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 서른넷 어느덧 벌써 30대 중반 나에겐 절대로 오지 않을 것 같았던 30대 중반 미친 듯이 일만 하며 살아온 10년이 넘는 시간 남은 것 고작 500만 원 가치의 중고차 한 대, 사자마자 폭락 중인 주식계좌에 500 아니 휴짓조각 될지도 모르지 대박 or 쪽박

2년 전 남들따라 가입한 비과세 통장 하나 넘쳐나서 별 의미도 없다는 1순위 청약통장 복리 좋대서 주워듣고 복리적금통장 몇% 더 벌려고 다 넣어둬 CMA통장 손가락 빨고 한 달 냅둬도 고작 담배 한 갑 살까 말까 한 CMA통장 이자 외국에 이민 가서 살고 있는 고등학교 동창 친구놈 가끔 연락이 와 자기는 노가다 한대 노가다 해도 한국 대기업 댕기는 나보다 낫대 이런 우라질레이션 평생 일해도 못 사 내 집 한 채" - 자작곡 <응답하라! 30대여~> 노랫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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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말장비 가입자 댁내에 단말기를 설치해야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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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회사의 고객 접점 서비스는 지역별 협력업체와 계약해서 진행했다. 가입자 댁내에 우리 상품을 설치하고 철거하는 업무가 협력업체의 주된 임무였다. 내가 소속된 지역 본부에는 총 3개의 지역 방송국이 소속되어 있었고 그 산하에 적게는 3개, 많게는 5개의 협력업체가 계약돼 있었다.

내가 회사를 다녔던 시간 중에 가장 오랜 시간을 담당했던 업무가 '장비관리'였다. 가입자에게 우리 상품을 서비스하기 위해서는 셋톱박스나 모뎀 같은 단말 장비를 설치해야 하는데 그 장비를 구매하고 각 지역별 협력업체에 공급하는 업무였다. 또한 가입자가 해지를 하게 되면 철거된 장비를 재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가입자에게 장비를 설치하고 철거하는 협력업체의 관리상 태를 매번 꼼꼼히 체크하고 관리하는 것 또한 아주 중요한 업무였다.

계약된 협력업체 대부분은 할당된 지역의 설치와 철거를 동시에 담당했다. 자기 지역에서 발생되는 설치와 철거업무를 모두 담당했기 때문에 설치와 철거 수를 감안해 재활용 장비 수를 제외한 나머지 수량만큼만 신규 장비를 공급했다. 하지만 일부 지역의 설치, 철거 계약업체가 분리되어 있어 문제가 발생했다.

새 장비가 아닌 철거된 중고 장비를 가지고 가입자 댁에 설치하러 가면 '남이 쓰던 장비'라는 거부감 때문에 가입자들이 싫어한다. 그럴 경우 설치하러 가서 가입자들을 설득시켜야 하는 일이 더 늘어나기 때문에 현장의 설치 기사들도 중고 장비가 아닌 새장비를 선호한다.

설치와 철거업무가 분리되어 있는 지역에서는 철거업체에서 모아둔 중고장비를 설치 업체로 이동시켜서 다시 설치업무에 장비를 투입해야 한다. 하지만 본인들만 편하자는 생각에 중고장비 사용을 꺼리는 경우가 있었고, 해당 지역은 중고장비 재고가 늘어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신규 장비 구매율이 높아지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달에 한번씩 전 협력업체 장비관리 담당자 회의체를 구성했다. 처음엔 이 회의체를 만드는 것조차도 쉽지 않았다. 3개의 지역 방송국 관할 구역이 워낙 넓었고 먼 곳에 있는 협력업체는 회의를 하기 위해 2시간 가까운 시간을 이동해야 했기 때문이다.

자주가 아니라 '한 달에 한 번'이라는 점과 기존의 프로세스를 협력업체 편의에 맞춰 변경 운영하고 있는 점을 어필해서 회의체 구성을 관철시켰다. 그렇게 겨우 협력업체 설득을 했는데 우리 회사 내부에서 회의체 운영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유는 협력업체들이 서로 간의 정보 공유를 하며 담합할 경우 우리가 관리하기 힘들어질 수도 있다는 이유였다.

나는 현재의 문제점에 대해 보고서를 만들어 결재 라인을 태웠다. 현 실상에 있는 그대로 보고하고 회의체를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함에 있어 승낙을 받아냈다. 이렇듯 아주 어렵게 회의체가 구성됐다.

같은 업무도 누가 하는가에 따라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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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표 협력업체 지표관리를 통한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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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에 한번 회의에서는 업무 지시사항 이외에도 지역별 협력업체의 장비관리 현황에 대해서 지표로 만들어 공유하기도 했다. 단순히 무슨 문제가 있을 때 그 문제만 해결하고 넘어가는게 아니라 협력업체 스스로가 평소에도 장비관리를 소홀히 하지 않도록 현황을 보여주고 서로 관리 경쟁구도를 만들어주기 위해서다.

단순히 지표를 만들어 각 협력업체의 관리 현황을 보여주고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현장은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또한 우리 회사 내부에서도 '단순업무'로 취급받던 장비관리에 대해서 바라보는 시선들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이렇게 조금씩 일어난 변화의 물결은 이내 전사적으로 확산이 되어갔다.

장비관리 업무를 단순히 입출고'만' 하는 사람으로 낮은 그레이드의 업무를 하는 사람으로 취급하던 사내 분위기는 시간이 갈 수록 조금씩 변해갔다. 영업을 통해 가입자 1명을 더 추가로 모집하는 것 이상으로, 효율적인 장비관리를 통해 불필요한 장비 구매 비용을 줄이고 분실되는 장비를 줄이는 것 또한 회사의 이익적인 측면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이라는것을 다른 사람들도 공감하기 시작한 것이다.

시간이 지나 회사는 조직을 좀 더 효율적으로 운영한다는 명목 아래 조직을 통폐합시키고 감원에 들어갔다. 신규 상품이 생기고 가입자가 점점 늘어날수록 관리해야 하는 장비의 종류와 숫자도 늘어났지만 장비관리 담당자 인원수는 줄어들었다. 때문에 좀 더 프로세스를 간소화하고 협력업체에 출고가 된 장비는 스스로 잘 관리될 수 있도록 해야 했다.

협력업체의 장비관리 척도를 나타내는 지표를 회사의 이익적인 측면에 맞춰 개편했다. 그리고 그 지표를 기준으로 지역별 협력업체가 스스로 관리를 잘 할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 '인센티브' 제도를 만들어 회사에 제안했다. 없던 인센티브 상금을 지출해야 했기에 결재받기 어려웠지만 사용하는 비용보다 훨씬 더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기대를 이용해 결국 전사 최초로 우리 지역 본부에서만 인센티브 제도가 도입됐다.

그 결과는 아주 성공적이었다. 매달 수백에서 수천만 원가량의 장비가 분실되어 발생하는 재무적인 손해와 장비의 재고 부족현상으로 인한 현장의 어려움이 '인센티브' 제도가 동기가 되어 해결되어갔다. 각 협력업체 장비담당자는 물론 현장의 설치, 철거 기사들까지도 모두가 한 몸이 되어 인센티브를 받는 협력사가 되기 위해 노력한 결과 전체적인 관리의 수준이 높아졌다.

일부의 사람들은 '협력업체에서 일 다 하고 사무실에 앉아 지시만 하는데 뭐가 힘드냐'고 한다. 하지만 그들에게 방향성을 제시하고 한 방향으로 움직이게 하기 위해서는, 협상 테이블에 앉기 전 수많은 분석을 통해 근거자료를 만들고 이 일의 타당성 증명을 위한 논리를 만들어 내야 한다. 그런 부분을 간과한 채 결과만을 보고 평가하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그 해에 좋은 실적으로 발탁 승진됐다. 그리고 창립기념일에 모범사원으로 추천되기도 했다. 이후 다른 부서로 자리를 옮기게 되었는데 다 만들어 놓은 프로세스를 그대로 후임자에게 인계를 했다. 하지만 그 상황은 오래가지 못했다.

같은 장비에 같은 협력업체였지만 그 일의 타당성을 증명하지 못한 후임이었기에 내부적으로 인센티브 지출 비용을 따내지 못했다. 그 결과 협력업체의 강력한 동기도 사라지게 되었고 어렵게 만들어 놓은 프로세스가 제대로 유지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No Pain, No Gain'이라는 말이 있다. 노래 가사에도 자주 나오는 말이다. 노력없이는 아무것도 얻지 못한다는 말이다. 이 말은 진리다. 좋은 결과를 원한다면 그에 상응하는만큼의 노력을 해야 한다. 조직생활을 하다 보면 실패의 원인을 외부에서만 찾으려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결국 원인은 '내부'에 있는 경우가 더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