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국선언에 동참한 2300여 명 음악인 "박근혜 대통령직 중단하라" 박근혜 대통령 퇴진 시국선언에 동참한 음악인들이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민주공화국 부활을 위한 음악인 선언' 기자회견을 열어 '최순실 게이트'로 불거진 국정농단 사태에 대해 박 대통령의 퇴진과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시국선언에 동참한 2300여 명 음악인 "박근혜 대통령직 중단하라" ⓒ 유성호




"저는 음악인 시국선언 사회를 맡은, 블랙리스트 3관왕에 빛나는 그러나 히트곡은 없는 7집 가수 손병휘입니다."

'블랙리스트 3관왕'을 특히 힘주어 말하는 손병휘가 시국선언의 문을 열었다. 자리에 모인 30여명의 가수들은 재치 넘치는 사회자 손병휘처럼 모두 씩씩한 모습이었고, 음악인다운 방식으로 함께 노래를 부르거나 공연을 펼치는 식으로 마음을 합쳤다.

8일 오전 11시 서울 세종대로 광화문광장에서 음악인 2300여명이 연명한 '민주공화국 부활을 위한 음악인 시국선언'이 열렸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파문 이후 음악인 2300명 이상이 시국선언에 연명했고, 그 중 30여 명이 광화문에 직접 나와 이날 시국선언을 발표한 것. 이는 역대 최대 규모의 음악인 시국선언이다.

지난 2일 오후 1시 30분부터 음악인 시국선언이 본격 준비에 들어갔고 하루 만에 1400명이 넘는 국악, 클래식, 대중가요 등 다양한 계통의 음악인들에게 서명을 받았다. 시작은 자발적이었고 호응은 폭발적이었다. 며칠 만에 2300명이 참여했다는 것은 그만큼 사안이 중대하단 말과 같다.  

노래로 거침 없이 선언하다

시국선언에 동참한 2300여 명 음악인 "박근혜 대통령직 중단하라" 박근혜 대통령 퇴진 시국선언에 동참한 음악인들이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민주공화국 부활을 위한 음악인 선언' 기자회견을 열어 '최순실 게이트'로 불거진 국정농단 사태에 대해 박 대통령의 퇴진과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왼쪽부터) 가수 말로, 권진원 등이 피켓을 들고 시국선언에 나섰다. ⓒ 유성호


"내가 이러려고 음악 했나 자괴감이 든다", "사람이 사랍답게 살 수 있는 나라", "부끄러움은 왜 국민의 몫인가", "꼭두박씨는 하야하라", "온 우주가 명령한다 박근혜는 물러가라"

정곡을 찌르면서도 해학을 잃지 않은 문구가 적힌 피켓들이 음악인들 손에 들려있었다. 갑자기 떨어진 기온에 음악인들의 손이 빨갛게 얼었지만 아랑곳 없었다. 이날 자리에는 대중음악의견가 서정민갑을 비롯해 가수 권진원, 말로, 손병휘, 신대철, 원일, 이재욱, 정민아, MC메타, 윤덕원, 차승우, 야마가타 트윅스터 등이 참여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스윙 혹은 록앤롤 등 다양한 스타일로 참여한 음악인들은 위의 가사를 반복해서 불렀다. 이렇게 문을 연 후 손병휘는 "굳이 전화하거나 메시지를 하지 않아도 의견을 모으기에 유용한 인터넷 구글 독스와 페이스북 페이지 등을 통해 성공적으로 연명을 이룰 수 있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원래는 이렇게까지 (광화문에) 나오지 않아도 됐을 텐데 일주일 사이에 상황이 더 위중해졌다고 생각해서 뛰쳐나왔다"고 했다. 모든 게 즉흥적이었다. 11시가 되기 몇 십분 전에 서정민갑의 주도로 순서를 설명하고 각자의 파트를 나누고 노래도 그 자리에서 처음 맞춰봤다. 

"안녕하세요 권진원입니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음악인으로서 우리 아이들에게 이런 불행한 나라를 물려줄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힘을 모아 나오게 됐습니다. 문화예술과 아무런 관련 없는 자들에게 문화예술인들을 비롯한 국민이 농락 당했습니다. 앞으로 이 사태가 어떻게 해결될지 지켜보겠습니다."

시국선언에 동참한 2300여 명 음악인 "박근혜 대통령직 중단하라" 박근혜 대통령 퇴진 시국선언에 동참한 음악인들이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민주공화국 부활을 위한 음악인 선언' 기자회견을 열어 '최순실 게이트'로 불거진 국정농단 사태에 대해 박 대통령의 퇴진과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퇴진 시국선언에 동참한 음악인들이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최순실 게이트'로 불거진 국정농단 사태에 대해 박 대통령의 퇴진과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사회자 손병휘는 권진원이 시국선언이 끝난 후 모인 음악인들 모두에게 밥을 사기로 했다며 감사를 전했다. 이어진 무대는 야마가타 트윅스터의 공연이었다. 노란색 화려한 옷을 입고 등장한 야마가타 트윅스터는 "얼시구 절시구" 하는 '각설이 타령'을 개사해 퍼포먼스와 함께 선보였다. 개사한 노랫말에는 해학과 풍자가 그득했다.

"얼 시국선언 들어간다 절 시국선언 들어간다/ 거리로 나온 예술가들은 블랙리스트에 들어갔네/ 졸라리 기분 좋은 시국일세 얼씨구 절씨구/ 박근혜 대통령 끝내자/ 삶의 현실 이 땅의 현실 우리들의 이 절망적인 현실/ 이 현실에 우리가 무릎 꿇고 절망할 게 아니고 서로가 서로를 일으켜 권력에 맞서 나아가자/ 박근혜 저질, 저질, 저질, 근혜정부 저질/ 돈만 아는 순실이, 돈만아는 저질, 저질, 저질/ 음악인들이여 예술인들이여 모든 시민들과 힘을 합쳐 반드시 근혜정부 끝내버리자"

대략 이같은 노랫말을 부르며 야마가타 트윅스터는 이단 옆차기를 하는 등 한바탕 시원한 퍼포먼스를 펼쳤다. 사회자 손병휘는 그의 무대가 끝나자 "이런 게 굿 아니겠습니까"라며 "야마가타 트윅스터의 한마탕 굿에 박수 한 번 보내달라"고 말했다.

함께 행동할 것 촉구하는 예술인들

시국선언에 동참한 2300여 명 음악인 "박근혜 대통령직 중단하라" 박근혜 대통령 퇴진 시국선언에 동참한 음악인들이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민주공화국 부활을 위한 음악인 선언' 기자회견을 열어 '최순실 게이트'로 불거진 국정농단 사태에 대해 박 대통령의 퇴진과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민주공화국 부활을 위한 음악인 시국 선언' 현장은 추운 날씨에도 뜨거운 열기가 넘쳤다. ⓒ 유성호


다음은 전통음악계의 조용필이자 싸이로 소개받은 전통음악가 원일이 한 손에 경종을 들고 나와 한마디 이어갔다.

"이 경종을 울리겠습니다. 우리는 퍼포먼스로써 경종을 울리고 그들에게 들리기를 바라봅니다. 그들이 양심의 가책을 느끼길 바랍니다." 그가 경종을 세 번 쳤고 음악인들은 잠시 눈을 감고 경종소리에 염원을 실어보냈다. 이어 원일은 "소리를 못 듣는 자 국민을 다스릴 수 없습니다. 대통령은 물론이고 그를 둘러싼 사람들은 국민의 소리를 엿 같이, 개·돼지의 소리 같이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되었습니다. 예술가들의 혼을 짓밟으면 혁명의 다이너마이터에 불이 붙습니다. 결국 행동해야 합니다. 예술의 힘은 삶을 변화시키는 것이고, 행동하지 않으면 노예가 되는 것입니다. 다시 한 번 경종을 울립니다." 그는 마지막으로 경종을 울리며 자리로 돌아갔다.

다음은 정민아의 가야금 연주와 노래가 이어졌다. 정민아는 "제가 부를 곡은 세월호 2주기에 만든 노래"라고 설명하며 "저는 사회일에 대해, 약자에 대해 원래 관심이 없었는데 어느 순간 눈을 뜨게 되고 더 이상 그 눈을 감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고 말했다.

시국선언에 동참한 2300여 명 음악인 "박근혜 대통령직 중단하라" 박근혜 대통령 퇴진 시국선언에 동참한 음악인들이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민주공화국 부활을 위한 음악인 선언' 기자회견을 열어 '최순실 게이트'로 불거진 국정농단 사태에 대해 박 대통령의 퇴진과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맨 오른쪽) 가수 신대철이 심각한 얼굴을 하고 서 있다. ⓒ 유성호


클래식계에선 성악가 이재욱 테너가 나와 발언을 했다. 이 자리엔 국악고 여학생 2명도 피켓을 들고 동참했다. 마지막 순서는 성명서 발표였다. 전문은 길기 때문에 요약한 4가지 사항을 신대철과 말로 등 대표 4인의 음악인이 나와 큰 소리로 외쳤다. 이들이 외친 시국선언문 핵심 4가지는 다음과 같다.

1. 박근혜 대통령은 즉시 대통령직을 그만두고, 법의 심판을 받아 민주공화국 부활에 기여하라.

2.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의 실상을 철저히 밝히고, 관련자 및 부패 정치기업동맹을 모두 엄중 처벌하여 민주공화국 헌법 정신을 회복하라.

3. 국정원 대선개입, 세월호 참사, 역사교과서 국정화, 개성공단 중단, 한일 위안부 합의, 사드 배치, 공권력에 의한 백남기 농민 사망 등 박근혜 최순실 정부에서 벌어진 모든 불의와 민주주의·민생 유린의 진실을 밝히고 민주공화국의 가치를 바로 세워라.

4. 박근혜 최순실 정부에서 자행된 각종 문화행정 비리와 예술 표현의 자유 억압 사건의 책임자를 엄단하고 민주공화국다운 문화가 꽃피게 하라.

선언을 끝낸 후 음악인들은 다 같이 김광석의 '나의 노래'를 부르며 시국선언을 마쳤다. 노랫말이 광화문 광장에 퍼졌다.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이에게/ 시와 노래는 애달픈 양식/ 아무도 뵈지 않는 암흑 속에서/ 조그만 읊조림은 커다란 빛/ 나의 노래는 나의 힘/ 나의 노래는 나의 삶"

시국선언에 동참한 2300여 명 음악인 "박근혜 대통령직 중단하라" 박근혜 대통령 퇴진 시국선언에 동참한 음악인들이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민주공화국 부활을 위한 음악인 선언' 기자회견을 열어 '최순실 게이트'로 불거진 국정농단 사태에 대해 박 대통령의 퇴진과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30여명의 음악인들이 광화문 광장으로 뛰쳐나와 시국선언을 외쳤다. ⓒ 유성호



시국선언 권진원 말로 박근혜 최순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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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 주는 기쁨과 쓸쓸함. 그 모든 위안.

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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