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타칭 '교통 오타쿠',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가 연재합니다. 우리가 매일 이용하는 교통, 그리고 대중교통에 대한 최신 소식을 전합니다. 가려운 부분은 시원하게 긁어주고, 속터지는 부분은 가차없이 분노하는, 그런 칼럼도 써내려갑니다. 여기는 <박장식의 환승센터>입니다. 이번에는 연재 제목에 맞는 '환승센터', 그 중에서도 '지하 환승센터'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 기자 말 

지난 12월부터 운영을 시작한 잠실광역환승센터.
 지난 12월부터 운영을 시작한 잠실광역환승센터.
ⓒ 박장식

관련사진보기


2005년 촬영된 특이한 '짤방'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지하철이 다녀야 할 서울역의 1호선 승강장에 불청객이 들어온 사진이었다. 불청객은 바로 큼지막한 디젤기관차. 지상에서 화물이나 '무궁화호'를 끌어야 할 디젤기관차에 사람들은 어안이 벙벙했지만, 이윽고 당시 막 반입되던 지하철의 새 차량을 배달하는 장면이었음이 알려졌던 해프닝으로 밝혀졌다.

보통 지하철은 지하로, 기차나 버스는 땅 위로 달린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런 '짤방'이 화제가 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버스도 지하로 들어온다. 지하차도를 지나거나, 지하주차장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버스가 지하에 있는 정류장에 버젓이 정차하더니 승객을 내리고 태운다. 버스가 다시 지상으로 올라가서, 아무 일 없었던 듯 도로를 쌩쌩 달린다. 최근 광교, 잠실 등 다양한 장소에 생겨나고 있는 지하환승센터 이야기이다.

최근 지하환승센터가 교통체계의 블루칩이 되고 있다. 지하에 버스정류장을 설치하고 진입로에서는 일반 도로와 다를 바 없는 속도로 통행함으로써 차량정체와 병목현상을 막고, 회차하는 버스의 편의를 위해 지하 회차로를 설치하며, 이용객들은 분산된 정류소를 이용할 수 있게끔 하는 특이한 방식이다.

그간 설치된 버스 중앙차로제나 중앙버스정류장, 지상환승센터와 지하 환승센터가 다른 점은 무엇일까. 지하차도를 묻어놓고 버스를 정차하는 것과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지하환승센터가 이용객에게는 어떤 영향을 끼칠까. 지하환승센터가 잘 운영되려면 어떻게 로드맵을 짜야 할까. 지금부터 그 궁금증을 풀어본다.

지상환승센터와 지하환승센터의 차이는 '건설비' 뿐만 아니라... 

서울역 버스환승센터에 정차한 버스. 서울역버스환승센터는 '환승센터'라는 개념을 이용객에게 정립하고 교통정체를 완화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서울역 버스환승센터에 정차한 버스. 서울역버스환승센터는 '환승센터'라는 개념을 이용객에게 정립하고 교통정체를 완화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 박장식

관련사진보기


지상환승센터와 지하환승센터의 가장 큰 차이는 건설비이다. 지상환승센터는 도로 상에 설치하기 때문에 셀터, 보도블록, 신호체계를 바꾸는 비용이 든다. 하지만 지하환승센터는 버스가 지상에서 지하로 내려올 수 있는 지하차도, 승객들이 내려올 수 있는 도보 계단과 엘리베이터 등 지하에 설치해야 하는 등의 시설비용이 든다.

실제로 울산 신복로터리 버스환승센터는 33억의 사업비를 투입해 완공했는 데 반해 잠실 광역환승센터는 1160억의 사업비가 투입되어 완공되었다. 다만 지상환승센터는 도로의 구조에 맞춰 환승센터의 규모를 정해야 하는 한계가 있지만 지하 환승센터는 복잡하고 좁은 도로의 지하에 건설할 수 있어 규모가 사실상 무한하다는 장점이 있다.

지상환승센터는 시내의 로터리, 외곽지역, 역전 등 넓은 공간이 형성된 장소에는 유리하지만, 공간이 협소한 곳에서는 오히려 사고율을 높이고 혼잡을 가중하는 '트러블메이커'가 될 수 있다. 실제로 부산 덕천역 환승센터가 잇따른 문제로 인해 존폐의 갈림길에 서 있는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또 지상환승센터에 비해 지하철역과 연계하기가 쉽다는 것이 장점이다. 실제로 최근 건설된 두 지하환승센터 모두가 지하철과 직접 연계되고 있어, 버스와 지하철 간의 환승시간을 대폭 줄일 수 있다. 다만 출구가 제대로 개설되어있지 않으면 오히려 지상정류소보다 이용이 불편할 수 있다는 단점이 존재한다.

광교중앙역 지하1층에 설치된 광교중앙역환승센터.
 광교중앙역 지하1층에 설치된 광교중앙역환승센터.
ⓒ 박장식

관련사진보기


광교 중앙환승센터와 잠실 환승센터의 차이는 '경유지'와 '터미널'

현재까지 국내에 설치된 지하환승센터는 두 곳이 있다. 신분당선 광교중앙역에 설치된 광교 중앙환승센터와 잠실역에 설치된 잠실 광역환승센터이다. 광교 중앙환승센터는 국내에 설치된 국내 최초의 지하 환승센터인데, 신분당선 개통 두 달 뒤 문을 열었다. 잠실 환승센터는 지난 12월 3일 문을 열었다.

단순히 언제 만들어졌냐가 큰 차이는 아니다. 두 환승센터는 기능상에서도 큰 차이를 가진다. 광교 중앙환승센터가 경유지의 역할을 하고 있다면, 잠실 광역환승센터는 터미널의 역할을 띤다. 실제로 잠실 광역환승센터는 버스 한두 노선 별로 별도의 홈이 마련되어 있고, 버스가 종착지로써 기능하고 있는 상태이다.

더욱이 잠실환승센터가 돋보이는 점은 서울역 버스환승센터에 이어 두 번째로 버스정류소에 회차로를 설치했다는 점이다. 서울, 부산 등 대도시 지역에서 긴 회차 거리를 가진 버스가 대거 진출함으로 인해 불필요한 교통체증이 가중되었던 역사를 생각하면, 버스의 불필요한 회차구간을 줄이는 데에도 일조하는 셈이다. 이는 버스의 운행시간을 단축하고 운행사원과 이용객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

광교중앙역환승센터는 신분당선 출구와 신분당선 맞이방을 바로 연계할 수 있다.
 광교중앙역환승센터는 신분당선 출구와 신분당선 맞이방을 바로 연계할 수 있다.
ⓒ 박장식

관련사진보기


지하철, 쇼핑센터가 목적지라면 '방긋', 다른 버스 환승, 지상이 목적이라면 '울상'

버스환승센터는 승객의 동선을 편하게 만듦과 동시에 불편하게 만든다. 지하 환승센터는 공사를 쉽게 하고, 환승을 편리하게 하기 위해 도시철도나 광역철도역과 연계되게 개설된다. 지금까지 설치된 두 개의 지하환승센터는 잠실역과 광교중앙역에 설치되었다. 이는 도시철도와의 환승, 잠실역의 경우 쇼핑센터 이용 역시 추가로 염두에 둔 설계이다.

도시철도를 탑승하려는 승객이나 초행길의 승객에게는 환승센터가 꽤 많은 시간이 단축된다. 환승센터의 경우 일반적으로 시인성이 좋아, 일반적인 버스 정류소보다 안내가 충실한 편이고 주변지역 정보를 얻기에도 쉽다. 더욱이 지하에 설치되고 도시철도역과 바로 연계되느니만큼, 도시철도-버스를 갈아타기에도 안성맞춤이다.

하지만 도시철도를 탑승하지 않는 승객(즉 환승센터 밖으로 나가는 승객)과 출퇴근 승객에게는 이전보다 불편하게 버스를 탑승할 확률이 높아진다. 지상환승센터는 횡단보도를 건너거나 노상에 설치되어 큰 불편이 없지만, 인근 지역에서 도보를 이용해 환승센터를 이용하던 승객은 졸지에 지하로 걸어 내려가야만 버스를 탈 수 있기 때문이다.

환승센터에서 주변 정류장이나 편의시설로 나갈 수 있는 통로나 출구를 적극적으로 개설하고, 시민들에게 환승센터 이용방법을 안내하고 홍보하는 방법을 통해 승객들의 불편을 줄일 수 있다. 정류소의 위치를 조절해 환승센터의 출구와 가깝게 하거나, 캐노피 등을 설치해 우천/강설 시에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등의 해결방안이 좋다.

잠실광역환승센터에 버스가 들어서고 있다.
 잠실광역환승센터에 버스가 들어서고 있다.
ⓒ 박장식

관련사진보기


오히려 정류장 늘어나 혼란 올수도

오히려 정류장이 분산될 수 있다는 불편함 역시 존재한다. 잠실역 환승센터에 드나드는 노선이 한 정류소 내지는 한 방향의 모든 노선을 대체하지 못했다는 것이 대표적인데, 현재 잠실역 인근의 정류소는 환승센터 개업 후에도 정리되지 않아 12개의 정류소가 공존하는 상태이다. 또 중앙차로 버스정류소가 3곳이 있는데, 한 정류소를 제외하고 환승센터에서 연결이 직접 이루어지지 않은 점도 아쉬운 점이다.

서울역 환승센터와 같이 시의 강력한 권유와 버스회사의 협조를 통해 모든 버스가 환승센터에 입주하게끔 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환승센터 운영방안이다. 광교중앙역 환승센터에서는 이가 비교적 잘 이루어져 환승센터를 물리적으로 이용하기 어려운 버스를 제외한 거의 모든 버스가 이용하고 있지만, 잠실 광역환승센터에서는 구조상의 이유로 일부 버스만이 환승센터를 이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역 버스환승센터가 개장한 직후부터 사용하는 방법처럼, 방향별로 환승센터와 정류소의 위치를 안내하거나 정류소가 향하는 방향에 맞춰 폴사인, 정류소 명칭 등에서 안내를 하는 방법이 있다. 가장 좋은 것은 시인성이 좋은 위치에 세워지는 약도이다. 약도에 정류소 번호를 매기고 어떻게 향할 수 있는지, 그리고 어떤 버스를 이용할 수 있는지 소개하는 것은 초행길 이용자도 환승센터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게끔 할 수 있다.

잠실광역환승센터의 모습.
 잠실광역환승센터의 모습.
ⓒ 박장식

관련사진보기


'땅 밑에 묻힌 버스', 발상의 전환만큼 다양한 교통 정책 나오길

버스정류소는 한 개의 홈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고전적인 발상을 뒤집은 것이 환승센터의 설치이고, 버스는 가로변에서 탑승해야 한다는 발상을 뒤집은 것이 중앙버스전용차로의 설치이다, 지하로 내려간 버스환승센터는 버스가 '지하로 들어갈 수 없다'라는 고전적인 발상을 뒤집은 좋은 사례가 되었다.

발상의 전환은 좋은 발명을 낳는다. 비단 발명뿐만 아니라, 교통 정책에서도 지금까지 당연하게 여겼던 사항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이용객을 편리하게끔 할 수 있다. 스크린도어나 공조장치의 대중화가 지하에서의 버스를 만들었듯, 기술의 발전 역시 교통 정책에서 뜻밖의 발상이 일어나게끔 하는 데 일조하고 있기도 하다.

2017년에는 어떤 교통 정책이 우리의 눈앞에 다가올까. '지하로 내려간 버스정류소'만큼 특이하고 신기한 교통 정책이 이용객들 앞에 '짠' 하고 나타나리라는 예상을 해 본다.


태그:#대중교통, #버스, #환승센터, #공공정책, #교통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컬링 같은 종목의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