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17일 삼성의 신임 감독으로 취임한 김한수 감독

지난 10월 17일 삼성의 신임 감독으로 취임한 김한수 감독 ⓒ 삼성 라이온즈


격동적이었던 삼성 라이온즈의 스토브리그가 마무리되고 있다. 2016시즌 정규 시즌 9위라는 창단 이후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든 삼성은 통합 4연패와 정규리그 5연패를 일군 류중일 감독과 재계약하지 않고 김한수 감독을 선임했다.

외부 FA 이원석, 우규민을 영입했지만 내부 FA 최형우, 차우찬이 떠났다. 보상 선수로 강한울, 이승현을 데려왔지만 이흥련, 최재원을 내줬다. 

삼성 야구단 사상 최고의 성과를 낸 류중일 감독과 이별하고 초보 감독 김한수 감독이 부임하게 되자 삼성이 당장의 성적보다는 선수단 체질 개선을 통한 리빌딩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운영 주체가 제일기획으로 이관되기 직전부터 삼성의 야구단에 대한 투자는 감소 일로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시즌 스토브리그에서 삼성은 기묘한 행보를 보였다.

 삼성을 떠난 차우찬과 최형우

삼성을 떠난 차우찬과 최형우 ⓒ LG 트윈스/KIA 타이거즈


당장 리빌딩이 급선무라고 해도 투타의 주축이자 시장 최대어였던 내부 FA를 한 명도 잡지 않은 삼성의 선택에는 진한 아쉬움이 남는다. 공식적인 발표를 기준으로 4년 총액 100억으로 KIA 타이거즈로 이적한 최형우과 95억으로 LG 트윈스로 이적한 차우찬, 두 선수 모두를 잔류시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웠겠지만 최소한의 전력 유지를 위해서라도 한 선수는 잡았어야 했다.

외부에서 보기에도 투타의 핵심 최형우와 차우찬의 잔류에 대한 삼성의 의지는 그리 강해보이지 않았다. 자신이 손에 쥐고 있는 좋은 카드를 포기하는 것에서 리빌딩이 시작된다고 삼성 구단은 믿었던 것일까?

 FA 이원석과 우규민 영입에 92억원을 투자한 삼성

FA 이원석과 우규민 영입에 92억원을 투자한 삼성 ⓒ 삼성 라이온즈


예상을 깬 준척급 FA 영입이 최형우와 차우찬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한 조치라 보기도 어렵다. 확실한 주전감이라 보기 어려운 내야수 이원석(4년 27억 원)이 리그 최고 타자 최형우의 대안이 될 수는 없다.

우규민(4년 65억 원)은 제구력이 뛰어난 선발 투수지만 몸 상태에 의문이 있으며 차우찬보다 2살이 더 많다. 2017년 만 32세가 되는 언더핸드 투수 우규민이 풀타임을 건강히 완주할지 여부도 미지수다.

FA 영입과 유출의 반대급부인 보상 선수 손익 계산도 삼성의 손해로 무게추가 기울고 있다. 포수 이흥련은 경찰청 입대 직전, 이원석의 보상 선수로 두산 베어스로 이적하게 되었다. 2016시즌 이흥련은 381.1이닝 동안 마스크를 쓰고 출전해 리그 전체 포수 중 이닝 소화로만 15위에 올랐던 선수다. 백업 포수로는 부족함이 없었다.

하지만 삼성은 두산이 포수가 많으며 이흥련이 군 미필이라는 이유로 20인 보호 선수 명단에서 제외했다 허를 찔렸다. 1군에서 뛸 수 있는 포수 양성에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소요되는 점을 감안하면 이흥련의 유출은 장기적으로 부담이 크다.

 보상 선수로 LG로 이적한 최재원

보상 선수로 LG로 이적한 최재원 ⓒ 삼성 라이온즈


내외야 모두 가능했던 유틸리티 플레이어 최재원 유출도 아쉬움이 남는다. 그는 1990년생임에도 아직 병역 문재를 해결하지 못했으며 사구 후유증이 우려되는 점에 삼성이 방점을 둔 것으로 보인다.

 최재원의 최근 2시즌 주요 기록 (출처: 야구기록실 KBReport.com)

최재원의 최근 2시즌 주요 기록 (출처: 야구기록실 KBReport.com) ⓒ 케이비리포트


그러나 야수진이 황폐화된 삼성의 현실과 올 여름 최재원의 맹타를 감안하면 삼성이 보호 선수 명단 작성에 실패한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최재원을 20인 보호 선수 명단에서 제외했다면 누구로 보호 선수 명단을 채웠는지에 대한 의문의 목소리도 있다. 최형우의 보상 선수로 병역미필인 91년생 강한울을 지명한 뒤 최재원을 이적시킨 일련의 과정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FA 영입과 보상 선수 문제로 고민이 많았던 삼성 구단과 김한수 감독 (출처: 프로야구 야매카툰 '보상묵시록 김한수'편)

FA 영입과 보상 선수 문제로 고민이 많았던 삼성 구단과 김한수 감독 (출처: 프로야구 야매카툰 '보상묵시록 김한수'편) ⓒ 케이비리포트 작품


대어를 내주고 준척을 얻은 어정쩡한 FA 투자로 김한수 감독이 떠안을 부담은 이중고가 되었다. 2016시즌 9위였던 삼성의 전력은 분명 더 약화됐지만 어찌됐든 외부 FA 영입으로 지갑을 연 모양새가 되었다. 현재 전력과 선수단 면면만 따지면 리빌딩에 집중해야 할 김한수 감독이 당장의 성적에 부담을 가질 수 밖에 없게 된 것이다.

올 한해 참담한 추락을 경험한 삼성은 스토브리그에서 돈을 쓰고도 전력이 약화되는 기묘한 상황에 봉착하게 됐다. 2017시즌 삼성이 리빌딩과 성적, 어디에 초점을 맞출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2010년대를 지배했던 명문구단 삼성은 과연 어디로 가고 있는가?

[기록 참고: 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KBO기록실, 스탯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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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글: 이용선 필진/ 감수 및 편집: 김정학 기자) 이 기사는 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에서 작성했습니다. 프로야구/MLB필진/웹툰작가 상시모집 [ kbr@kbreport.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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