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한국영화진흥종합계획을 발표하고 있는 김세훈 영진위원장

지난 3월 한국영화진흥종합계획을 발표하고 있는 김세훈 영진위원장 ⓒ 영화진흥위원회


[기사 보강 : 30일 오전 9시 55분]

지난 국정감사에서 지적된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 김세훈 위원장)의 '렌더팜' 사업이 검찰 조사로 이어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갑작스런 예산 증액 과정이 석연치 않은 데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과정에서 문화계를 유린한 차은택 등과 연관성이 있지 않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어서다.

'렌더팜'은 영화 등에 사용하는 컴퓨터 그래픽을 생성하기 위해 여러 대의 컴퓨터를 이용해 작업 명령과 데이터를 모을 수 있게 구성한 컴퓨터 묶음을 말한다. 주로 3D 영화 제작과정에서 사용된다. 최근 영진위가 정상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이 렌더팜 사업의 예산을 대폭 늘린 것이 국정감사를 통해 드러나면서 의혹이 제기돼 왔다.

일부 영화계 인사들이 여러 의혹을 제기하며 진정을 낸 것에 대해 검찰이 절차에 따라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이 사안을 둘러싼 의혹들이 해소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불법증액 논란에 사업 폐지했으나

논란이 된 핵심적인 이유는 당초 38억으로 책정한 예산을 갑자기 100억이나 늘려 138억으로 증액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럴 경우 필수적으로 거쳐야하는 '기금운영심의회'와 '9인 위원회' 심의를 생략했기 때문이다. 법에 규정된 심의 절차를 무시한 불법적인 증액이었다. 또 영화계와 협의도 거치지도 않고 거액의 기금을 사용하려던 것에 대해서도 관련단체들이 크게 반발했다.

절차상 문제와 각종 의혹 등이 제기되자 영진위는 지난 11월 사업 자체를 폐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논란이 됐던 부분에 대해 영진위가 명쾌한 해명을 내놓지 않으면서 의혹이 끊이지 않는다. 영진위는 지난 3월 발표된 한국영화진흥종합계획의 일환이라면서 한국영화의 기술력 발전 등을 위해 필요한 사업이라는 입장을 보여 왔다. 영진위 측 관계자는 <오마이스타>에 "불필요한 사업은 아니기에 이왕 추진하려던 것을 적극적으로 하려던 것일 뿐, 다른 이유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영화계는 "큰돈을 한꺼번에 써야 할 정도로 시급한 사안이 아니"라고 반박하고 있다. 논란이 불거진 지난 10월,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은 성명을 통해 '렌더팜의 사업성과와 경제성 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 바 있다. 한 프로듀서는 "영화계에 우선 처리해야 할 시급한 현안이 많은데 급하지도 않은 일에 기존 사업 예산에다 100억 이나 더 추가하려고 했던 것은 다른 이유가 있어 보인다"며 "기업체와의 연관성 등 다른 부분이 작용한 것이 아닌지 의심된다"고 말했다.

영화계와 영진위 안팎에서는 김세훈 영진위원장이 이 사업을 적극 추진한 것에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석연치 않은 증액이 최근 최순실 게이트의 핵심인물로 나오는 차은택과 연관 있지 않느냐는 뒷말이 무성하다.

이에 대해 김세훈 영진위원장은 <오마이스타>에 "차은택과는 일면식도 없고 전혀 알지도 못하는 사람인데, 연관이 있다더라는 식의 보도가 나와 황당하고 억울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영진위는 공식 보도 자료를 통해서도 김 위원장과 차은택 친분설에 유감을 나타냈다.

'차은택-김종덕 전 장관-김세훈 영진위원장' 커넥션 의심

하지만 원로 영화인들이 중심이 된 정의구현전국영화인연대(이하 영화인연대, 대표 정진우 감독)는 25일 관계기관에 진정서를 내 의혹을 제기했다.

영화인연대는 진정서에서 "비효율적 사업"이라며 "영화창작지원금과 영화단체사업지원금, 복지 예산 등은 해마다 30프로 이상씩 삭감하는 기재부가, 일자리 창출이라는 명목으로 영화창작 지원과는 거리가 있는 렌더팜 구축사업 예산을 기존 38억에서 무려 100억이 늘어난 138억으로 변경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문화계를 분탕질한 차은택과, 차은택의 추천으로 장관이 된 김종덕 전 문체부장관, 김종덕의 제자이며 그의 추천으로 영화진흥위원장이 된 김세훈의 커넥션이 기재부의 예산 변경을 가능하게 한 것이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영화진흥위원회가 대기업 계열사와 수의계약을 한 경위와 사업 시행 시 영화계 일부 업체에 특혜사업이 될 것이 분명한 사업이 영화진흥위원회 중점사업이 된 경위가 밝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년도 불승인한 기재부, 올해는 승인

 부산 영화진흥위원회

부산 영화진흥위원회 ⓒ 영화진흥위원회


지난 국정감사에서 처음 문제를 제기한 전재수 의원실도 "영진위가 사업이 시급하다며 낸 이유가 2년 연속 똑같았다. 그런데 기재부가 전년도에는 승인 안 했던 사안을 올해 승인한 것은 정상적인 과정으로는 보기 어렵다. 누군가의 힘이 들어갔을 가능성이 크게 보인다"고 의문을 나타냈다.

또한 "렌더팜 사업은 3년간 150억이 들어가고 보수비용만 매년 20억이 들어가는데, 장비수명이 3년이라 3년마다 이 비용이 들어가야 된다. 사업규모로 콘텐츠진흥원이 맡아야 할 사업이지 영진위가 감당할 수 있는 사업이 아닌데, 추진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영화계의 한 관계자는 "갑작스레 기존 책정된 예산보다 늘리게 될 경우는 문체부장관의 승인을 거쳐야 하는데, 지난 9월초 교체된 김종덕 전 장관이 퇴임 직전인 8월말에 결재를 했다"며 "의심스러운 게 한두 가지가 아니"라고 말했다.

검찰은 25일 오후 '진정 내용을 담당 수사관에게 인계했으며, 담당 검사를 지정해 민원을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영화인연대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계 인사들은 검찰이 제대로 조사를 해서 관련된 영진위와 관련된 의혹을 풀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영진위는 최근 사무국장의 비위 문제로도 영화계의 지탄을 받고 있다.

한편 영진위는 29일 보도직후 <오마이스타>에 "영화발전기금은 창작지원뿐 아니라 영화문화 향유권 강화, 해외진출지원, 인력양성 지원, 기술지원 등 다양한 분야에 쓰이고 있다"면서 "관련법률에도 '영상기술의 개발과 관련된 사업'에 지원토록 명시되어 있다"고 해명했다. 이어 "수의계약 건은 시스템 설계가 아니라 예산대비 효율적인 성능을 검토하기 위한 테스트 용역이었다"며 "당시 발주도 나가지 않았고, 폐지된 사업에 대해 불필요한 오해가 커지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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