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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의 유일한 본분으로 일컬어지는 공부. 하지만 "공부만 하라"는 어른들의 질책에서 벗어나, 우리 사회에 드러나거나 숨겨진 여러 곳에서 두각을 보이는 청소년들이 있고, 그리고 청소년에게 힘이 되어주는 어른들이 있습니다. 이런 분들을 같은 고민에 속해 있는, 청소년인 필자가 직접 인터뷰합니다. 또, 청소년들이 모이고, 주최했던 행사나 모임을 취재합니다. 청소년 시민기자가 직접 발로 뛰고 집필하는 연재기획, <옆동네 1318>입니다.

최근 전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박근혜 하야(퇴진) 촉구 집회 등은 청소년과 맞닿은 점이 꽤나 많습니다. 최순실 게이트의 중심 인물 중 한 명, 정유라씨의 입학 부정은 입시를 위해 12년을 준비했던 많은 청소년들에게 상실감을 주었고, 수능을 전후해 점점 커지고 있는 최순실 게이트는 청소년들을 공부에서 벗어나게끔 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특별 인터뷰를 열어 집회, 그리고 시국선언에 참가한 청소년/단체의 의견을 가감없이 들으려 합니다. 이번 차례에는 박근혜 성대모사로 큰 인기를 끈 유튜브 크리에이터 '종호의근혜세계' 운영자 전종호씨를 인터뷰했습니다. - 기자말

"정치도 못 하는데, 연설도 못 하네, 순실 바라보며 네 네네 네네네~ / 매일 상상만 해 이름과 함께 말을 쏙 빼놨네 baby~ 우린 아직 비밀인 사인데 / 아무거나 걸쳐도 아름다워 전화 속 단 둘이서 하는 정치 Show Show / 이번엔 정말 꼭꼭 내가 먼저 Talk Talk 다짐 뿐인걸 매 번 다짐 뿐인걸 " - 종호의 근혜세계 <박근혜 대통령이 부르는 트와이스 TT> 中

페이스북과 유튜브를 통해 큰 인기를 끈 영상이 있다. 누군가가 박근혜 대통령의 성대모사를 하며 프로듀스 101의 <Pick Me>, 트와이스의<TT>, 송민호의 <겁> 등 최신 유행가를 부른 영상이다. 노래 가사를 박 대통령의 관점으로 개사했다. 유튜브 원본 동영상은 조회수 140만 건을 달성했고, 구독자 수는 1만 4천명을 넘어섰다. 유튜브 크리에이터 '종호의근혜세계' 운영자 전종호씨 이야기이다. 

전씨는 이미 청소년이 참여하는 시위현장에서 '아이돌'이나 다름없다. 중고생혁명, 경기지역의 청소년 시국대회 등의 자유발언에 등장한 그가 "박근혜 대통령을 대신해 이 자리에 나왔다"면서 성대모사를 하면 좌중에 폭소가 쏟아진다. SNS 등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는데, '잡혀간 것 아니냐', '집 앞에 마티즈 온 것 아니냐'(국정원이 찾아온 것 아니냐)는 걱정도 이어진다.

전종호씨, 잘 지내고 있을까. 그가 거주하는 경기도 광주시에서 청소년 행동 집회가 있었던 12월 15일, 그가 트와이스의 <TT>를 '라이브'로 열창했다. 인근 음식점에서 그와 이야기를 나눴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전종호 씨가 자신의 휴대폰으로 유튜브 채널 '종호의근혜세계'를 열고 포즈를 취했다.
 전종호 씨가 자신의 휴대폰으로 유튜브 채널 '종호의근혜세계'를 열고 포즈를 취했다.
ⓒ 박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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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나서 반갑다. 자기소개와 운영하고 있는 유튜브 채널도 소개 부탁드린다.
"유튜브와 페이스북에서 박근혜 성대모사와 풍자 콘텐츠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유튜브 크리에이터 전종호이다. 경기 광남중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이다. 원래 하던 콘텐츠는 먹방 콘텐츠였는데, 김수미 성대모사로 자비없이 맛없는 음식은 맛없다고 하는 영상을 올렸다."

- 박근혜 성대모사로 풍자 콘텐츠를 만들게 된 계기는.
"어른들이 우리에게 '청소년은 판단력이 떨어진다', '공부나 해라' 이런 말씀들을 하신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주인이 될 청소년인데, 옳고 그름을 판단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이번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지고, 시위에 나갈 용기는 없지만 비판하고 싶은 마음에 콘텐츠를 만들게 되었다."

- 박근혜 성대모사로 큰 인기를 끌었다. 주변의 반응이 궁금한데, 특히 어른들의 반응은 어땠나.
"'괜찮냐', '잡혀가지 않았냐'와 같은 반응이 있었다. 어른들 중에 장난식으로 '이러다 잘못되는 것 아니냐'와 같은 말씀을 하시는 분도 있었다. 친구들은 '연예인 된 것 아니냐'고 말하기도 하고. '나중에 '대도서관'(유명 유튜브 크리에이터) 급 크리에이터가 되면 연락해야 된다' 같은 말을 하는 친구도 있었다. 오늘 초등학교 6학년 때 담임선생님을 만나러 초등학교를 다녀왔는데, 복도에서 알아보고 쫓아오는 후배들도 있었고 손을 흔드는 후배들도 있었다."

- 청소년 집회에서 초청하는 '찬조공연'의 1순위라고 들었다. 실제로 다양한 청소년 집회에서 종호씨를 봤다. 제일 먼저 나갔던 집회는 어딘지 궁금하다.
"중고생혁명의 11월 19일 보신각 집회에 가장 먼저 나왔고, 그 다음이 11월 25일 있었던 양평 청소년행동의 집회였다. 19일 서울에 왔을 때는 직접 나왔고, 25일 집회는 페이스북 메시지로 주최 측의 초대를 받아 나오게 됐다. 누군가가 페이스북에 중고생혁명 집회 게시글을 공유한 것을 보고 '이제 나도 집회에 나와봐야 하는데 이번 기회에 한 번 나와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전종호 씨가 15일 진행된 박근혜퇴진경기광주청소년행동 집회에 나와 자유발언을 하고 있다.
 전종호 씨가 15일 진행된 박근혜퇴진경기광주청소년행동 집회에 나와 자유발언을 하고 있다.
ⓒ 박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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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사를 개사해서 풍자하는 능력이 대단하다. 개사는 혼자 하는가.
"그렇다. '겁' 풍자는 페이스북 친구분이 개사를 도와주시긴 했는데, 거의 대부분은 혼자 한다. 또 페이스북과 유튜브 라이브를 켜서 같이 개사하기 놀이를 하기도 하는데, 댓글로 달아주신 시청자분이 올려주신 개사한 가사를 바탕으로 여러 곡을 부르기도 한다."

- 트와이스의 팬과 마찰을 빚었던 일이 있는 것으로 안다.
"개사곡을 올리기 직전에 '가수와는 상관없고 팬분에게는 미안하다'라는 이야기를 페이스북에 먼저 올리는데, 일부 팬 분들이 노래가 나올 때마다 페이스북 메시지로 따진다. '왜 하냐, 제발 지우라'고 따지시는데, 논리적으로 반박을 하자마자 부모님 욕을 하고 차단을 하시더라. 페이스북에 심경을 토로했더니, 그 팬이 차단을 풀고 자기 말만 하고 또 차단을 하더라. 이러시는 마음은 알겠는데, 비뚤어진 팬심이 아닌가 싶다."

- 약간 외람된 질문이지만, 유튜브 수익은 얼마나 되나.
"유튜브 수익이 지금까지 안 나왔다. 정확히는 나왔는데 못 가져갔다. 애드센스 페이지를 보면 몇백 달러가 쌓였다고 뜨는데 어떻게 꺼내는지 모른다. 누가 꺼내주는 법을 알려주셨으면 좋겠다. 후원계좌도 열어두었는데, 다행히 많은 분들이 후원을 해주셔서 마이크를 바꾸었다. 후원해주신 분들 덕분에 고음질로 '박근혜 디스'를 할 수 있게 되었다."

- 풍자를 통해 인기를 얻으면서 본인도 느끼는 것이 있을텐데.
"사람들이 좋아해주셔서 다행이다. '극혐'이라는 반응 대신에 사람들이 좋아해주시는 것을 보았다. 성대모사로 자아비판하는 영상을 올리니 구독자가 많이 올라가고, 사람들이 많이 찾아와주셔서 감사하다. 최순실과 정유라,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 덕분에 국민 대통합을 이루었고, 학생들도 토요일 학원보충을 '째고' 거리로 나오는 모습을 보니 대단하다. '그 어려운 걸 제가 해냅니다'.(박근혜 대통령의 성대모사를 했다.)"

- 경호원을 대동해야 한다는 댓글도 본 적이 있다. 그래서 한 마디 질문. 신변의 위협을 겪었던 적은 없나.
"보신각 집회에 갔을 때 장윤선 기자님과 '오마이TV' 인터뷰를 했던 적은 있다. 그런데 그 날 오마이뉴스 기자라고 하는데 명함 없이 오신 분이 있었다. 자기 이름은 안 알려주고 내 학교와 이름만 알고 갔는데, 1주일 뒤 오마이뉴스에서 찾아보니까 내 기사가 없더라. 기분이 이상했다. 며칠간 바깥 출입을 자제하지는 않았는데, 조심하면서 살았다.

지금 화가 나는 것은 내 페이스북 타임라인에 '성인광고'가 뜨는 것이다. 자고 일어나면 타임라인에 광고가 쫙 떠있는데, 지워도 지워도 계속 가계정이 24시간 나타나서 성인광고를 올리고 도망친다. '댓글알바'보다 더 성가신 거 같다. 미성년자의 페북에 성인광고를 올려대니 내가 이러려고 페이스북을 했나 자괴감이 들고 괴롭다. 버스에서 내 페북을 보는데 눈치가 보일 정도이다. 누가 파파라치를 찍어서 '페북스타 전종호 버스에서 야짤(야한 사진)본다'라는 글을 올리지 않을까 겁난다."

전종호 씨가 팬과 함께 셀프 카메라를 찍고 있다.
 전종호 씨가 팬과 함께 셀프 카메라를 찍고 있다.
ⓒ 박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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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 대통령 외에도, 다른 정치인이나 연예인의 성대모사를 연습하고 있나.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라던가, 문재인 전 대표, 안철수 의원과 같은 사람의 성대모사를 할 수 있도록 연습하고 있다. 연예인은 아직 김수미 성대모사 밖에 못 하는데, 한석규 성대모사도 해 보고 싶다. 그런데 연습하다가 자연스럽게 김수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정치인들도 성대모사가 잘 안 돼서 탈이다."

- 앞으로 크리에이터 활동 계획이 있나. 정치와 관련된 것이 아니어도 좋다.
"지금 기획하고 있는 콘텐츠가 '대통령의 혼밥'이다. 자취생들을 위한 저렴한 가격에 누구나 먹을 수 있는 편의점, 패스트푸드 음식 뿐만 아니라, '야매요리' 등을 박근혜 대통령이 관저에서 혼밥하듯이 만들고 먹는 컨셉이다. 국범근(쥐픽쳐스)씨 처럼 뉴스를 해볼까도 생각하고 있는데, 뉴스 콘텐츠를 만들 청소년 크리에이터들을 모아놓은 상태이다. 창작 뮤직비디오도 만들어보고 싶지만, 정치 관련 콘텐츠로 떴으니 정치 관련 콘텐츠로 승부하고 싶다."

- 그렇다면 앞으로의 정치 풍토가 어떻게 변했으면 좋겠는가. 청소년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정치하는 어른들'에게 바라는 점 몇 가지만 말씀해 주시면 좋겠다.
"김영란법이 제정된 이유가 있다. 대기업을 무서워하지 말고 국민을 무서워하셨으면 좋겠다. 어쨌든 정치인은 대기업이 아니라 국민이 선출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치인들이 국민에게 부끄럽게 살지 않았으면 좋겠다.

박사모 아저씨들에게도 하고 싶은 말이 있다. 박사모 아저씨들은 '도덕적으로 옳은 일을 한다'라고 하시는데, 중학교 2학년인 우리도 도덕책에서 무엇이 옳은 일인지 배웠다. '너희 부모가 그렇게 가르쳤냐'라고 말하는 건 옳지 않다. 이미 밝혀진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거짓말이라며 우기는 것 역시 옳지 않다고 배웠다. 그리고 하나 부탁을 드리자면 같은 국민으로서 부끄러우니 집회에서 태극기 대신 박근혜 대통령 얼굴을 인쇄해서 흔들어주셨으면 좋겠다."

- 앞으로의 계획이 어떻게 되는지 궁금하다. 진로나 진학 계획에 대해 이야기해주셔도 좋고, 단순한 계획도 좋다.
"전교학생회장 후보직에 올라와있고, 인생을 내내 까불까불하게 살았는데, 이렇게 신중하게 살았던 적이 없다. 전교회장도 당선되고, 내년에 한림예고 영상제작학과에 입학해서 PD의 길을 걷고 싶다. 나중에는 여러 인터넷 크리에이터들을 지원해주는 MCN(다중 채널 네트워크)사를 세워서 '대한민국에 전종호라는 사람이 살았다'는 소리 정도는 들어보고 싶다.

이 기사를 볼 지는 모르겠지만, 청와대에서 드라마를 보는 대신에 국민의 심정 좀 들어봤으면 좋겠다. 기왕이면 내 유튜브 채널을 통해서말이다. 또 이 상황에 사드 배치라던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등 여러 정책들이 졸속으로 처리되는 모습이 보인다. 당장은 세월호 7시간을 밝히기에도 부족하지만, 나랏일을 이렇게 졸속으로 처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인터뷰를 마치며, 몇몇 성인들이 집회현장에서 청소년들에게 '아무것도 모르면서 왜 이런 현장에 있냐'고 힐난하던 모습이 떠올랐다. 하지만 전종호씨의 패러디 영상이 유튜브의 주 수요층인 청소년이나 젊은 층에게만 인기가 있는 것이 아니라, 성인들에게도 꽤 인기를 끌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청소년'이 수박 겉핥기 식으로 만든 영상이 이렇게 인기를 끌 수 있을까.

또 전종호씨는 그간 '도전'만 외치고 낮은 구독자, 조회자 수에 그쳤던 청소년 크리에이터의 방향을 제시했다. 청소년이 유튜브 크리에이터들의 주요 소비자로 거듭난 상황에서, 이런 '생산자'의 위치에 선 것만 해도 어딘가. 더욱이 그 생산자가, 큰 인기를 끌고 있으니 '금상첨화' 아닌가.

그가 앞으로 보일 행보에 더욱 더 '좋아요'를 누르고 싶다. 앞으로 정치적인 행보를 보이지 않더라도, 그가 보여줄 더욱 기발한 콘텐츠가 기대된다.

덧붙이는 글 | 옆동네 1318은 우리 사회의 '멋진 청소년'이라면 누구라도 인터뷰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이야기를 기다립니다. 제보는 trainholic@naver.com으로 부탁드립니다. 인터뷰에 참여하실 분의 '자천'도 환영합니다.



태그:#청소년, #크리에이터, #청소년 미디어, #청소년 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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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컬링 같은 종목의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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