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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4대강 보 개방을 확대해 수위를 낮추겠다는 계획이 공개됐다. 4대강 보에 갇혀 있던 물을 기존 수질 악화 기간만이 아닌 제한범위까지 연중 방류하겠다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 환경단체와 전문가들은 "정부가 4대강 사업 실패를 인정한 것"이라면서 "이번 결정은 임시방편일 뿐 근본적 해결책이 아니다"라고 정부 계획을 비판했다.

지난 12일 국회 국토교통위 이원욱 의원실(경기 화성을)이 밝힌 자료에 따르면, 국토부, 환경부, 농림부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댐‧보 연계운영 중앙협의회'는 지난 2일 2017년 댐-보-저수지 최적 연계운영 방안을 심의‧의결했다. 올해부터 "보 수위의 활용 범위를 기존 어도제약·양수제약수위(어도 및 농업용수 사용에 불편이 없는 수위)에서 지하수 제약수위(지하수 사용에 불편이 없는 수위)까지 확대하는 것으로 개선"한다는 내용이다.

종전 6월~7월 시행해 온 녹조‧수질 개선을 위한 방류(댐-보-저수지 연계운영)를 2017년 2~3월 시범사업을 이후 4월부터 연중 방류하겠다는 것이다. 국토부는 지난 2년 동안 녹조 번무 시기 펄스 방류(일시적으로 수문을 개방해 물을 방류하는 것)로 수질 개선을 추진했지만, 녹조가 더 심각해지는 등 큰 효과가 없었다는 평가다.

이번 결정에 따라 4대강 16개 보의 수위는 각각 4.2m~1m가 낮아져, 평균 2.3m가량 수위가 낮아진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애초 4대강 사업의 목적과 이 사업의 효과로 홍보됐던 것은 사라지게 됐다. 4대강 사업을 추진한 이명박 정부는 가뭄 등 기후변화를 대비하기 위해 4대강 사업의 16개 보를 통해 8억 톤의 물을 확보했다고 밝혀왔다. 4대강 사업에는 22조 원의 예산이 소요됐고, 현재도 매년 수천 억 원의 관리비 등이 투입되고 있다.

수위 낮춘다고 흐르는 물 되는 건 아냐

환경운동연합은 12일 논평을 내고 "이번 결정은 정부가 더 이상 4대강 사업의 실패를 감출 수 없다는 걸 시인한 것"이라 밝혔다. 정부가 지금처럼 4대강 수위를 유지하면서 수질을 관리한다는 건 불가능하다는 걸 인정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이번 계획은 한계가 명확한 임시변통으로 근본적 방향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번 수위 저하 결정은 상시적인 보 개방이 아닌 보별로 15일 동안 수위를 관리수위→어도 제약수위→지하수 제약수위로 단계적으로 낮춘 후 다시 관리수위로 회복하는 방식이다. 즉, 지속적으로 하천의 흐름과 유속을 확보하는 것이 아니기에 그 효과가 불투명하다는 것이 환경운동연합의 지적이다.

환경운동연합은 "흐름이 없는 기간 동안 수질 관리가 오히려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밝혔고, 김정욱 서울대 환경대학원 명예교수 역시 전화 인터뷰에서 "물을 뺐다 물을 다시 채우는 동안 물이 흐르지 않는데, 이런 상황에서 효과가 있을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국책연구기관의 A씨는 "일부 정체 수역의 범위가 줄어들 수는 있지만, 수위를 낮춘다고 '흐르는 물'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밝혔다.

지류·지천의 조그만 보 주변에서 수질이 나빠지는 것처럼 4대강 보 수위를 낮춘다고 해도 여전히 물의 유속을 느리게 하는 보가 있기 때문에 녹조 및 수질악화 우려는 계속된다는 지적이다. 최동진 국토환경연구소장은 "강을 깊게 파놓고 직강화해놓은 4대강 사업 때문에 큰 효과는 없을 것 같다"는 의견도 밝혔다.

4대강 사업 책임 회피하려는 국토부의 꼼수

박창근 가톨릭관동대 교수는 이번 결정에 대해 "국토부의 꼼수"라고 말했다. 2년 동안 펄스 방류를 하면서 관리수위, 어도 제약수위, 농업용수 제약수위로 관리했지만, 수질 개선에는 모두 실패했다. 이어 시도되는 것이 지하수 제약수위인데, 수질 개선을 위해서는 국토부 스스로 수문을 (상시)개방 수준으로 해야 된다는 걸 알고 있음에도 근본적인 해결책을 외면하고 있다는 것이 박 교수의 지적이다.

환경운동연합은 "보 수위를 지하수 제약수위까지 낮춘다 해도 주변 지하수위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텐데, 이를 모니터링 한다고 수문 전면 개방을 미루는 것은 시간 낭비"라는 입장이다. 이어 "4대강 사업을 추진하고, 4대강 사업 피해에 눈감았던 정부기관들로 구성된 '댐‧보 연계운영 중앙협의회'에서 보 개방 여부를 다루는 것도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이라 비판했다.

박창근 교수에 따르면 이번에 정부가 지하수 제약수위를 검토하면서 '환경대응용수'라는 개념이 도입됐다. 이는 댐과 농업용 저수지의 담수량을 늘려, 이 물을 흘려보내는 '희석용수' 개념으로서, 예를 들어 영주댐 물을 흘려보내 낙동강의 오염을 저감시키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 A씨는 "낙동강은 댐이 워낙 지류 상류에 있기 때문에 효과를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4대강 사업에 따른 구조적 문제점을 두고 오로지 인위적인 수량 조절만으로 4대강을 개선하려는 것 자체가 근본적인 한계라는 지적이다. 최동진 소장은 "이번 정부의 계획은 보 수문 (상시) 개방, 4대강 재자연화 등이 아니고 댐과 보로 유량을 인위적으로 조절하겠다는 건데, 그런 거는 전체적으로, 특히 수질, 생태적인 면에서는 성공하기 쉽지 않은 방법"이라 꼬집었다.

임희자 마산창원진해환경운동연합 정책실장은 "강에 사는 물고기 입장에서 수시로 변하는 수위는 서식환경을 더욱 악화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이어 "낙동강 어민들은 4대강사업 때문에 물고기의 씨가 말라 생존에 극심한 위협을 받고 있는데, 물을 방류했다 말다 하면 어구만 유실될 뿐 도움 될 것이 없다"고 지적했다.

환경운동연합은 "4대강의 수질 개선과 재자연화를 위해 진정성 있고 책임 있는 태도가 요구된다"면서 "'댐‧보 연계운영 중앙협의회' 대신 수문 전면 개방을 위한 새로운 단위를 구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4대강 사업 이후에도 지속되고 있는 경인 운하 연장, 친수구역 및 지방하천 개발, 도수로 사업 등 4대강 후속 사업에 대한 전면 검토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태그:#4대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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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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