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퇴진 5차 범국민 행동이 열린 26일 서울 광화문 광장. 가수 양희은과 안치환, '시민들과 함께하는 뮤지컬 배우들'(시함뮤) 40인, 밴드 노브레인은 음악으로 눈 내리는 광장을 가득 매운 150만 촛불 시민들의 가슴을 울렸다.

뮤지컬배우들의 외침, '박근혜 퇴진'  26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퇴진 5차 범국민행동에서 뮤지컬배우들이 공연을 하고 있다.

▲ 뮤지컬배우들의 외침, '박근혜 퇴진' 26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퇴진 5차 범국민행동에서 뮤지컬배우들이 공연을 하고 있다. ⓒ 이정민


[시민과 함께 하는 뮤지컬 배우들] "너는 듣고 있는가, 분노한 민중의 노래"

포문을 연 것은 뮤지컬 팀이었다. 무대에 오른 시함뮤 단원 40여 명은 세월호 참사에 대한 슬픔을 기록한 전영관 시인의 시집 '슬퍼할 권리'를 바탕으로 쓰인 곡 '나 여기 있어요'와 'Light'를 열창한 뒤, 뮤지컬 <레 미제라블> 곡 중 하나인 '민중의 노래'를 불렀다.

지난 대선이 끝난 뒤 개봉한 영화 <레 미제라블>에도 등장해 많은 관객들을 울렸던 이 곡은 "너는 듣고 있는가 / 분노한 민중의 노래 / 다시는 노예처럼 살 수 없다 외치는 소리" 등 저항하는 민중의 마음을 울리는 가사로도 유명하다.

뮤지컬 배우들은 "너는 듣고 있는가"라는 부분에서 일제히 손가락으로 청와대를 가리키는 퍼포먼스를 선보여 시민들의 큰 환호를 받았다. 

▲ [박근혜 퇴진 5차 범국민행동] 시함뮤 공연 "민중의 노래" 뮤지컬 <레 미제라블> 곡 중에 박근혜 정부에 분노한 민심을 나타내는 '민중의 노래'를 불렀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박소영


안치환, "박근혜 하야가 꽃보다 아름다워!"  26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퇴진 5차 범국민행동에서 가수 안치환이 공연을 하고 있다.

▲ 안치환, "박근혜 하야가 꽃보다 아름다워!" 26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퇴진 5차 범국민행동에서 가수 안치환이 공연을 하고 있다. ⓒ 이정민


▲ [박근혜 퇴진 5차 범국민행동] 150만이 함께 부른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 이승열




[안치환] "음악 인생, 가장 귀중하고 영광스러운 무대에 서 있다"

무대에 등장한 가수 안치환은 "역사의 수레바퀴를 바로잡기 위해 함께하고 계신 시민여러분, 반갑습니다"라고 인사한 뒤 노래 '자유'와 '광야에서'를 불렀다.

"만인을 위해 내가 싸울 때 / 나는 자유 자유 자유 / 피흘려 함께 싸우지 않고서야 / 어찌 나는 자유다, 라고 / 노래할 수 있으랴"는 노랫말은 박근혜 정부의 실정에 분노한 시민들의 가슴을 뜨겁게 만들었다.

노래를 마친 안치환은 "내 음악 인생에서 가장 귀중하고 소중하고 아름답고, 부담스럽지만 영광스러운 무대에 서 있다"면서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봐온 그 어떤 바다보다 아름답고 장엄하고 평화롭고 숭고한 바다가, 이 촛불의 바다가 제 눈앞에 펼쳐져 있다"며 시민들을 격려했다.

그는 이어 "오래 전에 킬리만자로, 아프리카에 다녀왔다. 해발 4000미터 있을 때 고산증으로 죽을 뻔했지만, 비아그라 쓰지 않았다. 도대체 해발 4000미터 가는 것도 아닌 사람이 왜 비아그라가 필요했을까. 왜 우리 세금으로 비아그라를 샀을까. 정말 궁금하고 조금은 야릇하고, 민망하고 창피해 죽겠다"며 최근 불거진 비아그라 논란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우리가 비폭력 시위를 유지하고 있는 이유는, 시간 끌다 더 초라하고 처참하게 끌려나오기 전에, 최소한의 예의를 지켜주면서 신속하게 퇴진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서다. 이 점을 분명하게 알려주어야 하고 빨리 끝장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치환은 "역사를 바꾸는 꽃보다 아름다운 여러분 앞에서 함께 하겠다"며 자신의 히트곡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의 가사를 '하야가 꽃보다 아름다워'로 바꿔 부르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이명박 시절부터 박근혜까지, 쌍용차 노동자, 세월호 유족, 최근 백남기 선생님까지, 이렇게 스러져 가신 무고한 생명들에 대해 내가 진정으로 가슴 아파했는가, 그런 생각을 하며 반성하고 있다. 속죄하는 마음으로 부르고 싶은 노래"라며 '마른 잎 다시 살아나'를 열창했다.

'아침이슬'과 '상록수' 양희은과 100만의 합창 26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퇴진 5차 범국민행동에서 가수 양희은이 '아침이슬'과 '상록수'를 열창하고 있다.

▲ '아침이슬'과 '상록수' 양희은과 100만의 합창 26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퇴진 5차 범국민행동에서 가수 양희은이 '아침이슬'과 '상록수'를 열창하고 있다. ⓒ 이정민


▲ [박근혜 퇴진 5차 범국민행동] 150만이 함께 부른 '아침이슬' ⓒ 박소영


[양희은] 갓희은의 깜짝 등장 '아침이슬', '상록수'

이날 집회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양희은이었다. 아무런 소개 없이 '아침 이슬'을 부르며 무대에 등장한 양희은에게 시민들은 깜짝 놀라 크게 환호했다. '행복의 나라로'와 '상록수'를 연달아 열창한 그는 별다른 멘트 없이 무대를 내려갔지만, 등장만으로, 그 음악만으로 시민들의 가슴을 울리기에 충분했다.

"내 맘의 설움이 / 알알이 맺힐 때 / 아침 동산에 올라 / 작은 미소를 배운다" - '아침 이슬'

김민기가 작사/작곡한 이 곡은 박정희 정권에 항의하던 시위현장에서 널리 불리며 1975년 유신 정부에 의해 금지곡으로 선정된 곡이다. 1987년 6월 항쟁에서, 2008년 광우병 촛불집회에서 불리며 정권에 항거하는 민중들의 애창곡이 되기도 했다. '상록수'와 더불어 세대와 상관없이, 일반 시민들도 함께 부를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민중가요 중 하나다.

아버지 박정희 정권 하에서 금지곡이었던 '아침 이슬'과 '상록수'가, 그 딸인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외치는 시민들을 위해, 그 딸이 있는 청와대 턱밑에서 공연된 것이다.

"비바람 맞고 / 눈보라 쳐도 / 온누리 끝까지 / 맘껏 푸르다"는 가사는 눈 내리는 광화문 광장에서 언 손으로 촛불을 흔들던 시민들의 가슴을 울리기에 충분했다.

"우리 나갈 길 / 멀고 험해도 / 깨치고 나아가 / 끝내 이기리라"는 대목에서는 노래인지 구호인지 헷갈릴만큼 시민들의 외침이 드높았다. 양희은은 노래를 마친 뒤 손을 흔들어 시민들의 환호에 화답하고 무대를 내려갔다.

'아침이슬'과 '상록수' 양희은과 100만의 합창 26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퇴진 5차 범국민행동에서 가수 양희은이 '아침이슬'과 '상록수'를 열창하고 있다.

▲ '아침이슬'과 '상록수' 양희은과 100만의 합창 26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퇴진 5차 범국민행동에서 가수 양희은이 '아침이슬'과 '상록수'를 열창하고 있다. ⓒ 이정민


[노브레인] "촛불로 세상 움직이는 모습에 감동"

오후 9시 24분경 무대에 오른 밴드 노브레인은 하야송에 이어 아름다운 세상을 부른 뒤 "'아름다운 세상'은 97년 쯤 만든 노래인데 오늘에야 빛을 발하는 것 같다"며 "촛불로 세상을 움직이는 모습에 감동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아름다운 우리 목소리를 저쪽 뒤까지 들려주고자 한다"고 말하며 노래 '비와 당신'을 불렀다.

노브레인은 "마지막 곡으로 여러분을 위한 노래를 불러드리겠다"며 '젊은 그대'를 마저 불렀다.

▲ [박근혜 퇴진 5차 범국민행동] 150만이 함께 부른 '비와 당신' 밴드 노브레인이 이날 무대에 올라 '비와 당신' 곡을 열창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승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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