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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도 자고, 파도도 자는 겨울 아침. 9시 정각에 군인 아저씨가 문 열어주는 바다부채길에 다녀왔습니다. 군 경계근무 정찰로였던 이 길이 열린 건 지난해 10월 17일. 관심있는 사람들은 벌써 다녀간 이 길이 조금 한산해지기를 기다리느라 해를 넘겼고, 아침 햇살이 좋을 때 걷고 싶어서 문 열기 전부터 기다렸습니다.

바다의 작은 속삭임도 들릴 만큼, 손 내밀면 투명한 물빛에 닿을 만큼 해안선을 정직하게 따라가는 길입니다. 그래도 이리 가까울 줄은 몰랐네요. 소박한 심곡항에서 정동진 썬크루즈 호텔 주차장까지 편도 2.86km. 천연기념물 437호로 지정된 해안단구도 관찰하고, 바다와 하늘에 물들어 걷다보면 다시 심곡항으로 돌아오는 왕복 6km 구간도 지루할 틈이 없습니다.

심곡항 바다부채길이 시작되는 심곡항은 작고 소박합니다. 여름에는 여기서 성게축제도 하고, 투명카누도 탈 수 있다네요. 여름엔 시끌시끌 하겠어요. ⓒ 최윤미
바다전망대 심곡항에서 바다부채길 입구로 오르면 바다전망대가 있습니다. 심곡항과 헌화로, 동해바다를 시원스레 조망할 수 있습니다. ⓒ 최윤미
바다부채길 해안선을 따라 정직하게 놓인 바다부채길은 전 구간 바다를 품고 걷는 길입니다. ⓒ 최윤미
헌화로 바다부채길을 걷다가 뒤돌아 보면 현화로가 가만히 지켜보고 있습니다. ⓒ 최윤미
해안경비 정찰로 바다부채길은 해안경비를 위한 군 경계근무 정찰로로 그동안 일반에 공개되지 않았던 길입니다. 지금도 곳곳에 초소가 있고 사진촬영은 엄격히 금지되어 있습니다. ⓒ 최윤미
부채바위 전망대 심곡항에서 1km 정도 떨어진 곳에 부채바위 전망대가 있습니다. 2,300만년 전 지각변동의 흔적을 오롯이 간직하고 있습니다. ⓒ 최윤미
투구바위 부채바위에서 1km 조금 못 미친 곳에 투구바위가 서 있습니다. 투구를 쓴 장수의 모습을 닮았습니다. ⓒ 최윤미
바다부채길 썬크루즈 범선카페가 보이기 시작하면 출구가 머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백사장이 있는 정동진 해변에 가까워지면서 물빛은 좀 더 고와집니다. ⓒ 최윤미
몽돌해변의 소원탑 바다부채길 구간은 해변에 모래가 없고 크고 작은 바위와 몽돌 뿐입니다. 그래서 물빛은 더욱 짙고 투명합니다. ⓒ 최윤미
바다부채길 썬크루즈 출입구 가파른 계단을 올라가면 썬크루즈 호텔 주차장입니다. 여기서 걷기를 마칠 수도 있고 다시 심곡항으로 돌아갈 수도 있습니다. 정방향과 역방향의 풍경이 많이 다르니 둘 다 걸으셔도 좋겠습니다. ⓒ 최윤미
 
이름도 고운 바다부채길은 부채바위가 있어 그런가 싶지만, 이 길이 놓인 지형이 바다를 향해 부채를 펼쳐 놓은 모양을 닮아서라고 합니다. 바우길을 만든, 소설가 이순원 선생님께서 그리 이름하셨다 하네요. 아마도 그 부채가 동쪽과 북쪽을 향해 있는지, 굽이굽이 모롱이가 많아서 그런지 썬크루즈 호텔 주차장에서 다시 심곡항으로 돌아가는 정오 즈음에는 벌써 그늘이 어린 곳이 많습니다. 겨울엔 심곡항에서 썬크루즈 방향으로 걷는 것이 바위도 멋지고 빛이 훨씬 곱습니다. 가만가만 속삭이는 바다와 나란히, 세상과 뚝 떨어져 걸어보세요.

다만, 파도가 높은 날은 예고 없이 통제되고, 여전한 군 경계근무 지역이어서 동절기에는 9시에서 4시 30분까지, 하절기에는 9시에서 5시 30분까지만 걸을 수 있습니다. 미리 강릉시청 관광과(033-640-5420)에 문의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그리고 3월부터 5월까지는 시설보강 공사 관계로 폐쇄될 예정이고, 이후에는 유료 입장으로 전환된다고 합니다.

덧붙이는 글 | 토요일과 일요일, 공휴일에는 정동진과 썬크루즈 주차장, 심곡항 사이를 오가는 무료 셔틀버스가 있습니다. 썬크루즈 주차장에서 1시 30분, 3시 30분 정기노선이 심곡항으로 돌아옵니다. 심곡항에서 출발해 왕복으로 걸으시는 것도, 편도만 걷고 셔틀버스로 돌아오는 것도 좋겠네요. 편한 신발 신으시고 가볍게 걸어보세요.

태그:#바다부채길, #바다산책로, #심곡항, #썬크루즈, #겨울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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