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 쪼개듣기'는 한국 대중음악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내는 코너입니다. 화제작 리뷰, 업계 동향 등 다채로운 내용을 전하겠습니다. [편집자말]
보통 매년 1~2월은 가요계의 비수기에 해당된다. 상당수 인기 가수들이 연말 결산 각종 시상식/방송사 특집무대/개별 콘서트 등의 '격전'을 치른 후 새해를 맞아 잠깐의 휴식을 취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설날 연휴가 있어 활동 가능 기간이 부족하고 주요 수입원 중 하나인 각종 야외 행사도 부재(혹한기)하는 등 외부적인 요인도 크게 작용한다.

이런 이유로 이 시기엔 기존 유명 가수들보단 신인급 가수/그룹들이 '틈새 시장'을 겨냥해 신보를 내놓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그런데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

전통의 방송 음원 강자인 MBC <무한도전>, 드라마 시장을 평정한 tvN <도깨비> OST , 지난해 12월 신작을 내놓은 빅뱅 등이 많은 사랑을 받으며 일찌감치 주요 음원 순위 상위권을 점유했다. 예년과 대비했을 때 과열에 가까운 경합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당초 예상을 벗어난 대격변의 시기가 되어버린 2017년 1월, 각기 다른 상황에 놓인 팀들이 연이어 신작을 내놓으며 대중들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과연 이들은 올 한해를 어떻게 시작할 수 있을까?

[AOA] 충격의 초반 부진... 방송 활동 이후 재반등 분위기

 AOA의 출발은 좋지 않았다.

AOA의 출발은 좋지 않았다. ⓒ FNC엔터테인먼트


AOA는 지난해 미니 4집 <Good Luck>을 발표해 각종 악재 속에 2주 만에 방송 활동을 마감했다. 이후 근 8개월여 만에 첫 번째 정규 음반 <Angel's Knock>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출발은 좋지 못했다. 지난 2일 자정 공개된 타이틀곡 'Excuse Me'는 국내 최대 음원 사이트 멜론 실시간 순위에서 30위권으로 첫 출발했지만 곧장 하위권으로 밀려났다. 또다른 타이틀곡 '빙빙'은 일찌감치 사라지고 말았다.

다행히 1월 첫째주 음악 방송 무대와 JTBC 예능 <아는 형님>을 거치면서 'Excuse Me'는 어느덧 40위권까지 올라오는 반등세를 보여주고 있다. 이 곡은 반복되는 가사+멜로디 중심의 클럽 댄스곡으로 AOA의 성공을 뒷받침해줬던 용감한 형제, 소속사 한성호 회장, 외국인 작곡가 Erik Lidbom 등이 작업에 참여한 노래다.

전체적으론 AOA가 보여준 노선에서 크게 벗어나진 않지만 이 방향으로 계속 밀어붙이는게 타당한 건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이른바 걸그룹 시장에서 점차 섹시 콘셉트가 퇴조 분위기를 맞고 있는 데다 '대외 인지도 1위 멤버' 설현 의존도가 이번에도 여전하다는 점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향후 활동에 대해선 새로운 방향성 정립을 고민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주목할 점: 초아의 노래. 기본기가 탄탄한 보컬임을 앞선 활동을 통해 여러차례 보여준 바 있지만 <Angel's Knock>에선 단연 발군이다. 박력있는 목소리로 곡의 후렴구 전반을 책임진 'Three Out', 자유분방한 애드리브를 들려주는 '불면증', 물 흐르는 듯한 복고풍 선율의 'Lily' 등은 초아의 재발견이라고 봐도 무방할 듯.

[우주소녀] 무난한 출발... 2%의 아쉬움

 우주소녀도 특정 멤버 편중 성향을 보이고 있다.

우주소녀도 특정 멤버 편중 성향을 보이고 있다. ⓒ 스타쉽엔터테인먼트


지난 4일 0시를 기해 공개된 미니 3집 <From. 우주소녀>는 전작 <The Secret>에 이어 깜찍 발랄한 소녀들의 이미지로 채운 곡들로 채워졌다. 예년 대비 치열해진 음원 순위에서도 타이틀곡 '너에게 닿기를'은 30위권으로 첫 등장한 이래 꾸준히 100위권 이내에서 선전을 펼치고 있다. 음반 시장에서도 발매 첫주 신인급 걸그룹으론 괜찮은 판매 실적을 올리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우주소녀의 인지도를 높이는 데 기여한 '비밀이야' 등 전작의 절반을 책임진 e.one을 비롯한 이전 작곡팀들이 대부분 빠지고 새로운 인물들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이 점은 다소 의외의 움직임으로 보인다. 앞선 작품이 좋은 반응을 얻었다면 그러한 기조를 다음 작품에서도 이어가기 마련인데 소속사에선 이 부분에서 과감한 선택을 했다.

첫곡 '너에게 닿기를'은 상큼 발랄한 댄스-팝스타일의 곡으로 교복 의상을 입은 멤버들의 무대 연출을 통해 더욱 더 짙어진 10대 소녀 감성을 전면에 내세웠다. 'Baby Come To Me', '주세요' 등 다른 수록곡 역시 달달하면서 고운 멜로디가 강조된 곡들로 채워졌다. 당분간은 지금의 콘셉트로 밀어붙일 분위기다.

불과 11개월 전 중국인 멤버 성소의 '노핸드 덤블링' 같은 역동적인 안무를 선보였던 'Catch Me' 때를 생각하면 완전 180도 달라진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음반 전체적으론 무난한 구성이나 확실한 한방을 보여주기엔 기대치 대비 2% 정도 부족한데 다음 작품에선 역전홈런 급 위력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특이사항: 앞선 AOA만큼은 아니지만 우주소녀 역시 특정 멤버 의존도가 점차 심화되는 모습이다. 특히 보컬 쪽에선 연정의 비중이 절대적인데 전성기 머라이어 캐리를 연상케 하는 '돌고래 가성'도 보여줄 만큼 어린나이 답지 않은 팔색조 목소리 톤을 선사한다.

반면 1집에서 중요 부분을 책임졌던 다원의 비중은 아쉽게도 이번 신작에선 많이 줄어들었고 '걸크러시' 성향의 래퍼 엑시는 현재의 콘셉트에선 다소 안 맞는 옷을 걸친 느낌이다. 대신 말랑말랑한 곡들이 많아진 탓에 수빈, 설아, 다영 등 상대적으로 여린 목소리의 멤버들 참여도는 다소 높아졌다.

[에이프릴] 새 멤버 합류로 분위기 전환... 아직 갈 길은 멀다

 에이프릴은 채경과 레이첼이 새 멤버로 합류했다.

에이프릴은 채경과 레이첼이 새 멤버로 합류했다. ⓒ DSP미디어


에이프릴은 지난 2016년 한해 동안 대변혁의 시기를 거쳤다. 내부적으론 기존 멤버 현주의 탈퇴, 새 멤버 채경과 레이첼 영입 등 구성원의 변화가 있었고 소속사 역시 선배 걸그룹 카라 (2016년 1월), 레인보우(2016년 11월)가 활동을 멈추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비록 멜론 순위에선 등장 3일 만에 100위권 밖으로 밀려나긴 했지만 이번 신곡 '봄의 나라 이야기'가 지난번 작품 <Spring>의 타이틀곡 '팅커벨'에 비해선 선전을 펼쳤다는 의견이 많다.

'팅커벨'에 이어 또 한 번 에이프릴의 타이틀곡 작업에 나선 e.one(정호현+V.O.S 최현준)은 예전 카라+작곡팀 스윗튠의 찰떡 궁합 못잖게 이 팀의 새로운 아버지(?) 역할을 충실히 해주고 있다.

기존의 동화 속 요정 이미지도 멤버들의 늘어난 나이 만큼 업그레이드 되었다. 이전까진 다소 손발이 오그라들 수 있는, 너무 어린 분위기를 내세웠다면 이제는 성숙해진 이미지도 선사하면서 성장하는 멤버들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일렉트로닉 사운드의 댄스곡 '지금 모습 이대로', 복고풍의 어쿠스틱 팝 사운드 'WOW' 등 신곡 외에 '꿈사탕', 'Muah!', 'Snowman' 등 기존 발표곡들의 새로운 버전을 함께 담아 채경의 합류를 통해 유입이 예상되는 신규 팬들에 대한 에이프릴의 배려(?)도 엿보인다.

몇몇 인터넷 커뮤니티 상에서도 '봄의 나라 이야기'에 대해선 좋은 곡이라는 평가와 더불어 <프로듀스 101>과 프로젝트 그룹 C.I.V.A 및 I.B.I를 거치며 인지도를 쌓은 채경 등 화제성도 확보하면서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분위기를 보인다. 하지만 가야할 길은 여전히 험난하기에 지금으로선 에이프릴이라는 존재감을 더 많이 대중들에게 각인시키는 게 시급하기도 하다.



우려사항: '고음치는 막내'이자 메인보컬 진솔은 현재 EBS <생방송 톡!톡! 보니하니>의 MC를 맡고 있다. 문제는 오후 6시에 진행되는 이 프로 때문에 평일 저녁 동시간대 이뤄지는 음악 방송 프로그램 생방송 출연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일단 지난 6일 KBS2 <뮤직뱅크> 첫 방송에선 사전 녹화로 잘 마무리했지만 매번 평일 음악 방송을 사전 녹화만으로 해결할 수 있을지 우려하는 팬들이 적지 않다. (예고편을 통해 당초 출연할 것으로 알려졌던 지난주 <엠카운트다운> 출연은 취소되었다) 게다가 향후 각종 활동에서도 평일 지방 무대에선 여러 제약이 생길 수 있는데 여기에 대한 묘책이 있을지...

[소나무] 괜찮은 멤버+좋은 곡만으론 부족... 존재감 부각 절실

 소나무는 인지도를 올리는 일이 급해보인다.

소나무는 인지도를 올리는 일이 급해보인다. ⓒ 티에스이엔티이알


소나무는 여기 소개되는 팀들 중 비교적 낮은 인지도를 가진 팀이다. 데뷔 첫해  '걸스 힙합' 또는 '여자 B.A.P' 콘셉트로 등장했던 이들은 'Deja Vu', 'Cushion' 등이 일부에서 호평을 받았지만 대중성을 확보하는 데 실패했다.

1년 가까운 공백기를 끝내고 지난해 6월 발표한 미니 3집 <넘나 좋은 것>의 동명곡이 시장에서 분전했고, 메인 보컬 민재가 JTBC <걸스피릿>에 출연하면서 인지도 확보를 위해 부던히 애를 썼다.

시크릿, B.A.P 등 소속사 선배그룹들과 달리, 아직 대중들에겐 여전히 소나무라는 존재는 미미한 현실이다. 이를 감안하면 소나무만의 장점을 강하게 드러낼 수 있는 계기 마련은 여전히 절실하다.

7개월여 만에 돌아온 그녀들의 통산 첫 번째 싱글 음반 <너 나 좋아해?>는 저스틴 비버, 엑소, 샤이니 등과의 작업으로 유명한 신혁을 비롯한 외국인 작곡가들이 만든 동명 타이틀 곡 등 통통 튀는 리듬의 총 4곡이 담겨있다. 일단 주요 음원 순위에선 아쉽게도 소나무의 이번 신곡을 발견할 수 없었다. 팬들 입장에선 기운 빠질 법한 일이지만 전체적으론 신보가 기대 이상의 완성도를 보여준다는 점이 위안거리다.

멤버 조합 역시 괜찮기 때문에 여러 방송 출연 기회 확보 등 무슨 수를 써서라도 다양한 팀 노출 방법을 모색해야 하지 않을까?



주목할 점: 민재의 보컬. 비록 <걸스피릿>에선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하면서 결선 진출에 실패했지만 여러 차례의 경연 무대를 통해 부쩍 성장했음을 느낄 수 있다. 이른바 '노래 지분'에 있어선 높은 비중을 애초부터 지녔던 데다 이번 신작에서도 마찬가지다.

'오렌지 카푸치노'의 시원시원한 고음 처리로 듣는 이의 귀를 즐겁게 해준다. 팝-재즈 스타일의 또다른 수록곡 'Talk About U'에선 진성과 가성을 오가는 물 흐르는 듯한 발성으로 기술적인 면에서도 한 단계 올라선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김상화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jazzkid)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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