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스토브리그에서는 최형우(KIA 타이거즈, 100억 원)나 차우찬(LG 트윈스, 95억 원)처럼 엄청난 규모의 FA계약을 맺은 선수도 있지만 유난히 추운 겨울을 보낸 선수도 적지 않다. 특히 30대 중반을 지난 노장 선수들일수록 이런 현상은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LG의 암흑기를 지켜낸 봉중근(LG)이 2년15억 원으로 다소 아쉬운 규모에 계약을 했고 국민우익수 이진영(kt위즈)과 통산 0.293의 타율, 2019안타를 자랑하는 정성훈(LG)은 아직 계약을 하지 못했다.

작년 에릭 테임즈(밀워키 브루어스)의 백업 1루수로 활약하며 한정된 기회에서 타율 0.335 5홈런 35타점의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친 조영훈(NC 다이노스)은 12일 2년 4억5000만원에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이것은 공개되지 않은 옵션이 포함된 금액으로 조영훈의 활약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면 실수령액은 줄어들 수도 있다. NC의 1순위 백업포수였던 용덕한은 선수 계약을 맺지 못하고 은퇴를 선택했다.

이처럼 30대 중반 이상의 노장 선수들이 FA시장에서 냉대를 받게 된 배경에는 작년 시즌 이 선수의 부진이 큰 영향을 미쳤다. 지난 2007년 롯데 자이언츠 입단 후 9년 동안 92승을 거두며 4년40억 원의 FA계약을 체결한 이 1980년생 투수는 FA계약 첫 해 1승2패 평균자책점 8.71로 처참하게 무너지고 말았다. 1년 만에 롯데의 토종 에이스에서 FA먹튀로 이미지가 추락한 송승준이다.

리그에서 가장 성실하고 꾸준했던 우완 선발투수

 6년 연속 150이닝을 소화했던 송승준은 리그에서 가장 꾸준하던 우완 선발 투수였다.

6년 연속 150이닝을 소화했던 송승준은 리그에서 가장 꾸준하던 우완 선발 투수였다. ⓒ 롯데 자이언츠


90년대 후반 부산,경남 지역에는 뛰어난 투수 유망주들이 많았다. 그 중에서도 부산고의 백차승과 경남고의 송승준, 경남상고(현 부경고)의 김사율(kt)은 부산 지역의 빅3로 통했다. 송승준은 1999년 신인드래프트에서 고졸 우선지명으로 롯데의 선택을 받았지만 롯데의 지명을 뒤로 하고 메이저리그 보스턴 레드삭스와 입단계약을 체결하며 미국행을 선택했다.

송승준은 2002년 보스턴의 유망주 랭킹 1위에 오르고 3년 연속 마이너리그 올스타전(퓨처스 게임)에 출전하는 등 빅리거가 되기 위한 과정을 순조롭게 밟아 나가는 듯 했다.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마다 부상과 부진, 그리고 감독의 편파적인 기용 등으로 한 번도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지 못했다. 결국 송승준은 2007년 미국 생활을 접고 해외파 특별지명을 통해 롯데의 유니폼을 입었다.

2007년 25경기에 등판해 두 번의 완투를 포함해 5승5패 3.85의 성적을 기록한 송승준은 2008년부터 본격적으로 롯데의 주력 선발 투수로 도약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는 대표팀에 선발돼 쿠바와의 예선 경기에서 승리 투수가 되는 등 금메달을 목에 걸며 병역혜택을 받기도 했다. 토종 원투펀치 송승준과 장원준(두산 베어스)이 10승 투수로 도약한 2008년부터 롯데는 7년 간의 암흑기를 끝내고 다시 가을야구에 초대받을 수 있었다.

2009년에는 하기룡(MBC 청룡,1982년), 이상군(빙그레 이글스, 1986년), 선동열(해태 타이거즈, 1988년), 김상진(OB베어스, 1995년)이 가지고 있던 3경기 연속 완봉 타이 기록을 세웠고 2010년에는 데뷔 후 최다인 14승을 올리기도 했다. 4년 연속 두 자리 승수를 이어가던 송승준은 2012년 승운이 따르지 않으면서 7승11패로 주춤했지만 평균자책점(3.31)은 오히려 데뷔 후 가장 좋았다.

송승준은 류현진(LA다저스)처럼 리그를 지배하던 최고의 에이스는 아니었지만 한 시즌을 믿고 맡길 수 있는 믿음직한 선발 투수였다. 실제로 송승준은 2007년 KBO리그 데뷔 후 2015년까지 9년 연속 110이닝 이상을 소화했고 2008년부터 2013년까지는 6년 연속 150이닝 이상을 던지기도 했다. 롯데 구단 역시 송승준의 꾸준함에 높은 점수를 줘 37세가 되는 송승준에게 4년40억이라는 섭섭치 않은 규모의 FA계약을 선물했다.

FA 계약 첫 해 최악의 부진, 토종 에이스서 5선발 후보로 전락?

 롯데의 가장 확실한 토종 선발 카드는 1년 만에 거인 마운드의 계륵으로 전락했다.

롯데의 가장 확실한 토종 선발 카드는 1년 만에 거인 마운드의 계륵으로 전락했다. ⓒ 롯데 자이언츠


2016년 롯데는 조쉬 린드블럼과 브룩스 레일리라는 확실한 외국인 원투펀치를 보유하고 있었다(결과적으로 린드블럼은 투구 내용에서, 레일리는 승수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했지만). 2015 시즌 중반 트레이드를 통해 영입한 '특급 유망주' 박세웅도 풀타임 2년 차를 맞아 도약을 준비하고 있었다. 여기에 경험 많은 송승준이 선발진의 중심을 잡아준다면 선발진의 안정은 충분히 현실 가능해 보였다.

박세웅은 10번의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하며 7승을 따냈고 불안하던 린드블럼도 꾸역꾸역 10승을 채웠다. 후반기 부진이 아쉽긴 하지만 팀 내에서 가장 많은 이닝(184.2이닝)과 퀄리티스타트(16번)를 기록한 레일리도 그럭저럭 제 몫을 다 했다. 하지만 가장 변수가 적을 거라 생각했던 송승준 쪽에서 탈이 나고 말았다.

작년 시즌 10경기에 선발로 등판한 송승준은 41.1이닝을 던지며 1승2패8.71이라는 믿기 힘든 부진에 빠졌다. 이닝당 출루 허용수는 2가 넘었고 피안타율은 무려 .354에 달했다. 한마디로 변명의 여지 없이 철저하게 실패한 시즌이었다. 송승준은 퓨처스리그에서 3승2패2.66 피안타율 .217라는 좋은 성적을 올렸지만 롯데는 송승준을 퓨처스리그에서 써먹기 위해 그와 거액의 FA계약을 체결한 것이 아니다.

올해로 38세 시즌을 맞는 송승준은 리그에서 가장 믿음직한 선발 투수에서 시즌 1승 짜리 투수로 명성이 추락했다. 2017 시즌 롯데는 새 외국인 투수 파커 마켈과 레일리, 박세웅, 노경은으로 선발진을 구성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신예 박진형과 박시영, 그리고 송승준이 남은 한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구도다. 통산 100승 고지를 눈 앞에 둔 송승준이라 하더라도 선발 한 자리를 보장받을 수 없다는 뜻이다.

2015 시즌이 끝나고 4년 계약을 맺었기 때문에 송승준은 2019년까지 롯데 유니폼을 입을 수 있다. 사실 가족들을 생각한다면 성적을 떠나 상당히 좋은 계약을 따낸 셈이다. 하지만 올 시즌에도 송승준이 반등에 실패한다면 늦은 나이에 FA에 도전하려는 후배들에게 좋지 않은 선례로 기억될 것이다. 불과 몇 년 전까지 KBO리그에서 가장 꾸준한 선발 투수였던 송승준이 작년의 수모를 씻어내고 명예회복에 성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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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롯데 자이언츠 송승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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