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 감사에서 중징계 처분이 내려진 박환문 영진위 사무국장

문체부 감사에서 중징계 처분이 내려진 박환문 영진위 사무국장 ⓒ 성하훈


문화체육관광부(아래 문체부) 감사에서 성희롱과 비위 등으로 중징계 처분이 내려진 영화진흥위원회(아래 영진위) 박환문 사무국장이 지난 14일 영진위 내부 인트라넷에 올린 글이 파문을 일으켰다. 

문체부 감사 결과를 부정하는 자세를 취하고 있는 데다, 국정감사에서 문제를 지적한 국회의원실까지 비난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영진위 내부에서조차 "사무국장이 뻔뻔한 태도를 보인다", "반성은커녕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박근혜 대통령의 '유체이탈식 담화'와 같은 수준이라는 비아냥도 있었다. 

문체부 중징계 처분 비아냥댄 영진위 사무국장 
 

ⓒ 영화진흥위원회


박 사무국장은 내부망에 올린 글에서 "내부직원 투서에 의한 국무총리실 감사와 국정감사 그리고 야당 의원에 의해 제기된 문화부 특별 감사를 겪으며, 엄중한 시국과 맞물려 정신없이 떠밀려 왔다"면서 "저의 부덕의 소치고 책임질 일이 있으면 시시비비를 명확히 가려 법의 형평성에 맞게 책임질 각오가 되어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감사결과와 보도자료 등에 저의 비리(?)라고 의혹이 제기되었던 몇 가지 팩트를 확인하려고 한다"며 비리에 물음표를 넣어 자신의 비리를 인정할 수 없다는 태도를 나타냈다. 

박 사무국장은 자신에게 중징계를 요구한 문체부 감사 결과에 대해 "투명성과 공정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결과로 보여"진다며 "몇몇 공무원들이 자신들의 직업윤리 양심에 비추어 사실 확인을 충분히 한 후에 중징계해달라는 감사결과 보고서를 쓰게 되었는지, 다른 외부 세력에 대한 압력은 없었는지 강한 의혹의 시선을 거둘 수 없다"고 주장했다. 자신에게 중징계를 요청한 공무원들이 문제가 있다는 인식이다.

그는 "최근의 여러 시국선언에서 자주 인용되는 문화부 공무원을 지칭하는 '최순실, 차은택에 부역한 영혼 없는 문화부 공무원 중의 일부'가 아니었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마음입니다"라며, 문체부의 감사 결과에 불만을 나타냈다. 

논란이 큰 성희롱 건에 대해서는 "왜 그때 그 자리에서나 이후 저에게 항의하거나 재발 방지를 요청하거나, 위원장님 또는 노조, 경찰, 검찰에 강력하게 이의제기나 법적으로 문제 삼지 않았는지 궁금합니다. 왜 1년이 훨씬 지난 시기에 내부자 제보와 시기를 맞추어 국무총리실 감사와 국정감사 등으로 문제화시키는 이유가 매우 궁금"하다고 의문을 나타냈다. 

이어 "감사관의 감사결과서 표현이 '해당 여직원들의 구체적이고 일관성 있는 진술과 정황을 고려해 볼 때 성적 수치심을 느낄 수 있는 부적절한 발언으로 판단된다'고 하였습니다. 저는 그러한 상황 설명을 자세히 들어 보지 못한 상황에서 감사관에게 받은 질문은 한가지였습니다. '이런 말을 한 적 있습니까?' 저의 답변은 '전혀 없습니다'였습니다"고 밝혔다. 

국정감사에서 지적받은 관사 비용과 출장비 부분 비위 혐의에 대해서는 "2015년 초부터 준비하여 10월 말쯤 교문위 예결 소위까지 마친 후 내부 위원장 결재를 통하여 관사 규정을 만들"었고, "여러 언론에서 국정감사에서 제대로 사실 확인도 하지 않은 야당 의원실의 보도자료를 근거로 인용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밝혔다. 또한 4.9억이 근거 없이 지급이 이루어졌다는 것은 사실무근이라고 강조했다. 

근태 문제에 대해서도 "취임 후 인사담당자가 관례로 전임 사무국장들도 출퇴근 체크를 하지 않았다고 하여, 출퇴근 체크를 하지 않게 되었다"며 지난 2년간 문화부 감사에서 지적이 없었다고 밝혔다. 

박 사무국장은 또 "이런 사안들에 대해서 여러 번 야당 의원들과 기자들에 설명했고, 그런데도 전혀 들으려고 하지 않았고, 어차피 본인이 듣고 싶고 하고 싶은 이야기만 하더라"고 주장했다. 

"적반하장 주장하고 있어" 
 
 지난 국정감사에서 영진위 사무국장 비위 사실을 지적한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

지난 국정감사에서 영진위 사무국장 비위 사실을 지적한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 ⓒ 전재수 의원실


이에 대해 국정감사에서 문제를 제기한 전재수 의원실은 "적반하장 주장을 하고 있다"고 발끈했다. 전 의원실 관계자는 "박 사무국장이 문제가 없이 떳떳한 척하는데, 문체부 감사 결과가 모든 것을 다 말해주고 있는 것 아니냐"며 "해명을 했다는데, 그런 적이 없었다. 해명할 것도 없는 사안이었다"고 잘라 말했다. 

영화계의 한 관계자는 "관사 문제는 규정 이전의 것도 소급 적용해 국정감사에서 지적된 게 아니냐"며 "규정을 만드는 것이야 그럴 수 있지만, 전 사무국장 때는 관사 문제를 외면하다가 인제 와서 소급적용까지 한 것은 잘못한 게 맞는데도 인정하지 않으려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성희롱 건을 "당시에 지적하지 않고 1년이나 지나 내부 제보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영진위 내부에서 반발이 거센 모습이다. 영진위의 한 관계자는 "직원들 사이에서 '후안무치하다'는 비난이 나온다"며 "성희롱 예방 교육을 헛 받은 것 같다"고 비난했다. 

박 사무국장은 기자들에게 설명해도 하고 싶은 이야기와 듣고 싶은 이야기만 듣는다고 했으나 최근 박 사무국장의 태도를 보면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이다. 박 사무국장은 10월 국정감사 당시 국회의원실 관계자 앞에서 "제보자를 색출하겠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오마이스타>는 박 사무국장의 반론을 듣기 위해 1주일간 전화나 문자로 접촉을 시도했으나 그때마다 단 한 번도 반응이 없었다. 영진위 사무국으로 연락해 담당자를 통해 연락 요청을 했지만, 박 사무국장으로부터 연락은 없었다. 홍보팀을 통해 재차 문의했을 때야 '그런 말 한 적 없다'는 답변이 간접적으로 전달됐을 뿐이다. 하지만 국회의원실 관계자는 "분명히 그런 말을 했다"면서 "박 사무국장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무능한 낙하산 사무국장 데려온 영진위원장도 책임져야 
 
 김세훈 영진위원장의 사퇴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힘을 받기 시작했다.

김세훈 영진위원장의 사퇴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힘을 받기 시작했다. ⓒ 영화진흥위원회


부산지역의 한 영화과 교수는 "박 사무국장이 밝힌 '부덕의 소치'는 최근에 어디서 들어본 표현인데, 청와대에서 나온 말"이라면서 "청와대 주인의 실체가 무엇이고 그 주인이 지금 어떤 처지에 놓여 있는지는 잘 알 테니 손바닥으로 해를 가리지 말고 더는 영화계를 농단하지 말라"고 말했다. 

영화계 일각에서는 함량 미달, 자격 미달에 무능함이 드러난 사무국장을 앉힌 것은 전적으로 김세훈 영진위원장 책임이라며 동반 사퇴해야 한다는 주장도 등장했다. 영화계의 한 관계자는 "영진위원장도 무자격자를 낙하산으로 떨어뜨린 데 대해 스스로 책임지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사무국장은 낙하산 논란에 대해 어떤 면에서 '낙하산이 맞다'고 인정하면서 "지난 대선 당시, 상식이 통하는 합리적인 보수, 따스한 보수를 지지하는 저의 정치적인 소신으로 저 스스로 선택했고, 문화부 관련 공약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했다"고 밝혔다. 대선의 논공행상으로 임명됐다는 영화계의 시선을 확인해준 셈이다. 이어 사무국장으로서 업무 중에 정치적인 진영논리나 부정청탁 등을 전면 배척하였고 행정적인 시스템개선에 최선을 다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영화계 인사들은 '마치 그간 정상적으로 무난하게 영진위를 총괄했던 사무국장들을 정치적 진영논리에 치우치거나 부정 청탁한 사람으로 취급하고 있다며, 당장에라도 직무정지를 시키고 속히 파면해야 할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배우 문성근은 징계로만 끝날 게 아니고 법적 책임도 물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영진위는 오는 26일 9인 위원회를 개최해 박 사무국장에 대한 중징계를 의결할 예정이나, 영화계의 파면 요구와는 다른 결정이 나올 가능성도 있는 상태다.
영진위 박환문 김세훈 문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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