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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자씨씨
▲ 강동구의 새로운 커뮤니티 공간 놀자씨씨
ⓒ 이용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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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강동구 명일동 한솔 아파트 앞에는 수상한 공간이 하나 있다. 분명 주택은 아닌데, 간판도 하나 없다. 개장 시간도 들쑥날쑥하며 창문 안을 들여다봐도 뭐 하는 곳인지 딱히 감이 오지 않는다. 이색적인 테이블과 책상 그리고 레고 장난감들이 보일 뿐이다.

게다가 이곳은 조용하지도 않다. 분명 카페는 아닌 것 같은데 동네 학생들과 주부들이 자유롭게 드나들며 커피를 마시고, 밤에는 삼삼오오 사람들이 모여 술을 마시기도 한다. 어디 그뿐인가. 가끔 이곳에서는 동네에서 보기 어려운 수준 높은 공연이 펼쳐지기도 한다. 장르도 다양하다. 클래식 음악부터 록, 그리고 전통 판소리까지.

덕분에 동네 사람들은 아직까지 이곳이 과연 뭐하는 곳일까 기웃거리는 중이다. 그리고 서슴없이 "들어오라"고 말하는 사람과 마주쳐 놀라기도 한다. 바로 이곳 공간의 주인장 강동구 마을기업 (주)놀자씨씨의 이용성 대표다. 지난 5일, 이 대표와 이야기를 나눴다.

놀자씨씨 이용성 대표
 놀자씨씨 이용성 대표
ⓒ 이용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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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를 처음 만난 건 2014년 가을이었다. 당시 강동구 사회적경제와 마을공동체의 중간지원조직 활동가들은 마을축제를 기획하고 있었는데, 그는 제1회 신사동 가로수길의 놀자파티를 기획했었던 전문가로 우리 회의에 참석했었다.

그는 우리에게 여러 가지 조언을 해주며 현재 사회적경제에 대해 공부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적지 않은 이들이 영리 사업을 하며 잘 나가던 그가 왜 사회적경제 분야에 뛰어들었는지 의아해했다. 어쨌든 그는 그해 마을기업으로 선정되었고 현재까지 강동구 지역에서 마을축제 및 문화컨텐츠 기획 전문가로 활동 중이다.

왜 돈도 잘 벌던 그가 마을에 들어오게 된 걸까? 마을기업 (주)놀자씨씨의 이용성 대표를 만나봤다.

우연히 알게 된 사회적경제와 마을기업

놀자씨씨로 오세요
▲ 다양한 배움의 공간 놀자씨씨로 오세요
ⓒ 이용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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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 사회적경제를 어떻게 알게 되었죠?

"2014년도 가로수 놀자파티를 끝내고 나자 처음 들어보는 사람들한테서 계속 연락이 왔어요. 사회적기업진흥원, 강남구청, 상공회의소, 송파구청 등등. 그 전에는 행사를 성공적으로 진행하고, 언론에 보도돼도 이렇게 치열하게 연락이 온 적은 없었어요. 그때는 희한하게 '젠트리피케이션이다', '지역경제 활성화다'라고 하면서 익숙하지 않은 단어들을 이야기하며 연락이 오는 거예요. '축제를 한 번 더 해봐라. 자금을 지원해주겠다'고 하면서.

사실 그 파티는 상인들끼리 벌인 자발적인 이벤트였어요. 가로수길이 점점 자본이 들어오면서 이색적이고 특이했던 예전의 모습을 잃어버리고 명동이랑 똑같이 변해 가는데, 이게 짠한 이들끼리 모여서 한 번 놀아보자 하는. 그런데 그렇게 연락이 온 거죠. 그래서 도대체 이게 뭔가, 찾아보다가 사회적경제를 알게 됐죠."

- 사회적경제를 접하고 나서 무엇을 하셨죠?
"그냥 사회적경제가 뭔지 궁금해서 여러 군데 연락했었어요. 신나는 조합이나 희망제작소, 서울시. 그런데 다 멀더라고요. 그래서 집에서 가까운 강동구 사회적경제지원센터를 찾아갔는데, 거기서 희망별동대 프로그램을 접하게 됐죠. 청년이 어떤 미션을 가지고 프로젝트를 하면 자금을 지원해 준다는 거예요. 저는 무언가를 배울 때 교육, 워크숍 같은 거 말고 실행하면서 더 쉽게 습득하는 편인데 '옳거니' 했죠."

- 마을기업은 어떻게 된 거죠?
"교육 중에 사회적경제에는 사회적기업, 마을기업, 자활기업, 협동조합이 있는데 곧 마을기업 공고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래서 마을기업을 지원했는데 덜컥 돼버렸죠. 사실 저는 떨어지는 공부를 해보려고, 그렇게 배워야 속성으로 배우니까 신청했던 건데... 사실 모두들 안 된다고 했어요. 다들 놀랐죠."

마을기업 놀자씨씨의 시작

놀자씨씨의 도움으로 성황리에 끝낸 공연
▲ <밥상>의 공연 놀자씨씨의 도움으로 성황리에 끝낸 공연
ⓒ 이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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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쨌든 우연하게 마을기업으로 선정된 건데 기분이 어떠셨나요?

"당황했죠. 제가 사회적경제에 대해 많은 공부를 한 것도 아니고. 처음에는 사명감이 있지도 않았어요. 지금도 남들에 비해 크지 않은 것 같고. 그런데 2015년 동네극단 '밥상'과 일을 하면서 많이 깨달았어요. 그때는 제가 바쁘고, 마을기업에도 큰 의미를 두지 않던 때였는데 '밥상' 소속 어머니들과 일을 하면서 희열을 느꼈어요. 제 역량이 그들에게 진짜로 퍼즐처럼 딱 맞더라고요. 재미있었어요. 내가 가지고 있는 A부터 Z까지 사회적경제에만 올인하는 게 아니고 이런 식으로 일부분, 제가 영리 쪽에서 벌었던 역량, 예산, 시간 등을 투자해도 되겠구나."

- 그래서 계속 마을기업에 전념했나요?
"게다가 실제로 돈도 잘 벌었어요. 생각보다. 소위 '오픈빨'이 있었죠. 제가 사업을 시작한다니까 예전에 알던 클라이언트들이 일을 좀 몰아줬거든요. 그리고 마을기업을 하면서 제 목표가 지역에 사는 예술분야 사람들을 모아서 영리 이벤트나 클라이언트들을 계속 연계시키면서 그들의 수익을 안정적으로 보장해주는 거였는데 그렇게 관계를 맺다 보니 교감도 생기고 일도 생기더라고요. 그리고 1년이 지난 지금은 그런 '오픈빨'이 사라진 대신 마을기업 하면서 생긴 네트워크로 어느 정도 돈을 벌고 있어요. 특히 시장과 관련되어서 계속 연락이 오고 있어요."

- 원래는 공연기획 쪽이었는데 시장 운영 쪽은 힘들지 않나요?
"처음에는 너무 싫었어요. 이러다가 큰일 나겠다. 시장만 하겠다. 내 적성은 공연인데. 그런데 점점 마음이 변했어요. 어쨌든 마을과 동네에서 선사축제 같은 커다란 행사 말고는 가장 크게 문화적 요소가 있는 곳이 전통시장이더라고요. 실제 공연이나 행사도 제일 많이 열리고, 관람객들도 많고.

시장에서는 처음 해보는 형태인데 많이들 하더라고요. 제가 2년 동안 사회적경제 '뜰장'을 진행했던 것으로 여러 곳에서 문의가 와요. 그래서 길동시장에도 나갔고, 암사시장도 나갔고, 서울시 풀장도 부르고. 요즘 단장으로 있는 암사야시장은 서울시의 밤도깨비 야시장 다음가는 성공사례라고 사람들이 보러 오기도 해요."

슬럼프와 또 다른 도전

다양한 공연들
▲ 놀자씨씨의 밤풍경 다양한 공연들
ⓒ 이용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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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도 처음이었던 만큼 마을기업이 힘들지는 않았는지 궁금해요.

"사실 슬럼프가 있었어요. 처음에는 중간지원조직 활동가들이랑 일을 했는데, 그러다 보니 그들의 방식에 맞는 마을살이를 해야 했어요. 그들이 기획해 놓은 마을살이에 제가 게스트로 들어가면서 프로세스를 따를 수밖에 없는 거죠.

예컨대 사람들 모아놓고, 자기 소개하고, 프로그램 돌리고, 조별 모임하고, 문제를 도출해서 그것을 해결하는 형태의 프로그램. 청년들이 모여서 이런 걸 해야 한다는, 목적의식이 분명한. 이런 걸 계속하다 보니까 너무 힘들더라고요. 바쁘기도 하고, 계속 불러내고, 너무 길고, 의미도 없어 보이고. 짜증이 났었죠. 진짜 엎으려 했어요. 그래서 더 이상 지원비도 안 받았고. 저는 그냥 재미있는 게 좋은데."

- 그래서 어떻게 슬럼프를 극복하게 되었나요?
"부담감을 버리면서 좀 나아졌어요. 지금은 제 할 일 하면서, 지역 사람들이랑 되면 같이 하고, 안되면 그땐 안 된다고 이야기해요. 그전에는 마을기업이니까 마을의 모든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그 강박관념을 벗었어요.

대신 지금은 이 공간에 집중하고 있어요. 이곳을 통해 동네 사람들을 만나면서 다시 마을살이가 재미있어졌어요. 정말 가볍게, 사무실에서 라면 먹고 가는 애들에게 열쇠를 제공해주고, 물하고 장소 제공해주고, 아주머니들은 그냥 와서 사용하게 해주고. 그렇게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그들이 내가 내어준 공간에서 기뻐하는 걸 보면 보람을 느껴요. 지금은 동네에서 고등학생들, 대학생들, 친구들, 아주머니들 해서 50명에서 100명 사이 정도 이용해요."

마을 사람들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그곳
▲ 공간 공유 마을 사람들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그곳
ⓒ 이용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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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간 유지비용도 있는데, 단순히 그런 마을살이 재미를 위해서 공간을 유지하나요?
"물론 현실적으로 돈이 가장 문제죠. 제가 고시원에서 해도 되는데 월 100만 원씩 내면서 공간을 유지하니까. 그래도 이 공간에서 저는 실제 사무업무를 보고 있고, 미팅도 할 수 있고. 어린 친구가 사업을 하는데 실제 사업체를 가지고 있고, 번듯한 사무실도 가지고 있다는 게 상대방에게 신뢰도를 높여주기도 해요. 그리고 여기 오는 사람들로부터 에너지를 받죠. 그들을 만나는 게 재미있고 제가 지금 상태에서는 마을활동이나 사회적경제에서 아이콘화된 것이 바로 이 공간이에요. 저는 이 공간을 통해 나름대로 사회적경제 활동을 하는 것 같아요."

- 끝으로 하실 말씀은?
"저는 궁극적으로 사회적경제에 대한 사명감을 가지고 높은 비전을 품고 진짜 수련하듯 봉사하는 마음을 가진 소수의 인원보다는 저 같은 사람이 양성화되고 더 많아지는 게, 질적 우수보다 양적으로 확산되는 게 사회적경제에 더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 순도 높은 인재만 배출할 것이 아니라 진입장벽을 낮춰서 자연스럽게 범위를 넓히고 저같이 관심 없고 내용을 잘 몰랐던 친구들도 좌충우돌해가면서 사회적경제를 알아갈 수 있게. 재미있으면 하고, 없으면 안 하면 되니까. 그렇게 해서 파이를 늘리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요."

현재 마을기업 놀자씨씨 이용성 대표는 강동구 암사야시장에 이어 고덕야시장을 책임지고 운영하고 있는 중이다. 부디 그가 부담감을 가지지 말고 자신이 추구하는 또 다른 마을살이를 통해 사회적경제의 가치를 우리 사회에 널리 전파하길 바란다. 명일동에서 길을 걷다가 쉬고 싶으신 분은 놀자씨씨의 문을 두드려 보길.

강동구의 새로운 명물
▲ 암사시장 야시장 강동구의 새로운 명물
ⓒ 이용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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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사회적경제, #놀자씨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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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사회학, 북한학을 전공한 사회학도입니다. 물류와 사회적경제 분야에서 일을 했었고, 2022년 강동구의회 의원이 되었습니다. 일상의 정치, 정치의 일상화를 꿈꾸는 17년차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서, 더 나은 사회를 위하여 제가 선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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