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6년 가요계는 여성 걸그룹의 세대 교체가 두드러진 한 해였다. 기존 선배 그룹들이 해외 활동에 치중(소녀시대-에프엑스), 활동 중단(카라-투애니원-포미닛), 기타 성장세 둔화 등을 겪은 데 반해 트와이스, 여자친구, 레드벨벳, 블랙핑크, 마마무, 아이오아이 등 후발 주자들은 음원 시장과 방송 무대를 중심으로 새로운 시대의 주역으로 성장했다. 

특히 이른바 빅3 기획사의 후발 주자 그룹인 SM의 레드벨벳, JYP의 트와이스, YG의 블랙핑크(데뷔년도 기준) 등은 향후 몇년 동안 이들 기획사들의 주력 가수로서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다. 선배들 못지않은 나름의 매력으로 2017년에도 좋은 활약이 예상되는 그녀들의 그간 활약상과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자. (글 순서는 역시 데뷔연도 순)

[레드벨벳] SM, 2014년 데뷔

 SM엔터테인먼트의 막내 걸그룹 레드벨벳.

SM엔터테인먼트의 막내 걸그룹 레드벨벳. ⓒ SM엔터테인먼트


[개요] 아이린, 슬기, 웬디, 조이, 예리 (총 5명) / 4인조로 등장했다가 2015년 5인조로 개편 / 메인 작곡가 - 따로 없음 (외국인 작곡가 위주 작업)

[유튜브 조회수] (2017년 1월 11일자 기준)
'러시안 룰렛' 4847만 회, '7월7일(One of These Nights)' 1356만 회

[2016년 음반판매량] (가온차트 기준)
<Russian Roulette> 5만 4천장 이상, <The Velvet> 4만 9천장 이상, <Ice Cream Cake> 1만 1천장 이상(2015년 4만 8천장), <The Red-The 1st Album> 1만 1천장 이상 (2015년 4만 6천장)

레드+벨벳=양극단의 매력

잘 알려진대로 레드벨벳은 '국민 걸그룹'으로 우뚝 선 소녀시대, 독특한 콘셉트+화려한 일렉트로닉 사운드로 자신들만의 영역을 구축한 에프엑스에 이어 SM이 야심차게 선보인 그룹이다. 

비교적 발랄한 분위기의 '레드' vs 무거우면서 심오한 느낌의 '벨벳' 라는 2개의 양극단 매력을 선사하는 것이 이들의 특징 중 하나다. 어떤 면에선 소녀시대+에프엑스의 하이브리드식 조합에 레드벨벳만의 독자성을 적절히 조합해 지금의 위치에 올라설 수 있었다.

'아이스크림 케이크', 'Dumb Dumb', '러시안 룰렛' 등 '레드'쪽 곡들이 상대적으로 'Be Natural', '7월7일' 등 '벨벳'에 비해 대중적으로 크게 환영을 받았지만 후자에 대한 마니아, 비평가들의 지지 역시 만만치 않았다. 멤버들의 고른 기량에 따른 특정 인물에 대한 과도한 부하 없이 고른 활용을 한다는 점(노래-춤-기타 방송 활동)도 긍정적인 부분 중 하나다.

음원 시장에서의 성과에 비해 팬덤의 규모를 직접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음반 시장에서 다른 경쟁 그룹들에 비해 살짝 낮은 판매고를 기록한 게 아쉽긴 하지만 이 정도 실적도 걸그룹으로선 상당히 양호한 편이다. 올해에도 큰 기대감을 갖게 한다.

 지난해 화제를 모았던 <주간아이돌> 레드벨벳의 2배속 댄스 시연.

지난해 화제를 모았던 <주간아이돌> 레드벨벳의 2배속 댄스 시연. ⓒ MBC에브리원


[이건 올해 달라질까?]
팬덤 관리의 필수 수단으로 자리잡은 V라이브, SNS 등을 통한 팬과의 접촉이 다른 아이돌 그룹에 비해 많지 않은 데다 리얼리티 프로그램 제작이 아직까진 전혀 없다보니 소속사에 대한 팬들의 불만이 제법 많은 모양이다. 2017년에는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팬들과의 만남을 가질 수 있길 기원해본다.

[트와이스] JYP, 2015년 데뷔

 2016년은 트와이스의 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6년은 트와이스의 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JYP엔터테인먼트


[개요] 나연, 정연, 모모, 사나, 지효, 미나, 다현, 채영, 쯔위 (총 9명) / 2015년 서바이벌 프로그램 <식스틴>을 통해 9명 멤버(외국인 4명) 발탁 / 메인 작곡가-블랙아이드필승

[유튜브 조회수] (1월 11일 기준)
'Cheer Up' 1억 2127만 회 이상-안무영상 1667만 회 이상, 'TT' 1억 796만 회 이상-안무영상 1367만 회 이상

[2016년 음반판매량] (가온차트 기준)
<TWICEcoaster: LANE 1> 35만장 이상, <PAGE TWO> 17만 9천장 이상, <THE STORY BEGINS> 5만장 이상 (지난해 4만 9천장) ​

차세대 국민 걸그룹 1순위... 이대로만 자라다오

불과 1년 남짓한 시간 동안 트와이스가 이룬 성과는 '눈부시다'는 식상한 표현 외엔 달리 설명할 길이 없어 보인다. 2016년 온라인 음원 차트 1위, 주요 방송 순위 및 각종 시상식 석권 등등. 데뷔할 때 이만한 성적을 거두리라고 예상했던 이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경쾌한 댄스-팝을 전면에 내세운 트와이스만의 강점은 보편적인 대중성+남자 아이돌 그룹 못지않은 팬덤 확보에 모두 성공했다는 것이다.​ '예쁜 애 옆의 예쁜 애'라는 말로 트와이스를 부를 만큼 상큼 발랄하면서 이웃집 소녀 같은 9명의 이미지가 더해져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할 수 있는 요소를 지녔다. 이 점은 여타 남녀 아이돌 그룹이 갖지 못한 트와이스만의 강점이자 JYP 기획력의 승리였다.

2016년 한국 갤럽의 인기가수 설문에서 트와이스는 60대를 제외한 10~50대 등 대부분 연령대에서 1위 및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이러한 친근한 이미지는 여전히 음원 순위 상위권을 유지하는 '롱런'이라는 결과로도 이어졌다. 음반 판매에서도 '걸그룹은 보이그룹에 밀릴 수밖에 없다'는 편견을 깨고 기록적인 실적을 지난해 올렸다. 2016년 발매한 2장의 음반은 무려 58만장 가량 팔렸고 심지어 2015년 데뷔작 마저도 여타 그룹의 신보 수준인 5만장 판매를 기록했다. ​

이쯤되면 2009년 'Gee', '소원을 말해봐' 2연속 홈런 이후 국민 걸그룹 대열에 올라선 소녀시대의 그 시절을 연상케할 만하다. 이젠 EXO, 방탄소년단, 소속사 선배 2PM 및 갓세븐 처럼 해외 시장으로 새롭게 눈을 돌릴 분위기다. 비록 일본 등의 시장 상황 및 사회 분위기가 예전 대비 썩 좋지 못하다는 악재가 있지만 (특히 중국의 경우, 이른바 '쯔위 사태'로 인해 진출 자체가 여전히 난망) 현재의 추세라면 충분히 뚫고 나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해본다.

 지난해 <주간아이돌>에 출연한 트와이스.

지난해 <주간아이돌>에 출연한 트와이스. ⓒ MBC에브리원


[이건 올해 달라질까?]
​늘어난 인기만큼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트와이스 멤버들을 자주 만날 수 있지만 큰 재미를 선사하는 데 살짝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아무래도 멤버 전체적으로 낯가림이 있는 데다 아직 한국말이 서툰 외국인도 다수 있기 때문인 듯.

유명 아이돌그룹이라면 거쳐가는 MBC에브리원 <주간아이돌>, 엠넷의 신규 파일럿 <양남자쇼> 등에선 트와이스의 이러한 고정 관념을 역으로 활용해 오히려 웃음을 선사하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은 예능의 벽이 만만치 않아 보인다. 트둥이들 (트와이스를 부르는 팬들의 애칭) 2017년에는 좀 달라질 수 있을까? 

[블랙핑크] YG, 2016년 데뷔

 블랙핑크의 성장세가 놀랍다.

블랙핑크의 성장세가 놀랍다. ⓒ YG엔터테인먼트


[개요] 지수, 제니, 로제, 리사 (총 4명-외국인 1명) / 메인 작곡가-테디

[유튜브 조회수]
'휘파람' 7110만회, 안무영상 1691만회, SBS인기가요 출연영상 1041만회
'붐바야' 9030만회, 안무영상 1734만회, SBS인기가요 출연영상 1425만회
'불장난' 5871만회, 안무영상 1798만회, SBS인기가요 출연영상 1049만회
'Stay' 2961만회, SBS인기가요 출연영상 429만회

[음반 판매량] 아직 CD 발매 전무 (디지털 싱글만 발매)

제2의 투애니원... 현재로선 성공적

지난 8월 깜짝 데뷔한 이후 총 4곡이 거둔 실적은 결코 신인 그룹의 성적이 아니었다. 특별한 프로모션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기록적인 유튜브 조회수를 기록하며 해외 팬들로부터도 당초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반향을 이끌어내고 있으니까 말이다. 

지난해 데뷔 쇼케이스에서 YG 양현석 대표가 직접 언급했듯이 "투애니원과 차별성을 전혀 두지 않았다"라는 블랙핑크의 성격 규정은 자칫 약점이 될 수 있었다. 힙합, R&B를 기반에 둔 강렬한 '걸 크러시' 콘셉트로 독자성을 확보했던 투애니원의 기조를 그대로 이어간 다는 건 자칫 신인 그룹으로선 위험 부담이 클 수 있었다. 하지만 (게다가 작곡 역시 테디가 중심) 지금으로선 큰 부작용 없이 인기몰이에 성공하고 있다.

싱글 <SQUARE ONE> <SQUARE TWO>를 거치면서 '제2의 투애니원'이 아닌 블랙핑크만의 색깔을 잘 만들고 있다는 점에서 팬들+YG 모두 이들 4인조에 대해선 올해에도 큰 믿음을 가져도 좋을 것이다.

 <라디오스타>에 출연해 큰 웃음을 선사한 블랙핑크 로제(위), 지수.

<라디오스타>에 출연해 큰 웃음을 선사한 블랙핑크 로제(위), 지수. ⓒ MBC


[이건 올해 달라질까?]
​블랙핑크뿐만 아니라 YG 소속가수들의 팬이라면 공통적으로 품고 있는 불만이 바로 "대체 언제 나와요?"다. 이런 저런 계획은 매번 요란하게 발표되지만 막상 예정된 신보 발매는 기약이 없고 '신비주의'를 넘어선 '강제 은둔' 상황에 놓이는 경우가 허다했기 때문이다. (위너, 아이콘 등)  ​

게다가 이런저런 이유로 인해 YG 소속 가수들은 SBS를 제외한 다른 방송국 무대에선 사실상 만날 수 없다. 팬들과의 친밀도를 높일 수 있는 예능 출연도 SBS 프로그램과 MBC에브리원 <주간아이돌> 외엔 거의 없는 실정이다. 그나마 MBC <무한도전>과 <라디오스타>를 통해 빅뱅, 블랙핑크가 모습을 보여주긴 했지만 팬들의 목마름을 채워주기엔 여전히 부족하다. 양 사장님! 올해는 제발 블랙핑크 자주 보게 해주세요.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김상화 기자의 개인 블로그 http://blog.naver.com/jazzkid 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걸그룹 트와이스 레드벨벳 블랙핑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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