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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 1일 서울서부지검은 '입시부정과 교사채용 비리 등'의 혐의로 고발된 하나고를 무혐의 처분했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검찰의 불기소 결정서(무혐의 처분서)에 의하면, 서울교육청 감사를 통해 밝혀진 학생 입시·교사 채용에 부정이 있었음을 검찰 수사에서도 인정했다. 그런데, 왜 검찰은 무혐의 처분이라는 결론을 내린 걸까. 서울시교육청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항고를 준비하고 있다. 검찰의 불기소처분서를 통해 하나고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따져보고자 한다. 이번 기사는 교사 채용 부정을 살펴본다. - 기자 말

[지난 기사] '입시부정 무혐의' 하나고, 검찰의 자기모순

하나고 정문 모습.
 하나고 정문 모습.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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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기시험 1등하고도 1차 탈락... 왜?

하나고의 교사 채용에는 문제가 많았다. 현행법이나 지침을 위반해 기간제 교사와 정교사를 구분하지 않거나, 인원을 특정하지 않고 "O"명으로 공고했다. 단계별 전형 기준도 공고하지 않는다. 제출 서류는 본인이 요청하면 돌려줘야 함에도 일체의 서류를 반환하지 않는다고 밝혔고, 최근에는 지원자의 결혼 여부를 조사해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한 인권 침해 시비까지 제기된다.

이런 위법 사례들을 차치하더라도 서울시교육청 감사 결과와 검찰의 수사 결과에 의하면 하나고 교사 채용과정에는 부정이 있었다. 그런데 검찰은 무혐의 처분했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하나고의 교사 채용 공고 : 하나고는 2015년 이전에는 공고에 '1차 필기시험, 2차 강의평가/면접'이라고 공고했다. 누가 봐도 필기 시험 점수가 높은 순으로 1차 전형을 실시한 후 2차 전형을 하는 것 같다. 그런데, 공고에도 없던 서류 전형으로 1,2등을 탈락시키고 9등을 합격시켰는데, 죄가 없단다.
 하나고의 교사 채용 공고 : 하나고는 2015년 이전에는 공고에 '1차 필기시험, 2차 강의평가/면접'이라고 공고했다. 누가 봐도 필기 시험 점수가 높은 순으로 1차 전형을 실시한 후 2차 전형을 하는 것 같다. 그런데, 공고에도 없던 서류 전형으로 1,2등을 탈락시키고 9등을 합격시켰는데, 죄가 없단다.
ⓒ 하나고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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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수학교사 채용 과정을 보자. 하나고는 수학교사 "O명"을 채용한다는 공고를 학교 홈페이지와 서울시교육청 홈페이지에 올렸다. '2015년 하나고 교원 채용 공고'에는 "가. 1차 : 필기시험. 나. 2차 : 강의평가 및 실무면접"으로 교사를 선발한다고 돼 있다. 2017년 교원 채용 공고의 "가. 1차 : 서류평가/필기시험"으로 공고한 것과 비교해보면 차이가 명확하다.

일반적으로 필기시험 점수에 따라서 1차 합격 여부가 결정되는 것으로 판단된다. 그런데 하나고는 2명의 합격자를 뽑는데 1차 필기시험에서 1등과 2등을 차지한 지원자를 탈락시키고 9등을 한 지원자를 합격시켰다. 필기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받았음에도 2차 면접과 강의 평가에 응시할 자격조차 주어지지 않은 것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 하나고는 '서류전형'을 실시한 것이라고 해명한다. 하지만 이는 전형공고에 명시돼 있지 않았다. 공고에 없는 전형을 실시한 것 자체가 공정성 시비를 낳을 수 있다. 혹여나 서류전형을 실시하더라도 필기시험은 배점이 50점인 것으로 보이고, 서류 전형은 100점인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학력과 경력이 실력(필기시험 점수)보다 훨씬 더 크게 당락에 영향을 끼치는 결과를 낳았다.

게다가 하나고는 2명의 교사를 뽑는데 1차 시험에서 2명만 합격시키고, 이들 2명 만을 대상으로 2차 강의평가와 면접전형을 실시한 뒤 이들을 합격자로 결정했다. 이를 두고 '하나고가 사전에 합격자를 내정하고 전형을 실시한 것으로 의심된다'는 의혹이 나왔다.

하나고의 교사 채용에 대한 검찰 수사 일부. 공고된 1차 필기시험에서 1,2등을 한 지원자는 탈락하여 2차 시험에 응시도 못하고, 9등은 서류 전형을 통하여 합격했다. 서류전형 평가에 대한 점수표도 없었는데, 10개월이나 지난 이후에 감사를 대비하여 사후에 만들었다고 한다. 이걸 누가 믿을 수 있나?
 하나고의 교사 채용에 대한 검찰 수사 일부. 공고된 1차 필기시험에서 1,2등을 한 지원자는 탈락하여 2차 시험에 응시도 못하고, 9등은 서류 전형을 통하여 합격했다. 서류전형 평가에 대한 점수표도 없었는데, 10개월이나 지난 이후에 감사를 대비하여 사후에 만들었다고 한다. 이걸 누가 믿을 수 있나?
ⓒ 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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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문제인 것은 서류전형 평가를 교감이 홀로 한 것으로 돼 있다는 점이다. 더욱이 서류전형 점수를 누구에게 어떻게 줬는지 기록이 없다는 점이 문제다. 하나고 측은 '필기시험과 서류전형이 진행된 것이 2014년 12월인데, 전형 당시 이를 수치화해 남긴 기록이 없다'고 해명했다. 이를 다시 해석하면 하나고 교사채용 과정 중 서류전형 채점표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어떤 기록도 존재하지 않다가 2015년 10월 서울시교육청 감사가 이뤄지자 하나고는 합격자 2명에게 95점을 준 것으로 사후에 서류를 작성했다.

채점표를 작성하지 않은 것부터 문제이며, 작성한 채점표 등 교원채용 관련 서류는 공공기관의기록물관리에관한법률에 의해 최소 2년간 보존해야 한단느 조항 역시 위배했다. 자체로 불법일뿐 아니라 당연히 전형이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이뤄졌는지 믿을 수 없게 됐다.

하나고의 해명대로 공고에도 없었던 서류전형을 실시했다고 하더라도 필기시험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지원자를 1단계에서 탈락시켜서 아예 2차 강의평가와 면접에는 응시도 못하게 한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필기시험 1등과 2등을 탈락시키고 9등을 합격시키면서 점수 차이가 크지 않아서 근무 경력과 학력(학위)으로 당락이 갈렸다고 한다. 50점 만점에 1위(47점)와 9위(38점)의 점수 차 9점은 결코 작은 차이가 아니다. 100점 만점이라면 94점과 76점인 셈이다. 근무경력과 학력(학위)을 이유로 2차 응시 기회조차 박탈한 것을 정당화하기 어려운 점수 차이다.

이화여대는 원래 9등인 정유라를 합격시키려고 앞 순위의 다른 지원자들에게 면점에서 낮은 점수를 주고, 정유라에게 최고점을 줘 당락을 바꿨다. 하나고는 공고에도 없던 서류전형을 실시해 필기시험 1, 2등을 2차 응시 기회도 주지 않고 떨어트리고 9등을 합격시켰다. 이화여대의 입시부정과 하나고의 교사채용 부정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보여진다.

공개 채용 위반하고 허위공문 보냈지만... 죄가 없다?

하나고의 교원 채용 비리에 대한 검찰 수사. 하나고는 확인된 것만 10명의 교사를 공개 채용하지 않았으며, 교육청에는 마치 공개 채용을 한 것처럼 허위 보고를 했다. 검찰은 이런 사실을 확인하고도 무혐의 처분했다. 유체이탈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힘들어 보이다.
 하나고의 교원 채용 비리에 대한 검찰 수사. 하나고는 확인된 것만 10명의 교사를 공개 채용하지 않았으며, 교육청에는 마치 공개 채용을 한 것처럼 허위 보고를 했다. 검찰은 이런 사실을 확인하고도 무혐의 처분했다. 유체이탈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힘들어 보이다.
ⓒ 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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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고 교사 채용에서 또 문제가 된 것은 공개 전형을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최근 경기도와 대구에서 발각된 것처럼 교사 채용은 사학의 고질적 병폐다. 사학의 교원 채용 비리를 막기 위해 교원을 공개 채용하도록 하는 사립학교법 개정이 노무현 정부인 2005년 때 이뤄졌다.

그런데, 하나고는 이 법이 시행된 지 10년이 지난 2015년까지 공개채용을 하지 않고 있었다. 서울시교육청 감사 자료에 의하면, 2011년부터 최소 10명이 공개 채용 없이 정교사로 임용됐고, 하나고는 서울시교육청에 마치 공개 채용을 한 것처럼 허위로 보고해 왔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를 검찰에 고발했지만 검찰은 무혐의 처분했다. '하나고가 공개 경쟁채용을 하지 않았으며, 교육청에 허위로 보고한 것도 사실'도 인정되지만, 교사 임용은 사학법인의 권한이기 때문에 공개 채용을 하지 않아도, 허위로 보고를 해도 죄가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하나고가 교사 채용 과정에서 적어도 2가지 법을 위반한 것은 명백해 보인다. 첫 번째, 사립학교법에서 강제하는 '공개 채용을 하지 않았다'는 것, 두 번째, '교육청에는 공개 채용을 한 것처럼 허위로 보고한 것'이다.

명백한 불법을 무혐의 처분한 검찰의 설명에는 여러 문제가 있다. 사립학교 교원의 임용권이 사학법인에 있는 건 맞지만, 사학법인이 교사 채용을 법을 지키지 않고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의미는 절대로 아니라는 점이다.

사립학교가 교사를 채용하면 7일 이네에 이를 교육청에 보고해야 한다. 그에 따라서 교육청에서는 업무 처리를 위한 네이스(NEIS) 아이디를 부여하는 등 사후 조치를 한다. 채용에 불법이 있었다면 교육청은 임면 보고 자체를 반려하거나 임용 취소 또는 징계를 요구하고, 네이스 아이디도 부여하지 않는다. 채용 과정의 불법 여부에 따라 교육청의 조치가 완전히 달라진다.

그런데도 검찰은 '허위가 있더라도 업무 방해죄가 아니다'라고 주장한다. 이런 논리라면 사학법인들은 앞으로 교사 채용과 관련해서 어떤 부정이 있어도 죄가 되지 않으며, 교육청은 할 일이 없다는 뜻이 된다.

공교롭게도 하나고의 입시 비리와 교사 채용 비리 수사를 담당한 검사가 이화여대의 입시 비리 혐의를 수사하는 특검에 차출됐다. 교육계는 우병우 라인으로 알려진 해당 검사에 대해 검찰 수사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면서 특검 제외를 요구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이 검찰의 하나고 수사 결과에 대해서 수용하기 힘들다면서 항고 방침을 밝혔다. 서울고검은 하나고 입시 비리와 교원 채용 비리 등 각종 혐의에 대해서 지체 없이 재수사에 들어가야 한다. 최근의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서 보듯, 우리 국민들은 입시 비리와 채용 비리를 결코 용납하지 않는다는 점을 검찰은 잊지 말아야 한다.


태그:#하나고, #채용비리, #검찰, #서울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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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육에 관심이 많고 한국 사회와 민족 문제 등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글을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가끔씩은 세상 사는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고 싶어 글도 써 보려고 합니다.

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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