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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2000년 2월 22일 오후 2시 22분, '모든 시민은 기자다'라는 모토를 내걸고 <오마이뉴스>는 창간했습니다. 어느덧 창간한 지 17년이 지났고, 시민기자 수는 8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오랜 시간 꾸준히 활동해온 시민기자들의 창간 17주년 소감을 몇 차례에 걸쳐 싣습니다. [편집자말]
4000꼭지라는 기사를 쓸 줄 몰랐습니다. 1000꼭지를 넘기기까지도 오늘을 생각하지 못했고, 2000꼭지나 3000꼭지를 지나는 동안에도 생각하지 못했어요. 그러나 오마이뉴스 18돌인 2017년에 새롭게 꿈을 꾸어 봅니다. 20돌이 되기까지 5000꼭지 글을 올려 보자고 말이지요.
 4000꼭지라는 기사를 쓸 줄 몰랐습니다. 1000꼭지를 넘기기까지도 오늘을 생각하지 못했고, 2000꼭지나 3000꼭지를 지나는 동안에도 생각하지 못했어요. 그러나 오마이뉴스 18돌인 2017년에 새롭게 꿈을 꾸어 봅니다. 20돌이 되기까지 5000꼭지 글을 올려 보자고 말이지요.
ⓒ 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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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5월 25일에 누리신문 오마이뉴스에 첫 글을 올렸습니다. 저는 오마이뉴스 같은 매체를 '누리신문'이라고 이야기합니다. '누리'는 '누리집·누리편지·누리사랑방'처럼 '인터넷'을 담아내는 한국말입니다. 이 '누리'라는 낱말은 '나라'를 가리키는 자리에서도 쓰는데, '온누리'라고 할 적에는 이 지구를 아우르거나 우주를 헤아리기기도 해요. '누리'라는 말뜻을 생각해 본다면 '인터넷신문'이라고만 하기보다는 '누리신문'이라고 할 적에 어쩐지 한결 넓으면서 깊은 이야기를 다루는 매체라고 느껴요. 그래서 이런 이름을 제 나름대로 써 봅니다.

'누리'를 더 헤아린다면 '누리은행(인터넷뱅킹)'이나 '누리장사(인터넷쇼핑)'나 '누리가게(인터넷으로 장사하는 가게)'처럼 써 볼 수 있어요. '누리꾼'이라는 말이 있듯이, 우리가 인터넷에 쓰는 글은 '누리글'이 될 만해요. 누리글을 쓰고 읽는 이웃은 '누리이웃'이에요.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매체는 '누리날개' 같은 이름을 재미나게 붙여 볼 만하지요. 종이가 아닌 화면으로 보는 책은 '전자책·e-book'이라고도 하지만 '누리책'처럼 알맞게 새 이름을 붙여 볼 만합니다.

아무튼 2000년 5월 25일에 누리신문 오마이뉴스에 첫 글을 올렸고, 2017년 2월 1일에 4000꼭지째 글을 올립니다.

그런데 5월 25일에 첫 글을 올리지만, 둘째 글은 2000년 9월 6일에 이르러서야 올려요. 왜 이랬을까 하고 더듬어 보니, 2000년 8월 31일에 출판사 일을 그만두었어요. 2000년 8월 30일까지 ㅂ출판사 영업부 직원으로 밤낮없이 일하느라 첫 글은 5월에 올리기는 했어도, 일터를 그만두기까지는 다음 글을 올릴 겨를이 없었구나 싶습니다.

지난 열여덟 해에 걸쳐서 쓴 4000꼭지에 이르는 글은 많다면 많을 테지만 적다면 적을 수 있습니다. 저는 제가 오마이뉴스에 올린 글이 많다거나 적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저 작은 시민기자로서 4000걸음을 차근차근 걸어왔다고 생각합니다.

시민기자로 4000걸음 걷는 동안 여러 가지 글 썼습니다

그동안 여러 가지 책을 썼습니다. <모든 책은 헌책이다>.를 2004년에 낸 뒤로...
 그동안 여러 가지 책을 썼습니다. <모든 책은 헌책이다>.를 2004년에 낸 뒤로...
ⓒ 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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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올리다가 한두 해쯤 건너뛰기도 합니다. 여러 가지 일이 겹쳐서 건너뛰었다고도 할 수 있는데요, 곰곰이 어제와 오늘을 되새겨 보면, 저 스스로 새롭게 거듭나는 마음이 되어 글을 쓰기 어렵다는 생각 때문에 글을 한동안 안 올렸다고 느낍니다. 날마다 글을 올리든, 하루 걸러 하나씩 올리든, 하루에 한두 꼭지나 두어 꼭지를 올리든, 스스로 새롭게 생각을 살찌울 수 있다면 글을 올릴 만하다고 느껴요.

4000걸음을 걷는 동안 여러 가지 글을 썼습니다. 한국말 이야기를 바지런히 썼고, 책 이야기를 힘껏 썼습니다. 무엇보다 헌책방 이야기를 알뜰살뜰 썼어요. 여기에 '자전거를 타고 조용히 지내는 살림'하고 '시골에서 아이들하고 짓는 삶' 이야기를 함께 썼고요.

어느 글이든 애틋하기 마련인데, 다른 어느 글보다도 오마이뉴스에 알뜰살뜰 올릴 수 있던 헌책방 이야기는 저로서는 크게 보람입니다. 한두 꼭지쯤 스치고 지나가듯이 쓰고 마는 '헌책방 취재 이야기'가 아니라 '늘 꾸준히 단골로 다니며 지켜보는 헌책방 이야기'를 쓸 수 있었기에, 한국 책마을에서 헌책방이 오래도록 조용히 맡은 몫을 제법 널리 밝히면서 나눌 만했다고 봅니다.

제가 여러 가지 이야기를 갈무리해서 책으로까지 낼 수 있던 바탕에는 늘 오마이뉴스라는 멋진 누리신문이 있었다고 깨닫습니다.
 제가 여러 가지 이야기를 갈무리해서 책으로까지 낼 수 있던 바탕에는 늘 오마이뉴스라는 멋진 누리신문이 있었다고 깨닫습니다.
ⓒ 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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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곳곳에서 조그맣게 조용하게 헌책방을 꾸리는 분들은 오마이뉴스 매체에서 오래도록 헌책방 이야기를 조곤조곤 다루어 주어서 고마워하셔요. '헌책방은 헌책을 다루는 책터'이면서 '헌책방은 오래된 책에 새로운 숨결을 입히는 책쉼터'라는 대목을 잘 알려주어서 고맙다고 여깁니다. 저는 이런 일에 한손을 거들어 글하고 사진을 오마이뉴스에 즐겁게 쓸 수 있었습니다. 종이신문이나 종이잡지처럼 '지면 제한'이 없다 보니까, 헌책방지기가 털어놓고 싶은 속내를 아낌없이 담아서 보여줄 수 있었어요. 참말로 '지면 제한'이 없는 누리신문인 터라, 헌책방 모습을 구석구석 사진으로 담아서 '책이 있는 자리'를 차곡차곡 보여줄 뿐 아니라 문화와 역사로 아로새기는 구실도 되었어요.

오마이뉴스에 올린 헌책방 이야기가 기쁜 발판이 되어 2004년에 <모든 책은 헌책이다>(그물코 펴냄)라는 책을 내놓을 수 있었어요. 제 첫 책은 오마이뉴스에 올린 글로 태어났습니다. 둘째 책이나 셋째 책도 오마이뉴스가 발판이 되었고요. 지난 2016년에는 열 몇 해에 걸쳐 꾸준히 쓰고 올린 한국말 이야기가 밑거름이 되어서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철수와영희 펴냄)을 낼 수 있었고, 이 책은 2016년 11월에 '서울서점인이 뽑은 올해 인문책'으로 뽑히기도 했습니다. 작은 시민기자 한 사람이 찬찬히 걷는 길에 길어올린 글을 담아낼 수 있는 한마당이라 할 만한 오마이뉴스라는 누리신문이 있었기에 그동안 여러 가지 책을 낼 수 있었어요. 이런 고마움에 이어 멋진 상까지 받을 수 있었고요.

오마이뉴스 스무 돌에는 5000걸음 내딛을 수 있을까요?

2000년부터 글을 하나하나 쓰기를 열여덟 해. 지난 2016년에는 이 숱한 글을 밑거름으로 삼아서 빚은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으로 '서울서점인이 뽑은 올해 인문책'이라는 상까지 받았어요.
 2000년부터 글을 하나하나 쓰기를 열여덟 해. 지난 2016년에는 이 숱한 글을 밑거름으로 삼아서 빚은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으로 '서울서점인이 뽑은 올해 인문책'이라는 상까지 받았어요.
ⓒ 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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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부터 낸 책을 적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하나하나 적어 보니 제법 많습니다.

헌책방 아벨서점, 단골 스물다섯 해 (2017 전자책)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2016)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2016)
시골자전거 삶노래 (2015 비매품)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2015)
책빛숲, 아벨서점과 배다리 헌책방거리 (2014)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2014)
책빛마실, 부산 보수동 책방골목 (2013 비매품)
사자성어 한국말로 번역하기 (2012)
뿌리깊은 글쓰기 (2012)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2011)
어른이 되고 싶습니다 (2010)
골목빛, 골목동네에 피어난 꽃 (2010)
사진책과 함께 살기 (2010)
사랑하는 글쓰기 (2010)
생각하는 글쓰기 (2009)
자전거와 함께 살기 (2009)
책홀림길에서 (2009)
우리말과 헌책방 1∼10 (2007∼2010 절판)
헌책방에서 보낸 1년 (2006 절판)
모든 책은 헌책이다 (2004 절판)

열여덟 해 만에 4000걸음이었다면 앞으로 오마이뉴스 스무 돌에는 5000걸음까지 내딛을 수 있을까요? 제가 시민기자로서 오마이뉴스에 올린 4000꼭지를 살피니, 잉걸 3139꼭지, 버금 817꼭지, 으뜸 14꼭지, 오름 30꼭지입니다. 5000꼭지까지 나아가는 길에 앞으로 버금은 1000꼭지, 으뜸하고 오름을 더해서 50꼭지를 이룰 수 있으면 좋겠다고 빌어 봅니다. 그리고 책과 헌책방과 한국말 이야기, 여기에 시골에서 아이들하고 짓는 숲바람 같은 노래 이야기를 즐거이 갈무리해서 새로운 책으로도 엮자고 다짐해 봅니다.

시골에서 짓는 살림을 바탕으로 쓰는 글 한 줄. 앞으로도 찬찬히 뚜벅뚜벅 걸어가려고 해요. 우리 아이들하고 신나게 노래하면서.
 시골에서 짓는 살림을 바탕으로 쓰는 글 한 줄. 앞으로도 찬찬히 뚜벅뚜벅 걸어가려고 해요. 우리 아이들하고 신나게 노래하면서.
ⓒ 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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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기자가 시민으로서 사랑하는 책을 이웃님하고 나눕니다. 시민기자가 작은 시민기자로서 보듬는 말 한 마디를 이웃님한테 들려줍니다. 시민기자가 작게 내딛는 뚜벅걸음이 모여서 시나브로 새로운 책이 태어납니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고도 합니다만, 작은 꿈이 아름답지 싶고, 작은 손길이 든든하지 싶으며, 작은 사랑이 따스하구나 싶습니다. 누리신문 오마이뉴스가 머잖아 10만 사람이 모인 십만인클럽을 이루기를 함께 비는 마음입니다.


태그:#시민기자, #오마이뉴스, #최종규, #숲노래,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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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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