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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신년사에서 과학기술을 제일 앞세운다는 의미에서 과학기술 부문의 정책이 새해 구호 바로 다음에, 자세하게 제시했다.

"과학기술 부문에서는 원료와 연료, 설비의 국산화에 중심을 두고 공장, 기업소들의 현대화와 생산 정상화에서 나서는 과학 기술적 문제들을 푸는 데 주력하여야 합니다. 생산단위와 과학연구기관들 사이의 협동을 강화하며 기업체들에서 자체의 기술개발력량을 튼튼히 꾸리고 대중적 기술혁신운동을 활발히 벌려 생산확대와 경영관리개선에 이바지하는 가치 있는 과학기술성과들로 경제발전을 추동하여야 합니다."

이를 정리하면 대략 5가지 정책으로 1)원료와 연료, 설비의 국산화에 중심을 두고 2)공장, 기업소들의 현대화와 생산 정상화에서 나서는 과학 기술적 문제들을 푸는 데 주력 3)생산단위와 과학연구기관들 사이의 협동을 강화하며 4)기업체들에서 자체의 기술개발력량을 튼튼히 꾸리고  5)대중적 기술혁신운동을 활발히 벌인다 등으로 요약된다.

과학기술 관련 정책은 '과학기술을 통해 경제 강국을 건설하겠다'는 미래전략을 밝힌 7차 당 대회에서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부분 제시되었다. 하지만 그 이전 신년사에서는 2) 와 같은 원론적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과학기술을 제1순위로 올린 2015년 신년사에서는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특히 강조하였는데 전반적인 내용은 2) 와 같은 원론적 수준에서 현대화, 정보화를 강조하는 데 그쳤다. 과학기술의 순위가 뒤로 밀린 2016년 신년사에서도 역시 2) 와 같은 원론적 수준의 이야기와 함께, 생산현장에 '과학기술보급실'을 새로 꾸려 노동자들의 과학기술 수준을 향상할 것을 조금 더 요구하였다.

1) '국산화' 관련 정책은 최근 북한 정책의 핵심 화두인데, 7차 당 대회에서 각 부문별 과제로 대부분 언급되었는데 이번에 과학기술 부문의 중심 과제로 제시되었다. 이와 관련한 연구 주제를 중점 지원하겠다는 정책적 방향성과 함께, 생산현장에서 전개되고 있는 이와 관련한 활동을 이론적으로 뒷받침하라는 뜻이라 할 수 있다. 북한의 기술혁신은 일차적으로 생산현장에서 자체적으로 전개하다가 어느 정도 수준에 올라가면 관련 연구기관에서 지원해주는 경우가 많다. 아마도 국산화를 위한 생산현장의 기술혁신 수준이 어느 정도 단계까지 올라온 것으로 추정된다. 3)과 같은 정책이 강조된 이유라 할 수 있다.

북한의 과학기술은 목적이 명확하다. 단순한 지적 호기심 차원이 아니라 실제 생산, 즉 경제에 도움이 되기 위함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과학기술 정책은 생산에 도입되어 도움이 되는 정도, 즉 기술혁신에 기여한 정도로 평가된다. 그래서 2) 와 같은 정책은 항상 강조되는 것이다. 2016년에 강조한 과학기술보급실을 만드는 것도 결국 5) 와 같이 생산을 직접 담당하는 대중(노동자)를 중심으로 '기술혁신운동'을 활성화하기 위함이다. 교육 부문에서 올해를 '과학교육의 해'라고 강조하면서 과학교육을 강화하기 위해 시설과 환경을 새롭게 바꾸라는 요구가 나온 것도 이런 흐름에서 파악할 수 있다.

4) 와 같이 기업체가 자체의 '기술개발역량'을 튼튼히 꾸리라는 요구는 이번에 새롭게 등장한 것이다. 최근 북한이 중점적으로 개발하고 있는 '우리식 경제관리방법'이라고 할 수 있는 '사회주의 기업책임 관리제'의 구체적인 내용 중에 이와 관련한 것이 들어 있다. 기업의 자율성을 높이면서도 계획경제의 틀을 깨지 않는 접점을 찾으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는 것인데, 그 내용에 기업의 인재육성권도 들어 있다. 단순한 기술지원 수준에 머무르지 않고 새로운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정도로 수준을 높이려는 듯하다. 중앙과 지방, 전문연구기관과 생산 현장의 역할 분담을 강조하면서 생산현장 자체적인 연구역량을 좀 더 강화하자는 4) 와 같은 정책으로 이어진 듯하다.

전력 부문

7차 당 대회에서 "전력문제를 푸는 것은 5개년 전략수행의 선결 조건이며 경제발전과 인민생활향상의 중심고리"라고 규정될 정도로 북한 경제에서 아주 중요한 문제이다. 그래서 "5개년 전략수행 기간 당에서 제시한 전력생산목표를 반드시 점령"해야 한다고 못 박았다. 그래서 이번 신년사에서도 중요하게 전력 부문 정책이 중요하게 취급되었는데 대략 4가지 정책이 제시되었다.

1)발전설비와 구조물 보수를 질적으로 하고 기술개조를 다그쳐 전력생산계획을 어김없이 수행하여야 합니다.

2)국가통합전력관리체계를 실속있게 운영하고

3)교차생산조직을 짜고 들어 전력생산과 소비 사이의 균형을 맞추며

4)다양한 동력자원을 개발하여 새로운 발전능력을 대대적으로 조성하여야 합니다.

여기서 1)과 4)는 이전 신년사에서도 계속 언급되던 내용이고 2)와 3)이 이번 새롭게 들어간 내용이다. 이들 내용은 모두 7차 당 대회에서 제시되었던 정책이다. 북한의 전력 시스템은 전쟁의 피해를 대비하여 지역별로 따로따로 조직되어 왔다. 지역별 발전소와 생산공장을 직접 연결시키는 체계였다. 그러다가 이제 국가 전체적 차원에서 생산과 소비를 실시간으로 장악하는 '국가통합전력관리체계'를 꾸리고 제대로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한 각종 기술적 해결책을 작년에 많이 완성하였다.

2016년 11월에 개최된 '제27차 전국정보기술성과전시회'에 참가한 전력 공업성은 '국가적 통합전력관리체계'에 대한 성과들을 전시하였다고 한다. 이 전시물에 의하면, "이미 마련된 지역 단위전력관리체계들을 하나로 통합하고 자료통신망 구성에 선진기술들을 적극적으로 도입하여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전력량을 실시간적으로 감시 조종할 수 있게 되였다. 이와 함께 1차,2차변전소들을 통하여 전국의 모든 소비단위에서의 전력소비량도 실시간적으로 감시 조종할 수 있게 되였다"고 한다. 이는 "국가적인 전력의 생산과 소비의 균형"을 맞출 수 있게 하는 것이고 향후 "유연 송전기술" 도입을 위한 토대로 작용한다는 설명이 덧붙여졌다.

김책공업종합대학 재료공학부에서 개발한 '우리 식 이종금속 단자의 국산화' 성공은 서로 다른 재질의 전선을 통해 전력을 송전할 때 전력 누수가 생기는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소개되었다. 이를 만들기 위한 필수 기술인 "세계적인 첨단기술의 하나인 마찰교반용접기술"도 동시에 개발하였다고 한다. 또한, 발전소에 들어가는 터빈 등 각종 설비를 개보수, 혁신하기 위한 성과도 여러 건 작년 말에 발간된 로동신문에 소개되었다. 이들 기술에 대한 수준 평가는 동의하지 못 하더라도 적어도 필요한 기술을 차곡차곡 확보해나가고 있다는 것은 명확한 듯하다.

북한의 전력은 아직 충분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생산량이 많이 높아진 것은 사실인 듯하다. 위성에서 찍은 북한 지역의 밤 풍경을 보면 여전히 남한보다 어둡기는 하지만 예전보다 밝은 점들이 더 많이 생긴 것을 볼 수 있다. 게다가 '교차생산'의 의미가 턱없이 부족한 전기를 나눠쓰는 수준을 넘어, 생산과 소비를 효율적으로 조절하여 균형을 맞추는 쪽으로 바뀌었다는 것에서 전력 사정이 이전보다 나아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북한 연구에서 '교차생산'은 전력 부족 사회에서만 발생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는데 대부분 에너지를 전력을 기반으로 하는 현대 산업 체계에서 교차생산 체계 도입은 당연하다. 아래에 보이는 2010년 기사는 현대자동차에서 교차생산을 도입한다는 소식이다. 최근에 우리나라에서도 연구 도입하려는 '스마트 그리드(smart grid)'와 같은 개념으로 북한에서는 '교차생산 조직'을 추구하는 것이다. 즉 정보통신 기술을 바탕으로 생산, 운반, 소비를 효율적으로 조절하는 체계를 갖추려는 것이 북한의 '교차생산 조직'을 꾸리는 목적이다.
현대-기아차 미국서 교차생산
 현대-기아차 미국서 교차생산
ⓒ 강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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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공업 부문

신년사만으로 해석했을 때, 북한의 공업 부문이 정상화, 분화되고 있는 근거가 화학공업과 기계공업 부문이 독자적인 영역으로 다루어진 것이라 할 수 있다.

화학공업 부문은 자연 상태의 연료, 원료를 확보하는 석탄공업이나 채취공업과 달리 새로운 원료, 원료를 직접 만들어내는, 자원 공급과 관련된 부문이다. 화학공업 부문에서 만든 연료, 원료를 사용하여 다양한 생산현장에서 다양한 제품들을 생산한다.

자연 상태의 원료로 만든 각종 금속을 만들어 내면, 이를 다시 다양한 기계를 만들어 생산현장에 공급하면 새로운 제품을 생산된다. 이 두 부문은 생산현장에서 필요한 직접적인 재료인 원료, 원료, 설비를 공급하는 영역이다. 산업 인프라를 만드는 4대 선행 부문을 넘어 이제는 화학공업과 기계공업 부문의 발달이 필요한 경제 상황이 된 것이다. 나름 발전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기계공업 부문의 정책 과제는 많지 않다. 

"기계공장들에서 현대화를 다그치고 새형의 뜨락또르와 륜전기재, 다용도화된 농기계들의 계렬생산공정을 완비하며 여러 가지 성능 높은 기계설비들을 질적으로 생산 보장하여야 합니다."

7차 당 대회에서 뒤떨어진 부문이라고 거론된 농기계 보급률을 높이려는 조치에 집중하고 있는 흐름이다. 아마도 '새 형의 뜨락또르'는 7차당 대회 끝나고 바로 개최된 기계장비전시장에서 소개된 금성뜨락또르공장의 80마력짜리 뜨락또르 '천리마-804'일 것이다. 이는 2016년 12월 계열생산을 위한 담보를 마련하였다고 한다. 북한의 주장으로는 100% 국산화된 트랙터라고 한다.

본보기 공장이 마지막 단계인 무인화까지 완성되었으니 공장들의 상황에 맞추어 본보기 기술들을 받아들여 혁신할 것이다. 그러면서 올해 새로운 과제로 작년에 개발한 트랙터, 운전 기재, 농기계 등을 대량생산할 체계를 만드는 것이 제시된 것이다.

화학공업 부문

화학공업은 특별히 "공업의 기초이며 경제의 자립성을 강화하고 인민생활을 향상시키는데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위상을 새롭게 정립되면서 정책이 제시되었다.

"2.8비날론련합기업소의 생산을 활성화하며 중요화학 공장들의 능력을 확장하고 기술공정을 우리 식으로 개조하여 여러 가지 화학제품생산을 늘려나가야 합니다. 탄소하나화학공업을 창설하기 위한 사업에 힘을 넣어 단계별과업을 제때에 원만히 수행하여야 합니다."

현대 생활에 쓰이는 대부분의 제품은 자연에서 바로 구할 수 있는 물질이 아니라 화학공업에 의해 새롭게 만들어진 물질을 이용한다. 이때 새로운 물질을 만들어내는 원천은 크게 2가지인데 석유와 석탄이다. 전 세계적으로는 석유에서 추출, 분리한 물질을 바탕으로 각종 화학물질을 만드는 석유화학공업 체계가 발달했지만 북한은 자체 생산할 수 없는 석유보다 풍부한 매장량을 확보한 석탄을 기반으로 하는 화학공업 체계를 발전시켰다.

이를 상징하는 기업소가 바로 동쪽에는 함흥시의 2.8비날론련합기업소, 서쪽에는 안주시에 있는 남흥청년화학련합기업소이다. 그런데 안주에는 북한 최대의 석유화학공업 시설도 자리 잡고 있어서 앞으로 석유가 개발되면 동쪽의 함흥보다 안주가 더 커질 듯하다. 7차 당 대회에서 '원유'를 적극 개발하겠다고 했고 2016년 하반기부터 중국의 석유시추선이 석유가 매장된 것으로 거의 확신할 수 있는 서해안에서 시추작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 생산 단계가 아닌지 이번 신년사에서는 빠졌다.

사실 2.8비날론련합기업소는 1990년대 중반 가동이 중단되었다. 그런데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010년에 다시 정상화해내고 2011년에는 관련자들을 평양으로 불러 환대해주는 일명 '평양 정치'의 대상이 되었던 곳이다. 2.8비날론련합기업소는 이름에도 있는 '비날론(석유로 만든 나일론과 함께 석탄으로 만드는 비날론은 인류가 만든 중요 합성섬유이다. 면과 가장 비슷한 합성섬유이면서 방탄, 방염 섬유 등 특수 섬유를 만드는 데 쓰인다)'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비료, 염료, 농약 등 각종 화학 재료들도 기본공정을 이용하여 만들어 낸다. 남한이나 외부의 비료 지원이 줄어들었음에도 북한의 식량 생산이 늘어날 수 있었던 배경에 동서쪽의 대규모 화학공장들에서 비료를 직접 생산하게 된 것이 있다.

화학공업 부문의 정책 과제 첫 번째인 "2.8비날론련합기업소…" 부분은 석탄화학공업 체계를 더욱 강화하자는 의미라 볼 수 있다. 그런데 비날론 생산의 가장 큰 걸림돌은 생산 과정에서 전력소비가 많다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에너지원인 전력 소비가 크다는 것은 화학공업 체계를 갖추려다가 다른 공업체계들이 생산에 지장을 받게 된다는 의미도 된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내놓은 것이 바로 '탄소하나(C₁)' 화학공업을 창설한다는 정책이다. 이는 7차 당 대회에서 "석탄 가스화에 의한 탄소하나 화학공업을 창설"하자는 말로 제시된 정책이다.

석유를 이용하거나, 석탄을 이용하거나 다른 물질을 만드는 출발은 탄소 2개짜리인 에틸렌(C₂H₂)과 탄소 3개짜리인 프로필렌(C₃H₃) 등이다. 탄소하나 화학공업이란 이들 출발 물질을 석유나 석탄을 가공, 정제하여 만들 것이 아니라 탄소를 하나 포함한 물질 즉 일산화탄소(CO), 메탄, 메탄올, 포름알데히드(CH₂O) 등을 이용하여 합성해내자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석탄에서 출발물질을 만드는 데 들어가는 전력 사용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으므로 북한으로서는 매력적인 방법이라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일산화탄소와 수소를 '특수 촉매'를 써서 반응시켜 탄화수소를 만들고 이를 이용해서 합성 휘발유, 합성 경유 등을 만드는 것이 바로 탄소하나 화학공업이다. 이는 북한에서만 추구하는 것이 아니다. 가깝게는 우리나라의 성균관대 배종욱 교수 연구팀이 2016년에 일산화탄소와 수소를 합성하는 새로운 '촉매'를 개발하였다고 한다. 제철과정에서 발생하는 폐가스 속에 일산화탄소와 수소가 많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기술만 완비되면 에너지 소비를 줄이면서 폐기되는 가스를 활용하여 적은 비용으로 원료, 연료를 만들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혼합 가스에서 액체 연료 생산
 혼합 가스에서 액체 연료 생산
ⓒ 강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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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공식 문헌 분석은 항상 조심스럽다. 현실을 정확히 반영하고 있지 않을 수 있고 정치적 수사도 많이 들어가 있으며 더욱이 긴 역사적 안목을 가지고 봐야만 그나마 조금씩 변화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글은 글로서, 현실 일부만 반영되어 있다는 전제 아래, 그 자체의 변화를 찾고 그 의미, 배경 등을 캐보려 한다면 나름 의미 있는 정보를 찾을 수 있을거라 확신한다. 현실을 왜곡하고 있다면 왜곡하고 있는 이유나 방법이라도 찾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더디지만 조금씩 변화하는 북한

지난 10년 동안 남북 왕래가 거의 끊어졌기 때문에 북한에 직접 가보고 실상을 판단할 방법은 없었다. 따라서 유일한 합리적 추론 방법은 문헌을 꼼꼼하게 분석하는 것이다. 이번에 발표한 신년사를 이렇게 꼼꼼하게 분석해본 이유는 북한이라는 거대한 코끼리는 가보지도 만져보지도 못한 상태에서 최대한 정보를 캐보기 위한 노력이었다.

최근 5년 동안 발표된 신년사만 놓고 보더라도 북한의 변화는 더디지만 조금씩 일어나고 있다. 그것도 후퇴보다는 전진, 나빠지는 것보다는 좋아지고 있는 방향이었다. 게다가 정책의 정밀함이나 세밀함이 조금씩 강화된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로동신문에 나오는 기사들과 연결해 분석하면 신년사 본연의 목적, 즉 지난 1년을 평가하고 다가올 1년을 계획하는 것에 크게 어긋나지 않았음도 알 수 있다.

올해에도 북한 핵 혹은 미사일(로켓)로 인한 소동은 계속될 듯하다. 북한은 핵을 폐기할 수도, 아니 폐기한다고 해도 믿어줄 수 없는 상황(stage 2)으로 들어서 버렸기 때문이다. 돌아올 다리가 없다. 다만, 우리 정부와 미국이 전격적으로 변화를 받아들여 최소한 한미합동군사훈련의 개최 장소만이라도 조정하거나 평화공존을 위한 모색을 시작한다면 소동이 잦아들 수 있겠다는 변화의 여지가 약간은 엿보였다. 새로운 상황에 맞는 전략과 적극적인 실천 의지가 우리에게도 필요한 시점이다.

지식경제 시대라는 새로운 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한 북한은 과학기술을 앞세워 경제발전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이번 신년사에서 명확히 밝혔다. 명시적으로 과학기술을 제1순위로 내세운 것부터가 그렇다. 또한, 이전과 달리 자세한 과학기술 정책을 바탕으로 부문별 경제정책을 마련한 것도 과학기술 중시 정책의 깊이를 가늠할 수 있게 했다. 그리고 생산현장을 CNC 기술로 자동화하여 궁극적으로 무인화 수준까지 올리겠다는 선언도 인상 깊게 보았다. 이제 북한의 변화, 좁게는 북한 경제의 변화를 읽기 위해서는 과학기술의 내용과 흐름을 반영해야 하는 것이 필수가 되어버렸다. 과학기술 관련 내용을 완전히 배재하고 북한 문제를 분석하던 기존의 북한연구 관행이 변해야만 하는 상황이 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에 제시된 계획을 제대로 실천한다면 북한 경제의 변화는 눈에 띄게 빨라질 것이라 예상된다. 하지만 항상 문제가 되는 것은 계획대로 현실 상황이 얼마나 따라와 주느냐이다. 또한 이런 계획을 실행하기 위해 충분한 자본과 자원을 어떻게 확충할 것이며, 궁극적으로 북한 경제의 가장 큰 걸림돌인 군사적 긴장감을 어떻게 완화할 것이냐이다. 이에 대한 명확한 상이 제시되지 않아 이번 신년사의 계획을 꼼꼼히 분석해보아도 불확실성은 여전히 크게 남는다. 모쪼록 이러한 불확실성이 불안정보다는 안정 쪽으로, 전쟁이나 분쟁보다는 평화 쪽으로 점차 변해갔으면 하고 바란다.


태그:#북한 신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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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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