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전 광화문광장에서 영진위 김세훈 위원장과 박환문 사무국장 고발 방침을 밝히고 있는 영화단체 관계자들

23일 오전 광화문광장에서 영진위 김세훈 위원장과 박환문 사무국장 고발 방침을 밝히고 있는 영화단체 관계자들 ⓒ 성하훈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이후 영화계가 본격적으로 부역자들 정리에 나섰다. 한국영화감독조합, 한국영화제작가협회, 한국독립영화협회 등 8개 영화단체는 23일 오전 광화문광장 이순신 동상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영화진흥위원회(아래 영진위) 김세훈 위원장과 박환문 사무국장을 업무상 횡령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다고 밝혔다. 크리스마스를 맞아 한국영화의 주체들이 영진위  고발이란 선물을 안겨준 셈이다.

이들에 대한 주요 고발내용은 지난 국정감사와 문화체육관광부 감사에서 드러난 근거 없는 관사 임차비 소급 사용과 업무추진비 부정적 사용, 사무국장에 대한 증빙 없는 여비 지출 등이다. 문체부 감사에서도 확인된 예산 유용혐의에 대해 검찰에 고발하는 강수를 둔 것이다.

김세훈 영진위원장과 박환문 사무국장은 문체부 감사를 통해서도 둘이 합쳐 3400만 원에 대한 환수조처가 내려졌다. 박환문 사무국장은 여기에 더해 성희롱 사실도 드러나 중징계 처분이 내려져 징계를 앞두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문체부의 감사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이의신청을 예고하고 있는 상태다. 따라서 26일 예정된 영진위 9인 위원회를 통한 징계소집이 불투명하다.

영화단체의 고발은 잘못을 시인하지 않고 끝까지 반성하지 않는 태도에 대해 사법기관이 법적인 판단을 해달라는 요구다. 박환문 사무국장은 감사 등을 통해 비위가 드러났는데도 "제보자 색출" 운운하거나 영진위 내부 게시판에 "성희롱한 적이 없다"면서 문체부의 감사결과에 항명하는 모습을 나타내 영화계뿐 아니라 영진위 안팎에서도 비난이 끊이지 않고 있다.(관련 기사: 성희롱 '중징계' 영진위 사무국장... '적반하장' 조롱 )

김세훈 영진위원장은 영화와 관련성이 없던 박환문 사무국장을 선임한 당사자로 책임을 지지 않는 것에 대해, 영화계가 책임을 묻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다. 김세훈 영진위원장은 사무국장에 대한 감사가 엉뚱하게 자신에게까지 불똥이 튀어 부정 사용에 대한 환수조처가 내려진 것"이라며 "제대로 된 소명 절차도 없어 억울하다는 태도지만, 문체부 측은 "구체적인 자료를 드러난 사안이라 굳이 소명을 받을 이유가 없었다"고 밝히고 있다.

영화계 농단한 부역자들 자진사퇴해야

 영화단체들이 23일 영진위 김세훈 위원장과 박환문 사무국장을 업무상 횡령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영화단체들이 23일 영진위 김세훈 위원장과 박환문 사무국장을 업무상 횡령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 성하훈


영화계는 고발이라는 형식을 택했지만, 근본적으로 최순실-차은택-김종덕으로 이어지는 문화예술 분야 농단에 혜택을 받은 부역자들의 자진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차은택의 추천으로 문체부 장관에 임명된 것으로 알려진 김종덕 전 장관은 재임 시절 학연이 겹치는 김세훈 영진위원장을 임명해 영화계를 농단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영화계의 의견을 무시한 채 영화인들이 신뢰하지 못 하는 사람들을 대거 영진위원에 임명하면서 논란을 키웠다. 부산영화제 예산 삭감이나 독립영화지원정책의 축소나 변경에 영진위원들이 거수기 노릇을 통해 표현의 자유 제약에 정권의 마름 역할을 한다는 비난이 끊이지 않았다. 영진위 사무국장은 영화와 무관한 인물을 낙하산으로 내려앉아 영화계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지난 국정감사에서 드러난 렌더팜 사업 예산 불법증액 문제는 영진위의 사업이나 업무 구조가 얼마나 엉망이었지 드러내주는 대표적 사례다. 정상적인 절차 없이 38억이 책정돼 있던 예산을 추가로 100억이나 늘리면서 거쳐야할 필수적인 절차들을 생략해 의혹이 일고 있다. (관련 기사: 영진위도 검찰 조사? 의문의 '렌더팜 사업')

영진위 측은 "기재부에서 일자리 창출 예산으로 추가 예산을 확대하라는 지침이 왔고 이를 이행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절차를 놓친 것일 뿐 특별한 다른 이유는 없다"고 해명했으나, 일부에서는 영진위원장과 사무국장이 주도적으로 한 일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영진위는 근거 없는 이야기라며 부인하는 입장이다.

영진위 노조도 김세훈 위원장 박환문 사무국장 규탄

 23일 오전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영화단체의 영진위 김세훈 위원장, 박환문 사무국장 고발 기자회견에서 영진위의 영화발전기금 유용에 대해 비판하고 있는 한국영화감독조합 대표 봉준호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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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23일 기자회견에 나온 영화인들은 영진위의 전횡을 강하게 비판하며 불신을 나타냈다. 신작 영화 촬영으로 인해 오랜만에 공식적인 자리에 모습을 드러낸 한국영화감독조합대표 봉준호 감독은 "(위원장과 사무국장 등이 유용했다고 지적된) 4억은 독립영화 제작비에 해당한다"면서 영진위의 예산 유용을 비판했다.

한국영화제작가협회 배장수 이사는 "영진위가 지난해 영화단체들이 제안한 내용을 다 받아들이겠다고 해 놓고 전혀 지키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양종곤 정책실장은 "영진위가 영화단체와 약속을 지키지 않는 이유에 대해 '위에서 왜 좌파단체들과 협의하냐는 이야기를 들어 어렵다'는 식의 변명을 한다"고 영진위의 태도를 비판했다.

영진위 노조(임우정 위원장)도 23일 오전 발표한 성명에서 "영진위와 한국영화진흥정책을 철저히 망친 김세훈 위원장과 박환문 사무국장을 규탄한다"며 "김세훈 위원장이 이번에 제대로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박근혜 정권 하에 벌어진 심각한 영화계 농단에 관한 진실이 묻히지 않도록 끝까지 그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했다.

앞서 지난 10월 말 영진위원장과 사무국장의 퇴진을 가장 먼저 원로보수영화인들은 지난 11월 영진위원장과 사무국장의 비리에 대해 진정을 냈고, 검찰은 조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영진위 영화단체 김세훈 박환문 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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