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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에서 태어나 바다에서 살다가 산란할 시기가 되면 다시 자기가 태어난 고향 하천으로 돌아와 알을 낳고 그곳에서 생을 마감하는 연어의 일생은, 안도현의 소설 '연어'의 소재로도 쓰일 만큼 드라마틱하고 진한 감동을 우리에게 안겨준다. 연어가 돌아오는 강에는 한 생명의 죽음과 새로운 생명의 탄생, 그리고 그 사이에서 저마다 실속을 챙기는 다른 생명들의 모습까지 많은 이야기들이 담겨져 있다.

대표적인 '회귀성 어종'으로 알려진 연어의 일생은 보통 3~5년 정도이며, 산란기는 9~11월 사이로, 해마다 이맘때면 연어들은 어김없이 알을 낳기 위해 먼 바다를 돌아 자신들이 태어난 고향 하천으로 되돌아온다. 국내에서는 양양 남대천과 울진 왕피천, 울산 태화강 등이 대표적인 연어 산란지로 알려져 있다.?

녹색연합은 올해 물고기의 이동권 제한에 대한 문제를 확산시키는 활동을 전개해 오고 있다. 그 활동의 일환으로 가을철 대표 회귀 어종인 연어의 이동에 대한 조사를 위해 강원도 양양 남대천의 '내수면생명자원센터'를 찾았다.

해마다 산란을 위해 연어가 돌아오는 양양 남대천의 풍경
 해마다 산란을 위해 연어가 돌아오는 양양 남대천의 풍경
ⓒ 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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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첫 주, 새로운 생명을 탄생시키기 위해 물살을 헤치며 상류로 거슬러 오르는 어미 연어들의 힘찬 모습을 상상하며 기대에 부풀어 찾아간 그곳에는, 활력 넘치는 생명의 움직임은 찾아볼 수 없고 남대천을 가로질러 길게 쳐 둔 촘촘한 그물망만 보일 뿐이었다. 상류로 올라오는 연어들을 가두고, 인공증식 시키기 위해 <내수면생명자원센터>에서 설치해 놓은 그물망이다. 그물이 쳐진 한쪽 끝으로 좁은 수로가 하나 있었다. <내수면생명자원센터> 내부로 연어를 유인하기 위한 '유인어도'였다.

연어떼가 상류로 올라가지 못하도록 <내수면생명자원센터>에서 설치해 놓은 그물을 통과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연어의 모습이 애처롭다.
 연어떼가 상류로 올라가지 못하도록 <내수면생명자원센터>에서 설치해 놓은 그물을 통과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연어의 모습이 애처롭다.
ⓒ 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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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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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채취를 목적으로 연어를 유인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유인어도. 이곳을 통해 센터 내부로 들어간 연어들은 알을 빼앗기고 죽임을 당한다.
 알 채취를 목적으로 연어를 유인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유인어도. 이곳을 통해 센터 내부로 들어간 연어들은 알을 빼앗기고 죽임을 당한다.
ⓒ 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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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수면생명자원센터는 이러한 과정을 통해 연어의 알을 채취하여 인공으로 수정을 시켜 어린 연어를 생산해 방류하여 어종 자원 조성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센터가 이러한 사업을 하는 이유는, 연어의 부화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서다.

자연적으로 하천에 올라가 산란하고 부화해서 바다로 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방법이지만, 자연산란의 경우 부화 성공률이 20~30%에 불과하여 연어의 개체수를 유지하기에는 상당히 어려움이 있다. 반면 인공산란은 부화 성공률이 80%에 이른다는 것이다.

생명자원센터에 만들어진 어린 연어 부화동. 인공수정을 통해 알에서 부화된 어린 연어들은 일정기간 이곳에서 성장기를 거쳐 다시 방류하게 된다.
 생명자원센터에 만들어진 어린 연어 부화동. 인공수정을 통해 알에서 부화된 어린 연어들은 일정기간 이곳에서 성장기를 거쳐 다시 방류하게 된다.
ⓒ 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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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연어의 회귀와 자연적인 번식을 막는 것은 무엇일까.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은 그것을 상위 포식자와 인간으로 꼽았다. 상위 포식자에 의한 죽음은 생태계의 질서로 인간이 어찌할 수 없는 영역이다. 그렇다면 가장 큰 문제는 '인간'이다. 인간의 불법 포획과 인간이 만든 인공구조물 때문에 이동과 번식이 어려워진 것이다. '인간' 때문에 서식이 어려워진 연어에게 '인간'이 인공증식이라는 도움을 베풀고 있다니 아이러니하다.

만약 '내수면생명자원센터'의 그물이 사라진다면 연어는 무사히 상류에 도착해 알을 낳을 수 있을까? 어도정보시스템에 의하면, 남대천에는 수량 확보를 위해 만들어진 총 19개의 인공 보가 있다. 대부분의 보에는 어도가 있지만, 녹색연합이 봄에 진행한 황어 이동 조사 결과, 물고기들이 어도를 이용하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결국 보에 가로막힌 강을 거슬러 올라가기 위해 끊임없이 뛰어오르다 지쳐 알을 낳지 못하거나, 아무 곳에나 알을 낳게 되는 것이다.

 보에 막혀 산란지로 이동하지 못하는 남대천 황어
ⓒ 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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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은 현재 연어의 자연산란을 위한 연구를 진행 중에 있으며, 빠르면 내년부터 인공산란과 자연산란을 병행할 계획이다. 또한 자연산란이 안정적으로 정착되면 인공산란 사업도 접을 수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공단의 이 같은 계획이 과연 실효성을 거둘 수 있을지 의문이다. 강에는 아직도, 여전히 많은 보가 있고 연어는 물길을 거슬러 상류로 오르기 위한 몸부림을 끊임없이 지속할 것이다.

자신들이 태어난 고향을 찾아 먼 바다를 돌아 귀향하는 연어들이 산란지를 찾아 힘차게 남대천 맑은 물살을 가르며 오르는 모습을 다시 볼 수 있기를 희망한다. 남대천뿐만 아니라 다른 강에서도 생명력 넘치는 연어의 모습을 마주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를 위해서는 수생태계 단절의 가장 큰 요인인 하굿둑과 보는 사라져야 한다. 물고기가 이용하지 않는 어도 또한 답이 될 수 없다.

바다와 강을 가로막고 상류와 하류를 단절시키는 인공 구조물로 인하여 우리 강과 하천은 물고기들이 자유롭게 오가며 번식을 하고 먹이활동을 하며 살아가기 어려운 환경으로 변해가고 있다. 강이 자연스럽게 흐를 수 있을 때 수생태계의 건강성 또한 되찾을 수 있으며, 아울러 우리 인간이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환경 또한 유지될 수 있는 것이다.


태그:#녹색연합, #물고기 이동권, #연어, #남대천, #인공산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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