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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 멀지 않은 지난날까지 우리는 언제 어디에서나 별을 보며 살았습니다. 마당이 있는 집에서 살고 손으로 흙을 만질 적에는 누구나 별을 보며 살았어요. 십 리나 이십 리쯤 가뿐히 걸어다니던 무렵에는 언제나 별을 보며 살았어요. 새벽에 하루를 열고 저녁에 고요히 하루를 닫던 즈음에는 참말로 늘 별을 보며 살았지요.

천문학자나 과학자가 아니어도 누구라도 별을 보았어요. 우리는 별자리를 더듬으며 삶자리를 살폈어요. 우리는 별자리를 읽으며 이야기를 지었어요. 우리는 별 하나마다 마음을 담아 서로 아끼는 살림을 가꾸었어요.

우연치고는 놀랍게도, 갈릴레오가 중요한 발견들을 이뤘던 바로 그해에 요하네스 케플러는 '질서정연한 천구'라는 우주에 대한 오랜 이론을 산산조각 내 버렸다. 지동설의 이론적 근거를 확보하는 혁신적인 내용의 책을 출간한 것이다. (19쪽)

은하수는 밤하늘에서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이다. 오늘날 우리는 이것이 우리 은하 평면에 있는 고밀도의 별 구름들로부터 형성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천문학자들이 우리 은하가 많은 은하들 중 하나일 뿐이라는 것을 확인한 것은 채 100년도 되지 않았다. (40쪽)

어쩌면 너무 바쁜 나머지 별을 볼 틈이 없다고 할 오늘날입니다. 천문학자나 과학나 동호인이 아니라면 굳이 별을 볼 일이 없다고 여길 만한 요즈음입니다. 딱히 별을 살피지 않아도 손전화 기계 하나로 길을 잘 찾을 수 있습니다. 굳이 별자리를 읽지 않아도 우리 둘레에는 온갖 이야기가 많습니다. 별 이야기는 그야말로 '별나라' 이야기일 수 있습니다.

별을 잊거나 잃는다고 할 만한 흐름에서 <우주 100, 우리가 꼭 알아야 할 매혹적인 천문학 이야기>(청아출판사,2016)를 읽어 봅니다. 지구에 머무는 삶이 아닌 우주를 바라보는 삶을 생각합니다. 지구에서도 한국이라는 작은 나라에 머물기보다, 지구 바깥으로 눈을 뻗어 온누리를 드넓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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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연구는 아인슈타인 이론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1980년대 이후, 몇몇 우주론자들은 빛의 속도가 느려질 수도 있다는 사실에 호기심을 가졌다. 우주 초기의 빛의 속도가 지금보다 더 빨랐다는 사실은 우주의 현재 모습을 기술할 때 나타나는 여러 문제들을 해결해 주며, (63쪽)

만일 우주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오래됐다면, 우주가 '탄생'했다고 말할 수 있는 증거는 무엇인가? 아마도 그것은 계속 존재해 왔던 것은 아닐까? (72쪽)

해와 달이 있는 '우리 해누리(태양계)'는 '우리 별누리(은하)' 가운데 아주 자그마한 모래알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더욱이 우리 별누리는 수많은 별누리 가운데 하나일 뿐이고, 이 별누리도 더 커다란 별누리 가운데 아주 작은 모래알처럼 깃들 뿐입니다.

얼핏 보기에 우리 둘레에 아주 작은 모래알이나 먼지 알갱이가 있어요. 그런데 이 모래알이나 먼지 알갱이에는 '먼지 알갱이를 바라보는 이'하고 똑같은 '지구 세계'가 있을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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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우주를 바라보거나 생각할 적에는 '먼지 알갱이에 깃든 또 다른 지구'를 그릴 수 있어요. 여기에만 있는 지구가 아니라, 우리를 둘러싼 수많은 먼지 알갱이에 깃든 지구를 그릴 수 있지요. 그리고 우리 지구도 먼지 알갱이 하나와 같아서 다른 어딘가에서는 우리 삶자리인 '지구'가 그저 먼지 알갱이 하나로 다루어질 수 있어요.

천문학자들은 어떻게 태양의 내부 구조를 조사할 수 있을까? 놀랍게도, 대답은 '태양에 귀를 기울임으로써'이다. 태양의 표면은 음파와 유사하게 다양한 방식으로 진동하는데, 광구 주위로 퍼져 나가고 내부를 통과하는 이 파동의 성질은 그들이 지나간 물질의 성질을 밝혀 줄 수 있다. (127쪽)

화석은 지구 표면이 생명을 유지할 수 있게 되자마자 지구에 생명이 출현했음을 보여준다. (176쪽)

<우주 100>은 오늘날 과학기술로 지구 바깥을 살펴본 이야기를 백 가지로 간추려서 책 두 권으로 들려줍니다. 여느 사람들은 가까이하기 힘든 과학기술이라 할 테지만 이 같은 책 한 권으로도 우주 바깥을 가만히 그려 볼 수 있어요. 달을 새롭게 바라보고, 토성과 화성과 목성을 새롭게 바라봅니다. 소행성을 새롭게 바라보고 해와 해누리를 새롭게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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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춘 우주가 아니라 늘 움직이는 우주를 바라봅니다. 우리 몸이 살아남을 수 있는 나이로는 어림하기 어려울 테지만, 백만 해나 억만 해라는 숫자를 가늠해 보면서 지구와 해와 별 모두가 살아온 나날을 그려 봅니다. 지구에 첫 목숨붙이가 태어난 때를 꿈처럼 그리고, 지구 아닌 다른 별에 태어났을 목숨붙이도 꿈처럼 그려 보아요.

태양이 우리 은하를 한 번 공전하는 데에는 2억 년이 걸리지만, 궤도의 흔들림에 의해 태양계는 3천만 년마다 한 번씩 우리 은하 원반의 고밀도 평면을 지나간다. (230쪽)

세레스는 태양이 2.5천문단위 안으로 결코 들어온 적이 없는 천체치고는 놀라울 정도로 따뜻한데, 그 표면 온도는 섭씨 영하 35도에 이른다. 이 온도는 얼음의 표면이 승화되기에는 충분한 온도이다. (26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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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한테 따스한 볕을 베푸는 해가 우리 별누리를 한 바퀴 도는 데에는 햇수로 2억이 든다고 해요. 우리가 말하는 '해(햇수)'는 지구가 해를 한 바퀴 도는 날이에요. 지구는 해를 돌지만 해는 우리 별누리를 돌고, 우리 별누리는 또 더 큰 별누리를 도는데, 이 더 큰 별누리는 더욱 큰 별누리를 돌고 ……. 우리는 이 같은 '크기'를 얼마나 헤아릴 만할까요. 우리가 이 같은 별과 별누리를 헤아리는 마음을 품을 수 있다면 우리 삶을 어떻게 지을 만할까요.

너른 마음을 품으면서 너른 눈길이 된다면 우주뿐 아니라 지구와 마을을 한결 너그럽고 넉넉하며 넓게 품으면서 바라볼 만할까요. 너른 마음을 못 품거나 너른 눈길이 못 되는 탓에 자꾸 싸움과 다툼과 미움이 판치지는 않을까요.

달 밝은 밤에 달도 보고 달하고 얽힌 이야기도 나누면서 삶을 되새겨 보면 좋으리라 생각해요. 달과 별을 함께 누리고, 환한 해를 함께 누릴 수 있는 삶일 때에 아름다우리라 생각해요. 전깃불로 밝히는 도시 밤거리가 아닌, 별빛으로 눈부신 온누리 한마을이 되기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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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우주 100, universe 1>(자일스 스패로 글 / 강태길 옮김 / 청아출판사 펴냄 / 2016.12.10. / 15000원)



우주 100 Universe 1 - 우리가 꼭 알아야 할 매혹적인 천문학 이야기

자일스 스패로 지음, 강태길 옮김, 청아출판사(2016)


태그:#우주 100, #자일스 스패로, #우주, #인문책, #별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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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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