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 쪼개듣기'는 한국 대중음악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내는 코너입니다. 화제작 리뷰, 업계 동향 등 다채로운 내용을 전하겠습니다. [편집자말]
 최근 새 음반 'R U Ready?' 로 컴백한 러블리즈. 신보 공개에 앞서 다양한 프리뷰 영상, 이미지를 네이버 V앱 라이브와 SNS 등을 통해 공개했다

최근 새 음반 'R U Ready?' 로 컴백한 러블리즈. 신보 공개에 앞서 다양한 프리뷰 영상, 이미지를 네이버 V앱 라이브와 SNS 등을 통해 공개했다 ⓒ 울림엔터테인먼트


2000년대 후반까지만 하더라도 1년에 음반 한장 발표하고 활동을 펼치는 것이 가요계 일반적인 흐름이었다. 하지만 곡수 및 비용이 많이 드는 정규 음반 대신 미니 음반(EP), 디지털 싱글 위주로 시장이 재편되면서 이른바 "1년 2컴백"이 활동의 기본 방식으로 자리잡았다.

게다가 예전 대비 훨씬 많은 가수(그룹)들이 등장하면서 조금만 휴식기가 길어지고 잠시만 방심하면 후발 주자들에게 금방 따라잡히는 일이 비일비재해졌다. 덕분에 이제 가수들은 쉴 틈이 없어졌다.

이른바 "신비주의" 전략이 1990~2000년대 초반의 유행이었다면 이젠 "친근함"이 이를 대신한지 오래다. 자신들의 신보를 알리기 위한 방식도 여기에 발맞춰 달라진지 오래다.

쇼케이스, 이제 필수 도구


2000년대까지 전통적인 음반 홍보 방식은 언론 매체를 통한 것이었다. 물론 지금도 이 방식은 유효하지만 그때와 지금은 많이 다른 모습이다. 

과거엔 신작 발매 후엔 톱스타건 신인급 가수들 가리지 않고 주요 온/오프라인 언론사를 직접 방문, 편집국 들러 인사하고 사진 찍고 인터뷰하는게 일반적이었지만 매체 숫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요즘엔 이렇게 하는게 쉽지 않다. 몇몇 신인급 가수들이 한정된 숫자의 매체만 대상으로 과거 방식을 사용할 따름.

요즘 들어 새롭게 부상하기 시작한 건 바로 "쇼케이스"다. 예전엔 몇몇 가수들만 이 방식을 취했다면 최근엔 대부분 가수들의 컴백 당일 쇼케이스가 필수 수단으로 자리잡았다. 

주로 소극장에서 100여명 이상의 매체 소속 기자들을 한데 불러 모아 신곡 공연 및 인터뷰, 포토 타임을 갖게 되면 실시간으로 관련 기사가 각종 인터넷 포털 사이트로 전송이 되기 때문에 장소 및 MC 섭외 등 비용 부담이 들더라도 이 방식을 택하는게 자연스런 일이 되었다.

이러한 쇼케이스도 몇몇 가수들의 경우 1일 2차례 강행군에 가깝게 치르는 것으로 달라진게 최근의 추세 중 하나다. 오전/오후 시간대 쇼케이스가 기자 대상으로 치뤄진다면 저녁/밤 시간대엔 팬 초청 쇼케이스를 열어 간단한 팬 미팅 형태로 진행하는 것이다. 그리고 네이버 V라이브를 통해 인터넷 생중계도 병행한다.

 걸그룹 구구단은  2집 'Act.2 Narcissus' 발표를 앞두고 V라이브를 진행, 간략한 신곡 소개 및 근황 등을 팬들에게 전했다. (네이버 V라이브 화면 캡쳐)

걸그룹 구구단은 2집 'Act.2 Narcissus' 발표를 앞두고 V라이브를 진행, 간략한 신곡 소개 및 근황 등을 팬들에게 전했다. (네이버 V라이브 화면 캡쳐) ⓒ 네이버


V라이브... 팬과 가수의 친밀도를 높이다

V라이브로 대표되는 인터넷 생방송은 이제 가수-팬과의 친밀도를 높일 수 있는 좋은 수단으로 자리매김했다.  

지난 2014~15년 무렵만해도 인지도가 낮고 방송 노출빈도마저 높지 않은 신인급 가수/팀들이 아프리카TV를 중심으로 인터넷 방송을 진행한데 반해 2015년 네이버의 V라이브 서비스 오픈 이후론 대형 기획사들도 이 대열에 동참, 다양한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다.

스마트폰/태블릿을 활용한 먹방, 눕방, 쿡방 등 1인 방송부터 공연 생중계, 방송 프로그램급 기획사 제작물 등 다채로운 소재와 내용의 영상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에 팬의 입장에선 직접 현장을 찾지 않더라도 PC/스마트폰 만으로도 내가 좋아하는 가수의 다양한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새 음반 발표 임박해선 신보 프리뷰 및 하이라이트 영상을 소개하고 음원 공개 전날 또는 발매 당일 다양한 내용의 생방송을 진행하면서 팬들의 관심도를 높인다. 이에 따른 각종 기사 생산 및 포털 사이트 실시간 인기 검색어 순위에도 해당 가수의 이름을 올리자 인터넷 생방송은 화제몰이에 적합한 수단으로 사랑받고 있다.

 신곡 'Rookie' 공개를 앞둔 지난 1월말 레드벨벳은 거의 매일 V라이브를 진행하면서 팬과의 친밀도를 높였다.  이 과정에서 레드벨벳 역시 SNS의 중요성을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네이버 V라이브 화면 캡쳐)

신곡 'Rookie' 공개를 앞둔 지난 1월말 레드벨벳은 거의 매일 V라이브를 진행하면서 팬과의 친밀도를 높였다. 이 과정에서 레드벨벳 역시 SNS의 중요성을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네이버 V라이브 화면 캡쳐) ⓒ 네이버


빼놓을 수 없는 페이스북-인스타그램 등 SNS 활용

홈페이지 및 팬카페 운영은 예나 지금이나 필수. 그리고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글로벌 SNS 서비스 사용이 추가되었다. 여기에 몇몇 기획사들은 네이버만을 대상으로 한 스타캐스트, 블로그, 포스트도 운영하고 있다. 수많은 회사 내에 인터넷 동향 파악 및 SNS 운영만을 전담으로 담당하는 부서 및 직원이 생겨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SNS는 인생의 낭비"라는 말도 있지만 최소한 가요계에선 꼭 써야할 도구인 것이다. 물론 순간의 말 실수 등으로 곤욕을 치르는 경우가 없지 않으나 잘 활용만 한다면 어중간한 TV프로그램의 병풍 패널 출연보다 훨씬 도움되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막대한 홍보 비용을 부담하기 힘든 인디 뮤지션들에겐 페이스북 같은 SNS가 새로운 효자로 등장하고 있다.

볼빨간 사춘기를 비롯해서 최근 음원순위 상위권에 깜짝 등장한 '1인 그룹' 치즈 등 몇몇 음악인들의 경우, SNS 사용자들 사이의 입소문 및 페이스 북 라이브를 통한 음악 소개 등이 큰 역할을 해줬다. 이 과정을 통해 서비스 이용자들의 구미에 맞는 듣기 편한 장르의 음악들이 TV 및 음원 순위를 뒤늦게 거치면서 더 많은 대중들에게 전파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젠 팬이 직접 집행하는 각종 광고도 등장   

최근 들어 눈에 띄는 현상 중 하나는 소속사가 아닌, 팬클럽 차원에서 진행하는 각종 광고 등장이다.  유명 아이돌 그룹 멤버 생일을 축하하는 지하철역 구내 및 버스 옆면 광고 등은 이미 흔한 일이 됐다.

요즘엔 신작 발표에 맞춰 각종 사진 이미지로 차의 외관을 모두 뒤덮은 버스 광고도 등장하기 시작했다. 새 음반 <R U Ready?>를 발표한 러블리즈의 팬들은 직접 사비를 털어 신보의 이미지로 장식한 버스 광고를 집행, 인터넷 상에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2017년. 그저 곡만 좋아선 대중들에게 알려지기 어려운 시대다.  하루에도 수백가지 이상 신작들이 쏟아지는 가요계에서 예전처럼 일반 대중들은 곡을 찾아듣지 않는다.  결국 가수의 노력이 깃든 작품을 홍보하기 위해선 뻔한 말이지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아야하는 실정이다.

시장 상황이 갈수록 녹녹찮은 실정이지만 이에 발맞춰 "홍보 전쟁"은 앞으로 다양한 방식으로 진화하면서 대중들을 사로잡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상화 시민기자님의 블로그 http://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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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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