오), 백지영&치타 '사랑이 운다', 송유빈 '뼛속까지 너야', 벤&정은지&지효 '내가 예뻐진 이유'(SBS 인기가요) 등

현재 한국에서 가장 바쁜 기타리스트를 손꼽는다면 정수완의 이름이 먼저 언급될 만하다. 당장 올해 참여한 곡들만 해도 그 숫자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 정수완은 군 제대 이후 최근 3년 사이 발라드, 아이돌 음악, 드라마 OST, 콘서트 등 숨 쉴 틈 없는 전방위 활동으로 업계에서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기타리스트다. 2000년대 후반 3인조 그룹 '세렝게티'의 멤버로도 활약한 그는 이후 토이, 김동률, 이소라, 박효신 등 쟁쟁한 음악인들의 공연에서 기타를 맡아 실력을 인정받았고 음악 경연 프로그램의 원조 <나는 가수다> 하우스 밴드 멤버로 참여한 바 있다.

세션 연주인의 덕목 중 하나인 '장르를 가리지 않는다'라는 측면에서 정수완은 가장 적합한 연주를 들려주는 인물이다. 세렝게티 시절 보여준 적 있는 생동감 있는 소울-펑크 기반의 리듬의 기타 연주는 통통 튀는 아이돌 그룹과의 협연(우주소녀 '비밀이야', 에이프릴 '팅커벨')에서 잘 드러난다.

반면 연주 특성상 기타 연주가 튀기 어려운 피아노+현악기가 중심이 되는 발라드 곡(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 OST)의 세션에선 안정감 있는 톤의 어쿠스틱 기타 연주로 곡의 빈 구석을 잘 채워줬다.

[정재필] 그룹 여자친구 히트곡들의 숨은 주역

 tvN <노래의 탄생>에 출연 중인 기타리스트 정재필 (방송 화면 캡쳐)

tvN <노래의 탄생>에 출연 중인 기타리스트 정재필 (방송 화면 캡쳐) ⓒ tvN


[2016년 주요 참여곡] 여자친구 '시간을 달려서', 성시경 '다정하게 안녕히' (<구르미 그린 달빛> OST), 다이아 '그 길에서', 비투비 '내곁에 있어줘', 구구단 'Goodboy', 오마이걸 '한여름의 크리스마스', '거짓말도 보여요' 등

tvN 음악 예능 프로그램 <노래의 탄생>에 자주 참여하면서 대중에게도 조금씩 이름을 알리고 있는 기타리스트 정재필은 정진운(2AM) 밴드, <나는 가수다> 하우스밴드를 거쳤고 역시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며 활동 중이다.

최근 정재필이 들려준 기억할 만한 연주는 바로 여자친구의 대히트곡 '시간을 달려서'다.  그가 바로 여자친구 음악의 특징인 '일본 애니메이션 주제곡을 연상케하는 강렬한 기타 사운드'를 만들어낸 장본인이다. 이미 여자친구의 이전 곡 '유리구슬', '오늘부터 우리는'에도 참여한 정재필은 '시간을 달려서'에선 묵직한 톤의 기타 배킹부터 곡의 후반부를 장식하는 인상적인 일렉트릭 기타 솔로 연주를 선사한다.

대중들에게 크게 알려지지 않았지만 오마이걸의 리메이크 곡 '거짓말도 보여요'(김현철 원곡)에선 따뜻한 분위기의 재즈 기타 연주를 들려주며 일렉트릭 피아노와 함께 곡을 차분하게 이끄는 인상적인 연주를 보여주기도 했다.

[정재원(적재)] 한국의 존 메이어

 `적재`라는 예명으로도 활동하는 싱어송라이터 정재원

`적재`라는 예명으로도 활동하는 싱어송라이터 정재원 ⓒ 스톰프뮤직


[2016년 주요 참여곡] 존 박 '네 생각', 산들 '그렇게 있어줘', 어반자카파 '다 좋아', 레이디스 코드 'Chaconne', 팬더반 선생님 '이렇게 우리 둘은' 등

세션 업계에선 '적재'라는 예명으로 더 유명한 젊은 싱어송라이터(1989년생)다. 세션이 아닌 솔로로선 본명 정재원으로 활동하는 그는 2008년 피아니스트 정재형의 공연에 처음 프로 음악인으로 참여했다. 이후 김동률, 박효신, 신승훈, 윤종신, JYJ 등의 음반 및 공연, tvN <노래의 탄생> 등에 이름을 올리면서 20대 어린 나이가 믿어지지 않을 만큼 원숙한 연주를 들려주고 있다. 

혹자는 그를 가리켜 '한국의 존 메이어'라는 극찬을 할 만큼 준수한 외모 + 매력적인 목소리 + 기타 솜씨를 구사하고 있기에 세션 연주인의 틀을 넘어 솔로 음악인으로도 대성할 수 있는 자질을 지녔다.

그의 기타 연주에선 요새 국내 음악에선 찾아보기 어려운 블루스(Blues)의 영향이 짙게 베인 사운드를 접할 수 있다. 대표적인 곡이 존 박의 싱글 '네 생각'이다. 피아노 연주와 어울어지는 곡 중반부 블루스 기반의 기타 솔로는 독특한 스타일의 연주로 정재원의 존재감을 맘껏 드러내고 있다. 한편 어반자카파, 레이디스 코드 등의 음반에선 재즈 스타일, 인디 듀오 팬더반 선생님의 작품에선 전형적인 포크 사운드를 들려주며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는 능력도 내비치고 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상화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jazzkid)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세션맨 기타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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