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이 4년 만에 새 앨범을 내놓았다. 19일 발매한 정규 8집 <브리티쉬 비올라>(British Viola)는 윌리엄 월튼(William Walton) 등 영국 작곡가들의 곡으로만 구성됐다. 지난 2013년 앤드루 데이비스 경(Sir Andrew David)이 지휘하는 BBC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협연한 실황 녹음 등 전작들에선 선보이지 않았던 비올라 협주곡이 담겼다.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혜화동 대학로 JCC아트센터에서 열린 앨범 발매 기자간담회 현장을 전한다.

윌리엄 월튼의 비올라 협주곡, 마치 첫사랑 같은 곡

리처드 용재 오닐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이 4년 만에 새 앨범을 선보이며 19일 오전 서울 JCC컬처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용재 오닐은 영국 작곡가들의 곡으로만 구성된 정규 8집 <브리티쉬 비올라>를 이날(19일) 발매했다. 20세기 영국 비올라 음악의 정수를 느낄 수 있는 이번 앨범에 대해 용재 오닐은 "지난 세기의 모든 비올라 작품에 대한 경의를 담은 앨범"이라고 표현했다.

▲ 리처드 용재 오닐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이 4년 만에 새 앨범을 선보이며 19일 오전 서울 JCC컬처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 유니버설 뮤직


영국 작곡가들의 곡으로만 레퍼토리를 구성한 게 독특하다. 이번 앨범에는 윌리엄 월튼을 비롯해 프랭크 브리지, 요크 보웬, 벤자민 브리튼의 곡들을 실어 영국 비올라의 매력을 전한다. 그에게 영국에서 작곡된 비올라 곡이 많은 이유를 묻자 "영국 사람들이 비올라의 솔로 소리에 관심이 많았던 것 같다"고 답했다. 또 "영국은 안개와 비가 많아 미스터리한 기운이 있다"며 "그 덕분에 비올라의 정신을 잘 담아낼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특히 이번에 수록한 윌리엄 월튼의 비올라 협주곡은 그가 처음으로 들은 비올라 곡이라는 점에서 각별하다. 미국 워싱턴 시골의 작은 마을에 살던 어린 용재 오닐은 이 곡을 듣고 비올라의 세계에 빠졌다. 그는 지역 오케스트라에 들어가 열세 살까지는 바이올린 연주를 했는데 우연히 월튼의 비올라 협주곡을 연주할 기회가 생겼고, 선생님의 지도로 월튼의 음반을 반복해서 들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이상하게 들렸어요. 우울한 분위기의 곡이었고, 부조화음들이 있어서 거부감이 먼저 들었어요. 하지만 들을수록 그 안에 놀라운 스토리가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부조화음들로 감정을 표현한 월튼은 한때 영국 음악계의 이단아로 불렸던 작곡가인데, 1929년 비올라 협주곡을 완성해 연인에게 헌정했어요."

용재 오닐이 위와 같이 설명한 월튼의 비올라 협주곡은 당시 영국의 비올리니스트 라이오넬 터티스로부터 '음악적인 면에서 무리할 정도로 혁신적'이라는 이유로 연주를 거절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독일의 작곡가이자 바이올리니스트 겸 비올리스트 폴 힌데미트가 처음으로 연주했고, 비올리스트 윌리엄 프림로즈에 의해 널리 알려졌다.

솔로 악기로서의 비올라, 레코딩 통해 매력 전달되길

리처드 용재 오닐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이 4년 만에 새 앨범을 선보이며 19일 오전 서울 JCC컬처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용재 오닐은 영국 작곡가들의 곡으로만 구성된 정규 8집 <브리티쉬 비올라>를 이날(19일) 발매했다. 20세기 영국 비올라 음악의 정수를 느낄 수 있는 이번 앨범에 대해 용재 오닐은 "지난 세기의 모든 비올라 작품에 대한 경의를 담은 앨범"이라고 표현했다.

▲ 리처드 용재 오닐 그는 비올리스트로서 그래미상 후보에 지명됐고, 에버리 피셔 커리어 그랜트 상을 받기도 했다. ⓒ 유니버설 뮤직


"뮤지션에게 있어서 레코딩은 그날 뮤지션의 사진을 찍는 것과 같다고 생각해요. 그때그때 다르고, 또 음악가들은 계속 성장하기 때문에 제가 녹음한 예전 연주를 들으면 제가 들어도 다른 점들이 보여요."

어떤 곡을 선택하여 앨범을 채울 것인가는 그에게 늘 고민이다. 그는 "언제나 내가 듣고 싶은 음악만 듣고, 연주하고 싶은 것만 연주하고 녹음한다면 대중이 듣고 싶은 것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다"며 레퍼토리를 선택할 때 무척 힘들다고 털어놨다. 대중과의 접점을 찾기 위해 외부로부터 조언을 많이 받는다는 용재 오닐은 매니지먼트, 팬들, 함께 작업해온 유니버설뮤직 등 다양한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작품을 선택한다고 귀띔했다.

"음반이란 건 음악에 다가갈 수 있는 손쉽고 멋진 방법 같아요. 라이브 퍼포먼스를 매번 보기 어렵기 때문에 저 역시 어릴 때부터 레코딩을 들으면서 음악 세계를 넓혀왔어요."

그는 비올라가 솔로 악기로써 조명받지 못하는 데 안타까운 마음도 있다. 레코딩 음반을 통해 사람들에게 비올라의 매력을 전하고픈 바람도 전했다. "사람들이 이 앨범을 통해 저를 처음 접하더라도 계속 듣고 싶어지는 앨범이면 좋겠다"며 "내가 하고 싶은 중요한 이야기를 많은 사람이 들어주었으면, 그래서 새로운 관객들을 내게 이끌어주었으면, 그래서 앞으로의 음악적 여정을 함께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회공헌에도 열심, 음악도 '나눔'의 하나

리처드 용재 오닐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이 4년 만에 새 앨범을 선보이며 19일 오전 서울 JCC컬처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용재 오닐은 영국 작곡가들의 곡으로만 구성된 정규 8집 <브리티쉬 비올라>를 이날(19일) 발매했다. 20세기 영국 비올라 음악의 정수를 느낄 수 있는 이번 앨범에 대해 용재 오닐은 "지난 세기의 모든 비올라 작품에 대한 경의를 담은 앨범"이라고 표현했다.

▲ 리처드 용재 오닐 <브리티쉬 비올라>는 20세기 영국 비올라 음악의 정수를 느낄 수 있는 앨범이다. ⓒ 유니버설 뮤직


용재 오닐은 바쁜 연주일정 중에도 나눔 활동에 꾸준히 힘쓰고 있다. 다문화가정 아이들을 위한 '안녕?! 오케스트라'를 이끌었고, 지난 6월에는 국제구호기구 옥스팜과 협업하여 '푸드트럭' 배급봉사를 하기도 했다. 지난해 성탄절에는 절친한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과 중증 장애아동보호 시설 '라파엘의 집'을 찾아 연주를 들려주기도 했다.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봉사와 사회 환원을 펼치고 있는 그에게 바쁜 시간을 쪼개 나눔 활동을 하는 이유와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다.

"얼마 전 교통사고를 당한 친구를 위해 오는 4월엔 마라톤을 뛸 예정입니다. 저도 이제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라서 30대 때처럼 마라톤을 자주 뛰기엔 힘들지만요. 그 밖에도 NGO 활동도 이어갈 계획이고요."

음악과 나눔 활동의 연관성에 대해선 "뮤지션으로서 나의 미션이 나누는 것이라고 생각해 음악을 통해 나누고 싶다"고 답했다. 그는 "음악가로서 제가 중요하다고 믿는 음악을 들고 대중에 다가가서 그것을 많은 사람과 나누는 게 내가 할 일"이라며 "기부금을 모으거나 마라톤을 하는 것도 나의 신념을 행동으로 옮기는 그런 활동 중의 하나"라고 설명했다.

"하루 24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이 있으면 좋겠다고 바랄 때가 많아요. 우리의 도움이 필요한 곳이 많은데 어디에 포커스를 둘지 정하는 게 어려워요. 매주 비올라를 연습하고 나눔도 하려면 시간적 제약이 많아요. 세상은 너무 많은 고통과 비난, 미움이 난무하고 있어요. 무엇보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각자가 돌아보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자신, 그리고 내 가족뿐 아니라 더 큰 의미에서 '글로벌 패밀리'를 도울 방법을 생각하면 좋을 것 같아요."

리처드 용재 오닐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이 4년 만에 새 앨범을 선보이며 19일 오전 서울 JCC컬처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용재 오닐은 영국 작곡가들의 곡으로만 구성된 정규 8집 <브리티쉬 비올라>를 이날(19일) 발매했다. 20세기 영국 비올라 음악의 정수를 느낄 수 있는 이번 앨범에 대해 용재 오닐은 "지난 세기의 모든 비올라 작품에 대한 경의를 담은 앨범"이라고 표현했다.

▲ 리처드 용재 오닐 이번 음반에 대해 용재 오닐은 "지난 세기의 모든 비올라 작품에 대한 경의를 담은 앨범"이라고 표현했다. ⓒ 유니버설 뮤직


리처드 용재 오닐은 이날 오후 8시 서울 강남구 클럽 옥타곤에서 새 앨범 쇼케이스 형식의 '옐로우 라운지' 무대를 꾸몄다. 그는 "도이치 그라모폰이 '옐로우 라운지' 등 새로운 관객에게 다가가는 시도를 하는데 나 역시 응원한다"며 "클래식이 지금까지 카네기홀에서 공연을 해왔다면 이러한 공연은 긍정적이고 실험적"이라고 말했다.

오는 2017년 2월 14일에는 서울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리사이틀을 갖는다. 이 무대에서 바이올리니스트 신지아와 바흐의 '두 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을 협연하기도 한다. 이어 6월에는 10주년을 맞은 디토의 공연을 앞두고 있다. 클래식 대중화를 위해 꾸린 앙상블 '디토'의 리더인 용재 오닐은 세계 정상급 현악 4중주단 '에네스 콰르텟'의 멤버로도 활동 중이다.

리처드 용재 오닐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이 4년 만에 새 앨범을 선보이며 19일 오전 서울 JCC컬처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용재 오닐은 영국 작곡가들의 곡으로만 구성된 정규 8집 <브리티쉬 비올라>를 이날(19일) 발매했다. 20세기 영국 비올라 음악의 정수를 느낄 수 있는 이번 앨범에 대해 용재 오닐은 "지난 세기의 모든 비올라 작품에 대한 경의를 담은 앨범"이라고 표현했다.

▲ 리처드 용재 오닐 <브리티쉬 비올라> 앨범 재킷 ⓒ saiida,유니버설뮤직



리처드 용재 오닐 비올리스트 디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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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 주는 기쁨과 쓸쓸함. 그 모든 위안.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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