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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선거가 실시되는 2017년 새해를 맞아 야권의 잠룡들이 각오를 담은 사자성어를 발표했다. 전문가의 의견은 어떨까? 고려대 한자한문연구소 김재욱 교수가 지난달 12월 31일 페이스북에 더불어민주당 문재인·이재명·박원순, 국민의당 안철수, 개혁보수신당 유승민이 각각 내놓은 4자성어에 대한 단평을 썼다. 김 교수는 '한국한시 비평'을 전공했고, 저서로는 '한시에 마음을 베이다', '군웅할거 대한민국 삼국지' 등이 있다. [편집자말]
<대선주자 사자성어에 대해 짧게 한 마디>

1. 문재인 : 재조산하(再造山河), '산하를 다시 만들다'. 이런 말은 어떻게 찾아내는지 모르겠네. 야권 지지율 1위다운 말이다. 자신의 처지에 기반해서 심경을 밝히기보다는 '난 이렇게 하겠다'고 선언한 거네. 스케일이 크다. 네 글자에 구체적인 모든 것을 담는 건 당연히 불가능하다. 이만하면 훌륭하다. 이 양반은 지금 이 시기를 '위기'로 보는 듯.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2016년 12월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음식점에서 열린 출입기자단과의 송년 모임 참석을 위해 건물로 들어서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2016년 12월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음식점에서 열린 출입기자단과의 송년 모임 참석을 위해 건물로 들어서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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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이재명 : 사불범정(邪不犯正), '삿됨은 바름을 범하지 못한다'. 잘 찾아냈다. 이건 '신념'에 기반한 말이라고 짐작한다. 선악 이분법으로 세상을 나누었네. 시장님 답다. 괜찮다. 그러나 기상이 높되, 넓지 못하다. 대선주자 메시지로 적합하지 않다.

이재명 성남시장.
 이재명 성남시장.
ⓒ 권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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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박원순 : 혁고정신(革故鼎新), '옛 것을 고쳐 새로운 솥을 만든다'(?), 신문엔 솥 정(鼎)을 '솥'이라는 뜻으로 써 놨는데, 그 말이 아니다. '정(鼎)' 자체에 '새것을 취한다'는 뜻이 있다. '옛 것을 고치고, 새것을 취한다'는 뜻이다. "주역"에 나온다. 좋은 말이긴 하나, 무미건조하고, 매우 모호하다. 기상이 약하다. 역시 대선주자 메시지로 적합하지 않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2016년 12월 26일 오전 서울시청 기자실에서 2017년도 서울시 청년보장사업 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2016년 12월 26일 오전 서울시청 기자실에서 2017년도 서울시 청년보장사업 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서울시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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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유승민 : 불파불립(不破不立), '깨지 않으면 서지 못한다' 자기 신념이기도 하고, 보수의 현주소를 진단한 말에 가깝다. 대선주자로서의 메시지라기보다는 자 세력의 전열을 정비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인 것 같다. 기상은 높다.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이 23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가칭)보수신당 창당 추진위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이 23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가칭)보수신당 창당 추진위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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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안철수 : 마부위침(磨斧爲針), '도끼를 갈아서 바늘을 만든다' 역시 안철수는 평생 자기 밖에 모르는 사람이다. 자기 처지를 알고 있네. 앞으로 정치를 계속하겠다는 거 같은데, 해봐야 안 될 것이다. 기상도 약하고, 속이 좁으며, 머리속이 온갖 이기심으로 가득차 있다. 이런 사람이 대선 주자라니. 어이가 없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가 2016년 12월 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가 2016년 12월 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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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성어로 봐선 문재인이 제일 낫다. 매우 현실적이면서도 폭이 넓은 단어를 선택했네. 이거 찾아낸 사람이 누굴까. 그 능력하나 인정해 준다. 다만, 나는 한문학 전공자임에도 불구하고, 정치인이나 교수들이 올해의 사자성어 이따위 거 쓰면서 허세 떠는 거 매우 싫어한다.


태그:#유승민, #문재인, #박원순, #이재명, #안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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